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6 58. 천사 VS 강철 Ⅰ =========================================================================
“천계 던전으로 후퇴해야 합니다.”
“사악한 종자들이 성지를 더럽히는 것을 두고 보란 말이냐?”
“던전안에 천사께서 강림해 계시지 않습니까? 그분께 어떻게 할지 여쭈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조아반 후작의 부관은 광신도이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으득! 성소로 후퇴하라.”
황제파와 중립파의 귀족들과 병력들이 모두 마탑의 워프 게이트와 황제 전용인 비밀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서 다 대피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황제가 권력에 눈이 멀어 신의 사도인 천사의 명령을 어기고 천족파를 모두 제거하기 위해 악마들을 불러들였다는 증거였다. 그들의 어리석은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려면 병력을 보조한 상태에서 악마의 추종자들을 쓸어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런 힘을 가진 신의 사도가 계신 곳이 천계 던전이다. 그분은 인간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천계의 힘이 흐르는 천계 던전 안에서 자신은 천하무적이다. 신의 사도가 천계 던전에 들어온 사악한 종자들을 모두 제거할 것이라 믿는 조아반 후작이었다.
스슥!
내성의 성벽 위에서 방어를 하는 근위병들만 남겨두고 조아반 후작을 비롯한 수만 명의 병력들은 모두 대성전 안으로 후퇴를 하였다. 이들이 5열 종대로 번개처럼 질서있게 움직였다. 그럼에도 이들이 모두 후퇴를 하는 시간은 30분 이상 걸렸다.
“게이트를 파괴하라.”
조아반 후작은 대성전 지하에 있는 가장 중요한 시설로 여겨지는 게이트를 파괴하라고 하였다. 이 게이트는 지원군을 불러오고, 다른 곳으로 퇴각을 할 수 있는 중요 시설이다. 하지만 황제가 배신을 했다면 지원군을 오지 않을 것이고, 자신의 병력들이 도망칠 가능성만 있는 곳이다.
“예.”
조아반 후작을 따르는 병력들은 모두 순교를 최고의 목표로 하는 광신도들이다. 신의 사도인 천사와 함께 성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최고의 광명으로 삼을 것이다.
번쩍!
콰르르릉!
게이트를 구성하는 마나석을 빼고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진 마법진과 마법 기둥을 모두 파괴해 버렸다.
* * *
휘이익!
강철은 황성 안에 있는 지붕위로 날아서 내성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창과 활, 무기를 들고 부들부들 떠는 일반 병사들을 보았다. 모두 레벨 50이 넘는 기사 급의 훌륭한 병사들이지만 그들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1년 전 과거뿐이다. 이제는 유저가 되지 못하면 레벨 50도 그저 그런 전투력을 가진 일반인에 불과하다. 지금은 모두 권능을 가진 초인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이다. 세상과 동떨어진 광신도들을 추종하는 병사들이라 유저 시스템을 사악한 것으로 규정했다. 광신도들은 천계의 힘이 아닌 드래곤이나 NWB에서 만든 모든 것을 부정한다.
“악의 무리를 처단하라.”
“와아!”
근위군인 병사들은 자신들을 버려졌다는 것도 모른 채로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이들은 전통 복장인 미스릴 아머를 입고 투구를 쓰고 있었다. 마도슈트가 대세이지만 이들은 전통을 고집하고 빛의 마나를 이용한 신성검법을 평생 익힌 근위군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번쩍!
강철의 검이 수평으로 휘둘러졌다. 하얀 선이 길게 뿜어져 나와 전방에서 달려드는 병사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
달려오던 병사들의 몸이 순간 멈춘 같더니 이내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그럼에도 이들은 악착같이 덤벼들어 강철의 앞을 막았다.
퍼퍼버벅!
강철의 뒤를 따라온 병력들은 병사들을 무시하면서 달려드는 자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병사들은 마치 바위를 향해 몸을 던지는 계란처럼 달려드는 족족 퍽퍽 퍼져나갔다.
강철은 약 40분 정도 검을 휘둘렀다. 그가 지나온 길은 피와 시체로 지옥이 되어 있었다. 강철의 뒤를 따르는 병력들이 만들어 놓은 참혹한 광경이었다. 강철 혼자라면 금방 정리하고 전진했겠지만 함께 진군해야 했기에 시간이 걸렸다.
휘익!
강철은 황궁이 아닌 대신전을 향해 달려갔다. 지금도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 때문이었다.
쾅!
강철이 주먹을 휘두르자 주먹에서 나온 가공한 기운에 대신전의 정문이 터져나갔다. 대신전 문 밖은 물론 안에도 이곳을 지키는 팔라딘은 커녕 일반 병사도 없었다.
'유인 작전인가?'
강철은 너무 싶게 방어를 포기한 신성제국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신전 안에 있는 제단이 치워져 있었다.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는 문이 열려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자 워프 게이트가 박살이 나 있었고, 천계 던전으로 들어가는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입구가 지옥의 입구처럼 보였다.
스슥!
강철은 망설이지 않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빛 무리 근처로 가면 저절로 던전으로 이동되는 자동문이었다. 이런 원리의 문이기에 수천명이라도 한번에 던전으로 들어갈 수 있다.
뉴월드와 천계를 연결하는 던전은 뉴월드의 마나와 천계의 신성력이 결합된 새로운 차원의 공간이었다. 총 100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던전은 1층은 마나가 풍부한 뉴월드에 가까운 공간이라면 100층은 천계와 비슷한 신성력이 가득한 공간이다.
“캬아악!”
1층은 시냇물이 흐르는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에는 신수로 불리는 백색에 가까운 털을 가진 귀여운 동물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하지만 신성력이 아닌 다른 기운에 반응을 하면서 강철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었다. 사슴과 노루를 합친 동물이 밀가루를 뒤집어 쓴 형태의 신수였다.
삭!
강철은 신수들을 도륙하면서 초원의 중앙을 향해 달렸다. 1층의 보스를 잡으면 2층으로 갈 수 있다. 죽은 신수는 잠시 후에 다시 부활했다. 멀리 신성제국군들이 새하얀 빛과 함께 2층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1층의 보스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보스가 다시 부활하려면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 부활하는 신수들은 천계의 생명체가 뉴월드에 적응하기 위해서 보낸 일종의 분신이었다. 분신이지만 죽으면서 뉴월드의 마나를 기반으로 해서 살아갈 수 있는 생명체로 변하는 것이 신수였다. 그리고 이런 생명체는 천사가 던던에서 나가는 순간 본신이 뉴월드로 이동하여 천사군단의 병력이 될 것이다.
‘너희들이 만든 법칙이 정(正)이라면 그것을 반하는 반(反)이 나의 행동이다.’
고오오오!
강철은 아무것도 없는 초원 위에 서서 대검에 마나를 밑바탕으로 해서 신성력과 마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조화의 힘이 아닌 신성력과 마기가 오러 블레이드 안에서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새하얀 오러 블레이드와 시커먼 오러 블레이드가 이글거리면서 주변의 대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번쩍!
콰르르르릉!
강철은 자신의 대검을 땅에 꽂았다.
‘정과 반이 합치면 새로운 정이 된다.’
번쩍!
화르르!
강철의 검에 초원이 갈라지면서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1층의 보스 몬스터드를 잡아야 열리는 2층으로 가는 통로였다. 천계 던전에 있는 시련과 정화의 퀘스트를 수행해야 열리는 통로가 강철의 검에 저절로 열린 것이었다.
“막, 막아라.”
이들은 보스 몬스터를 잡고 문을 열었지만 한번에 모두 들어가기 불가능해서 2층에는 아직 3층으로 가지 못한 조아반 후작과 병력들이 많이 있었다. 2층은 숲과 초원이 공존하는 곳으로 중앙에 호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호수 위에 사람 얼굴을 닮은 거대한 덩치를 가진 보스인 신수가 있었고, 사방에는 이 신수를 닮은 생명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100층으로 올라갈수록 인간과 신수들이 나오고, 인간형 하급 천사들의 호위를 받는 상급 천사가 있었다. 이들은 아직 보스 몬스터를 잡지 못한 상태였다.
“당신께로 가는 문을 활짝 열어주소서!”
조아반 후작은 천사와 힘을 합하기 위해 문을 열어달라는 청을 올렸다. 이대로는 보스 몬스터를 잡고 문을 열어도 이미 올라온 적들에게 대부분의 병력이 척살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스르르!
조아반 후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수의 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시커먼 통로가 나타났다. 그리고 검은 통로 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천사와 그를 호위하는 하급 천사들, 그리고 인간형 신수들과 동물형 신수들까지 100층부터 3층까지의 보스 신수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내었다.
“신의 사자를 뵙습니다.”
“와아!”
조아반 후작을 따라온 수만 대군이 호수에서 나오는 천사의 군단을 보면서 함성을 질렀다.
번쩍!
콰르르릉!
“컥!”
“크헉!”
강철이 달려가면서 검은 번개를 날려 보냈다. 그러자 하급 천사들이 신성력을 뿜어내어 조아반 후작의 병력들을 보호했다.
“멈추어라!”
서걱!
10미터는 되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천사가 눈이 부실 정도의 신성한 빛을 사방으로 뿜어내며서 강철을 향해 소리쳤다. 천사의 권능이 담긴 목소리는 드래곤의 용언처럼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강철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달려가면서 검을 휘둘렀다. 하급 천사가 천사의 수호라는 실드와 축복을 걸어주었지만 강철의 검은 빛의 방어막을 두부처럼 가르고 지나가 병사의 몸을 가르고 지나갔다.
후우우웅!
헤라가 헬 파이어란 불의 권능과 마법을 결합한 9서클 파괴력을 가진 마법의 불을 만들어 내었다.
번쩍!
분노한 천사가 2층 전체를 신성력으로 채워버렸다. 뉴월드에 가까운 2층을 천계와 비슷한 100층처럼 만든 것이었다. 이는 강력한 신성결계로 불의 권능과 용언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헬 파이어가 그냥 꺼져버렸다.
화르르!
헤라는 결계 안에서는 드래곤이라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불의 채찍을 꺼내들었다. 자신이 드래곤처럼 강력한 권능을 가지고 있다면 신성결계 안에서도 마법과 불의 권능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드래곤도 하지 않는다. 할 수는 있지만 신성결계에 의해 파워가 약해져서 자신만 손해이기 때문이다. 방법은 신성결계을 밀어내고 자신 만의 절대영역을 키워서 그 안에서 마법을 사용하면 된다. 헤라는 아직 그런 경지가 이나기에 자신의 몸과 무기에 그런 권능과 마법의 힘을 발휘하여 근접전을 해야 한다.
휘리릭!
“크아악!”
화르르르!
헤라의 채찍이 병사의 목을 감아서 당기자 그는 비명을 지르면서 불에 타기 시작했다. 신성력을 이용한 방어와 축복 때문에 금방 재가 되지 않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병사다.
“이곳은 신성한 곳이다. 모두 무릎을 꿇어라!”
타이탄보다 더 큰 천사가 앞으로 나서면서 소리쳤다. 그러자 카르티나와 헤라, 그리고 몬스터 병력들이 충격을 받고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그들은 밀려나지 않으려 했지만 부츠가 초원의 풀뿌리와 흙이 패이면서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밀려나서 2층으로 올라오는 병력들과 부딪쳤다.
<대천사급입니다.>
베타 제로가 즉시 천사의 전투력을 추측해서 보고했다.
‘역시.’
강철의 눈빛이 빛났다. 그 역시 뒤로 밀려나 있었다. 때문에 천사의 눈에 서린 경계심이 조금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대천사 루시퍼를 모시는 권천사 아바돈이다.”
천족들의 자신들을 9개의 등급으로 나누고 1등급인 황제급을 대천사로 부른다. 대천사는 7명이 있고, 그 중에 우두머리가 루시퍼다. 권천사는 마족으로 치면 군단장급인 자이다.
‘루시퍼의 권능을 가진 분신인가?’
강철은 권천사라고 하는 자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힘에는 미묘한 이질적인 권능이 따로 놀고 있었는데 그 힘의 일부가 다른 힘과 합쳐지자 무지막지한 파워를 내고 있었다. 이는 마계의 대마왕과 비슷한 권능이었다.
천족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았다. 테바에게 얻은 정보가 전부인데 2등급인 권천사와 1등급인 대천사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9등급인 치천사에 관한 것들이었다.
“너는 누구냐?”
“공격!”
강철은 대답하지 공격을 명령했다.
“크와아왕!”
카르티나와 헤라 등 빛 속성에 가까운 마나를 가진 자들은 아바돈의 말에 감히 거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지 않았기에 상대의 말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전부였다. 즉, 아바돈의 말 자체가 정신 공격이었다. 용언이나 마족들의 공격과는 전혀 다른 유형의 공격이었다. 하지만 암흑 속성에 가까운 마나를 가진 몬스터 군단은 고통을 받기는 하지만 아바돈의 정신 공격에 대응하면서 강철의 명령에 따라 돌격을 하였다.
‘놈이 착각하고 있을 때에 끝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중앙제국군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적들이다. 던전 게이트는 숫자에 상관없이 근처로 오면 빛에 의해 빨려 들어온다. 때문에 수백만 명이라도 몇 시간이면 다 들어올 수 있다. 때문에 신성제국의 수만에 달하는 조아반 후작의 병력이 순식간에 던전 안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던전 안에서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는 인위적으로 만든 문과 비슷했다. 때문에 수백만 명이 모두 통과하려면 질서정연하게 통과해도 며칠이 걸릴 것이다. 조아반 후작의 병력은 신수들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통과했지만 중앙제국군은 다르다. 더구나 이익에 눈먼 유저들은 서로 먼저 통과하려고 다툼까지 일어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중앙제국군의 지휘부가 먼저 2층으로 올라간 상황에서 90만 명에 달하는 병력이 한곳에 몰려 있으면 그들은 던전으로 들어온 유저들의 먹이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레벨이 낮은 1층의 신수들은 게임으로 치면 시작마을에 있는 토끼나 여우와 같은 저렙의 몬스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몬스터 군단이 대부분인 중앙제국군은 아이템과 스킬을 마구 퍼주는 숲의 제왕 오우거나 오크 대족장급인 보스 몬스터와 같다. 그리고 유저들은 그런 보스 몬스터를 서너 명의 파티로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사냥꾼들이 대부분이고, 일대일로도 싸움이 가능한 자들이 많았다.
강철은 1천의 친위대를 제외한 나머지 병력들은 입구에서 멀어져서 원형의 방어진을 만들고 1층에서 대기하란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90만 병력이 원형의 방어진을 형성하고 있다면 유저들도 쉽게 공격하기 불가능하다. 1천만 명에 달하는 유저들도 모두 서로 다른 세력이라 의견 일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계약을 어기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면서 좋을 일을 할 이유가 없는 하이에나들이다. 그러니 가장 강한 집단부터 던전 위층으로 올라가려 할 것이다. 나머지는 저렙이라도 신수들이 돈이 되는 아이템을 주기에 약한 집단들은 기회를 노리면서 신수들이나 사냥하면서 위로 올라갈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강철의 병력은 여기 있는 1천 명이 전부이고, 뒤에 오는 유저들은 기회가 되면 천사 군단이 아닌 중앙제국군을 공격할 수 있다. 하이에나라면 강자가 아닌 약자를 먼저 노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제국군이 적진 안으로 파고들면 아무 생각이 없이 2층으로 올라온 유저들은 올라오자마자 광신도들인 신성제국군인 조아반 후작의 병력과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소수라도 이들은 살기 위해 천사군단과 싸울 것이고, 그러면 천사군단은 유저들을 모두 적이라 생각하고 올라오는 대로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 강철이 유리해 진다. 그러니 유저들이 올라오기 전에 난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