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13화 (13/135)

< -- 오퍼상을 인수하다 -- >

3한참 만에 침묵을 깬 것은 신선우다.

"자본주가 상호를 바꾸라는데 바꿔야죠. 안 좋다는 것을 굳이 사용할 하등의 미련은 없으니까요."

"다른 분들도 동의합니까?"

"전주(錢主)가 그렇게 하자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합니까. 까라면 까야지요."

괄괄한 성격답게 거친 말로 동의하는 최인준이다. 이에 다른 사람들도 묵시적으로 동의하니 앞으로 상호는 대원실업으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몰리브덴 수출 건은 커미션을 1% 정도로 하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대략 현 시세 기준으로 오천만 원을 수출한다고 보면 여러분들한테 떨어지는 것이 50만 원 정도 됩니다. 그러면 사무실 경비 제외하고도 최소 월 7·~8만 원은 각자 가져갈 테니, 웬만한 봉급쟁이 수준은 되지 않겠습니까?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자면 이 수출 건에 한해서 제 배당은 없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나의 말에 잠시 모두 생각에 잠기나 타당한지라 모두 입을 다물고 있는데, 또 하나의 과격분자 신태용이 입을 열어 그들의 의사를 대변한다.

"더 올려 줄 수는 없습니까?"

"광산에서의 내 직함을 봐서 알겠지만, 내 위에 사장 한 분이 계시는데........ 그 양반은 나보다 더한 짠돌이라, 깎이면 깎았지 더 올리기는 힘들 겁니다. 이 정도 선이면 내가 차린 오퍼상이라고 이실직고 해서라도 이 금액만큼은 받아주려 합니다."

"알겠습니다. 대강 모든 것이 결정된 듯하니 술 식기(?) 전에 한 잔씩들 하죠."

나와 안면이 익자 이들의 리더답게 신선우가 판을 정리한다. 나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하며 천천히 입가에 술잔을 갔다 대다가, 퍼뜩 한 사실이 떠올라 엉뚱한 주문을 한다.

"이 집 사장님도 잠시 오라 할 수 없을 까요?"

"왜, 더 시키시게요?"

최인준이 넉살좋게 받는데 나 또한 맥주 값 몇 푼에 연연할 정도로 궁색하지는 않아 여유를 부린다.

"부담 갖지 말고, 자시고 싶으면 얼마든지 자시지요. 맥주집의 술값정도도 전전긍긍해서야 어디 장차 대 대원그룹의 회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나의 호기어린 말에 모두 왁자지껄 좋아라 하며 연신 술잔을 입에 대는데, 권순우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을 부르러 간다. 잠시 후 이들 또래의 젊은이가 나타나 꾸벅 인사를 하며 말한다.

"부족한 점이 있습니까?"

나는 조용히 그를 쳐다보다가 한마디 한다.

"우리 직원들이 돈이 부족해 외상술 좀 달라면 종종 주고 그러시죠."

"실례지만 누구신지........."

"이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될 강 태민이라 합니다."

조심스럽게 묻는 그에게 나는 내 소개와 함께 손을 내민다. 얼결에 손을 내밀어 내손을 잡았지만,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 하는 사람답게 악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게 손이 잡혀 있는 상태다.

"우리 회사를 인수해 함께 사업할 회장님이십니다."

"그런데 나이가 너무 어리..........."

"사업과 나이는 무관합니다. 안 사장님!"

"혹시 저를 아십니까?"

"아니요. 초면이지만 관상과 지금 하는 장사하는 수완을 보아하니 큰 기업을 일구겠습니다만, 너무 무리하시지는 말기를.........."

"허허........! 좋아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아무튼 좋은 소리 같으니 추가로 주문하는 것은 전부 무료로 드리겠습니다."

"사장님 최고!"

누가 외쳤지만 나는 웃으며 내 할 말만 한다.

"하하하.........! 장차 크게 되시거든 잘 부탁드립니다."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꼭 회장님을 찾아뵙고 사은하겠습니다."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겁니다."

"그럼, 바빠서 저는 이만........."

돌아서서 나가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이름은 안 병균.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장차 '조이너스 꼼빠니아'로 유명한 패션기업을 창업하여, 91년도 전국 종합소득세 납부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15개 계열사에 3천5백 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연매출 1조 5천억 원을 기록하는 등, 한때 크게 사업을 성장시켰던 뛰어난 사업가가 될 사람이다. 지금은 비록 맥주집을 하고 있지만.

* * *다음 날 아침.

나는 청주로 내려가기 전 이제는 대원실업이 된 사무실로 출근해, 광산의 정 사장에게 전화를 건다.

공중전화는 기다리는 사람 때문에 길게 통화를 할 수 없어 미리 전화를 하고 내려갈 참이다. 신호가 가자 처음에는 경리가 받더니 곧 바로 사장을 바꾸어 준다.

"그래. 갔던 일은 잘 됐고."

"네. 조만간 대원실업이라는 오퍼상에서 사장님을 뵈러 찾아갈 것입니다."

"부 사장이 처리한 일이니 어련 하려고. 다른 용건은 없고?"

"사장님 어제 경제신문 보셨습니까?"

"아니. 이런 촌구석에서 무슨 경제신문씩이나."

"그래도 그게 아니죠. 기업하는 분이. 어제 신문을 봤더니 세계 최대의 몰리브덴 생산 업체인 미국기업에서 대 화재가 발생해 한동안 생산이 중단될 거랍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원석을 팔지 마시고 많이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겠습니다."

"허허.........! 간만에 거 듣기 좋은 소리네. 얼마 정도 오를 것 같은가?"

"현 시세가 8.8달러지만 저는 최고 아홉 배 까지 뛸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나 많이. 그렇게 되면 이건 완전히 폭등 아닌가?"

"주식에서도 꼭지점은 맞추기 힘들 듯이 30달러 이상 되면 서서히 팔되, 최소 60달러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대량으로 내다파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렇게까지 될까?"

"제가 절대 장담하니 제 말대로 하시고, 이참에 생산량을 대폭 늘려야겠습니다. 수갱 굴착은 한동안 중지하고 갑, 을, 병 삼교대 체재로 휴일도 없이 돌려야겠습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이때 돈을 안 벌면 언제 벌겠습니까?"

"백번 옳은 말이야. 내가 알기로 수갱은 3번 갱의 광량이 다 됐을 때, 삼년 후쯤 더 밑에 것을 파먹으려고 미리 작업하는 것인데, 정말로 지금으로서는 불필요한 일이니, 내 부사장 말대로 수갱굴착은 당장 중단시키고, 지방신문에 광고라도 내서 하루빨리 3교대로 돌리도록 하겠네."

"아무래도 3교대 작업을 하게 되면 관리니 모든 것이 소홀하게 되니, 특히 안전 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밤중인 병방에 더욱 신경 좀 쓰시고요."

"당연한 소리. 그러나 저러나 환율도 480달러로 올랐는데 광석 값까지 폭등하면 우리 곧 갑부 되는 것 아냐? 허허허.........!"

환율은 오른 지 제법 되어서, 환율 오른 것은 알아서 더욱 좋아하는 정 사장이다.

"이럴 때 일수록 안전 관리와 자금 관리, 시세 변동에 특별히 더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옳은 소리! 두 말 하면 잔소리일세. 뭐 또 다른 좋은 소식은 없나?"

"광석 값이 폭등하면 결국 직원들도 알게 될 겁니다. 너무 서운하지 않게 미리 성과급도 챙겨주고 해서, 다독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말이야. 내 매일 부사장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싶네만, 그렇게는 힘들겠지?"

"전화가 있지 않습니까? 급하거나 제 의견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전화 주시죠. 개학 때는 밤에만 됩니다만........"

이런 소리를 하는 나는 지금 참으로 답답하다. 매일 휴대폰으로 하고 싶은 통화는 언제든지 하던 시대에 살다가 아직 삐삐도 없는 세상이고, 가정집 전화는 10집에 1대 꼴로 보급되었을까 말까한 시절이니, 참으로 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절로 답답해온다. 아무튼 정 사장의 마무리 인사가 장황하다.

"그래,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고, 돈 많이 벌면 다른 사업도 벌여야 하니 어디 투자처라도 열심히 생각해 두게."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해 주세요."

"부 사장도 수고하고."

"네~!"

통화를 끝낸 나는 다섯 천재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격려한다.

"나는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리운 집과 친구가 있는 청주로 향한다. ------------------============================ 작품 후기 ============================여러분들의 성원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선, 추, 코를 하시면 여러분들의 마음까지 즐겁게 됩니다.

^^왜냐?

남에게 좋은 일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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