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원실업 날개를 달다 -- >
2신 사장의 자금 지원 요청을 거절할 때도 내 통장에는 잔고가 22억 원이나 있었다.
이 돈이 어떤 돈이냐 하면, 광산의 정 사장과 1년이 되어 3월 달에 결산을 보았는데, 세금을 납부하고도 내 몫으로 30억 원이 돌아왔다. 그러자 정 사장은 앞으로 더 큰 사업을 위해 자본을 늘릴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나도 동의하여 8억을 더 출자하고, 정 사장은 12억을 더 출자했다. 그러고 나서는 이 자금으로 무슨 사업을 할까 의논을 하는데, 나는 강남의 압구정동에 일만 오천 평의 땅을 사놓았다는 언질만 주었다.
무슨 돈으로 샀느냐 하면 어머니 아버지가 번 돈을 이 땅에 재투자 한 것이다. 당시 정권이 강남구를 막 신설하고 강남개발을 막 천명한 때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강남개발이 시작되기 시작되는 단계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당시의 강남은 모래밭 아니면 과수원, 채소밭 뽕밭만이 즐비하고, 거주 인구는 고작 5만여 명에 지나지 않을 때다.
그럴 당시 금년(75년) 4월에 현대건설에서 처음으로 강남에 제대로 된 아파트를 짓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도 이를 인지하고 어머니 아버지의 사업 밑천을 닥닥 긁다시피 해서 바로 강변의 모래밭을 등을 포함한 채소밭 등을 평당 2만원에 1만5천 평을 사들였다. 사실 현대가 아파트를 지으려고 하는 곳도 중기보관소로 쓰이는 땅도 모래밭이었으니, 나 또한 모래밭도 상관없다고 산 것이다.
아무튼 총 3억이 투자된 셈이다. 그리고 나는 부모님께 권해 느긋하게 관망하도록 한다. 사실 이때 돈이 조금 모자라 가든의 대지 일부를 저당 잡히고 은행에서 오천 정도를 대부받기도 했다.
그러면서까지 내 돈은 움켜쥐고 전혀 일언반구 언급도 않았다. 앞으로 자금 수요는 무척 많은데 지금 가진 돈도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의 귀띔으로 정 사장은 매일 강남에서 살다시피 하더니, 대치동에 평당 1만5천 원씩을 주고 10만 평을 사들였다. 그리고 그 곳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내게 상의하였다. 그러니까 새로 출자한 돈의 사분의 삼 즉 15억 원을 땅 매입에 소진한 셈이다. 나는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으니 조금 늦추자고 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불황에 지어야 싼 단가로 지을 수 있고, 호황에 팔아먹을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하며, 나를 끝까지 설득하려 들었다.
나도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고, 정 사장은 그 특유의 뚝심으로 매입한 대지를 저당 잡혀, 아파트를 짓기 시작한다. 당연히 건설회사도 얼른 뚝닥 만든 상태다.
정 씨와의 의견 차로 내가 저기압인 상태에서 공부에만 매진하고 있는데, 하루는 서울에서 신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원모집 광고는 내놓았는데 사무실이 너무 적어 곤란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당연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 내가 묻는다.
"부근에 적당한 건물이 있습니까?"
"이 빌딩의 8층이 전부 비어있습니다 만."
"너무 크지 않습니까?"
"지금 현재로서는 사분의 일만 얻어도 무난합니다."
"그렇게 계약을 해줄까요?"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렇게 계약을 해 줄 수 있는지? 아니면 전체를 얻어야 된다면 얼마가 소요되는지? 한 번 알아봐 주시죠."
"고맙습니다. 사장님!"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다음 날.
"부분 임대는 곤란하고 전체임대 조건으로 보증금 오천에 월 오백을 달라는데 어찌 할까요?"
"비어 있어서 그런가요? 생각보다는 싸네요. 계약하시죠. 돈은 제가 날이 밝는 대로 입금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회장님! 번번이 신세만 지고."
"이럴 때 쓸려고 회장이 있는 것 아닌가요?"
"아이고, 별 말씀을. 우리가 못 나서......... 회장님께 누만 끼치는 데요. 그 뿐인가요. 암초가 아니라 가랑잎만 떠내려 와도 의지하려 드니........."
"하하하.........! 답지 않게 왜 그러십니까?"
"이렇게라도 해야, 못난 저희들을 부리는 회장님의 속이 좀 풀리시죠."
"하하하.........! 오늘은 정말 평소답지 않으십니다. 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입니까?"
"신입사원이라고 뽑기는 뽑아야겠는데 사시(社示) 하나 번듯한 게 없고, 너무 구차스러워서요."
"언제 모두 모집이 끝납니까?"
"일주일 안에 전부 끝납니다."
"금명간 한 번 뵙죠."
"언제 쯤........?"
"수요일 날 일찍 올라가겠습니다."
"그래도 됩니까? 학교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럼, 그 때 뵙겠습니다."
수요일.
나는 새벽 첫 차를 타고 올라가 오전 9시 반에 동진빌딩 8층으로 출근을 한다. 나의 출현에 미리 전화를 받은 세 명의 간부들이 일손을 놓고 기다리고 있다. 그 곁에는 낯 모르는 3명도 보인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내가 손을 번쩍 치켜들어 반가움을 표시하자 기존의 간부 셋이 일제히 달려와 악수를 청한다.
"오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회장님!"
"수고들 많으십니다. 신 사장, 강 상무, 권 이사님!"
"별 말씀을........! 어서 안으로 드시죠."
말을 하며 앞서 안내하는 신 사장을 따라 일행은 '회장실' 이라는 곳으로 향한다. 나는 생각도 않았는데 '회장실'을 만들어 놓았으니, 내심 기분이 좋았으나 내색은 않는다.
"어떻습니까? 근사하지 않습니까? 회장님!"
나와 일행은 서서히 내부를 둘러본다. 이 십여 평쯤 되는 면적에 호화로운 책상과 의자 그리고 넓은 소파와 책장, 측면에는 산수화와 서양화가 몇 점 걸려있어 삭막한 풍경은 면하게 한다. 그리고 책상 정면에는 새로 구입한 듯한 신형 TV도 보인다. 나는 책상에 올려 진 난을 쓰다듬으며 묻는다.
"혼자 쓰는데 너무 넓은 것 아닌가요?"
"그래도 명색이 회장실인데, 이 정도는 되어야지........?"
"아직 우리는 초창기 업체고, 게다가 나야 일 년에 몇 번 여기에 올라오겠습니까? 그러니 절반을 뚝 잘라내 필요한 공간으로 쓰세요."
"좋습니다. 회장님이 그렇게 명하시니 그렇게 하긴 하겠습니다만, 이 건 만은 꼭 들어주십시오. 금번 새로 영입한 정 운수 부장을, 비서실장 겸 전략기획실장으로 임명하려는데 동의해 주십시오."
"비서실장은 아직 꼭 필요치는 않으나 전략실장은 필요한 자리지요. 앞으로 회사가 성장하려면 미래의 기획은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동의합니다!"
"인사드리시죠. 기획실장님, 회장님이십니다. 보충 설명 드리자면 정 실장은 행시에 패스해 보사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시다가 금번 제가 삼고초려해서 모셨습니다. 참고로 제게는 2년 선배가 되십니다."
권 사장의 긴 소개에도 꼿꼿하게 고개를 세우고 있던 정 운수가 가볍게 목례를 한 후 입을 연다.
"정 운수입니다.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으며, 그의 두 눈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열심히 해주십시오. 열심히 하면 충분히 그 대가는 지불할 것입니다. 또한 높은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드리겠습니다."
"네!"
다부지게 대답하는 정운수다. 초면이지만 왠지 신뢰가 간다.
"다음은 외시 출신 박 헌도 과장, 그 옆은 행시 출신 김 춘길 과장입니다. 참고로 둘 다 제 한 해 후배 됩니다."
'아주 동문회를 열어라!'
내심 이렇게 외치면서도 흐뭇하기만 하다. 그간의 성장으로 이런 고시 출신까지 픽업할 수 있다는데 대해 나는 아주 고무적으로 생각하며 기분이 좋다.
"박 헌도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 춘길입니다. 열심히 하겠으니 예쁘게 봐주십시오."
"하하하.........! 여자라면 예쁘게 봐줄 의향도 있으나, 좀 그렇잖아요?"
나의 말에 장내는 한동안 웃음바다가 된다.
잠시 후, 분위기가 진정되고 모두가 소파에 좌정하자 나는 말없이 주머니 속에서 구겨진 종이 조각 하나를 내민다. 거기에는 악필로 이렇게 씌어있다.
<사시>1. 세계 최고의 인재를 지향한다.1. 적극적인 마인드로 매사에 임한다.1. 화합과 정도경영으로 산업보국 한다.
"우와........! 세계 최고의 인재를 지향한다. 적극적인......... 보국한다. 멋진 말을 다 써 있는데 월급도 세계 최고 수준인가요?"
"박 헌도 과장이라고 했죠?
"네!"
"그 수준이 되면, 세계 최고의 월급을 지급하죠!"
"우와.........! 멋쟁이 회장님이시네. 꼭 세계 최고의 월급쟁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내가 다시 정중하게 손을 잡자 박 과장도 진지한 자세로 내게 눈을 맞춰오며 잡은 손에 힘을 준다. --------------------------============================ 작품 후기 ============================오늘도 많은 분들의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선, 추, 코는 작가에게 의욕을 불어넣습니다!
^^말 없이 쿠폰 한 장에서부터 24장 까지 쾌척해주신 분들에게도 다할나위 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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