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5화 (15/135)

< -- 오퍼상을 인수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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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은 낮은 가격으로 그럭저럭 구매하겠으나, 쿠웨이트에 도착해서 항구의 체선비용이 문제입니다."

"결국 하역 대책이 없다는 말입니까?"

"면목이 없습니다. 뜻은 간절하나 방안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흐흠.........!"

침음하며 생각에 잠겼던 내가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가든과 횟집을 겸하는 것을 보셨습니까?"

"별로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퓨전입니다. 발상의 전환입니다. 그럼 이번 문제도 이것을 적용해서 화주(貨主)가 선주(船主)가 되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럼 우리가 배를 사자는 말입니까?"

"아직 까지는 그렇게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고, 용선(傭船:화물운송을 위하여 보수를 지급하고 남의 선박을 대절하는 일)을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곧 화주가 선주가 되는 것인데요. 지금까지는 전혀 이런 방식을 수출에 채용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요.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은 용선에도 세 가지 경우가 있으니, 알아보고 우리에게 유리한 방식의 용선을 택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우와........! 그런 방식도 있겠군요! 암초를 만나면 전화하라 해서 솔직히 혹시나 했는데, 이런 묘안을 짜내시다니......... 역시 우리 회장님다우십니다."

"하하하.......! 시간이 좀 걸릴 뿐, 우리의 천재들도 분명코 방안을 마련했을 겁니다만, 내가 조금 빠르게 대안을 제시한 것뿐이니, 너무 추켜세우지 마세요."

"푸 하하하.......! 우리에게 용기를 주시는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아무튼 우리가 더 열심히 분발해야겠군요. 그런데 음식은 안 나옵니까?"

"이 집이 우리가 경영하는 집입니다. 얼마든지 배부르게 잡수세요. 비용은 회사 경비에서 지출하고. 하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크 흐흐흐..........! 진짜인지 알고 제일 싼 것으로 시키려 했습니다."

나의 농담을 재치있게 농담으로 받는 신 선우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머리는 새집이 지어져 있고 양복저고리는 후줄근하다.

"사업하는 양반이 옷맵시가 그게 뭡니까?"

나의 웃으며 뱉는 질책에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답한다.

"요새 이 문제로 고민을 하느라 미처 외양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돈이 없는 것은 아니고요?"

"전보다는 회장님이 밀어주신 광산 오더로 인해 많이 풍족합니다. 아니 많이 풍족한 정도가 아니라 이번 오더의 물품 구입도 그간 번 돈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옷은 왜 그 모양입니까?"

"제가 원체 소탈(?)하다 보니........."

자신이 말해놓고도 민망한지 다시 머리로 손이 올라가는 것을, 내가 얼른 잡아다 내 앞에 놓고, 그 위에 백만 원 권 수표 한 장을 얹어놓는다. 그리고 말한다.

"이 돈으로 최고 시세의 양복을 지어 입으세요."

"감.... 감사합니다."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눈가가 붉어지는 기미가 보이자. 나는 애써 외면하며 벨을 누르면 될 것을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음식 안 나와요?"

내 한마디에 대기하고 있던 서빙요원들이 쟁반을 들고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모양을 한동안 또 넋을 잃고 바라보는 신 선우 사장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음식이 나오는 막간을 이용해 한마디 한다.

"내가 알기로 세계를 상대로 보따리 장사를 하는 우리나라 대기업도 아직 중동은 미개척지로 남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중동은 오일 머니로 건설경기가 한껏 달아올라 있습니다. 해서 그쪽 바이어들의 신임만 얻으면 얼마든지 앞으로 큰 물량들이 우리의 음식 나오는 것처럼 줄줄이 쏟아져 들어올 겁니다.

밑지고 라도 덤빌 만한 건이니 너무 조바심내지 말고, 수출이나 꼭 성사시키도록 하세요."

"회장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더욱 용기가 샘솟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밑까지는 말아야죠."

"옳으신 말씀. 최선을 다해주세요."

"네! 그런데 밑반찬이 아주 풍성하게 나옵니다."

"이렇게 나오니 처음 와본 사람들은 그만 처음에 식탐을 부려, 본 게임은 해보지도 못하고 아웃 되는 사람들이 많다하더이다."

"하하하........! 나오는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보니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자, 자........! 술도 한 잔 해야죠?"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도 되겠죠?"

"아직 청주에 호텔은 없으나 '금수장'이라는 특급 여관이 있으니 예약해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고요. 저는 회장님과 밤새 사업 얘기를 하고 싶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만?"

"좋도록 합시다. 까짓것, 아직 젊은데 하룻밤 새운다고 어디 큰일이야 나겠습니까?"

"좋습니다. 건배 한 번 하죠. 그런데 요즘 회장님께서는 광산에서 상당히 많이 버셨겠습니다?"

"좀 벌었지요. 건배!"

"건배!"

둘은 이 첫잔을 시작으로 사업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밤새 통음을 한다.

대한민국 최고가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해보자며. * * *다음 날 서울로 올라간 사장 신 선우는 곧 바로 동료들을 소집해 용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그 결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삼양해운 소속 1만4백 톤급의 '트윈 드래건 호'와 용선 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문제는 워낙 큰 배를 임대하다보니 발주자의 물량을 채우고도 빈 공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는 것이다. 해서 내게 이 문제를 보고하길래, 나는 다른 건축자재를 추가로 더 구매해 채워 넣도록 지시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또 자금이 부족하단다. 그래서 나는 긴급으로 광산의 정 사장에게 일억 원을 받아, 바로 이들에게 이체를 해준다. 그러자 이들은 청구목재의 합판, 한국제지의 종이, 동양시멘트의 시멘트, 부산파이프의 파이프, 미진금속의 피팅유 여타 철근 등 각종 건축자재를 쓸어 모으듯이 긁어모아, 배에 가득 만재한다.

발주 물량 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싣고 배는 부산항을 떠나 쿠웨이트로 향한다. 이 배에는 처녀 수출이고 해서, 천재 오인 방 중에서 별명이 탱크인 최 인준과, 불도저인 신태용 양인을 함께 파견한다.

나는 여기까지 보고 받고 한 동안 이 문제는 잊고 공부에 매진을 하며, 때로 짬을 내어 정희와 데이트를 즐기며 세월을 보낸다. 오늘도 우리는 일요일을 맞아 무심천 제방 변을 한가롭게 거닌다.

때는 개학을 하고도 한참이 지나 천변의 실버들이 제 무게를 못 이겨 휘이낭창 거리는 봄날 밤이다. 전생에서 지금 같으면 버들을 전부 베어내고 벚나무를 심어, 벚꽃이 그 눈을 삐죽이 내밀 철이지만, 당시는 실버들만 시름에 겨워 풀어헤친 머리로, 길손을 잡고 하소연하고 있다.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던 정희가 돌연 무엇을 발견했는지 도끼눈을 하고 나를 쳐다보며 힐난한다.

"그 옷 어쨌어? 벗었어?"

"조끼?"

"응."

"야, 철이 어느 때인가를 생각해 봐라. 이 봄에도 그것을 걸치랴. 겨우 내내 입어 준 것만 해도 황송한 줄 알아라."

"쳇, 그래도 나는 태민 씨가 마르고 닳도록 나를 생각하며 그 옷만 입고 다닐 줄 알았지."

"조끼 두 번만 떠 주었다가는 한여름에도 입고 다니라 하겠다."

"헤헤헤........! 그런가? 헌데 만년필은 있어?"

"여기 있잖아."

나는 말을 하며 겉옷 안주머니에 얌전하게 꽂혀있는 만년필을 꺼내 보여준다.

"이걸로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 거지? 나 생각하며......... 헤헤헤!"

저도 그 말을 하고도 열적은 지 뒷말은 웃음으로 끝낸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왜 나왔느냐 하면, 정희가 가을 내내 정성을 기울여 뜬 털조끼를 겨울의 초입에서 선물한 적이 있다. 그리고 만년필 건은 고2때 정희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기념으로 사서 내게 선물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녀에게 제대로 선물 한번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너무 무심했나보다. 그렇지만 이를 외양으로 드러낼 내가 아니다.

나는 이를 만회하기라도 하듯 역공을 한다.

"그런데 공부는 잘 되고 있는 거지?"

"헤헤헤.........! 공부? 그럭저럭........"

공부 이야기만 나오면 대화를 얼른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마지못해 건성으로 대답하는 그녀다. 나는 사실 많이 걱정스럽다.

이러다가는 아무래도 대학 진학이 힘 들 것 같아, 말미에는 꼭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로 항상 그녀를 윽박지르기 일수 이다. 그러다보니 이제 그녀는 공부 이야기만 나와도 내심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 판이다. 그래도 오늘은 그녀가 대화를 얌전하게 받아 준 것이고, 어느 날은 이 문제로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 적도 있다. '저는 공부 잘 하니까.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을 끄집어내 나를 압박하지만, 공부 못하는 나는 '공

'자만 들어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고 울며 하소연한 적도 있다.

아무튼 나는 그녀에게 열심히 공부할 것을 당부하며 끼고 있던 팔짱을 나꿔채 집으로 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 * *집에 돌아오니 올해 중2에 올라간 여동생이 얼른 내 팔을 이끌고 거실로 가며 말한다.

"좀 전에 서울 사무실에서 급한 일이라며 전화가 왔는데, 오빠가 들어오는 대로 전화 달라 고 하던데?"

"무슨 일이지?"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원실업으로 전화를 건다. 짧은 신호음 후 바로 전화를 받는다.

"네, 대원실업의 신 선호입니다."

"납니다. 아직 퇴근 안 하셨습니까?"

"네, 회장님!"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나요?"

"다름 아니라, 체선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파섭니다. 벌써 보름째 하선도 못하고 외항에 떠있다는 데, 무슨 묘안이 없나 해서요."

"흐흠........!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

"네?"

------------------============================ 작품 후기 ============================오늘도 읽어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를 남겨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늘 즐거운 일상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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