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9화 (19/135)

< -- 대원실업 날개를 달다 -- >

4헬기와 LST를 이용한 하역은 쿠웨이트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언론에서도 대서특필되어 대원실업의 인지도를 높임은 물론 훗날 두 나에서 나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 이렇게 내가 특유의 기지로 중동 항구의 체선문제를 해결하여 한 시름 놓고 있는 사이에 광산은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미국 몰리브덴 광의 대화재 사건이후 근 일 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그 광산이 생산을 재개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 결과는 77.2달러까지 치솟던 몰리브덴 값이 폭락하여 30달러 초반까지 떨어진 것이었다. 그래도 많은 이익이 남았지만 이익금은 당연하게도 대폭 줄었다.

이 여파는 곧장 나보다는 당시 아파트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정 사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확충한 자본금의 사분의 삼을 땅 매입에 쏟아 부은 정 사장은 당연히 남은 얼마의 금액과 함께 추가로 발생할 이익금을 그곳에 투자할 생각이었으나 이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사전 분양이 거의 안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지금과 달리 부지만 확보해 놓고 공사에만 착수하면 선분양이 가능해, 일차로 납부하는 분양금에 의해 거의 무자본으로도 공사를 진척시킬 수가 있는 세월이었다. 그러면 뭘 하나? 분양이 채 10%도 안 된 것을.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처음 강남에서 아파트 공사를 시작한 현대건설도 마찬가지여서 3차 분양까지는 죽을 쑤다가, 4차 분양부터는 올 분양이 이루어지기 시작해 강남 아파트 전성시대의 효시를 이룬다. 그런데 너무 빨리 시작한 탓에 정 사장은 이런 개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는 주택 자금을 융자 받음은 물론 자신의 이익금 전부를 쏟아 붓고도 자금난에 허덕여 나에게도 그간 벌어놓은 돈을 토해내라고 매일 전화로 아우성을 쳤다. 그러나 나는 마이동풍 요지부동으로 그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렇게 될 것을 예견했기 때문에 내가 사전에 시기를 늦추자고 반대를 한 것이 아닌가!

내 말을 안 듣더니 오늘날 저렇게 개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정 사장은 하다 하다 안 되니까 별 무리수를 다 동원한다.

자재업자들에게 현금을 주겠다고 무조건 자재를 싣고 오라하고서는 현장 직원을 시켜 강제로 아파트 현장에 반입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이로 인해 무수한 업자들로부터 악평을 들었고 회사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물론 추후에 자재 값은 변상했지만 한마디로 공사를 진척시키기 위해 별 희한한 짓도 다 하는 정 사장이다. 여기에다 왜 이렇게 간은 큰가!

금번 짓는 아파트 수가 자그마치 1차, 2차 나누어 짓는 물량도 아니고 한꺼번에 2,170 세대를 짓는 폭거(?)를 자행했으니, 자금 압박을 안 받으면 이상한 일이고, 아니 부도를 안 내고 견딘 게 용타할 것이다.

그것도 중형평형인 31평, 34평으로 말이다. 이런 판이니 급기야 정 사장은 청주 우리 집에 쳐들어오기까지 했다.

나와 만나 담판을 지을 요량이었다. 그의 뚝심에 내가 지는 양 해서 이쯤에서 내가 움켜쥐고 있던 돈 증 일부인 15억을 한보 건설에 재투자 했지만, 최후의 승자는 나였다.

그 대가로 나는 한보 건설은 물론 광산의 지분 60%를 소유하기로 하고 공증까지 마쳤으니까. 정 사장이 그간 투입한 돈에 비하면 15억으로 지분 20%를 추가로 확보한 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었지만, 그가 당시는 부도직전까지 몰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이 이렇게 까지 되어 엄연한 내 회사가 되자 나는 그 무겁던 엉덩이를 움직여 서울 현장으로 납시(?)었다.

물론 사전에 각 분야의 시공업자들을 불러 모은 상태였다.

합판으로 대충 얼렁뚱당 지어 놓은 가건물에 업자들은 긴장한 채로 모여 있었다.

모두 마른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정 사장의 소개로 내가 단상에 오른다. 이제는 엄연히 이곳도 내가 명색이 회장이다.

"회장님! 나오십니다!"

긴장한 업자들의 시선이 내 일거일동을 쫓는다. 지금까지 쏟아 부은 돈을 건지느냐 못 건지느냐의 기로에 선 시점이며, 터파기 공사를 한 업자는 물론 중기, 철근, 시멘트, 합판, 철골, 심지어 목장갑을 납품한 업자까지 두 눈이 초롱초롱 하다.

"그간 예까지 공사를 진척시켜준 여러분의 노고에 회장으로써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긴말 피하고 바로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에 대해 답변을 올리겠습니다.

제가 금번에 15억을 추가로 투입하나, 기존 어음을 막는 외에 여러분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추가적인 혜택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들이 우리를 믿고 무난하게 공사를 진척시킬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주려 합니다."

여기서 내가 말을 끊고 장내를 한 번 휘둘러보자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릴 정도로 그들은 긴장하여 목울대를 연신 움직이고 있다.

"금번 나는 여러분들에게 계속 공사를 해주는 대가로 대물을 주려합니다."

"대물이 뭐야?"

내 말이 여기에 이르자 내 대화는 경청 않고 웅성웅성 떠드는 소리로 장내가 한동안 시끄럽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침착하게 장내를 주시하다가 소요가 가라앉자 내 말을 이어간다.

"대물이 뭐냐? 나는 여러분들에게 공사를 진척시킨 만큼, 그 금액에 대하여 아파트를 몇 채건 드리겠다는 말입니다."

여기서 또 한 번 소요가 일었지만 나는 무시하고 말을 이어가니 금방 진정이 된다.

"예를 들어 금번 창호공사의 공사 금액이 21억이라 치면, 우리 분양가가 얼마 입니까? 평당 68만 원 아닙니까? 그것을 34평형으로 가정하면 대략 2천3백만 원입니다. 그러면 몇 채에 해당합니까? 아홉 채 값이 조금 넘지요? 그런 분은 아홉 채를 드립니다. 물론 공사를 진척시킨 만큼 차례로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자투리 금액은 모든 공사가 끝난 뒤에 현금으로 즉석에서 내 드리겠습니다.

또 다시 소요가 일었지만 나는 더 목소리를 높이어 나의 말을 마저 하고 만다.

"내가 장담하건대 삼년 아니 그 안에 이 아파트는 시세가 배로 뛸 것입니다. 그런 것을 본인은 눈물을 머금고 프리미엄 하나 안 붙이고 아파트를 내어준다는 말입니다. 즉 등기권리증을 양도한다는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넉살이 좋다. 채 10%도 분양이 안 된 시점에 무슨 프리미엄까지 운운하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도 사업가 체질이고,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 선달도 찜 쪄 먹을 만행(?)이었다. 아무튼 나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그러면 여러분들에게 무슨 장점이 있느냐? 여러분들은 곧 우리 회사에서 내어준 등기권리증을 가지고 우리 회사마냥 외상 자재를 얻어 쓰십시오, 물론 그 등기권리증을 담보로 하던 지 아니면 보여주고 생색만 내던지, 그것을 조금 싸게 팔아 현금화 하던지, 그것은 여러분의 재량에 맡기겠습니다만........ 그러면 여로분도 급한 불을 끄고 제대로 공사를 진행하리라 믿고 본인은 이 자리를 물러나겠습니다."

여기서 잠시 말을 끊고 장내를 휘둘러 본 나의 말이 이어진다.

"물론 여러분들이 이에 대해 많은 궁금한 점이 있을 줄 아나 이는 담당 직원에게 물어보면 상세한 답변을 들을 수 있을 테니 질의응답은 피하겠습니다. 끝으로 삼 년 내에 이 아파트 값이 폭등하거든 저를 모른 체 하지 마시고 대포나 한 잔씩 사주시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아하하하.........!"

"푸 하하하..........!"

나의 말재간에 그들은 금방이라도 프리미엄이 붙어 아파트를 팔아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에 대다수는, 흔쾌한 대소를 터트리지만, 일부는 아직도 울상을 짓고 있다.

'그렇게 능력 안 되는 업자는 바로 퇴출하고, 새로운 업자를 선정하면 그만이다.'

라는 생각에 나는 발걸음도 힘차게 현장을 빠져나간다.

바로 직후.

현장사무실에서 만난 정 사장은 다짜고짜 나를 만나자마자 핏대를 올린다.

"이거, 순 사기 아닙니까? 사기요, 사기........!"

나는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조용히 묻는다.

"뭐가 말입니까?"

"그런 묘안이 있는데도 단돈 15억으로 내 지분을 꿀꺽하다니, 그게 사기 아니면 뭐가 사기입니까?"

"저도 이제야 며칠 고민 끝에 생각난 일을 어쩌라고 그러십니까?"

말은 '아'다르고, '어' 다르다. 솔직히 이 방법까지 생각해놓고 미리 계획적으로 벌인

'지분탈취사건(?)!'

이지만, 나는 금방 생각나서 시행한 듯 시침을 뗀다.

나의 말에 더 항의를 하고 싶으나 마땅한 핑계 거리가 없어 '먼 산 바라기'만 하고 있는 정 사장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한다.

"모처럼만에 사장님과 막걸리나 한 잔 할까요? 여기 술은 그 뭐라더라, '배다리 양조장'인가 뭔가 하는 막걸리가 유명하다면서요?"

"그런 게 여기 어디 있습니까? 그놈을 먹으려면 시내로 나가야죠."

"굳이 그렇게 까지는 할 필요 없고, 그냥 되는대로 아무 막걸리나 한 잔 하러갑시다."

"에이, 기분도 꿀꿀한데, 갑시다, 그럼!"

"하하하..........!"

"남은 화가 나서 죽겠는데, 웃기는 왜 웃어요?"

"그럼, 웁니까?"

"울던지 말든지."

툭 쏘고는 앞장을 서는 정태수다. 청문회에서도 '모르쇠'로 일관해 뇌물을 받아먹은 고위공직자 및 여타 여당의 실세들,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을 살린 의리의 사나이, 아니 '무거운 입 - 인간 자물쇠' 정태수를 따라 나는 어슬렁 어슬렁 그의 뒤를 따른다.

우리는 지금 현장에 있는 허름한 함바 식당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나의 인재관은 이렇다.

사람마다 다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취하고 가급적 단점은 안 보려한다.

자꾸 그 사람 단점만 보면 어느 누구와도 사업을 할 수 없고, 데리고 쓸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삼국지에서 허유처럼 일정한 선을 넘으면 어느 순간 팽 당하는 수가 있다.

------------------============================ 작품 후기 ============================오늘도 많은 사랑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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