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퍼상을 인수하다 -- >
4세계 최대의 몰리브덴 광산의 대화재 이후 몰리브덴 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생산량 때문에 경쟁적으로 사재기를 하자 폭등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삼 개월 동안은 30달러 선을 유지하는 가 싶더니, 너도나도 물량을 확보하자고 덤비니 6개월이 지나자 60달러를 훌쩍 넘어섰고, 그 이후에도 몰리브덴 값은 계속 고공행진을 거듭해 71.2달러에서 한동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렇게 되자 정 사장과 나는 돈벼락을 맞았다.
갑, 을, 병 삼교대로 돌리자, 월 생산량이 원광석 기준으로 1200톤을 토해내는데(삼교대 체제는 아무래도 갑방만 운영할 때보다 생산량이 줌. 갑방의 세배의 수치는 안 나온다는 소리), 수출가는 대략 톤당 10만 원선이었던 것이 톤당 80만 원으로 치솟으니, 월수입 9억6천만 원에, 지출은 다달이 상여금을 줘도 6천만 원이면 뒤집어썼다. 이를 또 지분비율로 나누면 40%라도 세금 전 수익이 월 3억6천만 원이라는 거금이 한 달이면 내게 쏟아져 들어온다.
이 생각만 하면 한동안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판이다. 나도 이제 부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매사에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그러나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듯이 재운도 중요하지만, 이는 먼저 부자가 되기 위한 마음 그릇부터 닦으라는 말로 요즈음 나는 해석하고 있다.
마음 그릇을 넓혀놓지 않으면 패가망신하는 지름길로 달려가기 십상이다. 졸부가 된 자들이 패가망신하는 것이 다 마음을 비우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소치다.
아무튼 요즘 나는 이 돈만 생각하면, 뭘 하든지 평생 먹고 살돈은 생겼겠다, 방탕해지려는 마음에 한동안은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즈음 나의 일기를 보면 이런 말로 도배가 되어있다.
'재물은 신외지물이다. 죽으면 다 놓고 가야되는 것이 돈일 진 데, 먹고 살만큼만 빼고는 그 외 것은 단지 종이조각 내지는 숫자노름에 불과하다.
즉 허상이다. 너무 돈돈하면 돈의 노예가 될 뿐, 인생을 즐기지는 못한다. 다만 돈을 버는 재미에 취하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 그러니 버는 재미를 즐기고 그 외 것은 너무 연연하지 않도록 하자.
'또 다른 날의 일기의 한 부분.'
세계 최고의 사업가를 꿈꾸는 내가 그깟 푼돈에 연연해서야 되겠는가?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어 세상을 좌지우지 하는 그 날까지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지금 들어오는 돈은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즐기되, 지금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에 최선을 다하자. 즉 공부를 열심히 하여 명문대학에 우선 합격하고 보는 것이다.' 내가 벌인 사업이 이렇게 순풍에 돛달 듯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동안, 어머니가 하고 계신 사업은 내 예상의 절반 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개업하고 처음 6개월은 개업발로 호황이었지만, 그 다음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아직은 좀 남는 수준이지만, 남에게 권리금을 받고 넘기겠다는 발상은,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물 건너 간 상태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이 문제로 상의를 해오셨기에 나는 즉답을 피하고 어머니를 내보낸 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마음을 차갑게 식힌 나는 책상에 단정히 앉아 내 방식대로 문제를 분석해본다.
점차 손님이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 1. 내가 기억에 의존하다보니 사업 순서를 착각했다. 시식코너 - 민속주점 - 횟집 - 가든, 이런 순서로 갔어야 되는데, 순서가 바뀜으로서 일차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2. 일차 오일 쇼크 이후 점차 불황으로 가고 있어, 고객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3. 영업장 내에서도 한동안의 호황에 취해. 서비스라든지 음식 여타 등등의 문제가 있음에 틀림없다.
<대책은 무엇인가?>1. 처음으로 환언. 즉 가든을 접고, 횟집으로 업종 변경?
안 될 말이다. 아직 인테리어비도 못 뺐는데........ 가든에 횟집을 추가하는 것은 어떤가?
바로 이것이다.
가든에서 등심을 내놓듯이 회도 같이 내놓아도 되지 않겠는가!
2. 손님들이 점차 지갑을 닫는다면 좀 더 저렴한 먹거리로 유인 할 필요가 있다.
회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스끼 다시를 풍성하게 내놓는다.
3. 어머니께 말씀드려 영업장 재점검.
<결론>횟집을 겸하되 등심 등 기존 가든의 음식도 같이 내보내면서, 가든의 음식 값은 그대로 하되, 회 값은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고 상차림은 풍성하게 한다. 일례로 설비는 일류이되 저가 손님도 확보하기 위해 초밥 등 미끼 상품은 저렴하게 내놓는다.
문제는 충북이 내륙이다 보니 싱싱한 활어를 공급해 오는 것이 관건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활어차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나 어디에서도 활어차를 구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나는 일본에는 활어차가 있는지 수입은 가능한지 좀 더 알아보기로 하고, 우선 임시변통이나 활어차를 제작하기로 했다.
활어차를 만드는 문제는 수없이 본 것이라 비교적 간단했다. 트럭 적재함을 물이 새지 않게 칸막이 하고, 대형 산소통 몇 개를 구비해 전기로 모터를 구동, 물에 충분히 산소를 공급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에 나는 내가 직접 쫓아다니며 트럭을 구매하고 업자에 의뢰해 칸막이를 만들고 산소 공급 장치를 달았다. 그 외 주방장을 구하는 문제라든가, 횟감의 공급은 어머니의 능력만으로도 충분했으므로 이는 전적으로 어머니께 맡겼다.
모든 준비가 갖추어지자 나는 어머니와 상의하여 새로 개업하는 양 하기 위해 일부 인테리어도 조금 바꾸고 해서,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한 선전전을 전개하기로 했다. 개업 날은 아침부터 밤중까지 대형 엠프를 틀어놓고, 도로변에서 밤무대에서 활동하는 가수 몇 명을 섭외하여 계속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도록 했다. 그리고 꽃단장을 한 유세차량을 만들어 며칠 간 청주 시내를 골목골목 누비게 했다. 그러자 재 개업 첫날부터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박의 전조가 보이기 시작하자 나는 이를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그 외 정희의 오빠가 경영하는 민속주점과, 아버지가 경영하는 고물상은(주로 고철 매입) 내가 별 간섭(?)을 안 해도,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어, 나로 하여금 한시름 덜게 한다.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물고 75년이 되었다.75년도 어느덧 2월 달이 되었는데, 하루는 대원실업에서 전화가 왔다.
아시다시피 대원실업은 내가 지분 60%를 투자한 오퍼상이다. 밤중에 신선우의 전화다.
지금은 신선우가 사장직을 맡고 있다.
"무슨 일이십니까?"
"물량이 제법 되는 신용장 무더기가 저희들에게 날아왔는데, 저희들 자체 판단으로도 채산성이 너무 낮아 고민스럽습니다. 거부하자니 물량이 아깝고, 감행하자니 채산성이 맞지 않아, 고민입니다."
내 말에 거두절미하고 용건을 밝히는 신선우다.
"한마디로 '계륵'이라는 얘기군요."
"하하하.........! 그렇습니다."
"물량은 얼마나 됩니까?"
"30만 달러 정도 됩니다."
"30만 달러 라? 대략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억4천만 원정도 되는군요."
"네."
"어느 나라에서 온 것인가요?"
"쿠웨이트입니다."
"품목은 요?"
"온갖 건축자재입니다."
"흐흠.........! 정말 생각해볼 문제로군."
잠시 뜸을 들이던 내가 말을 잇는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제가 올라갈 형편은 못 되고요. 좀 내려오시죠. 내일 저녁 7시에 뵙는 것으로 합시다. 장소는 청주에 도착하는 대로 전화주시는 것으로 하고요.
"네!"
그것으로 통하는 끝났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에서도 너무 낮게 책정된 수출 원가 때문에 돌려놓은 오더다.
그것이 돌고 돌아 이 젊은이들에게 까지 오게 된 것은 불문가지다. 문제는 수출 원가만 낮은 것이 아니라, 중동지역 특유의 체선비용(滯船費用:배가 하역이 늦어져서 물게 되는 경비)을 생각하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원실업의 비상은 이 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즉 그 단초가 지금 신선호가 이야기한 쿠웨이트 발 L/C의 내도다. * * *다음 날 오후 7:10 분.6시 40분 쯤 신 사장에 내게 방금 터미널에 도착했다고 전화를 해왔다.
대기하고 있던 나는 바로 집을 나서서 택시를 잡아타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를 맞아 우리가 경영하는 '상당 가든 횟집'으로 인도했다. 가기 전에 미리 어머니께 귀한 손님을 모시고 가니 VIP룸을 미리 비워놓으라는 언질을 주었다.
때문에 당연히 나는 신 사장을 귀빈실로 모실 수 있었다. 물론 어머니도 나와 맞아주었다.
좌정하자마자 음식이 나오려는 것을 저지한 나는, 우선 수정과부터 한 잔 내오도록 한 후 이야기를 진행한다.
"청주에도 이런 첨단을 달리는 멋진 곳이 있습니까?"
"어머니가 경영하는 것입니다. 비록 아이디어는 제 아이디어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스스로 얼굴에 금칠을 하고는 남부끄러워 웃음으로 얼버무린 내가 얼른 화제를 전환한다.
"문제는 무엇입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내 방식대로 문제해결을 위해 달려든다.
"낮은 원가도 문제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동지역이 다 그렇듯이, 항구에서의 하역능력 부족으로 인한, 체선(滯船) 비용의 상승입니다. 알아본 바로는 하역하기 위해 바다에 떠서 대기하는 시간이 심지어는 한 달씩 걸리기도 한 답니다. 하루에 수만 달러의 체선 비용을 물면서 까지."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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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준비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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