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8화 (18/135)

< -- 대원실업 날개를 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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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러나 이란과 사우디로 간 두 분 이사님은 어떻답니까?"

내 물음에 사장 신 선우가 답한다.

"거기서도 고무적인 이야기가 들려오는데, 그쪽도 건설 붐으로 맨땅에 땅 짚고 헤엄치기랍니다. 쉽게 쉽게 세일즈가 되는 모양입니다."

"그것 참, 정말 고무적인 이야기로군요. 헌데 공채한 사원들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우수한 지원자들이 대거 몰리는 바람에 회장님의 엄명을 어기고 대거 200명을 뽑았습니다. 너무 우수한 재원들을 놓치기 아까웠고, 최 이사나 신 이사의 보고 내용을 들어보니 금방 또 새로운 인력이 대거 필요할 것 같아서요."

내 지시를 어겨서 미안한지 머리를 긁적이는 신 사장이다. 그런데 좀 그렇다. 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와중에 머리를 긁적이니 비듬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더럽다기보다는 나는 눈물 나게 고마움을 느꼈다.

집에 들어갈 시간도 없이 잠시 야전침대에서 눈을 붙이고, 또 새벽부터 일어나 혼자 고군분투 했을 그 모습을 상상하니, 갑자기 눈가가 뜨듯해졌다.

나는 이를 숨기기 위해서라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간다. 그리고 멀리 개미 같은 군상들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기필코 이 회사를 대기업으로 키워 저들의 노고에 보답하리라!'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나는 태연히 자리로 돌아와 묻는다. 그러나 내 눈은 토끼눈처럼 빨개져 있어 내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신입사원들의 연수 계획은 세우셨습니까?"

나의 물음에 금번 신입사원들의 교육을 최종 책임지게 된 권순우 이사가 씩씩하게 대답한다.

"네! 전방위적인 일꾼으로 양성하기 위해 회화 능력은 물론, 음악 미술 영화 등 예술적인 소양도 결코 가볍게 취급하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또한 애사심을 고취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투자할 생각입니다."

"좋습니다. 그들에게 일단은 어느 대기업보다도 많은, 대한민국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그렇게 되도록 요구를 하세요. 또 한 가지 교육과정 중에 공수교육에 버금가는, 고난이도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필히 삽입하세요. 필요하다면 공수부대 출신 교관을 몇 몇 섭외해도 좋습니다."

"명심하여 시행하겠습니다!"

결의를 다지는 권이사의 표정은 꼭 자신이 그런 강한 훈련을 받게 된 듯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다.

"강 상무, 요즘 자금 사정은 어떻습니까?"

"솔직히 아직도 많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딪쳐서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요. 내 기대한 대로 역시 최고의 인재들은 뭔가 달라도, 크게 다르군요! 여러분들이 지금 흘리는 땀과 노력은 나중에 크게 보상받을 날이 올 것이니, 당장 어렵다고 회피하려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매사에 임해 돌파해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여러분들이 꼭 그렇게 할 것을 믿고 그렇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오늘 기왕지사 여기까지 온 것, 신입사원들의 패기 충만한 모습도 보고가고 싶지만, 내 사정이 여의치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대신 여러분들에게는 오늘 소개받은 믿음직한 세 분도 계시고 하니, 회식비조로 금일봉을 놓고 가겠습니다.

말을 마친 나는 안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한 황 봉투 하나를 꺼내놓는다.

"얼마 넣으셨어요? 사장님?"

무거운 분위기를 가볍게 하고자 함인지 모처럼 강 동운 상무가 농담 삼아 묻는다.

"약소합니다. 일백만 원입니다!"

"우와........! 앞으로도 회장님 자주 올라오세요!"

외시 출신 박헌도 과장의 너스레에 모두 소리 내어 크게 웃으며 즐거움을 표한다.

잠시 후, 모두 자리를 뜨려는데 신 사장이 일어나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회장님! 한 가지 보고를 빠뜨린 것이 있습니다."

내가 눈짓으로

'뭡니까?'

하고 물으니 신 사장이 우물쭈물 답한다.

"이번 진양해운도 마찬가지로 항구에서 발이 묶여 하역을 못하고 있답니다. 매번 불을 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뭔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보고 드리는 것입니다."

"참, 나나 당신들이나 이거 참, 뾰족한 묘안이 없으니 큰일이로군. 그 놈의 항구가 능력만 되면 여간 좋아........!"

투덜거리는 내 소리가 민망한지 모두 슬그머니 눈치를 보더니 하나 둘 회장실을 빠져나간다. 큰 평수에 혼자 덩그라니 남은 나는 무심코 걸아가 TV를 튼다.

화면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뉴스가 시시각각 나온다. 오늘이 4월30일 그러니까 자유월남이 패망하는 날로 그 빅뉴스가 쉴새없이 흑백 텔레비젼에서 쏟아지고 있다.

참고로 칼라TV는 전두환 정권 이후 등장 합니다. 화면영상은 항구에 정박한 큰 배에 탈출하려는 미국인들과 이를 실어 나르는 LST와 심지어 보트에 시누크 헬기까지 다양한 모습이 생생하게 보도되고 있다.

"이거다!"

나는 갑자기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며 사장을 부른다.

"신 사장, 신 사장!"

나의 고함에 어디 있었는지 사장 신 선우가 헐레벌떡 달려온다. 그 뒤에는 강 상무와 권 이사는 물론 새로 뽑은 간부인 정 비서실장이자 계획실장, 박 헌도 무역과장, 김 춘길 구매과장까지 줄줄이 달려온다.

"무슨 일이십니까? 회장님!"

"저 화면을 봐, 뭐 떠오른 것이 없어?"

나는 흥분하여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앗! 월남이 드디어 망했군요! 저런 썩을 놈들........!"

"그게, 그게 아니야!"

"네?"

"저 탈출하는 장면을 보라고."

거듭 화면에 나타나는 미국인들과 서방인들의 탈출모습이다.

"그게........ 참, 위험한 장면이 많군요. 난간에 매달리기도 하고........"

"허허.........! 보는 각도에 따라 이렇게 생각이 달라지는 가.........? 저거, 안보여? 저거?"

나는 손가락질까지 하며 계속 떠든다.

"시누크 헬기와 LST선!"

"아.......! 저걸로 우리도 하역을 하자는 말씀입니까?"

"그래, 그거야! 저 방법을 한 번 강구해봐! 내가 알기로 이차세계 대전부터 활약하던 저 LST같은 경우는 이번 전쟁을 끝으로 상당수가 퇴역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싸게 구입할 수 있을 거야. 더구나 헬기는 국제시장에서 얼마든지 임대 가능한 품목이 아니야? 경쟁 입찰에 붙여 최저가로 응찰하는 곳을 선정하면 그렇게 큰돈 들이지 않고도 쉽게 하역할 수 있을 거야!"

"우와........! 정말 그러네요! 역시 우리 회장님이 최고십니다! 당장 원정남지사장에게 알아보도록 지시하고 저희들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뭣들하고 있나, 이 사람들아! 얼른 얼른 나가서 수배하지 않고.........!"

신바람이 나서 강 상무 이하를 몰고 사라지는 신 사장이다.

참고로 LST선에 대해 설명하면 이렇다.

landing ship tank의 약자로, 미군의 상륙 작전용 함정으로, 선수문(船首門)이 열려 선창이나 상갑판에 실은 병력, 탱크 및· 물자를 양륙할 수 있으며, 2차 세계 대전 중에 양산되어 월남전을 끝으로 상당수가 퇴역하였다.

아무튼 그 결과의 후일담을 공개하면 이렇다.

당시 LST와 헬기 하역은 다른 회사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최저가로 입찰한 영국 회사에서 헬기를 임대했고, 퇴역한 LST도 상당수 사들였다. 그리고 쿠웨이트 당국에 신청해 공식적으로 LST 상륙허가를 받음은 물론 그들은 우리의 성의에 감복하여 대원실업만을 위한, 임시도로까지 개설해주며 하역을 도와주었다.

이 과정에서 1년 동안 헬기 4대가 추락하는 사고도 있었지만, 어찌됐든 이런 방식의 하역은 현지 언론에서도 대서특필됐다.

덕분에 쿠웨이트 내에서 대원실업의 지명도는 더욱 높아졌다.

-----------------------============================ 작품 후기 ============================날씨가 계속 안 좋군요!

^^오늘도 보람찬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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