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27화 (27/135)

< -- 일약 스타가 되다 -- >

2오전 11시 30분, 상공부 석유국장실.

마주한 신 선우 사장과의 대화.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나를 이렇게 번거롭게 하는 것이오?"

관리 특유의 거드름이 몸에 밴 자세로 고압적으로 묻는 국장이다.

"담당 과장으로부터 들었을지 모릅니다만 금번에 저희들이 산유국의 부국 사우디와 합작으로 국내에 정유공장을 건설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바, 정유공장 신설의 허가를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렇게 번거롭게 해드리게 되었습니다."

"그이야기는 나도 언뜻 담당과장으로부터 들은 것 같소. 그렇다면 소관부처인 우리 측의 답변도 들려준 것으로 알고 있소 만?"

"물론 알고 있습니다. 정유사의 과잉으로 더는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만 우리가 판단하기에는 별 문제가 없을 듯해서 말입니다. 제 견해로는 점점 거세지는 OPEC의 횡포를 생각하면, 몇 해안에 또 제2의 석유파동이 몰려오지 않을까 사료되어 집니다."

국장이 약간은 솔깃한지 턱짓과 함께 말한다.

"계속해 보시오."

"제가 느낀 것은 73년도 석유파동을 겪고 나서, 어떻게 하면 원유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에 보탬이 될까를 고민하다가, 금번에 산유국 사우디와 20년 동안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조건으로, 상기 정유소 건설 계약 건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는 우리와 같이 원유를 전량 해외에 의존하는 처지로서는 이런 조건을 지닌 정유사가 많아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간절한 산업보국에 대한 충정의 발로였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허허.......! 수고는 하셨는데 이를 어쩌나........? 윗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원체 완고해서 말이요. 그렇지만 내 위전에 다시 한 번 건의는 해보리다."

"감사합니다. 그럼 믿고 가보겠습니다."

"허허허........! 너무 믿지는 마시오. 내 힘은 한계가 있으니까. 일개 국장이 힘을 쓰면 과연 얼마나 쓸 수 있겠소?"

"아무튼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멀리 안 나가오."

"네."

결과부터 말하면 이러고도 75년 한 해가 다가는 11월 말이 다 되어가도 깜깜 무소식이었다. 우리가 이에 대해 물을라치면, 계속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해외에서 공사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당시 법으로 대원건설이 해외건설 사업면허를 취득해야 되는데, 이를 취급하는 주무부서인 건설부에서도 인가를 내주지 않고 질질 끌고 있었다.

당장 수주한 아파트 공사도 못하는 것은 물론 주베일 항만공사는 입찰조차도 해보지 못하게 생겼다. 나는 이 보고를 받은 당일 즉시 우리 사업 내용을 일부 흘리더라도 기자 회견을 자청하여 우리의 애로사항을 하소연 할 결심을 했다.

지금까지는 참고 있었다. 그간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기자들이 대원실업은 물론 우리 집까지 전화를 하고 심지어 찾아오기까지 했지만 '대답해 줄 것이 없다'고 돌려보냈던 것이 수차례다.

나는 더는 사업을 위해서도 참을 수 없게 되어 신 사장보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해 가자들을 불러 모으도록 했다. 나는 대원실업의 회장실에서 그간 우리가 수주한 공사 내역은 물론 정부 관리들의 행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당장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다.

기자회견을 한 당일 날은 물론 이튿날까지 온갖 신문과 방송이 우리의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다. 청와대에서는 당장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나를 불러들였고, 주무장관들도 줄줄이 호출되어 청화대로 달려 들어가야 했다.

나는 이럴 줄 미리 예상했기 때문에 태연했지만, 다른 간부들은 아니었는지 많이 긴장했다. 그래서 서로 미루고 나를 수행하려 하지 않았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일을 제대로 수행하겠습니까? 그깟 대통령 하나 만나는데 전부 긴장들을 해서 몸을 사리니 말이오.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지만 대통령도 사람이고 우리도 똑같이 눈 코 입 같이 달린 사람이니 잡아먹을까 걱정하지 말고 신사장과 정 비서실장은 나를 수행하시오."

나의 호통에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

"저도 수행하겠습니다. 회장님!"

정윤희 비서가 오히려 한발 먼저 나선 것이다.

"정윤희 씨는 사무실이나 잘 지키세요."

"저도 따라가면 많은 도움이 될 터인데........ 헹.......!"

손가락을 빨고 있는 그녀를 보며 내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찔끔한 두 사람이 앞장을 서며 말한다.

"가시지요, 회장님!"

* *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

"허허허........ 어서 오시오!"

우리가 금속탐지까지 통과하여 어렵게 만난 대통령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뒤에는 김정렴 비서실장은 물론 몇 몇 부서의 장관들도 얼굴이 보인다. 아무래도 대개 나의 사업과 연관된 듯한 주무부서의 장관들 같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이 앞인지라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다. 나를 수행한 두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

"허허......! 텔레비전에서 보았지만 정말 어려보이는 군요. 강 군은 아참 이런 실례가 강 회장은 올해 나이가 몇 이오?"

"이제 고3으로 열아홉입니다."

"아직 법적으로 미성년인데 사업이 가능한 거요?"

"편법이지만 가능합니다. 제 사업의 경우 모두 대리인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허허........! 아무튼 우리 대한민국의 외환위기를 벗어나게 한 공로자니, 그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는 그만두고.........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우선 자리에 앉아 차라도 들며 천천히 이야기 합시다."

"네."

나는 박 대통령이 가르키는 소파로 다가가 태연히 앉는다. 둘은 내 뒤로 배석한다.

뒤의 나란히 비치된 의자에 각각 앉았다.

아무튼 내 여자 친구인 정희와 이름이 같으니 우습기도 하고, 아무 관련도 없지만 이름 하나로 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이상하지만 사실이었다.

당시 나의 심정은 부하의 총탄에 비운에 갈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어떻게 보면 불쌍한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강 회장 우리의 외환보유고가 지금 현재 얼마인지 아오?"

"모릅니다."

"당연히 모르겠지만, 내 한국은행 총재와 주무부서 장관으로부터 듣기론 채 3천만 달러가 현재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소. 해서 내가 각국 대사관에 명을 내리길 단기 고리고, 악성이든 간에 달러라면 물불을 가리지 말고 달러부터 구하라고 연일 지시를 하고 있는 판이오. 내일이라도 당장 외환위기 아니 국가가 부도가 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게 생긴 게 작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현실이오. 그 뿐인 줄 아오. 올해는 그나마 잘 되던 수출도 안돼서 처음으로 목표에 미달하게 생겼으니, 이 자리에 앉아있는 나도 매일 잠을 설칠 판이라오. 그런 판에 거금 3억 달러라니.........."

여기서 내가 무례하게도 끼어든다.

"조금 더 됩니다. 쿠웨이트의 정유소 정비공사 46만 달러에 벡텔 여타 사우디 쿠웨이트 등으로 도입한 외자를 따지면 근 4억 불에 가깝습니다. 각하!"

"허허.........! 이런 신통한 일이 있나! 이렇게 젊은 회장도 나라를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도대체 주무부처 장관이라는 당신들은 뭣들하고 있는 거요? 일껏 따놓은 공사를 망치려고 작정을 했나, 면허 하나 안내주고 말이야."

"아직 요건이 미비하여........."

"닥치시오! 그깟 법규 몇 구절에 우리나라가 부도가 나야 옳단 말이오? 당장 중요한 것은 현실 아니오, 현실!"

흥분해서 심지어 탁자까지 내려치는 박 대통령이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상공부 장관은 왜 정유소 건설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이오?"

"정유사의 난립으로 과잉 상태라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허허........! 이런 이런, 거기서도 달러가 들어오고, 기름의 장기 수급이 보장 된 것이면 기존의 시원찮은 정유사를 퇴출시키더라도 내주었어야 하는 것 아니오? 이렇게 융통성들이 없어서야, 원......... 쯧쯧쯧.........!"

"당장 두 장관은 허가를 내주시오."

"네! 각하!"

건설 상공의 두 장관이 거의 부동자세로 답을 한다.

"강 회장 그 외 불편한 사항은 없소?"

"제가 정유소를 건설하려는 입지가 울산의 온산항 근처입니다. 해서 그곳에 60만 톤의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항구시설을 만들어 주시면 감사하겠고, 또 근처에 150만 평 정도를 산업공단으로 조성해주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허허........! 어린 사람이 통도 크군! 꼭 현대의 정 회장을 보는 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강 회장, 꼭 그렇게 규모가 커야 하는 것이오?"

"사업은 미래를 보고 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앞으로 유조선도 점차 대형화 되어 56만 톤 급 정도도 출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우려에서 한 말씀 드리면 장차 이란 왕정의 불안요인으로 2차 오일 쇼크가 예상되니, 배럴 당 30달러 체계에 대응하는 내성을 길러야 할 것으로 사료되어집니다."

"뭐요? 십, 이십 달러도 아니고, 자그마치 30달러? 상공부장관 지금 기름 값이 얼마요?"

"정확히 현재 11.6달러입니다."

"그런데 30달러 시대라고?"

"네, 틀림없이 그런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러니 미리 원유를 확보해 놓아야 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저는 온산에 대규모 정유소 외에 유류저장소를 만들 예정입니다."

"허허........ 이런 일이.........! 꼭 강 회장의 말을 믿어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는 불행한 일이지만 유비무환이라고 미리미리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들었소? 두 분 장관!"

"네! 시나리오 별로 대응책을 마련토록 해놓겠습니다."

"틀림없어야 하오. 그리고 들어서 알겠지만 강 회장의 청대로 온산항을 확장하는 방안과 공단조성에 대해서 내일이라도 당장, 타당성 검토를 해 가능하다면 지원해주도록 하시오."

"네, 각하 명심하여 바로 시행토록 하겠습니다."

"이거, 이거 우리끼리 너무 딱딱한 이야기만 했구만. 어이 거기........ 누가 비서실장이오?"

"접니다. 각하! 정운수입니다. 각하!"

"당신이 서기관 직전의 자리에서 물러나 대원으로 간사람 맞지요?"

"네, 맞습니다. 각하!"

"하하하........! 철밥통을 깨부수고 그리로 가더니 아주 큰 공을 세우셨소, 장하오. 어디 손이나 한 번 잡아봅시다."

자리에서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가 신 사장 등, 둘을 마주하는 박 대통령이다.

"당신이 신 사장인가?"

"네, 각하! 신 선우입니다."

"찬물도 순서가 있는 법이야. 아무래도 사장의 손부터 잡는 것이 예의 아닌감? 이번 공사 수주에 당신 형의 도움이 컸다지?"

나의 회견 내용을 아주 속속들이 꿰고 있는 대통령이다.

손을 내밀어 대통령의 손을 잡은 신 사장이 군기 바짝 든 신병처럼 큰 소리로 대답한다.

"아닙니다. 다만 조금 공을 세웠고, 정작 다 해내신 것은 회장님이십니다."

"그래........?"

뒤돌아 새삼 나의 아래 위를 다시 살피는 대통령이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나이라도 좀 들었으면 입각제의라도 하겠구만........ 아직 어리니....... 할 수 없지. 이봐! 비서실장?"

"네, 각하!"

"오늘 모처럼 기분도 좋고 들어야할 이야기도 많을 것 같으니, 아랫사람들에게 지시해서 만찬 준비하도록 해. 괜찮겠지요? 강 회장?"

"영광입니다, 각하!"

"하하하.........! 당신 입에서는 각하 소리도 듣기 힘들구만 그래. 또 필요한 사항은 없나?"

"2천만 달러짜리 정부지급보증서가 필요합니다."

"그건 또 왜?"

"주베일 항만공사 입찰권을 따냈는데, 신용 있는 기관의 보증서를 요구해 와서 그렇습니다."

"뭐야? 내가 분명 잘못 들은 것은 아니지? 그거 요즘 현대건설에서 입찰권을 따내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거 아니야?"

"맞습니다. 오늘도 정 회장은 현지에 가 있는 것으로 파악 되었습니다."

"하하하........! 그거 잘 하면 우리가 따겠잖아? 나는 현대만 믿고 똥줄이 험험........! 아무튼 당장 서주도록 해! 이건 경사야, 경사! 알았지?"

"네, 각하!"

"그런데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이봐, 거기 내가 이러고 있으면 댁이라도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거 아니야?"

오히려 멍하고 서 있는 정 비서실장에게 지청구를 주는 박 대통령이다.

"비서실장 정 운수입니다."

"아까 이름은 들었고, 그래 소감이 어때? 사 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소감이?"

"하루 하루가 정신없이 팽팽 돌아가니 살맛이 납니다. 각하!"

"하하하........! 그래, 그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있어, 그나마 우리나라가 안 망하고 밥술이나 먹고 살고 있는 거야, 아무튼 장해!"

말을 하며 정 비서실장의 어깨를 툭툭 치는 대통령이다.

"강 회장!"

"네?"

"고3이면 올해 예비고사 보았겠는데?"

"네."

"공부는 잘 하나?"

"그럭저럭 합니다."

"비서실장 이 사람 성적이 어떻게 된다고 했지?"

"충북의 명문고에서 10등 내외에 드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각하!"

"허허.......! 공부도 썩 잘하는구만. 나이만 몇 살 더 먹었으면 근혜 랑....... 험험......!"

"다들 못 들었지?"

"네, 각하!"

간신히 비집어 나오는 웃음을 참고 씩씩하게 답변하는 장관들이다. ----------============================ 작품 후기 ============================님들의 질책에 부랴부랴 한 편 써서 올립니다!

^^감사하고요!

^^오늘도 유쾌한 하루 되세요!

^^3종 셑은 작가를 신나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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