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광산을 운영하다 -- >
1평해에 도착해 정류장 인근의 복덕방에 물어보니 금방 답이 돌아온다.
이곳 평해가 아니라 후포면 금음리 쇠골마을 뒷산이 몰리브덴 광산이 있는 곳이란다. 부근에서는 원체 유명한 광산이기에 원만큼 관심이 있는 사람은 모두 알고 있는 듯하다.
나와 강철민은 지리도 잘 모르고 해서 바로 택시를 잡아탄다. 그리고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려 옛 삼율소보 광산이 있는 마을 어귀에 도착한다.
동네 어귀에는 추운 겨울임에도 아이들은 얼음이 언 논에서 썰매를 타고 있고, 어른들은 솜바지 저고리 차림으로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특별히 할 일도 없는 사람들인지 사십대 후반만 쯤 되어 보이는 사람과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몇몇 모여 있었는데, 벌써부터 상노인 행세를 함인지 바지춤에 손을 넣고는 엉거주춤 우리 일행을 쳐다본다.
그 시선에는 생면부지의 사람 둘이 내리니 무슨 일로 왔는지 궁금한 눈치들이 완연하다.
"안녕하세요? 어르신들. 뭣 좀 여쭤 볼 게요."
"뭐든지 다 물어 보시게."
나의 말에 그 중 가운데 서있는 사람이 일행을 대표해 내 말을 받아준다.
"이 동네에 몰리브덴 광산이 있다는데 맞나요?"
"하모. 맞기는 맞다만. 그게 언제 적 이야긴데. 일제 때 하고는 폐광 된지 오래되었지."
"위치가 어디 입니까?"
말이 길어질 것 같자 철민이 형이 바로 자르고 들어와 광산의 위치를 물어본다.
"저 마을 뒷산보이지요?"
"네."
"그곳이 광석을 캐던 곳이라오."
"잠시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좋을 대로 하시오."
그 사람이 대답을 하고 돌아서는데 다른 사람이 새삼 묻는다.
"왜 광산이라도 다시 열게?"
"광량이 다 됐다면서요?"
내가 다시 나서서 묻는다.
"그래서 폐쇄한 걸로 아는데, 우리야 잘 모르지."
"알겠습니다. 일단은 한 번 둘러볼 게요."
"좋을 대로 하시게."
우리는 마을길을 마을을 관통하여 뒷산에 오르니 간신히 어른이 혼자 서서 들어갈 수 있는 갱구(坑口:갱도의 입구)가 보인다. 그런데 그 위로 어디로 통하는지 마차 한 대 다닐 수 있는 길이 보인다.
'갱구를 튼튼히 보강하지 않으면 위험하겠군.'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다.
광산 상태가 어떠한지는 외관상 봐서는 모르겠고, 주변을 죽 훑어보니 옛날 광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안에서 나온 폐석 더미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선광장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터도 건물은 없지만 그대로다.
"어때 가능성이 있어?"
"겉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고요. 일단 위치는 알았으니, 광업권을 인수해야지요."
"상태도 모른다면서?"
걱정이 되는지 철민이 형이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묻는다. 나야 정태수 씨가 크게 성공했으니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상황을 모르는 그로서는 당연한 궁금증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핑계를 댄다.
"내가 모은 정보로는 광맥이 단절되어 폐광한 것으로 알아요. 하지만 지질구조상 백여 미터 하부에는 다시 광맥이 존재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광업권을 인수하고 나서 정확한 것은 시추를 해봐야죠."
"그럼, 모험이잖아?"
"대신 값은 헐할 거예요. 해서 매장량이 확인된다면 대박을 터트리는 거죠."
"허허..........! 보기보다 배짱이 대단하구만."
"사업은 아무나 하나요. 배짱이 두둑해야죠."
"그건 그래."
동감을 표시한 그가 묻는다.
"그럼 광업권자를 만나야겠네."
"지금으로서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동력자원부 산하 광업등록사무소에 가서 광업권 열람을 신청해봐야죠."
"그럼, 서울로 가야되는 거야?"
"네. 동시에 지상권은 또 다른 사람일지 모르니 그것도 확인해야죠."
"광업권은 대충 알겠는데 지상권은 또 뭐야?"
"광업권은 그야말로 땅속에 묻힌 광물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고, 지상권은 문자 그대로 지상에 노출된 땅 즉 산이나 밭 등의 소유자죠. 그러니까 광업권과 지상권의 권리가 다르니 한 땅에 지상 지하 두 사람의 소유자가 있을 수도 있죠. 대개는 광업권자가 지상권을 매입해서 한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요."
"하긴 지상권 가진 사람이 횡포를 부리면 광산 개발업자가 굉장히 애를 먹겠군."
"그래서 개발 전에 거의 대부분은 지상권을 사들이고 시작을 하죠."
"일단은 광산 주인이 어느 놈인가부터 알아야 일이 진척되겠군."
"그러니까 철민이 형이 서울에 가서 알아보고 전화 좀 주세요."
"나 혼자?"
"그럼요. 저는 공부해야죠. 저 혼자 다 할 것 같으면 철민이 형이 왜 필요해요?"
"그건 그렇다 만........."
"일단은 내려가죠."
"그래."
일은 이렇게 진행되어 철민이 형 혼자 서울로 올라가고 나는 청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튿날 오후에 철민이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광업권자는 서울에 사는 심 모모라는 사람이 소유자고, 지상권은 그 동네 사람이라고 알려왔다.
그래서 나는 우선 광업권자의 주소를 찾아가 그 사람과 광업권 매입을 위한 흥정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나는 백만 원을 제시했고, 광원권자인 심 모모는 삼백만 원을 제시해 절충점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다른 사람이 이백만 원 준다는 것도 안 팔았다고 배짱을 부리는 바람에 결국 이백오십만 원에 합의를 보고, 공증사무실에 가서 아예 공증까지 하고 이백오십만 원 전액을 그 자리에서 건네주고 광업권을 획득했다.
그 일이 끝나자 나는 철민이 형에게 지상권 매입을 지시했다. 그리고 이틀 후 철민이 형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결론적으로 말해서 지상권 매입은 불가능하게 되었단다.
그 사이 나의 우려대로 정태수 씨가 나타나 우리의 소문을 듣고는 서둘러 지상권을 매입해 갔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나타나기 하루 전, 그러니까 어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었지만 지상권을 소유하지 않고는 아니 소유자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는 광산을 개발하기가 지난하므로 나와 철민이 형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정태수 씨를 만나 협상을 벌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놓였다.
나는 다시 철민이 형에게 시켜 정태수 씨를 수소문하도록 했다.
강철민의 수고에 의해 정태수 씨와 내가 서울의 모 다방에서 마주 앉은 것이 그로부터 일주일 후다. 물론 철민이 형도 옆에 동석을 했고, 정태수 씨는 혼자였다.
한보사태 때 국회 청문회를 생중계하는 바람에 익히 아는 얼굴이지만 세월을 건너뛰어서인지 그때보다는 상당히 젊고 패기가 넘쳐 보이는 그였다. 지긋이 노려보듯 바라보는 그를 향해 나는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강 태민입니다. 옆은 저의 육촌 형 강철민입니다."
나의 인사에 설핏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정 태수 씨가 말을 한다.
"정 태수요. 상당히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이요?"
얕잡아보는 티가 역력하다.
"아직 학생입니다. 그래서 옆의 제 대리인을 모시고 왔고요. 협상하는데 지장이 있습니까?"
나의 당돌한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던 그가 말한다.
"물론 지장은 없어요. 하지만 학생 신분으로 다른 사업도 아닌 제대로 광산을 운영할 수 있겠소?"
"그래서 제 대리인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지 말고 광업권을 나에게 다시 파시오. 얼마면 되겠소? 내 알기로 이백 오십에 산 걸로 아는데 삼백만 원 주면 되겠소?"
"하하하.........! 그러지 말고, 지상권을 제게 파시는 게 어떻습니까?"
만만치 않은 나의 응수에 그도 생각을 달리 했는지 의자를 당겨 앉으며 심각한 안색으로 말한다.
"얼마면 되겠소?"
"천만 원 주신다면 한 번 생각해보죠."
"허허.........! 그건 억지소리고. 얼마면 되겠소?"
"댁은 요?"
'댁'이라는 말이 불쾌했는지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노여움이 가득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해서 강경하게 나간다.
"나대지 포함해서 만 평을 평당 삼백 원씩 삼백만 원에 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백이면 파시겠소?"
"절대 안 팔아!"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를 버럭 지르는 정태수 씨다.
"어디 내 땅을 건드리지 않고 광산을 개발할 수 있는지, 할 수 있으면 해봐"
그 길로 다방을 나가려는 그를 나의 눈짓에 의해 철민이 형이 붙든다.
"좋게 말씀하시다 왜 이러십니까?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보시죠?"
"놔! 일 없어!"
그런 그를 향해 내가 슬쩍 운을 떼어본다.
"동업은 어떻습니까?"
"뭐? 동업?"
솔깃한지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갸웃갸웃하는 정태수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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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종 세트는 작가를 오늘과 같이 연참으로 내몹니다! ^^ 늘 행복 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