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0 70. 지구 정복 =========================================================================
70. 지구 정복
번쩍!
쿵!
강현수가 검을 휘두르자 반인반수인 마족의 목이 떨어졌다. 강현수는 유저 시스템을 통해서 광검이란 스킬을 얻었다. 마나의 소비가 크지만 흡혈마공이라는 스킬 덕분에 마나가 부족할 일은 없었다.
푹!
강현수는 피가 굳기 전에 염소 머리를 한 마족의 심장에 검을 박고는 흡혈마공으로 마나를 흡수했다. 강현수는 부인과 함께 황금의 도시 외곽에 있는 마계 던전에서 사냥 중이었다.
“여보 우리 이제 돌아갈까요?”
서혜선은 심심해서 남편을 따라서 사냥을 하였다. 그러다가 힐러로 전직을 하고 지금은 상위 랭커는 아니지만 뛰어난 아이템들 덕분에 중상위에 속한 힐러 유저다. 그녀가 심심하게 된 이유는 강철이 부모인 두 사람이 권력을 잡는 것을 방해했고 나중에는 방치해서 황금의 도시에서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
강현수가 칼을 뽑은 후에 마나석과 마족의 뿔, 그리고 방어구와 무기들을 마법주머니에 챙기면서 반문했다.
“그냥요.”
서혜선이 쓸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테바는 강철의 부모과 다른 사람과 만나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경호 때문이고, 강철의 부모로 인해서 중앙 제국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때문에 강철의 권력이 커질수록 강철의 부모는 점점 더 고립되고 있었다.
“휴우!”
강현수는 마법주머니에서 의자와 탁자를 꺼내서 놓고는 잔을 두 개 꺼내서 올려 놓았다. 그리고 가죽 주머니에서 포도주를 따랐다.
“지구로 돌아가요.”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아들이 살아준 것만으로도 만족할래요.”
아들이 변한 것은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베타 프로젝트를 통해서 깨어난 후부터였다. 식물인간이 되었을 때는 살아나기만 하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깨어난 아들은 아이가 아니라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변했다. 그리고 뉴월드로 와서는 점점 더 변해서 이제는 아들이 아니라 타인처럼 변해버렸다. 그래도 얼굴 한 번 보겠다는 일념으로 황금의 도시에 남아 있었지만 이제는 일 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불가능해졌다.
“지구로 가서 무엇 할래?”
지구도 옛날과 달라져서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마도공학으로 만들어진 로봇들이 대신하고 있었다. 인간들은 가상현실에서 직장을 잡아 일하고 있었고, 로봇에 할 수 없는 예술과 문학, 감각과 판단을 필요로 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때문에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이 철학과 윤리, 문학과 예술과 같은 과목이다.
“여행 다니면서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면서 지내요.”
“그래. 돈은 많으니까 그것도 괜찮겠다.”
강현수는 포도주를 마시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황금의 도시에 와서 아들을 도와서 이 도시를 건설해 나갈 때만 해도 성취감도 있었고, 아들을 도와준다는 사명감도 있었다. 그리고 아들의 곁에 서서 함께 하기 위해 유저가 되었다. 중앙제국의 도움으로 각종 아이템과 스킬을 받았지만 랭킹 순위는 100만 등이 넘는다.
“크악!”
이때 멀리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들을 경호하는 중앙제국의 로열 가디언들의 비명소리였다.
삐!
“통신이 불가능해요.”
서혜선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마계 던전이지만 마기보다는 마나가 충만한 저층이라 같은 층 내에서는 마법통신이 가능한 1층이다. 이는 누군가가 마법통신을 차단했다는 의미였다.
“위로 올라가자.”
철컥!
사냥 할 때에도 쓰지 않고 마법갑옷을 착용하는 강현수와 서혜선이었다.
스슥!
하지만 위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도 비명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으로 십여 명의 유저들이 나타났다.
“누구냐?”
강현수가 광검을 뽑아들고 소리쳤다.
“재워라.”
“예.”
유저들은 강현수의 말을 무시하고는 달려들기 시작했다.
번쩍!
캉!
강현수의 광검을 휘두르자 선두의 유저는 방패를 들고 광검을 막았다.
“멈춰라!”
“여보!”
강현수가 광검을 휘두르는 동안 힐러인 서혜선은 다른 유저들에게 사로잡혔다.
툭!
강현수의 손에서 광검이 떨어졌다.
“특수 수면제다. 마나를 사용하여 약효에 저항하면 네 부인의 목이 떨어질 것이다.”
“으득!”
강현수 부부는 수면제를 먹은 상태에서 수면 마법에 의해 잠이 들었다.
“시작해라.”
“예.”
유저들은 강현수 부부를 특수 의자에 묶은 후에 그 아래에 행성폭탄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돌아가겠다.”
“수고했다.”
랭커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철수했다. 이들은 지구에 있는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NWB 회장의 명령 때문에 이번 작전에 동원된 자들이었다. 마계와 천계, 그리고 뉴월드까지 점령한 강철에게 도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은 나가자마자 지구로 도망칠 계획이었다.
퍼퍼퍼벅!
랭커들이 사라지자 키메라의 몸을 가진 과학자들은 머리에 장착된 생체폭탄을 이용해서 모두 자살을 하였다. 그리고 영혼이 없는 나로 로봇과 생체 컴퓨터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 키메라 하나만 남았다. 그는 강철이 들어오면 행성폭탄의 폭파 스위치를 누르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리고 로봇 키메라를 지키는 거대 타이탄 수십 기가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 * *
중앙제국
강철은 어둠의 숲 중앙에 있는 중앙제국 황궁에 와 있었다. 마계는 발록이, 천계는 카르티나가 정리를 하고 있었고, 뉴월드는 테바가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테바의 통치에 반대를 하는 세력이 생기면 이동하여 박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뭐라고?”
마계에서 돌아온 후에 강철은 명상을 하고 있었다. 조화력과 전투력은 높아졌지만 감정의 통제와 같은 의지력의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의지력은 영력의 영향을 받지만 영력을 사용하면 감정이 사라지고 냉철한 이성만 남는다.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 또한 조화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감성을 버리지 않은 상태로 강철 같은 의지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신 수양이 필수였다. 그런 그에게 테바가 달려와서 청천벽력 같은 보고를 하였다. 의지력을 높이기 위한 정신 수양을 위해서는 감성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즉, 감성이 높아져 있는 상태에서 부모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은 강철의 감정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죄송합니다.”
“……!”
테바가 고개를 숙이자 강철은 감성을 죽이고 냉철한 이성을 찾았다. 조화력이 아닌 마기를 사용한 것이었다.
“누구 짓이냐?”
“NWB 소행입니다. NWB의 회장이 핵폭탄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차원열차로 핵폭탄을 제조비법이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과학자를 뉴월드로 보낼 수 없었을 텐데?”
뉴월드에서 천계와 마계로 가는 차원 게이트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두 행성에 있는 영적 에너지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는 그런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드래곤의 마법으로도 영혼만 넘나들 수 있다. 지구와 뉴월드를 연결하는 차원 게이트는 외계인의 문명을 이용한 것으로 아직 외계인의 문명을 드래곤도 해석하지 못했다. 이는 NWB 회장이 외계 문명의 총체인 UFO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해서 차원열차에 대한 검색과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었다.
“예. 초기의 베타 프로젝트를 이용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영혼이 없는 키메라를 만들고, 이들의 몸에 과학자들의 영혼을 보내서 핵폭탄을 만들었습니다. NWB의 상위 랭커들이 자주 모이는 것을 수상하게 생각하고 체포를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살아남아 강철의 부하가 된 드래곤들을 이용해서 유저 시스템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생각했지만 드래곤도 해석하지 못한 유저 시스템을 이용해서 테바의 눈을 피해서 키메라를 제조한 후에 초기 베타 프로젝트인 영혼이동을 하여 뉴월드에서 행성폭탄이라는 핵폭탄을 만들고, 강철의 부모를 납치한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과학자들은 영혼만 지구로 탈출했습니다.”
모두 도망쳤다는 뜻이다.
“지구도 정복해야 하겠군.”
“가능하겠습니까?”
강철의 말에 테바가 놀란 표정을 하였다.
“시간을 얼마나 있나?”
“24시간 안에 황금의 도시에 있는 마계 던전으로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행성폭탄으로 뉴월드를 없애 버리겠다는 협박을 하였습니다.”
“행성폭탄이 있나?”
“같은 방법으로 행성 폭탄을 제조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초기 베타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과학자들의 영혼을 보내서 다시 행성폭탄을 만들겠다는 협박이었다. 뉴월드가 폭발되면 연결된 마계와 천계의 통로도 사라진다. 죽지 않으려면 살기 척박한 천계나 마계로 피신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찾을 수 있을까?”
“지구로 가서 NWB 회장을 사로잡아 베타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캡슐 장치와 과학자들을 잡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뉴월드에 있는 어둠의 숲이나 드래곤 산맥과 같은 깊은 곳에 던전을 만들어 놓고 과학자들이 들어간 육체인 키메라들을 만들어 놓았다면 수색을 통해서 그런 곳을 찾을 확률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다.
“상위 랭커들을 모두 체포했다고 했지?”
“예.”
“모두 풀어준다는 조건으로 하루만 더 시간을 달라고 해. 그리고 신뢰의 표시로 한 놈만 풀어준다고 해라. 랭커 중에 내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적당한 육체를 가진 놈을 데려와라.”
“네?”
테바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혼이체술은 놈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랭커를 죽인 후에 놈의 육체를 내 분신으로 만들어 지구로 가서 NWB 본부를 장악하고 베타 프로젝트를 이용해서 함정으로 가서 행성폭탄의 제거하고 부모님을 구출할 계획이다.”
“알겠습니다.”
강철의 대답에 테바가 바로 지시를 내려서 사로잡은 랭커 중에서 하나를 데려왔다.
“크아아악!”
정신계열 능력자인 체니는 비명을 지르면서 모든 기억과 영혼을 강철에게 흡수당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강철은 체니의 몸에 자신의 영혼 조각을 넣어 분신으로 만들었다. 마왕이나 천사들이 자신의 사도들 몸에 강림하는 권능이었다.
* * *
지구
강철은 체니의 육체를 장악한 후에 자신의 분신으로 만들어서 차원열차를 타고 지구로 왔다. 지구와 뉴월드는 교류가 활발하여 하루에 열 두 번이나 차원열차가 오고간다. 모두 24대의 차원열차가 운행되고 있었다.
“체니! 따라와라.”
강철이 수속을 마치고 차원센터에서 나오자 NWB 소속의 병력들인 알파 전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예.”
강철은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알파 전사에게 공손하게 대답했다. 체니는 지구에서 별 하나인 준장인 장군이다. 그런데 자신을 마중 나온 상대는 별이 두 개인 소장이었다. 지구는 아직도 계급사회다. 능력이나 전투력과는 상관없이 예전의 기득권자들이 공짜로 유저들이 가져오는 스킬과 능력들, 아이템과 마나석 등을 이용해서 힘과 영생에 가까운 삶을 누리고 있었다.
위이잉!
강철은 비행선을 타고 근처에 있는 NWB 건물로 이동했다. 그곳에 있는 한 회의실로 들어가자 뉴월드에서 십여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모두 모였습니다.”
“앉아라.”
강철이 자리에 앉아 회의실 중앙 의자에 홀로그램으로 NWB 회장인 빌 브라이언트이 나타났고, 그 뒤에 도널드 박사와 비서가 서 있었다.
<어떻게 되었나?>
“작전에 참가한 랭커들 대부분이 포로가 되었습니다. 그들을 모두 풀어주는 조건으로 24시간 시간을 더 달라고 합니다.”
테바와 협상을 하였던 뉴월드 NWB 담당자가 대답을 하였다.
<흠.>
잠시 생각을 하던 빌 브라이언트 회장이 비서와 상의를 하였다.
<어쩔 수 없지. 조건을 받아드린다고 하고 차원열차에 대한 보안을 더 강화하라.>
“예.”
담당자는 바로 대답을 하고는 뉴월드로 가기 위해 차원센터로 향했다.
<체니만 남고 모두 나가라.>
“예.”
회장의 명령에 회의실에는 강철만 남아 있었다.
<체니.>
빌 브라이언트 회장이 강철을 불렀다.
“예.”
<다음 작전에 또 참여할 수 있나?>
“이미 신분이 드러났기 때문에 뉴월드로 가는 순간 체포될 것이 분명합니다."
<방법이 있다면?>
“가족들을 뉴월드로 보내 주신다면 참여하겠습니다.”
강철은 체니의 기억을 모두 흡수했기에 지금은 체니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후후후! 좋다. 나가서 연구실로 이동해서 지시대로 따르면 네 가족들을 모두 풀어주겠다.>
“감사합니다.”
강철이 대답하자 홀로그램이 사라지고 밖에서 병력들이 들어와서 체니를 연구소로 안내했다.
‘찾았나?’
<예. 뉴욕에 있는 303층 건물의 최상층입니다.>
베타 제로는 해킹을 하여 빌 브라이언트의 위치를 찾아냈다.
‘좌표는?’
<신성력과 마기를 이용한 결계가 있어서 워프 불가능합니다.>
‘그 위로 워프한 후에 뚫고 들어가면 된다.’
<2시간 후에 차원열차의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으니 2시간 후에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테바는 황금의 도시에 있는 마계 던전을 차단하고 차원열차 운행도 중단할 예정이다. 작전이 실패하면 천계와 마계로 대피령을 내릴 생각이다. 그리고 분신으로만 뉴월드에서 활동하다가 정말로 행성 폭탄으로 뉴월드가 사라져도 죽어줄 생각이 없는 강철이다. 빌 브라이언트 회장은 1차로는 강철의 부모, 그 다음으로는 뉴월드를 없애겠다는 협박을 하면서 강철에게 스스로 죽음의 함정으로 들어가라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