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9 55. 전쟁 발발(勃發) =========================================================================
55. 전쟁 발발(勃發)
“급보입니다.”
대회의실로 정보국 소속의 가디언이 뛰어 들어왔다.
“뭐냐?”
테바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신성제국에서 온 전문입니다.”
가디언이 서신 하나를 내밀었다.
<옵트 왕국에 악마의 세력들이 숨어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악마 척살대가 조사할 수 있도록 협조 바랍니다. 이 요청을 거부할 경우 옵트 왕국을 악마의 추종 세력으로 규정하고 정화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신성제국 악마 척살단 단장.>
아주 간단한 서신이었다. 외교부를 통하지 않고 이런 일방적인 서신을 보냈다는 것은 실질적인 전쟁 선포였다.
“……!”
모두의 시선이 테바를 향했다.
“조사를 받게 되면 마스터급의 귀족들과 기사들은 모두 신성제국으로 끌려가서 분해될 것입니다.”
테바는 뉴월드의 흐름을 읽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상식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옵트 왕국은 제국과 달리 전사가 되면 누구나 마스터가 되는 마나심법과 스킬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유저들 중에는 옵트 왕국의 전사로 지망하는 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었다. 때문에 옵트 왕국의 힘은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다른 제국들도 개방을 하려고 하고 있지만 기존 세력의 반발 때문에 소수의 선택된 자들만 그런 혜택을 얻을 수 있었다. 즉, 신성제국에 모두 끌려가면 옵트 왕국은 악의 왕국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러면 마스터급들은 정화의 시련을 거쳐서 팔라딘이 되거나 처형되어 신성제국의 유저들 레벨을 올리는 제물이 될 것이다.
“싸웁시다.”
“싸우자!”
“신성제국을 멸하자!”
“와아!”
중앙제국의 귀족들은 테바의 말에 모두 전쟁을 할 것을 외쳤다. 그러자 테바가 손을 들어 모두를 조용히 하게 하였다.
“힘 대 힘으로 싸우면 우리는 필패입니다.”
“……!”
필패라는 말에 모두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칸투 제국이 우리를 도와주기로 하였지만 천족이 개입하는 순간 우리는 사냥감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드래곤이 개입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은 개입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천족들이 함부로 개입하지 못하게 하면 됩니다. 유저 시스탬을 이용해 우리는 마족의 권능을 주는 암흑세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를 마계의 전위세력으로 알고 천족들이 쉽게 개입하지 못할 것입니다. 드래곤은 마왕과 대천사가 서로 싸우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테바는 중앙제국의 실체를 드러낼 생각이었다. 신성제국의 천계의 전위 세력인 것처럼, 중앙제국이 마족의 전위 세력을 자처하면 천족이 먼저 모습을 드러내기 어렵다. 먼저 모습을 드러내면 드래곤들과 마족의 연합 공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령왕을 불러낼 수 있는 엘프 제국도 변수가 될 수 있기에 서로 눈치를 보면서 세력 확장을 하면서 힘을 축척하는 난세가 시작될 것이다.
“우리가 유저 시스템을 이용해서 퀘스트를 준다고 해서 지원을 할 사람이 있을까요?”
“NWB 소속의 유저들은 뉴월드처럼 흑백 논리가 아닌 게임처럼 유저 시스템을 즐기고 있습니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고, 쉽게 몬스터 군단과 언데드 군단을 거느릴 수 있다면 흑마법사와 피의 권능, 마족의 권능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중앙제국으로 몰려들 것입니다.”
테바의 의견에 따라 중앙제국은 신성제국과의 전쟁을 결의하고 강철에게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유저 시스템에 이용해 용병길드에 다음과 같은 의뢰를 올렸다.
<전쟁용병 모집
천계의 전위 세력인 신성제국이 중앙제국에 전쟁을 선포하였다. 이에 중앙제국의 전쟁 용병이 되어 신성제국과 싸울 용병들을 모집한다.
계약금 - 매달 1천 골드와 전공에 따른 보너스 지급
성공 보수(선지급 가능) - 레벨에 따라 흑마법사(용언 마법, 드래곤 권능 부여), 뱀파이어(피의 권능 부여), 용언마법, 신성 마법사, 암흑기사(마족의 권능 부여), 광전사(오우거 파워와 트롤의 재생력), 암흑신관(신성력 부여)으로 전직할 수 있음.
전투 방법 - 자율 전투(일반 보수 없음, 자신이 사냥한 전리품이 보상이 됨.), 제국군 소속으로 싸울 수 있음(일반 보수 적용. 용병단의 자율 지휘권 인정, 단 1천명이 넘을 경우에 한함. 전리품이 아닌 전공에 따라 전리품의 지분 획득.)
실패(전사, 패전, 포로) - 전사는 유족에 보상금 지급(승전시), 패전(레벨 하락), 포로(레벨 하락, 선지급 스킬 회수, 벌금 1만 골드)>
옵트 왕국이 아닌 중앙제국의 이름으로 유저 시스템 게시판에 용병 공지가 올라오자 뉴월드가 시끄러워졌다. 지금까지 신성제국에게 먼저 선전포고를 한 역사는 한 번도 없었다. 신성제국에 대항한다는 것은 자신들이 악의 추종세력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모든 나라의 공적이 되는 것이었다. 유저 시스템은 이렇게 유저 게시판에 의뢰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유저들에게 퀘스트를 줄 수 있었다.
* * *
“으득!”
신성제국의 아르멘티오는 중앙제국에서 날아온 선전포고에 경악했다. 하지만 이내 분노를 억누르고 대응 방법을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 온 전통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타시온 제국의 외교부를 연결해.”
“예.”
아르멘티오의 명령에 부관이 타시온 제국의 외교부 장관을 연결했다.
“연결되었습니다.”
팟!
홀로그램으로 타시온 제국의 외교부 장관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안녕하셨습니까?”
<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작인 외교부 장관은 제국을 대표해서 국제 협약을 체결하는 자이기에 황제를 대신하는 것이라 다름없었다. 이는 아르멘티오도 마찬가지이기에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인사를 하였다.
“옵트 왕국이 마족의 전위 세력이라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본 제국에서 악마 척살단을 만들어 옵트 왕국을 정벌할 생각입니다. 이 정벌에 타시온 제국도 동참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폐하의 윤허가 떨어지는 대로 병력을 파병하도록 하겠습니다.>타시온 제국은 정규 기사단과 마법사단을 일천 명 규모로 모집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용병들로 모집을 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악마 척살단 모집
신성제국에서 악의 추종세력인 옵트 왕국을 정벌하고자 한다. 악마 척살단의 일원이 되어 악의 추종세력을 정벌하자.
보수 - 없음.
성공보수 - 신성제국과 개별 합의
실패(패전, 포로) - 레벨 하락과 벌금 1만 골드>
중앙제국과 마찬가지로 용병의뢰를 하였지만 정의감으로 악을 정벌하는 일에 목숨을 바치는 순교자가 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마족의 전위 세력임을 인정한 중앙제국과 싸워도 레벨 업을 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보상이 없었다. 전리품도 신성제국이 모두 가져갈 것이 분명해 보이는 용병모집을 악마 척살단이라는 이름만 바꾼 것이었다. 일부 광신도를 제외한 용병들과 유저들은 아무도 악마 척살단에 가입하지 않았다.
칸투 제국도 비슷했다. 정벌에 동참하겠다고 했지만 정규 병력을 여러 가지 이유로 파병을 거절했고, 타시온 제국과 같은 방법으로 용병 모집을 하였다. 엘프 제국은 자국의 사정을 이유로 파병을 거절했다. 칸투 제국이 거절을 하자 북부 대륙에 남아 있는 왕국들도 칸투 제국을 따라했다. 이들은 멀리 있는 신성제국보다 가까인 있는 칸투 제국과 이웃인 옵트 왕국의 눈치를 보았다.
* * *
쾅!
아르멘테오는 책상을 후려치면서 분노를 표출했다.
“유저들이 중앙제국으로 몰리고 있다고?”
“예. 각 지부에 나가 있던 일부 신관들과 그들이 고용한 일부 용병들이 악마 척살단에 가입하여 신성제국으로 와 있는 상태이지만 그 숫자가 1만 명 정도입니다.”
“허허!”
분노 했던 아르멘티오는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결국 수 싸움에서 테바에게 진 것이었다. 물론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지만 자신이 한방 맞고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중앙제국으로 몰려든 유저들의 숫자는 얼마나 되나?”
“약 이백 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대로 두면 몇 달 내에 천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대부분이 자유용병들입니다.”
자유용병이 되면 스킬이나 권능을 얻어서 암흑 계열로 전직을 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 중앙제국은 어둠의 숲 중앙에 있기에 사냥터도 많았다. 또한 몬스터 군단과 언데드 군단을 거느리고 사냥을 할 수 있기에 레벨도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이 나자 중앙제국으로 유저들이 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지구 출신의 베타 전사들이 몰렸지만 나중에는 뉴월드 출신의 용병들도 몰리고 있었고, 심지어 칸투 제국과 북대륙에 있는 귀족들도 자신의 기사들과 병력들을 이끌고 중앙대륙으로 넘어가서 전직을 하고 사냥을 하고 있었다.
“결국 흑백 전쟁으로 가는 군.”
아르멘티오는 이 모든 것이 드래곤들이 방관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 놓고 있으면 신성제국이 중앙제국에 의해 무너질 것이고, 그러면 드래곤들도 타시온 제국을 앞세워 천족 사냥을 시작할 것이다. 즉, 거대 세력들이 신성제국을 정벌하고 천계로 통하는 던전을 통해서 천계 정벌을 시작한다는 의미였다.
“NWB를 너무 과소평가했군.”
NWB가 항상 명분을 강조하면서 정의를 내세웠기에 그들이 신성제국의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신성제국이나 중앙제국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중앙제국이 마족의 전위세력이라고 해서 상식에 어긋나는 패륜이나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기에 마족이나 이종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악마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흑백 논리로 가면 암흑이 아닌 빛을 선택하는 자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는 아르멘티오다.
“악마 척살단에 가입하면 신성 마법사, 팔라딘, 신관, 빛의 기사단(천족의 권능)으로 전직할 수 있는 특권을 준다고 공시하라. 또한 악마를 사냥한 후에 나오는 전리품에 대한 권리도 양도한다.”
아르멘티오도 말은 달랐지만 중앙제국과 비슷한 용병의뢰를 유저 게시판에 올렸다. 중앙제국을 선택하면 마족의 권능을 얻을 수 있고, 신성제국을 선택하면 천족의 권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중앙제국의 직업과 보상이 조금 더 다양했다. 하지만 사냥을 하면 그 권리를 그대로 인정한다고 했으니 마족의 권능도 인정해 주겠다는 의미였다. 나중에 광신도들이 반발하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유저들이 중앙제국으로 몰리 것이기 때문이었다.
* * *
1년 후
중앙제국이 신성제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자 엘프 제국이 타시온 제국을 향해 선전포고를 하였다. 정령 던전을 찾기 위해 엘프의 영토를 무단 침략했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이 두 제국은 중앙제국과 신성제국이 한 것처럼 용병의뢰를 하였다. 엘프 제국은 타시온 제국 내에 있는 드래곤 사냥터를 공략할 것이라 했고, 타시온 제국은 정령 던전을 공략할 것이라 했다.
중앙제국과 신성제국이 바로 전쟁을 시작할 것 같았지만 선전포고를 한 후에 직접 공격은 하지 않았다. 이는 엘프 제국과 타시온 제국도 마찬가지였다. 자율이 보장된 유저들끼리 사냥터에 싸우는 전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일어난다. 하지만 정규 제국군들은 침략군이 아니란 명분 때문인지 움직이지 않고 방어만 하였다. 신성제국은 악마 척살단의 훈련과 계시가 내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앙제국을 비롯한 엘프 제국과 타시온 제국은 자신들은 침략군이 아니란 명분을 내세우면서 평화를 주장하면서 전쟁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스륵!
1년 내내 명상만 하던 강철이 유령처럼 사라졌다.
<마스터 먼저 움직이면 다른 초월자들의 표적이 됩니다.>
강철이 테바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무단으로 중앙제국에서 나오자 베타 제로의 충고가 이어졌다.
‘내 특기가 은신 동화술이다. 치고 빠지면 된다.’
강철은 자신은 초월의 경지에 들어섰지만 실제로는 그랜드 마스터보다 전투 기술이나 마나를 지배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다른 초월자들보다 뛰어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은신 동화술이다. 또한 여러 가지 다양한 권능과 능력들이 있고, 동시에 상극인 신성력과 마기의 조화에서 나오는 창조력이다. 창조력이라는 것은 강철이 지은 이름이었다. 창조력은 파괴력은 떨어지지만 모든 힘을 포용하고 흡수한다. 그리고 그 힘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기에 초월의 경지에 올랐어도 대천사나 마왕, 드래곤들, 그랜드 마스터들이 강철의 힘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테바의 작전 계획을 먼저 듣고 움직이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황제는 테바가 아니라 나다.’
지금까지 강철은 베타 제로와 테바가 시키는 대로 하는 인형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드래곤의 권능을 얻은 후에는 달라졌다. 베타 제로의 영역을 넘어서는 권능을 얻었고, 테바가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볼 수 있는 현자의 지혜를 얻었기 때문이었다.
<테바에게 알리지 말까요?>
‘아니. 내가 유저들을 위장해서 신성제국을 공략할 것이다. 그러니 특수 능력자들로 구성된 유저들을 파견하라고 해.’
<언제 어디로 파견하라고 할까요?>
‘그 정도는 너와 테바가 알아내야지.’
강철이 원하는 목적이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는 알아내야 한다는 의미였다.
<예. 마스터!>
강철의 능력이 이미 자신을 초월했고, 지혜와 심계도 테바를 앞선다고 판단한 베타 제로가 충고에 가까운 잔소리를 하지 않고 대답했다.
스륵!
강철은 테바와 베타 제로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워프 마법진을 사용하지 않고 어둠의 숲 위를 날아서 신성제국으로 향했다. 이동 방향과 시간을 계산하면 강철이 가려는 위치와 목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 *
며칠 후
강철은 신성제국과 중앙제국이 부딪치는 최전선을 넘어서 신성제국 내에 있는 몬스터 산맥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테바와 베타 제로는 강철의 의도를 알아내고는 마스터 중급 이상의 유저들 중에서 은신 동화술이 뛰어난 자들로 구성된 자들 100명을 파견해 놓았다.
“오랜 만이에요. 아이언!”
특수 임무 퀘스트를 수락한 카르티나가 강철에게 인사를 하였다. 강철은 폴리모프 마법으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능력의 일부도 봉인했다. 완벽한 육체로 재구성된 강철의 본 모습은 부모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테바는 고 레벨인 특수 능력자들에게 개별적인 퀘스트를 주었고, 퀘스트를 수락한 자들을 모아서 보냈다. 테바는 강철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정규군이 아닌 유저들이 신성제국 내로 잠입해서 대신전을 점령하는 것이 이번 임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전선을 형성하고 서로의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면서 정보 수집에만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강철은 그 틀을 깨 버릴 생각이 분명했다. 이 틀이 깨지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전쟁의 모습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이는 테바도 짐작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