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20화 (20/135)

< -- 대원실업 날개를 달다 -- >

5확실히 이번 생에 와서 나는 재물 복을 타고 난 모양이다.

내가 회장이 되고나자 폭락하던 몰리브덴 값이 다시 폭등하기 시작했다.

연유는 이렇다. 화재가 나서 공급을 중단했던 미국회사가 다시 생산 재개를 발표하자 폭락하던 몰리브덴 값이 그들의 발표와는 다르게 부분 생산 재개에 지나지 않아 아직도 세계는 공급부족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당연히 몰리브덴 값은 폭등을 거듭했고, 지금은 60달러 선에서 안정을 찾아 순항 중이다. 이러니 내가 재복을 타고 났다고 할 만하잖은가!

광산과 아파트 공사가 순항을 함은 물론 대원실업도 수출에 순풍을 만난 배처럼 쾌속 항진을 거듭하고 있는데 하루는 신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서울에서 한 번 봤으면 하는 청이다. 승낙하고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서울 사무실에 나타난다.

회의실에는 이미 전 간부들이 집합해 있다.

나는 대뜸 거두절미하고 묻는다.

"무슨 일로 보자 했습니까? 이유를 물어도 가르쳐주지도 않고."

신 사장이 답변을 한다.

"다른 것은 다 이제는 로컬로도 구매가 가능한데, 유독 알루미늄 업체만은 부도나기 직전의 업체도 납품을 거부하니,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담합이라도 했는지 말입니다. 이참에 부도직전의 업체라도 하나 인수하면 어떨까 해서요."

"그래요? 어디 적당한 업체라도 있습니까?"

내 질문에 이번에 새로 구매과장을 맡은 김 춘길이 회장 앞이라 그런지 긴장한 얼굴로 답변을 한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신진알미늄'이라는 업체가 이번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흐흠.........! 현장은 가보셨나요?"

"네, 구입문의 차 가봤고, 인수하면 괜찮을 것 같아 구매의사를 가능성을 비치고 실사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벌써 상까지 다 차려놓은 상태군요. 회사 상황은 어떠했습니까?"

"매일 일감이 없어서 거의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안 망하는 게 용하고, 그런 처지이면서도 제품 공급을 안 해준다는 말입니까?"

"아무래도 저희들끼리 모종의 담합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흐흠........! 얼마에 나왔습니까?"

"8천5백만 원입니다."

"그럼, 공장 규모가 꽤 크겠는 데요?"

"여기, 그 회사에 대한 상황입니다."

김 과장이 주는 유인물을 받아든 나는 대충 큰 것만 읽어본다. 공장규모 부지: 10,000평 공장건물 및 적재장, 사무동 포함 여타 건물: 1,200평종업원 수: 현장 및 사무실 직원 포함 약 205명 생산능력: 월 5,000톤 조업율: 20% 내외.

그 밑에도 여타 자질구레한 내용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나는 여기까지 읽고 궁금한 점을 묻는다.

"생산능력에 비해 종업원이 상당히 적군요?"

"조업 감소로 인해 많이 해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흐흠.........! 직접 내 눈으로 보고 판단해야겠습니다."

"그럴 줄 알고 차를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참, 이참에 회장님도 차 하나 구입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신 사장의 말에 나는 쓰게 웃으며 답한다.

"이 나이에 승용차 끌고 다니면 남들이 욕해요."

"회장님이 어디 남들 눈 신경 쓰는 사람입니까?"

"그래도, 아직은 아니고 대학교에 입학하면 한 대 사기로 하죠."

이야기를 하며 움직이다보니 어느덧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다. 우리를 태우려고 얌전히 서 있는 '조랑말 - 포니'를 보니 새삼 감회가 새롭다.

80년 대, 저 차의 유행으로 마이카 붐이 성큼 다가온 것을 생각하니 그렇다는 것이다. 그 당시 나야 그림의 떡으로, 저 차를 몰고 다니던 사람들이 부러웠던 시절이기도 했다.

아무튼 차 두 대에 나누어 탄 우리 일행은 경기도 광주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 * *우리는 약 2시간가량을 달려 신진알미늄 현지공장에 도착한다.

첫 제조업체의 인수 가능성에 점령군처럼 씩씩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사장 이하 직원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픽하고 터진다.

"왜 웃으십니까? 회장님!"

"모두 점령군처럼 패기만만해 보여서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저 모습 좀 보십시오. 공장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기는 않는 모양입니다."

신 사장의 손가락질을 따라 가보니, 일부 직원들은 축구를 하고 있고, 대다수는 몰려서 구경 겸 응원을 하고 있다.

"한심하군! 회사가 다 망해가는 판에.........!"

나의 개탄에 모두 씁쓰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보나마나 원자재 창고도 텅 비어 있을 겁니다."

김 과장의 말에 나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사무실에 양해를 구하고 공장의 이곳저곳을 구경한다.

우리의 예상대로 자재창고는 며칠 일할 물량 밖에 없었고, 제품의 출고를 기다리는 야적장은 삼분의 이가 비어있는 상태다. 그러나 생산 설비는 갖춘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최신식이고 부지는 규모를 더 키워도 충분할 만큼 넓어 나를 흡족하게 했다. 나는 곧 결단을 내려 구매할 것을 결심하고,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온 김에 가능하면 아예 구매를 확정지을 양으로 사장을 찾으니, 마침 사장도 자리에 있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서로 인사를 나누자마자 바로 본 협상을 진행한다. 서로 밀고 당기는 한참의 신경전 끝에 한참 만에 가격 흥정마저 끝낸다.

처음에는 8천을 받아야겠다고 빡빡 우기더니 우리가 실사한 내용을 가지고 조목조목 압박하자, 최종 7천만 원에 동의한다. 이에 그 자리에서 준비된 서류에 각각 서명 날인하는 것을 끝으로, 대원실업 역사상 최초의 제조업체 인수가 끝나는 순간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나는 그 자리에서 전 직원들을 운동장에 집합시켜 놓고 일장 훈시를 한다.

"그동안 밀린 월급은 당장 내일이라도 지급하겠습니다. 떠날 사람은 떠나도 좋습니다. 일할 사람들은 당장 기계에 기름칠하고, 일주일 후부터는 24시간 3교대 풀로 가동할 테니, 집에 다녀올 사람들은 그동안 휴가라 생각하고 다녀오십시오. 그리고 일에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2년 동안 제대로 돌아가지 않던 공장이라 나의 말에도 직원들은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해산을 명했고, 그로부터 단 삼일 만에 알루미늄 원자재가 공장으로 들어가니 그때부터 직원들은 믿음을 갖고 일할 차비를 하기 시작한다.

후일담이지만 돈은 내 지갑에서 나갈 줄 알았더니 신 사장이 지출을 했다.

그 동안의 신용으로 이제는 은행에서도 돈도 내주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회사명은 '대원알미늄'으로 바뀌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제 회사가 제법 된다. 대원실업을 위시해 대원알미늄, 대원광업, 대원건설까지.

물론 광업과 건설회사는 한보에서 명칭 변경을 한 것이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정 태수 씨가 심하게 반발했지만, 내가 대주주인 이상 항의를 하고 골을 부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의 태업에도 나는 끝까지 밀고나가 무난히 상호변경을 마칠 수 있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