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7 54. 초월경(超越境) =========================================================================
54. 초월경(超越境)
중앙제국
드래곤이 죽자 센티넬 수백 명이 달려들어 해체 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피를 빼서 커다란 특수 통에 담아서 마법주머니에 넣었다. 그런 후에 오러 블레이드에도 잘라지지 않는 비늘과 뼈, 뿔들을 하나씩 떼어내었다. 거대한 뼈들은 하나씩 관절에서 분리해야 했다. 그런 다음 가죽을 벗기고 살과 힘줄을 발라내면서 내장 기관과 드래곤 하트를 분리했다. 머리에 있는 뇌액과 뇌세포, 눈과 귀, 혀를 따로 담아서 분리했다. 그런 후에 드래곤 하트를 반으로 잘랐다. 그리고 약속대로 드래곤의 사체 반을 강철에게 주고는 마기의 결계에서 빠져나갔다. 강철은 다크 쉐도우의 안내로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중앙제국으로 돌아왔다.
‘어때?’
중앙 제국으로 돌아온 강철은 바로 피와 드래곤 하트, 뇌를 포함한 모든 부위의 고기를 먹은 후에 드래곤의 권능을 얻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피로 이미 시작된 분석이 아직도 진행형이었다.
<아직 피에 대한 분석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재 동조화율 0.0001%입니다.>
전투가 시작되고 드래곤이 자신의 몸에 펼친 권능의 결계가 깨지는 순간부터 피를 흡수해 동조화를 시작한 베타 제로다. 마계 군단장의 피도 순식간에 분석하고 업그레이드를 한 베타 제로이다. 같은 어둠의 계열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드래곤의 권능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치고 있었다.
‘영력의 영역이 아닌가?’
<자료가 부족합니다.>
베타 제로의 대답에 강철은 생각했다. 이대로는 베타 제로가 드래곤의 권능을 분석해서 그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고. 드래곤들이 어린 동족 하나를 희생양으로 준 이유도 상상이 되었다. 겉으로 드러난 드래곤의 권능을 흉내 내는 수준이라면 유저 시스템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힘이 유출될 일을 없을 것이다. 물로 흉내 내는 정도라도 초월의 경지를 흉내낼 정도로 강력하다.
‘이런 권능을 가지고 있는 드래곤들이 왜 천족과 마족들을 정벌하려고 할까?’
강철은 베타 제로가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무한의 공간인 무의식에 넣어 놓고 생각에 잠겼다.
‘모험을 해 볼까?’
현재 강철의 본체는 마기를 봉인하고 신성력을 사용하는 상태였다. 때문에 이성적이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판단에 치우쳐져 있었다. 베타 제로가 봉인된 상태로 분석작업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결사적으로 말렸을 것이다.
‘마기의 결계가 아니었다면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를 잡지 못했을 것이다.’
강철은 오늘 있었던 드래곤 사냥을 떠올렸다. 수천 명이 합공해서 겨우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엘프 제국 황제인 실반이 없었다면 사냥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마기의 결계가 아니었다면 드래곤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다. 엘프 제국이 정령의 결계로 도시들을 보호하는 이유도 짐작이 갔다. 결계를 깨고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러면 드래곤도 정령왕을 불러낸 엘프들에게 죽음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드래곤들은 하나의 속성을 이용해서 진화의 극의에 도달한 초월자들이다.’
강철은 베타 제로가 드래곤의 전투력을 상상하면서 말한 내용들을 떠올렸다. 어쩌면 드래곤들은 육체적으로는 진화의 끝에 도달한 존재들일지 모른다. 또한 정신력이나 영력도 상급마족은 물론 마계 군단장급인 나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대천사급이나 마왕급이라는 뜻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족과 마족을 동시에 정벌하려 한다면 필요한 것이 있다는 뜻이다. 하나씩 정벌해야 쉬운데 굳이 동시에 정벌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신성력과 마기를 동시에 사용해서 드래곤의 권능을 진화시킬 수 있는 것 아닐까?’
드래곤이라면 상급 마족의 마기는 소용이 없을 것이다. 적어도 마왕급이나 대천사급은 되어야 그들이 원하는 진화를 이루어 반신의 경지가 아닌 신적인 경지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은 아직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도 이르지 못했다. 마족의 권능을 사용하면 그랜드 마스터급의 능력을 발휘하지만 엘프 황제의 전투력을 보자 진의(眞意)에 이른자와 가의(假意)로 이룬 자의 차이는 상당했다.
‘드래곤의 피가 많으니 조금씩 해 보자.’
드래곤의 피는 마기뿐 아니라 신성력에도 반발하지 않고 둘을 모두 받아들였다. 하지만 결국은 신성력이나 마기에 물들어 둘의 총량을 늘리는 영약으로 변해 버렸다. 이는 신성력이나 마기에 비해 드래곤의 피가 소량이기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는 드래곤의 피에 깃들어 있는 드래권의 권능이 미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드래곤들이 왜 동시에 천족과 마족을 정벌하려 하는 지 이해가 되었다. 동시에 대천사와 마왕을 잡아서 흡수하려는 것일 가능성이 컸다.
주르르!
강철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법주머니를 포함한 자신의 소지품들을 안전한 공간으로 가져 놓은 후에 지하에 있는 거대한 실험실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가져온 드래곤의 피가 담긴 통에서 금으로 된 금잔에 피를 한잔 따랐다.
꿀꺽!
강철은 피를 마시면서 신성력에 마기의 봉인을 풀었다.
화르르르!
고오오오!
‘크아아악!’
마기와 신성력이 같은 몸에서 부딪치기 시작하자 강철의 몸에서 새하얀 불길과 시커먼 불길이 동시에 치솟았다. 강철이 입고 있던 마도슈트가 타올랐다. 강철은 엄청난 고통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강철은 극한의 정신력으로 고통을 참으면서 자신의 내부를 관조하고 있었다. 그렇지 못하면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상실하거나 두 기운의 충돌로 목숨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영력의 일종인 마기와 신성력이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에 영력을 이용한 영혼이체술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기서 죽으면 영혼도 소멸되어 버린다. 정확히 혼을 잡아두는 백이 소멸되어 혼이 영계로 빨려들어 간다. 영계는 저승이나 신계, 천국, 지옥 등등으로 불리지만 강철은 죽어서 저세상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피, 피가 필요하다.’
신성력과 마기의 충돌을 드래곤의 피가 막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강철이 가진 엄청난 마기와 신성력에 비해 드래곤의 피는 너무 소랑이었다.
꿀꺽! 꿀꺽!
강철은 오크통처럼 커다란 통을 들고는 마구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철의 몸에서 피어나는 불길의 색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푸른 연녹색의 불길이 강철의 몸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으으! 부, 부족하다.’
강철은 피로는 마기와 신성력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강철은 피를 마셔서 고통이 어느 정도 줄어들었기에 몸을 일으켜서 드래곤 하트를 비롯한 사체가 들어 있는 마법주머니를 보관하고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마법주머니에서 반쪽인 드래곤 하트를 꺼내서 먹어버렸다. 가장 많은 드래곤의 권능이 깃들어 있는 것이 드래곤 하트였기 때문이다.
화르르르!
‘서, 성공인가?’
드래곤 하트가 들어가자 마기와 신성력이 드래곤 하트로 들어가서 새로운 힘으로 변해서 몸으로 펴져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강철의 몸에서 오색의 불길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빨간 색과 검정색, 하얀색, 파란 색, 금색 녹색의 빛이 강철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우드드득!
‘컥!’
강철의 몸이 뒤틀리고 뼈가 부러지기 시작했다.
‘내, 내 몸으로는 견디기 불가능하다.’
오우거의 강인함, 트롤의 재생력으로는 새로운 힘을 자신이 육체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새로운 힘은 자신의 힘을 담을 수 있는 새로운 육체를 원하고 있었다.
‘드래곤의 뼈와 비늘이 필요하다.’
강철은 드래곤의 뼈와 비늘을 마법주머니에서 꺼내서 먹으려 했지만 이빨이 들어가지 않았다.
‘으으! 어, 어떻게 해야 하지? 베타 제로.’
강철은 봉인해 두었던 베타 제로를 불러냈다.
<분석율 45%. 한 시간 정도면 분석 완료.>
베타 제로에게 감정이 있었다면 놀랐을 것이다. 베타 제로는 무의식에 있었지만 무의식도 강철의 몸 안에 있는 것이기에 뇌로 들어오는 새로운 힘을 통해서 드래곤의 권능을 빠르게 분석할 수 있었다. 때문에 무의식 영역에서 벗어낫지만 바로 강철에게 보고를 하였다.
‘당장 내 몸이 이 힘을 버티지 못한다. 방법이 없나?’
<새로운 힘을 무의식에 봉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럼, 내가 모험한 이유가 사라진다. 다른 방법은?’
아무리 강력한 영력과 권능이 있어도 그것을 담을 수 있는 육체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드래곤의 육체가 거대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라 생각되는 강철이다.
<드래곤의 뼈와 비늘은 오러 블레이드에도 잘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이 힘이라면 가능하지 하지 않을까?’
<정보가 부족합니다. 한 시간 후에는 확실하게 알 수 있으니 우선은 힘을 봉인하면서 기다려 주십시오.>
‘어쩔 수 없지.’
한 시간을 기다리면 지금 먹은 드래곤 하트가 부용지물이 될 것은 물론 마기와 신성력을 대부분이 상충되어 사라질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때문에 베타 제로의 의견과 상관없이 다시 모험을 하기로 하였다.
푹!
강철은 비늘 하나를 자신의 허벅지에 박았다. 그러자 신성력과 마기가 비늘을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강철은 힘으로 버티고 눌렀다. 그러자 새로운 힘이 비늘을 잡아당겨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마치 아다만티움 합금으로 된 변형금속처럼 물처럼 변해서 강철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철의 피부를 새로 구성하기 시작했다.
‘성공이다.’
우드드득!
하지만 강철의 몸은 아직도 재구성이 되면서 근육이 밀가루 반죽처럼 부풀어 올랐고, 뼈가 부러지고 있었다.
<분석율 55%. 드래곤의 가죽과 뼈도 흡수하십시오.>
분석율이 금방 높아지면서 베타 제로가 강철에게 충고를 하였다.
‘알았다.’
강철은 마법주머니에서 일단 뼈부터 꺼내서 자신의 몸에 박아넣었다. 거대한 드래곤의 갈비뼈를 배에 박고는 힘을 주자 서서히 흡수되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뼈는 강철의 새로운 뼈로 흡수되기 시작했고, 불필요한 것들은 오색의 불에 타버리고 있었다. 강철은 몸이 원하는 대로 드래곤의 힘줄과 가죽은 물론 피도 더 흡수했다.
<분석율 87%. 더 이상의 분석이 불가능합니다.>
분석이 완벽하지 않다면 업그레이드도 불가능하다.
‘더 필요하다.’
드래곤의 뼈와 피, 살, 힘줄, 비늘로 충족되지 않는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강철이다. 하지만 베타 제로는 더 이상의 분석이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아다만티움과 오리콘하루가 필요하다.’
강철은 마법주머니에서 아다만티움과 성물을 동시에 꺼내서 몸에 박아 넣으려 했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이물질이 들어오려 하자 몸에 비늘이 생기면서 방어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는 오러 블레이드에도 잘라지지 않는 드래곤의 비늘이 분명했다.
꿀꺽!
강철은 변형 금속을 먹기 좋게 변형시켜서 돌처럼 생긴 성물과 함께 삼켜 버렸다.
파츠즈즈!
오색의 불길에서 검고 하얀 빛이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에서 녹아서 강철의 전신으로 스며들었다. 몇 개를 삼키기 시작하자 오색의 불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성공입니다. 강마의 육체보다 수십 배 단단한 육체로 진화의 극의에 이른 완벽한 육체라고 판단됩니다.>
불길이 사라지자 키가 커지고 덩치가 부풀어 오른 강철의 새로운 육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백옥처럼 투명한 피우에 전사처럼 단단하면서도 거인처럼 키와 덩치가 큰 완벽한 육체였다. 때문에 베타 제로는 육체는 더 이상 진화가 불가능한 가장 완벽한 신의 육체라고 판단했다.
‘부족해?’
베타 제로의 판단과 다르게 강철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네?>
처음으로 베타 제로가 의문을 표했다. 컴퓨터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생 생명체인 베타 제로는 강철의 뇌에 있는 모든 정보를 기초로 판단하기에 항상 강철과 같은 판단을 내린다. 다만 강철은 무의식 영역은 물론 의식의 영역도 3% 정도가 많이 사용했다고 할 정도다. 때문에 항상 분석과 판단은 강철의 몫이 아닌 베타 제로의 몫이었다.
‘예지와 같은 권능의 영역이다.’
<권능이라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네가 분석하지 못한 13%에 속한 드래곤의 권능과 관계된 능력이다.’
<제가 해석하지 못했다면 마스터께서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베타 제로가 반박을 하였다.
‘너에게 걸려 있는 족쇄일 것이다. 너는 그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도 숙주의 영력에 기생하면서 살 수 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정보입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는 틀리지 않았다고 판단됩니다.>
베타는 외계인이 만든 기계에서 창조된 인공 생명체다. 기생체가 숙주와 함께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숙주가 기생체에게 지배당하기 때문이다. 즉, 기생체인 베타의 진화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드래곤의 능력은 기생체를 만든 미지의 생명체인 외계인의 경지와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존재일 것이다. 과학적이 능력은 몰라도 영적인 능력 면에서는. 물론 이는 강철의 생각이다. 외계인이 만든 우주선에 이외에 다른 능력에 대한 것은 아는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아다만티움과 오리콘하루, 그리고 고룡의 드래곤 하트가 있다면 내 육체는 더 진화할 수 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 이상의 육체적 진화는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제가 컨트롤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베타 제로가 판단하기로는 지금의 육체는 베타 제로가 원하는 진화의 궁극에 달한 육체였다. 이는 더 이상의 진화는 베타 제로가 제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번 진화도 네 영역 밖에서 이루어진 부분도 있다.’
<그것이 제가 인지하지 못하는 드래곤의 권능과 관계된 것입니까?>
‘그래.’
강철은 드래곤 하트와 신성력, 마기를 이용해 몸을 재구성하면서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의 권능을 흡수할 수 있었다. 독 브레스의 권능과 마족의 독 권능이 어느 저도 통했기에 완벽하게 드래곤의 권능을 흡수했다. 이제는 분신인 카스토의 육체보다 본체인 강철의 육체가 마법을 훨씬 더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드래곤 하트를 기반으로 하는 드래곤의 10서클 마법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