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퍼상을 인수하다 -- >
2금방 오는 것을 보니 모두 부근에 있었던 모양이다. 사장 강동운의 말로는 외근 중이라더니, 입에서 술 냄새들이 나는 것을 보아하니 일거리는 없고, 어디 가까운 곳에서 낮술이나 한잔씩 걸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강동운의 소개로 나는 이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눈다.
"신 선우입니다."
"강 태민입니다."
이어 차례로 자신을 소개를 하는데 나머지 세 명의 이름은 최 인준, 신 태웅, 권 순호라 했다. 인사가 끝나자 강동운이 이들에게 나와 나누었던 얘기를 브리핑하듯 전한다.
나는 할 일도 없고 해서 이들의 면면을 유심히 살피며, 머리속으로는 어떻게 하면 이들을 내 부하로 만둘까 하는 음흉한 생각만 골똘하게 하고 있다. 대충 저희들끼리 의견이 모아졌는지 대표로 강동운이 내게 말한다.
"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내가 '갑'이다보니 나이 어린 내게도 아주 깍듯이 존칭을 사용한다.
"의욕만 갖고 되는 일이 아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정련시설이 없으니 천상 외국에 팔아야하는데, 그러자면 배편도 빌려야 할 테고, 부대 경비 등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그만한 여력은 있습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거래 조건이죠. 몇 %의 수수료를 받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나의 말에 자신있게 덤벼들었던 강동운이 머리만 긁적거리고 있는데, 이번에는 신선우라는 사람이 대타로 나선다. 눈빛은 의욕으로 불타오르고 있지만 내성적인 듯 첫마디 꺼내기가 어려워 보인다.
"저기........ 솔직히 몇 퍼센트의 수수료를 생각하고 계신지요?"
"하하하........! 아예 일감을 그냥 달라고 그러시지 그래요."
"제 말이 그 말 입니다."
비아냥대는 나의 말을 능청스럽게 받아넘기며 떼를 쓰는 아이의 표정이다.
"넘기면 추진할 자본은 여력이 있습니까?"
"솔직히 어렵지만 어떻게 융통하든 그일 하나 처리 못하겠습니까?"
너무나 솔직한 토로에 곁에 서 있던 최인준이라는 청년이 신선우의 옆구리를 툭 친다.
"아예 내가 자본금까지 대야 하는 건가요?"
"그러면 우리야 더욱 좋지요."
철판을 깔기로 작정을 한 듯 두꺼운 얼굴을 자랑하는 신태웅이라는 청년이다.
"참 나........!"
어이없는 얼굴로 이들을 둘러본 내가 작심을 하고 말한다.
"이백만 원이면 되겠습니까?"
"네..........?"
너무 큰 금액에 모두 벙 찐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저희들끼리 서로 쳐다보며
'이게 무슨 일이래?'
하는 표정들이다.
"지분은?"
"네.........?"
또 한 번 깜짝 놀라 같은 표정들을 반복하는 이들이다. 그러던 이들 중 신선우가 재치있게 나의 말을 받는다.
"몇 퍼센트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내 묻지요? 솔직하게 대답해 줄 수 있습니까?"
"이렇게 까지 진행된 마당에 하등의 속일이유가 없지요."
계속해서 신선우가 나를 상대한다.
"처음 시작할 때 자본금이 얼마였습니까?"
나의 물음에 당혹한 듯 친구들을 둘러보던 신선우가 생각을 굳힌 듯 단호한 얼굴로 말한다.
"100만 원이었습니다."
"그럼, 200만 원은 몇 %에 해당됩니까? 내가 7:3으로 하면 되는 겁니까?"
"..........!"
사안이 심각하자 모두 꿀 먹은 벙어리들이다.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의견을 조율하자면 시간이 좀 걸리겠네요."
"아... 아닙니다. 금방 끝내겠습니다."
항상 친척들에게 돌아다니며 자금을 융통해 지금까지 꾸려왔던 사장 강동운이 이제는 그것도 진절 넌덜머리가 나는지 바로 의견을 모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수군수군 대는 그들을 보며 나는 도어를 열고 나가며 말한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켜드리지요."
"네. 금방 끝납니다. 멀리 안 가셔도 됩니다."
강동운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큰 복도로 나온다. 창문을 여니 찬바람이 훅하고 들이닥친다.
찬 공기에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듯해 나는 남대문 근처를 지나는 차량들을 내려다보며 호기를 키운다.
'이 도시를, 아니 대한민국을 아니 세계를 경제력으로 지배할 거야!'
잠시 후. 뜨거운 차 한 잔을 다 마시고 담배 한 대 태울 시간이 지나자, 의견 조율이 끝났는지 강동운이 나를 찾으러 복도로 나온다.
나는 그것을 보고 내 의중대로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말없이 그를 따라 사무실로 돌아간다. 내가 들어서자마자 신선우가 번쩍이는 눈빛으로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이 참에 주식회사로 가는 것이고, 비율은 사장님이 60, 나머지 40을 가지고 정확히 5등분 8%의 지분을 갖겠습니다. 동의하시죠?"
"어렵게들 결정했는데 내가 거절하면 꼴이 우습겠죠. 그런데 나는 사장이 아니라 회장이 되고 싶습니다."
"네.........?"
또 한 번 벙 찌는 이들이다. 나는 그런 이들을 보고 실소하며 말한다.
"어려운 용단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오늘은 내가 술 한 잔 사겠습니다. 세부적인 이야기는거기서 하죠. 어디서 잘 아는 술집 있습니까?"
내가 문을 열고 앞장을 서자 모두 좋아라 하며 내 뒤를 따르는, 내 최측근 쫄다구 오 인방이다. * * *우리가 자리를 잡은 곳은 바로 사무실 코앞에 있는 '마이웨이'라는 맥주집이었다.
각자의 앞에 통닭 한 마리와 생맥주 1,000cc가 놓여 진 상태에서 나의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 전에 신선우가 대기업의 사장이 되어서 한, 유력 신문과의 인터뷰 내용을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오퍼상이라는 시대의 붐에는 편승했지만 당장 서로 집에 가지고 갈 돈은 고사하고, 사무실 임대료니 여타 경비 마련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하는 당시의 실정이었습니다.
그런 때에 매월 고정적으로 나오는 일거리가 보장되는데다, 목돈 이백만원이 생기니 뭔가 회사가 팡팡 돌아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장차 이 지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당시 모두 크게 신경을 쓰는 눈치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끼리 나눌 지분을 갖고 싸웠지, 애초부터 굴러온 복(?)을 찰 생각은 아무도 안 했습니다.
그것이 우리 회사가 커서 대기업이 되었을 때는 모두 말했지요. '맥주 한 잔에 코가 꿰었노라'고. 참 회장님은 대단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 어린 나이에도 지금 생각하면 어른인 우리를 갖고 놀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법적 신분이 아직 미성년자이니 당연히 사장은 안 되는 것이고, 내 직함은 당분간 명목상의 회장으로 합시다. 물론 주식회사 등재는 당연히 법적 대리인을 세우겠습니다만, 회사 운영은 여러분들이 지금대로 하시되, 만약 여러분들이 암초를 만난다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난관을 돌파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내가 숨을 돌리기 위해 말을 끊자 진심인지 건성인지 외관상으로는 뜨거운 박수를 보내준다.
"그러니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발생하면 주저마시고 저의 선견력을 이용해 주십시오."
"네? 선견력이라니요?"
지금까지 말이 없던 의리파 권순호의 놀라움에 가까운 질문에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이래보여도 주역에 달통한 사람입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미래가 보이고, 사람도 보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사업을 같이 하겠다는 결심도, 여러분들을 대하고 나니,
'장차 하나같이 큰 인물이 되겠구나!'
하는 예지감이 들더란 말입니다. 해서 내 즉각 이런 제안을 한 것입니다.
내 말이 틀리는지 아닌지는 최소한 삼 년 안에 증명이 될 테니, 그때서야 여러분들은 내 말에 신빙성을 더 부여하겠지요. 헌데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율산'이라는 상호가 안 좋습니다. '대원실업(大元實業)'이라고 상호를 바꾸는 것도 신중히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신들이 장차 크게 된다는 데야 싫어할 사람은 하나도 없었지만, 상호를 바꾸라는 말에는 생각이 많아지는지, 모두가 한동안은 묘한 침묵 속에 싸여있다. ---------------------------- ============================ 작품 후기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매일 투정만 하는데도 많은 추천과 선작을 해주시고 오늘 첫 글에는 많은 분들이 글도 남겨주셨더라고요!
^^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리고요!
^^ 또 하나 깜짝 놀란 것은 오늘 아침 모처럼만에 쿠폰란을 열어보았더니, 언제 주셨는지 많은 분들이 성원을 보내주셨더라고요!
^^ 이름도 알 수 없는 그분들께도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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