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31화 (31/135)

< -- 일약 스타가 되다 -- >

6대원 인터내셔날의 이 상백 사장은 그날 새벽이 되어도 자신의 호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 9시 30분이 되어서 돌아왔는데, 결국 외국 유명 통신사들과 기자회견까지 마치고서야 돌아왔다는 말에, 모두 그의 강한 집념과 승부욕에 혀를 내둘렀다.

"정말 대단하오, 대단해! 궁금해서 계속 사람을 보냈으나 '회담 중' 소리만 듣다가 우리가 먼저 지쳐 떨어진 판에 아예 기자회견까지 하고 오시다니........."

나의 칭찬에 의외로 소년처럼 얼굴을 붉히는 이 사장이다. 생수를 한 모금 마셔, 깔깔한 입을 헹궈낸 그가 다시 말을 한다.

"마침 결정권자인 사장도 이곳 현지에 있어서, 아예 결정을 지어버린다는 것이 지나쳐, 걱정을 끼쳐드린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운을 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렇다.

"처음에 자본금은 의외로 서로 쉽게 합의가 되었습니다. 총 자본금을 1억 달러(현 환율로 한국 돈 485억)로 하자는 안을 제기하자, 쉽게 동의해서 이거 너무 쉬운 것 아니야?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의혹이 들 정도로 흔쾌히 동의합디다. 그런데 문제는 .........."

다음을 말하려니 힘든지 여기서 잠시 한 템포 쉬어가는 이 사장이다.

"문제는 지분 문제를 가지고 장장 12시간을 넘게 대립했습니다. 처음에 내가 20%를 떼어주겠다니, 그 쪽 사장이 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더이다. 할 수 없이 내가 불러들여서 몇 %면 만족하느냐고 물었더니, 자그마치 49%를 요구해서 이번에는 내가 결렬을 선언해버렸습니다."

이쯤에서 그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이번에는 저들이 이 사장을 불러 앉혔다. 그리고 얼마까지 양보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이 사장이 대답하길 25%선이면 어떠하냐고 하니까, 저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시 절충안을 제시하는데 40%다. 이쯤에서 서로 밀고 당기며 실랑이를 벌이며, 조금씩 간격을 좁혀 가는데, 장장 10시간 이상이 걸린다.

결국 저들이 32% 우리가 68%의 지분을 차지하기로 극적 합의를 보았다.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은 몇 가지 양보를 해야 했는데, 그 하나는 합작법인은 비록 추후에 설립될지라도 이익금 분배는 현 주베일 항만공사부터 적용하기로 한 점. 또 하나는 회사명에서 저들의 회사명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끝까지 우겨서 가칭 '대원-싸이펨 엔지니어링'이 되었다는 점. 마지막 하나는 저들이 이번 공사에서 꼭 수주할 줄 알고 인근의 잉여장비라는 장비는 모두 주베일 인근에 집결해 놓았는데, 그 잉여장비를 이번 공사에 꼭 써 달래서, 응한 점 등이다.

그러나 여기서 이들의 요구가 아주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란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주베일 항만공사부터 저들의 뛰어난 기술력을 자문 받으려면 맨입으로는 안 될 것이고, 회사명도 아주 불리하지 만은 않은 것이, 그들의 회사명이 끝에 붙음으로서, 우리의 신뢰도와 이미지가 상승한다는 점도 마냥 간과 할 수만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잉여 장비문제는 어차피 우리도 이번 항만 공사를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장비가 필요한데, 거의 없다시피 하니 대여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장비전문업체에게 하청을 주던지, 장비를 구매하던지 양단간에 결정을 해야 했을 것이다.

추후 조건을 좀 더 들어봐야 알겠지만, 대여는 이보다 더 저렴할 테니까. 이 점은 우리로서도 유리하다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양 회사 간에 긴급 2월 18일부로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로 하고, 이를 기자회견을 열어 알려도 좋다는 저들의 동의하에, 이 사장은 아예 이를 세계의 유수한 통신업체인 UPI니, 로이터통신 등의 기자들을 불러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것이다.

물론 형식은 기자회견이지만 거의 이 사장의 일방적인 사실 통보로 끝난 짧은 회견이었다. 그런데 이 아무 것도 아닐 것 같은 행위가, 결국은 우리 회사가 쿠웨이트의 항만공사를 수주하는데 아주 결정적인 기여를 할 줄은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다. 나중에 주무 장관으로부터 전해들은 바로는 발표 전날까지만 해도 우리가 4억8천2백만 달러로 최저입찰은 했으나, 종합 공사수행 능력평가에서 우리는 4등을 받았다. 그러나 입찰가 상위 차점자인 현대는 4억8천2백15만 달러를 써내, 우리와 불과 15만 달러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가 종합 공사수행능력에서 3위에 랭크되어 가산점을 적용하면 15만 달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명은 길어도 어제 우리가 싸이펨과의 합작회사 발표 전까지만 해도 현대가 낙찰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그런데 마치 이를 알고나 있다는 듯이 우리의 합작발표 사실이 작으나마나 전 세계로 타전되자, 이제는 상황이 애매하게 되었다. 문제는 우리가 완전한 형태의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면 당연히 우리가 낙찰이 되었을 것이나, 단지 '양해각서'라는데 문제의 소지가 있었던 것이다.

양해각서라는 것이 훗날 어느 일방이 이를 일방적으로 폐기해도 아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쉽게 말해 비망록 수준이기 때문에, 현지의 주무장관도 판단하기가 애매했다. 결국 이 문제가 총리실까지 올라갔고, 여기에서 왕세자는 결국 우리의 손을 들어주었다.

양해각서라도 싸이펨 같은 일류회사라면 자신들의 회사의 신뢰도를 위해서라도, 전 세계에 뉴스로까지 타전된 시점에서는 일방적으로 파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 소식을 추후에 듣고 나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어떻게 사우디 정부는 우리의 공사평가 능력을 3위로 책정했는가 하는 의문이다. 현대는 차지하고라도 전 세계 유수의 전문건설업체를 제치고. 이는 당연히 보이지 않는 손의 농간이 있었다고 밖에 나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주재자가 누구인가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나의 형제 파드였다.

나는 뒤늦게 이 문제를 인지하고 사우디와 쿠웨이트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어 새삼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나의 감사의 인사에 둘은 나를 초대했지만, 나는 바빠서 이번에는 바로 귀국해야 된다는 설명을 했고, 대신 두 사람을 한국으로 초대했다.

두 사람의 답변은 여유가 있는 대로 초청에 응하겠다는 긍적적인 답변이었으나, 내 귀에는 의례적인 수사로 밖에 들리지 않아 서운했다. 아무튼 입찰실을 빠져나온 나는 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 * *우리 일행이 다음 날 오후 늦게 서야 김포 공항에 도착하자 한 마디로 이곳은 난리도 아니었다. 어떻게 우리의 입국 시간은 알았는지, 우리 일행이 탔을 것으로 예상되는 에어프랑스의 도착에 맞추어, 대한민국에 있는 신문이라는 신문과 방송이라는 방송사에서는 한 곳도 빠짐 없이 기자들을 파견해 나를 인터뷰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의해 바로 우리 일행을 청와대로 데려가기 위해 김정렴 비서실장 이하 몇 몇 간부들이 마중나와 있었고, 게다가 경호요원과 경호 차량까지 동원된 마당이다.

여기에 마중나온 회사 간부들, 어떻게 알았는지 환영나온 일부의 일반시민들, 또 여기에 신문과 방송들의 기자들마저 가세하니, 아예 아수라장이요, 혼란의 극치였다. 연신 터지고 번쩍이는 후레쉬 세례에 내가 눈을 못 뜨고 있는데, 무슨 마이크란 마이크는 다 들이대고, 기자란 기자는 다들 한 마디씩 물어대니, 이것은 완전히 시장통도 이렇게 번잡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나를 보호하겠다고 신 사장, 정 비서실장, 잠시 함께 귀국한 건설의 정 사장, 마중나온 간부들까지 가세해, 방패막을 형성해 그들의 물밀듯한 공세에 대항하나, 한마디로 역부족이었다. 이리 몰리고 저리 쏠리는 가운데 누구는 외투 단추가 터져 속옷이 드러나고, 누구는 하마터면 넘어져 이들의 대시에 대형 참사가 발생할 뻔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김정렴 비서실장 지시로 청와대 경호요원들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그래도 여의치 않자 간단한 기자회견을 허용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 혼란과 사태를 수습할 수 있게 되었다. 임시로 급조된 책상 하나와 달랑 간이 의자 하나. 그 위에 앉아 나는 아직도 쏟아지는 불빛세례에 손으로 해 가리개(?)를 만들고서야, 질문하는 기자의 말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사상 최대의 주베일 항만공사에 이어 쿠웨이트 항만공사도 수주했다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좀 전에 어느 신문사의 어느 기자라 했습니까? 미처 듣지를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하하.........! 신문사가 아니고 동양방송의 김영철 기자입니다."

"네, 그렇군요. 답변 드리겠습니다. 사실입니다."

"그게 다 입니까? 그러면 전체 공사 금액이 얼마나 됩니까?"

"잠시 만요. 생각 좀 해보고요."

나의 답변에 장내는 한바탕 폭소가 터진다. 이런 망신이 있나! 처음 이런 엄청난 일을 겪다보니, 그 잘 돌아가던 머리가 순간적으로 굳는 듯하다. 이럴 때 옆에 대기하고 있던 정 비서실장이 센스있게 재빨리 메모지를 건넨다. 나는 그 메모지를 받아 보고 답변한다.

"사우디 9억4천만 불, 쿠웨이트 4억8천2백만 불, 도합 14억2천2백만 달러가 되겠습니다."

"기존의 사우디 주택성 대단위 공사 금액까지 치시면 얼마 입니까?"

"계산은 기자 여러분들이 하십시오."

하하하........!

나의 답변에 장내에는 한바탕 폭소가 터진다.

"이로써 우리나라가 완전히 외환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계셨습니까?"

"추가적인 질문은 삼가세요. 다른 기자분들에게도 기회를 드려야하고. 시간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국가에 누가 되거나, 기밀에 해당되는 질문은 삼가 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자회견을 주재하고 있던 비서실의 한 간부가 제제에 나선다. 동양방송의 기자가 머쓱한 표정을 짓는데 나는 짤막하게 답변한다.

"알고 있었습니다.

"다음 분."

"동아일보의 김석천 기잡니다. 시간이 없으시다니 짧게 질문 드리겠습니다. 금번 수주에서 가장 긴박했던 순간이나 결정적인 고비가 있었다면 언제입니까?"

"저희와 이탈리아의 건설 강자 싸이펨과의 합작투자 건 발표가 있기 직전이었습니다."

"왜 그랬습니까?"

"그 부분은 답변을 거부하겠습니다. 잘못하면 상대의 회사에 누를 끼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KBS의 조환영 기자입니다. 대원건설을 작년에 창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창립한지 얼마 안 되는 무명의 대원실업에서, 4천2백83만 달러라는 경이적인 수출 실적을 달성해, 정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까지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남들이 전부 손을 안대는 중동과 교역한 것이 그런 기적을 불러온 것으로 압니다. 또한 대통령 각하를 위시한 정부의 알맞은 시책과 전 정부적인 총력적인 지원체제가 경이의 목표를 달성한 한 동인이었고, 또한 우리 직원들의 뜨거운 열정과 땀이, 밤낮을 잊은 분투가 그런 기적을 불러일으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 가지만 더........."

"그만, 다음 분 질문하세요."

"MBC의 김성만 기자입니다. 듣기로 사우디 쿠웨이트 양국의 유망 유전에 대한 탐사와 개발권을 따냈다는데, 사실입니까?"

"맞긴 합니다만, 지금 현재로서는 답변드릴 만한 게 없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유망합니까?"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매장량은 얼마나 됩니까?"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더 이상의 답변을 거부하겠습니다."

여기서 나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번 기자회견에서도, 이는 원체 민감한 사안이라 일체 입도 벙끗도 하지 않았는데, 누가 입을 열은 것인지 어떻게 저들이 정보를 입수했는지 몰라도, 이런 질문이 나오는 자체가 싫은데다, 자꾸 유도성 질문까지 하니 기분이 안 좋았던 것이다.

"다음 분 질문 하세요."

"이번에 수주한 공사들이 금액도 최대이지만, 최대 난공사 중의 하나라 하는데 공사에 자신은 있습니까?"

"당연히 자신 있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수주 전에 뛰어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나는 나의 내심과 달리 우리 회사의 이미지를 생각해서라도 강력하게 나갔다.

"혹시 현대건설과 합작할 의사는 없는지.......?"

"고려는 해보겠습니다만 현재로는 무어라 답변드릴 게재가 아니군요."

"가능성은 검토해보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게 들었으면 그렇게 해석하십시오."

하하하..........!

"시간 없습니다. 다음 분."

"경향신문의 윤 종철기자입니다. 제가 알기로 올해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아는데 맞습니까?"

"가급적 제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밝히고 싶지 않습니다. 이로써 기자회견을 마쳤으면 합니다."

"조금만 더 합시다."

"아무래도 늦어서 안되겠습니다. 각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기자 여러분들께서도 이 점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비서관의 양해를 구하는 말과 함께 다른 직원이 잽싸게 책상을 치운다. 나도 이쯤에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양이 들고 있던 생수병을 빼앗아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잠시 후.

늦었다는 핑계로 교통을 통제해, 푸른 신호등만 일제히 명멸하는 김포가도. 그 길을 수십 대의 차량이 쌍 라이트를 번쩍이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나쳐간다. -------------============================ 작품 후기 ============================오늘은 노블에서 8등을 했더군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얼마 전부터는 순위권 안에(20등) 랭크 되는 것이 가능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10kb 이상이 되어야 순위결정전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준다는 것을........ 하루 그 분량을 쓴다는 것이 제 경우에는 좀 버겁긴 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살아남으려면 써야죠. 대신 하루 그 분량을 쓰려면 연참은 좀 힘들겠습니다. 그렇다고 꼭 연참을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분량이 된다면 연참도 할 생각이니, 너무 서운하게는 생가지 마시옵기를......... 오늘도 선작을 해주시고, 추천에 코멘, 더 더군다나 소리없이 쿠폰까지 주신 님들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 행복한 날들 되시고, 매일이 즐거운 일상이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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