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24화 (24/135)

< -- 럭비공 -- >

4나는 출국 이틀 전날 서울에 올라가기 위해 학교에다 담임선생님에게만 전화를 하고, 막 집을 나서려는데 교장선생님의 전화가 왔다는 말에, 길게 통화를 해야 했다.

'잘 다녀오라'는 한 마디면 될 것을, 무슨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미리 얘기 했으면, 전교학생들을 전부 동원해 대대적인 환송연이라도 열어 주었을 듯이 장황하게 이야기하는데 질려, '네, 네' 대답만 하며 손으로는 귀지를 파곤 했다.

그날 내가 서울 사무실에 도착하니 당연하게도 비서실장인 정 실장의 마중은 물론 강 상무 와 권 이사까지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회장실로 안내를 자청한다.

잠시 내온 차를 마시고 그간의 안부를 묻고 환담을 나누는데, 정 실장의 눈짓에 대기하고 있던 여 사원이 잠시 후 한 인물을 데리고 들어온다.

"인사드리세요.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던 우리 회장님이십니다."

정 실장의 소개에 그 여성이 인사를 하는데, 그의 말은 하나도 귀에 안 들릴 정도로 대단한 미인이다.

"금번에 새로 입사하게 된 새내기 정 윤희입니다. 회장님 예쁘게 봐주세요."

여기서 또 누구더라? 응, 그렇지. 박 헌도 과장마냥 예쁘게 봐달라는 사람이 또 있어 내심 헛웃음이 나왔지만, 그녀의 인사에 나는 미소를 띠고 묻는다.

"모 유명한 여배우와 동명이인입니다, 그려?"

"네. 그것 때문에 학창시절에는 놀림도 많이 받았지만, 회장님! 어떠세요? 그 배우와 저의 미모를 비교하면 제가 한참 뛰어나지 않습니까?"

그녀의 말이 아니더라도, 초면에 그녀의 말이 안 들어올 정도로 넋을 잃었지만, 그녀의 말에 새삼 그녀를 찬찬히 다시 뜯어보니, 정말 그녀의 말이 빈말은 아니어서, 이 여자가 그쪽 계통으로 진출했더라면, 그 유명배우와 미모만 놓고 본다면 쌍벽을 이룰만했다. 이 느낌은 나만 받은 것이 아닌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부터 보았을 세 사람도 그녀의 출현 후 계속 그녀의 일거일동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녀를 안내해온 여사원마저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을 정도니 그녀의 미모가 어떠한지는 상상이 갈 것이다. 아무튼 그녀의 말에 답변을 하긴 해야겠는데 그녀에게 한참동안 넋을 빼앗기다보니 그녀가 질문한 내용을 잊어버렸다.

"방....... 방금 뭐라고 하셨죠?"

"풋.........!"

손으로 입을 가리고 가볍게 웃은 그녀가 여전히 웃음기 가시지 않은 얼굴로 말한다.

"제 미모와 그 여배우와의 미모를 비교하면, 제가 더 낫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만?"

"하하하........! 네! 백 번 낫습니다. 그 유명 여배우가!"

"네.........?"

나의 농담에 벙 찐 그녀의 표정이 과히 볼만해서 장내는 한동안 웃음바다가 된다.

"농담이었고요. 아랍어는 잘 합니까?"

"아버지가 외교관이셔서 한동안 거기서 거주했었습니다. 그런 관계로 일상의 언어는 제법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 다른 언어도 가능합니까?"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가 가능합니다."

"그럼, 도대체 몇 개 국어를 하는 겁니까?"

"5개 국어입니다. 회장님!"

정 실장의 말에 나는 웃으며 조크를 한다.

"내가 몰라서 물었겠습니까? 이렇게 대단한 재원을 어디서 영입하셨는지, 그게 궁금해서 해본 소리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아랍어가 좀 희귀한 언어라서 주변에서 구하려다 못 구하고, 금번에 긴급 광고를 내서 구했는데, 이런 재원이 지원할 줄은 저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정 실장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던 내가 말한다. 정양에게 묻는 것이다.

"출국 준비는 다 되셨죠?"

"네!"

정 양이 싱그럽게 웃으며 답한다.

"금번 방문에 누가 같이 갑니까?"

"회사가 원체 바쁘게 돌아가는 터라, 저와 정 비서만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정 양의 보직이 비서입니까?"

"네!"

정 실장보다 한발 앞서 대답하는 정 윤희 양을 보면서, 나는 새삼 그녀의 얼굴을 다기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미인은 미인이다.

그녀의 미모가 아무리 대단해도 이미 내 곁에는 그녀 못지않은 정희가 있다. 한결 초연해진 까닭이다.

그 외 정신 연령은 높아도 아직 외모는 스포츠머리이니, 더 자중 자애할 필요가 있다.

* * *그날 저녁 늦게 파리로 출발한 우리는 다음 날, 그러니까 황태자와의 면담 전날 오후가 되어서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인 리야드에 입성할 수 있었다.

미리 마중나온 신 사장과 현 사우디아라비아 지사장인 최인준 이사의 영접을 받으며 나는 그들이 예약해 놓은 프라자 호텔에 여장을 푼다. 그것도 여행이라고 긴장을 해서인지 시차적응 문제 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가볍게 오수를 즐기다가, 내일의 면담에 대비해 토론을 벌이고 있을 신 사장의 방으로 향한다.

그 자리에는 정 비서까지 모두 모여 난상토론을 전개하고 있는데, 내가 등장하자마자 멈추려는 것을, 하던 얘기 계속하라는, 나의 언질에 신 사장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쿠웨이트 왕세자가 이번에 저희에게 준 선물이, 정유공장의 기계정비공사인데, 경험이 없어서 우리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금액이 얼마입니까?"

"46만 달러입니다."

"46만 달러 라? 현 500원인 우리나라 환율로 계산하면 얼마야?"

"2억3천만 원으로, 결코 작지 않은 금액입니다. 회장님!"

최 이사의 답변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묻는다.

"그래, 결론이 어떻게 났습니까?"

"안 되면 외국기업과 기술제휴를 하더라도 끝내 해내기로 했습니다."

신 사장의 말에 내가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잘한 결정입니다. 우리는 가진 기술도, 자본도 없지만, 무한한 도전정신으로 앞으로 계속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만 장래 희망이 있습니다.

그래야만 우리의 회사가 또한 커날 수가 있습니다. 배는 항구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지만, 배가 만들어진 목적이 항구에 있기 위한 것은 아니 듯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구나 할 것 없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박수갈채를 보낸다. 동의하고 공감한다는 뜻이다. 잠시 미소로 이들의 행동을 지켜보던 내가 다시 질문을 던진다.

"쿠웨이트 왕세자의 선물이 이 정도면 사우디 왕세자의 선물은 아주 기대가 되는 데요?"

"주택성에서 금번 리야드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려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금액이 상당해서, 정부에서는 국제입찰에 붙이려고 벌써 공고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로, 비록 왕세자이자 제1총리 신분인 '파드' 황자라도 매우 곤혹스러운 모양입니다. 무엇을 주기는 주어야 하겠는데 이것 말고는 줄 게 마땅치가 않아서, 결국 회장님을 한 번 보고 판단하겠다고, 모신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공사 금액이 얼마인데요?"

"왕세자는 결코 입을 열라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인맥을 전부 동원해 파악한 바로는 '3억 달러' 내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하하하..........! 아랍의 맹주다운 배포는 배포구료. 우리나라 돈으로 무려 1,500억 원 돈이니 왕세자가 고민할 만도 하겠네요."

"네,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하하하.........! 그러나 저러나 내일, 내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그 돈이 허공에 붕 뜨느냐, 아니면 우리 손에 들어오느냐를 생각하니, 지금부터 벌써 슬슬 긴장이 되는데요. 하하하........!"

"그런데 전혀~! 회장님의 표정이나 말투는 긴장한 표정이 아닌데요?"

"아니, 그럼 정 양은? 내가 그깟 3억 달러에 학질이라도 걸린 놈 마냥 와들와들 떨 줄 알았습니까? 나를 그렇게 배포 작은 놈으로 봤다면 크게 실망인데요? 하하하........!"

"헤헤헤........! 제가 잘 못 본 모양입니다. 너무 동안(?)이라서 조금은 ......... 헤헤헤........!"

계속 말을 잇기가 거북한지 여기서 헤픈 웃음으로 마감 짓는 정 양이다.

"자, 그건 그렇고......... 기대하십시오! 나는 내일........ 더 큰 건을 요구해, 아예 두 왕세자와의 면담자리를 초토화 시킬 예정이니, 특히, 정 비서는 너무 놀라 오역을 하는 불상사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와아.........! 내일이 기대 됩니다!"

"역시 통 큰 멋쟁이 우리 회장님이십니다."

"아부들 그만 하시고, 슬슬 배도 고파오는데 저녁 식사라도 하러 갈까요?"

"아직 토의할 일도 많고 하니, 룸서비스를 시키시죠?"

"그건 좋을 대로 하시고, 그럼 나는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나는 샤워를 하러 욕실로 향한다. 몸을 닦듯이 마음도 정갈히 하기 위해.

-------------------------============================ 작품 후기 ============================비서 정 양의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는 분은 '여배우 정 윤희'로 탐문하시면 그녀의 이미지를 대충 상상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늘 편안한 날 되시기를 기원하면서, 저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세요!

^^표현 방법은, 응원과 건전한 비판인 코멘, 추천, 선작입니다^^헤헤헤........! 쿠폰까지 요구하기에는 너무 염치가 없죠?

"독자님! 사랑합니다!

^^"

두 번째인데, 조금은 부끄러움이 덜하네요!

^^편안한 휴일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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