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제 대통령-5화 (5/135)

< -- 종자돈을 마련하다 -- >

나는 어머니에게 내덕동 중에서도 충주와 진천 방면 사이에 위치한 곳을 지정하며 거기에서도 주택이 끝나고 밭인 곳의 시세를 알아보라고 권유하고 나는 나대로 내 사업에 대해 알아본다.

내가 벌이려는 사업은 한마디로 광산업이다.

그것도 희귀 금속인 몰리브덴 광이다. 내가 왜 이 사업을 떠올렸느냐 하면 이때쯤 전 한보그룹의 총수인 정태수 회장이 52세에 세무공무원을 때려치우고 철학관 관장의 말을 믿고 사업을 시작하는데, 신통하게도 아주 잘 들어맞는다.

그래서 정 씨가 처음 한 사업이 경북 울진에 있는 평해의 몰리브덴 광을 인수한 것이다.

당시 이 광산은 광맥이 단절되어 폐광상태였던 것을, 정태수 회장이 인수해 대박을 터트린다. 그 돈이 종자돈이 되어 은마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런 기사를 모 월간지에서 보고, 아주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부러워한 적이 있기 때문에,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물론 전생에서다.

아무튼 나는 그 사람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치기로 하고 (직접 가볼 생각으로) 어머니께 어디든 좀 다녀와야겠다고 하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디를 가는데?"

"답답해서 바람 좀 씌고 오려고요."

"급한 일 아니면 내일 가라."

"왜요? 오늘 강 서방네가 전부 모이기로 했다."

"네?"

"집도 새로 잘 지었겠다. 집들이 겸 해서 아예 강 서방들끼리 계를 모으실 모양이다."

"그 날이 오늘 이예요?"

"그래. 그러니 먹고사느라고 바빠 한동안 소원했던 친척들 얼굴이나 보고 내일 가도록 해."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분주히 움직이시는 거예요."

"그래. 기름 냄새 좀 피워야 좀 먹을 게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알았어요."

하루 늦는다고 어떻게 될 것 같지 않아 내 방으로 들어와 공부를 하는데 오늘따라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혼자 몰리브덴 광을 인수해 대박 나는 것을 꿈꾸며 혼자 흐뭇해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나절이 되었는지 일가친척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한다.

나는 친척들이 새로 집에 들어설 때마다 내방에서 불려나가 인사드리기가 곤욕스러워 아예 상이 차려진 안방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이때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하나 등장하는데 육촌형 강철민이다. 이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십여 년 전에 서울대 상대에 합격하는 바람에 강 씨 집안에 인물 났다고 한동안 회자되던 사람이라 집안에서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어머니 아버지가 아주 반색을 하며 달려 나가 맞으시는데 나하고는 별로 가까이한 기억이 없어, 나는 눈만 멀뚱멀뚱 뜨고 바라만 본다. 아버지 어머니와 반갑게 해후를 한 철민이 형이 내게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잘 지냈냐?"

"네."

"네가 아주 공부를 잘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래 어느 대학 갈 거냐?"

"서울대요."

"당연히 그래야지."

"무슨 과?"

"경영학과 요."

"잘하면 내 후배 되겠네."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반가워하는 형이다. 하지만 나는 은근히 기분이 나쁘다. 내 나이가 얼마인데 머리를 쓰다듬으니 기분이 나빠 불퉁스럽게 묻는다.

"그런데 요즘 형은 뭐 하세요?"

"그냥 놀고 있다."

"삼성인가, 현대인가 대기업에 들어갔다더니 어떻게 된 겨?"

옆에 서 계시다가 갑자기 끼어드는 어머니의 말씀에 잠시 쑥스러운 미소를 짓던 철민이 형이 대답한다.

"막상 대기업이라고 들어가 보니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밤낮으로 부려 먹는데, 영 적성에 안 맞아서 때려 쳤어요."

"그럼, 뭐 하려고?"

간만에 말참견을 하고 나서시는 아버지시다.

"뭘 할까, 관망중이예요."

그의 말에 퍼뜩 내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다.

'어차피 나는 미성연자에다 공부를 해야 하니 저 형을 대리인으로 내세우면 어떨까? 나름 인재잖아! 한 번 운이나 떼어보자.'

결심을 굳힌 나는 잠깐 할 말이 있다는 핑계로 철민이 형을 내 방으로 이끌고 간다.

"무슨 일인데 그래? 공부에 대한 문제라면 다 잊어먹었으니 너무 기대하지 마라."

가면서 하는 말에 실소를 지은 나는 어떻게 이 사람을 달랠까 내심 생각을 해본다.

"형, 직장에서는 얼마 받았어요?"

"글쎄......... 상여금까지 이것저것 전부 합치면 월 10만 원 정도 될까? 그 정도지. 왜? 어디 취직시켜주게?"

농담 삼아 묻는 그에게 내가 심각한 안색으로 대답한다.

"네. 적당한 직장이 있긴 한데........ 형 결혼은 하셨어요?"

"아직 혼전이다. 왜? 이번에는 중매까지 서려고?"

"형님도 참 농담도........."

가볍게 웃은 내가 돌연 얼굴을 굳히며 심각한 안색으로 말한다.

"그 정도는 줄 수 있는 직장이 있는데 다녀 볼래요?"

"흐흐흐........! 웬만하면 사업을 해보고 싶은데 집안에 돈이 있어야지. 노느니 슬슬 그런 데라도 다녀 볼까하는데.........?"

"그런 정신으로 다닐 것 같으면 애초부터 때려치우고요."

"허허........! 그럴 때는 네가 나보다 어른 같다. 인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이 강 철민이 한 번 마음먹으면 물불 안 가리고 일한다. 괜히 사회에서 명문을 선호하는지 아니? 다 이유가 있는 거지. 머리 좋겠다, 한 번 마음먹으면 옴팡지게 일하니 메리트가 있는 거지. 알겠어?"

"그렇다면 됐고요."

"그러나 저러나......... 어딘데?"

"광산 이예요."

"뭐! 광산? 다 같은 놈이 광산에 가서 뭐 하게? 인생 막장에 가서 노가다라도 하고, 정신 좀 차리라고?"

"살림 하시면 되잖아요."

"경리보라고?"

"네."

"허허.......! 경리라........? 위치가 어디 인데?"

생각은 있는지 다그쳐 묻는 강철민이다.

"음.........! 아직 신생기업이라 할 일이 많은 데도요?"

나는 어디 라고 확실하게 말 하지 않고 계속 변죽만 울리며 그의 마음을 타진해본다.

"나보고 노가다 하라는 것은 아닐 테고........ 일이 많아야 다 거기서 거기지 뭐."

"그렇긴 하지만......... 사실은 제가 이번에 사업을 해보려고요."

"뭐! 네가?"

한동안 어이없다는 듯 나를 멍하니 쳐다보던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일단 얘기나 들어보자."

"실은 경북 울진에 일제 때부터 해먹은 몰리브덴 광산이 있는데, 현재는 폐광 상태예요. 그런데 요즘 몰리브덴 수요가 많잖아요. 스테인리스강이나 자동차 비행기용 합금 하다못해 탱크의 포신, 카빈의 총신에 이르기까지 아주 쓰임새가 다양한데, 국제적으로 공급이 좀 모라라는 모양이 더라고요. 그래서 그 광산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제가 사업 밑천을 될 테니 형님이 알아서 잘 이끌어 줬으면 해서요."

"그럼 내가 소장이 되는 거냐?"

들은 풍월은 있어서 대뜸 소장 자리를 논하는 강철민이다.

"소장은 아무나 하나요? 광산보안기사 1급 자격증에 광산 경험 있어야지요."

"허허........! 그런 것도 있어야 되냐? 그럼 나는 안 되지."

"게다가 거친 광부들을 다루려면 현장 경력은 필수고 깡다구도 좋아야 된다고요."

"알았다. 알았어. 그래서 나 보고 뭘 하라고?"

생각보다 반대를 안 하고 바로 달려드는 그가 좀 못 미더웠지만 일을 시켜보면 알 일이라 판단하고 나는 우선 일차적으로 할 일을 얘기한다.

"우선 현장 답사를 한 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광업권을 인수해야죠. 그리고 지상권 관계도 세세히 살펴서 미 매입 상태면 지상권까지 매입해야죠. 그리고 일단은 정확한 시추를 통해 매장량, 가채광량 등을 확인한 후 가능성이 있다면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야죠. 우선 현장소장과 몇 몇 간부만 모집해서 양수기로 갱내에 차있는 물부터 빼내고 제반 채광시설을 정비해야죠. 가능하면 파쇄장과 선광장도 구비하면 좋겠죠."

"우와........! 이건 장난이 아닌데! 이건 완전 전문가 수준이야."

'피잇, 이 사람아 전직 광산 감독 출신이라고.........!'

내심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그의 의사를 확실하게 물어본다.

"이런 실정인데, 해 보실래요?"

"월급은 10만원으로 하고?"

"네."

"성과급은 있냐?"

"상태 봐가면서요."

"하하하..........! 좋다. 남도 아닌 네가 사업을 한다는데 아저씨 체면을 봐서라도 내가 발 벗고 나서야지."

"쉬잇! 이 일은 당분간은 비밀 이예요."

"왜? 아직 어른들은 모르시냐?"

"알아야, 쓸데없는 일벌이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그러겠죠."

"그럼, 어떻게 하냐?"

"장차 한국의 재벌을 꿈꾸는 나인데 이정도야 극복하고 나가야겠죠."

"좋았어! 우리 둘이 의기투합해서 일 한 번 멋지게 저질러보는 거야. 안 그래도 소문에 네 이야기는 들었다. 너 때문에 졸지에 갑부가 되었다고."

"졸부겠지요?"

"하하하........! 사실 소문은 졸부가 맞다. 아무려면 어떠냐? 너의 재능이 신기하다는 것이지."

"공치사는 그만 하시고요. 내일부터 근무하실 수 있죠?"

"뭐! 내일부터? 옷도 그렇고..........."

"출장 이예요. 이 광산을 노리는 사람이 있어서 서둘러서 광업권을 인수해야 되거든요."

"그래? 그럼 뺏길 수는 없지. 암 그럼 서둘러야지. 좋습니다. 사장님 그런데 어디로 모실까요?"

반은 장난삼아 하는 철민의 말에 나는 빙긋 웃으며 이야기 한다.

"좀 전에 말했잖아요. 울진 평해 라고요."

"좋습니다. 지금 당장 출발하는 것은 어떨까요?"

"저도 준비도 좀 해야 되고 형님도 준비를 해야 될 것 같으니, 내일 새벽 6시30분에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나죠."

"좋습니다. 오늘은 나도 신나게 놀고 준비해서 내일 새벽에 뵙죠."

아주 씩씩하게 말하고 개선장군처럼 걸어 나가는 철민의 뒷등을 나는 조용히 바라본다.

============================ 작품 후기 ============================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멋진 날들 되세요! ^^4종셋트 주시면 더욱 더 감사하고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