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광산을 운영하다 -- >
1974년도 저물어가는 그 해의 마지막 주.
방학을 맞이한 나는 그간의 준비를 끝내고 이제 갓 첫 몰리브덴 원광을 토해내는 울진으로 향하였다. 아무래도 실제적으로 내가 직접 시작한 사업이다 보니, 어머니와 아버지가 하시는 사업보다 더 애착이 갔고,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되었다.
그 결과가 방학을 하자마자 곧 바로 울진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오후에 출발한 관계로 그날 저녁 늦게 평해에 도착한 나는 버스 정류장 옆의 여관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오전 7시 30분에 광산 현장에 도착하였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벌써 정 사장은 출근해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반갑게 나를 맞는다.
"부사장! 어서 오시게. 오느라고 고생 많았지?"
그의 부사장이라는 소리가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아 왠지 쑥스러웠지만 나는 내색을 않고, 나의 관심사에 대해 물어본다.
"첫 생산량이 나왔다면서요?"
"음, 예상보다 품위도 괜찮아. 분석 결과 0.4% 나왔어."
사실 평균 품위가 0.3%면 저 품위에 속해 량으로 때려잡을 수밖에 없지만 0.4%만 돼도 감지덕지라 나는 그 말에 고무되어 계속해서 연관된 상황을 묻는다.
"판로는 확보하셨습니까?"
"아직........"
잠시 뜸을 들이던 그의 말이 이어진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정련 시설이 없으므로 천상 원광 채 수출 해야겠어서 몇 군데 접촉하여 견적을 받고 있는 중일세."
"얼마를 요구합니까?"
"수출 대가로 5%에서 3%까지 천차만별이야."
"아직 결정 난 것은 아니죠?"
"왜? 어디 적당한 곳이라도 있나?"
"제법 쓸만한 인재들이 운영하는 오퍼상이 있어서 저도 한 번 알아볼 라고요."
"그럼, 그때까지 내 결정을 보류하기로 하지."
정 사장과의 대화중에 나는 지금 갓 오퍼상을 개업해 곤란을 겪고 있을, 다섯 천재가 머리에 떠올라, 여기 일이 끝나자마자 그들을 한 번 만나볼 생각이다. 둘이 대화를 하는 중에도 8시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되는 사무실은 출근하는 직원들로 하나 둘씩 자리가 채워진다.
그중에는 경리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철민이 형도 있어서 그와 반갑게 해후를 하고 나는 살짝 그를 밖으로 불러내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고생 많지요? 이런 오지에서 근무하려니."
"이제 적응이 되어서 좀 낫기는 한데 하루라도 빨리 사택을 지어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숙식을 해결했으면 하는데 정 사장은 아직 요지부동이니........"
"돈 쓸 곳은 많고 이제야 첫 원석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너무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조금 기다려 보시죠. 그런데 지금까지는 숙식을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면소재지의 여인숙을 하나 빌어 잠은 거기서 자고 매식하고 있지."
"알았어요. 내 조만간 사택을 짓도록 건의 해볼게요."
"역시 나에게는 우리 부사장님 밖에 없단 말이야!"
엄지손가락을 세워 나를 치켜세우며 공공연히 자신이, 부사장인 나의 백임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위하는 강 과장이다. 그런 그에게 밉지 않은 웃음을 보낸 나는 곧 업무가 개시 될 것 같아 사무실로 들어가 보니, 직원 전체를 좀 더 넓은 채광 사무실에 불러놓고 막 조회를 시작하려하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 막 사람을 보내 부르려던 참이었어."
생긴 것 답지 않게 자상하게 말한 그가 총무과장을 바라보며 조회를 시작하라는 눈짓을 보낸다. 그의 눈짓에 따라 총무과장이 전체에게 명령을 내린다.
"일동 차렷!"
"사장님께 대하여 경례!"
"안전!"
이게 무슨 군대도 아니고, 사장 뒤에 서있는 나는 헛웃음이 나왔지만 간신히 참고 하는 양을 지켜본다.
"좋아! 쉬고 열중 셔 자세로 들으세요."
"오늘 아침에는 그간 모습을 비치 지 않았던 우리 회사의 부사장을 내 직접 소개하겠습니다."
정 사장의 말에 장내는 순식간에 웅성대는 소음으로 가득하다. 사장의 뒤에 서 있기에 사장의 아들이 견학 내지는 놀러온 줄 알았더니, 나이 어린 사람이 회사의 부사장이라는 소리에 다들 깜짝 놀라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조용히 하세요!"
보다 못한 현장 소장의 일갈에 장내는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이에 흐뭇한 모습으로 다시 입을 여는 정 사장이다.
"그간 학업 관계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나랑 같이 투자한 엄연한 창업동지이자 부사장이니, 비록 나이가 어리더라도 직책을 존중해 그의 지시에 순응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나의 말은 마치고 본인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부 사장 앞으로 나오시게."
"네."
간단히 정 사장에게 목례를 보낸 나는 한 이십여 명 되는 전체 직원을 향해 일성을 뱉는다.
"그간 개광 준비로 바쁠 때는 얼굴조차 비치도 못하고 뒤늦게 나타나서 여러분께는 죄송합니다만, 나로서는 사장님 이하 여러분을 믿고 있었기에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가리라 낙관하고 이제야 여러분들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내 일같이 열심히 해 줄 것을 믿겠고, 특히 항내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본인은 물론 여타 일하는 갱부들까지 각별히 안전에 유념하여, 불미스러운 사고가 단 한 건이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한 박자 늦춘 내가 다시 입을 열어 결론을 맺는다.
"모처럼 부사장으로서 모습을 보였으니 제 개인 돈으로 직원 모두에게 회식을 베풀 예정이니 오후에 업무가 끝나더라도 한 사람도 가지마시고 본인이 주최하는 회식에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상, 제 말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총무과장의 바람 잡는 소리에 장내는 한동안 박수소리로 요란하다. 회식을 시켜준다고 해서 인지는 몰라도 내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박수 소리가 크다. 서로가 서로를 돌아보며 모두 흐뭇한 표정들이다. 박수 소리가 잦아지자 나는 생산을 총괄하는 현장 소장을 부른다.
"소장님!"
"네!"
나의 부름에 씩씩하게 대답하는 소장은 사십대 중반으로 한양대학교를 나온 사람으로, 키는 중키에 깡다구 있게 생긴 손 인태라는 사람이다.
"항내를 한 번 돌아보고 싶은데 가능 하겠습니까?"
"네. 갑방을 입항시키고 나서 제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어 간단한 공지사항 전달이 끝나자 각자의 위치로 흩어지는데, 항내에 근무하는 간부들은 인부들을 항내에 입항시키기 위해 서둘러 사무실을 벗어난다. 내가 다시 사장 이하 사무실 간부들과 차를 마시며 광산의 경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소장이 인부들을 입항시키고 왔는지 나에게 다가와 말한다.
"부사장님 곧 항내에 입항할 예정이니 준비를 하시죠."
"네. 그럽시다."
곧 나는 생산과장이 챙겨주는 작업복과 장화를 신고 간드레가 부착된 헬멧을 착용한 다음, 들려주는 점검용 망치를 손에 들고 뒤를 따른다. 혹시 간드레 불빛이 꺼질 것에 대비해 내 손에는 손전등까지 쥐어주는 것을 거절할까 하다가, 그들의 성의를 생각해 그냥 들고 가기로 한다. 소장과 채광과장 측량과장의 수행을 받아 내가 갱구에 도착하니 내 우려에 대한 언질이 받아들여서인지 갱의 입구는 소나무 동발이 아닌 철재 빔으로 아예 도배를 하다시피 한 상태에서 다시 상부에 좀 더 가는 갱목을 얹어 놓아, 안전을 확보한 모습에 나는 내심 흐뭇한 모습으로 항내로 들어간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즐거운 것은 탄광과 달리 가스 폭발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금속 광산이라, 입항 시 인화물질을 반납하도록 하는 절차가 없어서 좋았다.
지금은 물론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전생에서 골초였던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천장에서는 물이 떨어져 내가 갱내에 들어왔음을 상기시켜 준다. 뿐만 아니라 광석을 실어 나르는 광차가 다닐 수 있도록 폭 좁은 레일이 깔린 갱도의 하부 바닥은 파놓은 배수로로 연신 물이 흘러들어가지만, 파인 부분은 그대로 물이 괴어 있어 철푸덕 거리는 통에, 신경이 쓰이게 한다.
갱구에서 한 백여 미터 들어가니 권양실이 위치해 있다. 권양실이 무엇을 하는 곳이냐 하면 사람이나 광차를 끌어올리거나 내리는 케이지를 운행하는 곳으로, 로프를 권동이라는 드럼에 감았다 풀었다 하는 곳이다.
즉 건물로 말하면 에리베이터의 승강장 역할을 하는 곳이 이곳이다. 아무튼 우리 일행이 케이지를 타고 수항(일직선으로 똑바로 즉 수직으로 파내려간 갱도)을 내려가길 얼마, 삼백여 미터 쯤 내려왔을까, 갑자기 귀청을 찢는 굉렬한 폭음이 들려온다.
뿐만 아니라 간드레 불마저 순간 모두 꺼지니, 케이지 내는 암흑천지다. -------------------------============================ 작품 후기 ============================4종세트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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