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6 53. 드래곤 사냥 =========================================================================
삐! 삐!
퍼퍼퍼펑!
레어인 동굴에서 나오는 순간 사방에서 함정이 발동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스륵!
동굴 안에 있던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의 거대한 육체가 유령처럼 나타났다. 공간이동이었다. 마기로 만들어진 결계 안에서 공간이동을 한다는 아주 위험하다. 하지만 레어의 주변에는 드래곤이 만든 권능의 결계가 펼쳐져 있었다. 때문에 이 안에서 드래곤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는 이런 그의 권역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왔다. 동굴 안에는 공간확장 마법이 펼쳐져 있지만 마족이 안으로 권능의 결계를 파괴하고 안으로 들어오면 공간확장 마법도 파괴된다. 그러면 좁은 공간은 드래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전장이 되기 때문이었다.
“기다려라.”
“예.”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의 명령에 용병들과 가디언들은 출발을 하려고 하다가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번쩍!
스르르!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에 이어 레어 안에 있던 수많은 가디언들과 마법생명체들이 모두 공간이동으로 튀어나왔다.
‘내가 희생양이 된 것인가?’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은 용아병과 가디언들을 내보낸 후에 마기로 만들어진 결계 안으로 마족군단뿐 아니라 엘프 군단이 몰려들어 오자 놀라서 뛰어나왔다. 엘프 제국의 전력이 자신을 잡기 위해 마족들과 손을 잡고 자신의 레어로 몰려오고 있었다. 엘프 제국이라면 마법길드는 물론이 타시온 제국에서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배타적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었다. 비록 제국 안으로 들어가기는 힘들어도 외부로 이처럼 많은 병력이 나온다면 금방 정보가 드래곤들에게 전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돕기 위해 드래곤들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자신은 버려진 것이다. 더 정확히는 자신을 희생양으로 던져준 것이 분명했다.
‘무엇 때문이지?’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의 광대한 뇌가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면기 동안 외부에서 일어난 모든 정보가 자신을 뇌로 전달되어 분석되기 시작했다. 이런 정보는 외부의 가디언들이 자신이 수면기 동안 모아놓은 정보들이다. 그러자 지금의 상황이 대충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천족과 마족을 정벌할 생각인가?’
유저 시스템과 옵트 왕국, 그리고 신성제국과 엘프 제국에서의 사건들의 숨겨진 의미를 금방 이해한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이다. 때문에 드래곤들의 목표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시작이 자신의 희생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의 눈에 분노가 어리기 시작했다. 이 계획은 자신이 죽어도 되지만 살아나도 상관없었다. 드래곤을 공격한 엘프 제국이 자신의 분노에 의해 공격당하면 먹이가 되어 다른 세력들에게 잡아먹힐 것이다. 드래곤들의 입장에서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될 것이다. 자신이 희생양이 된 것은 드래곤들 중에 가장 약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면 되는 것이다.
“캬아아아아아!”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은 레어를 유지하는 권능의 결계를 흡수하면서 다 흡수하지 못하는 힘을 목소리에 담아 뿜어내었다.
드드드드!
대기와 대지가 광풍에 휩싸인 것처럼 덜덜 떨렸다. 드래곤 피어의 위력에 적아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마비가 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번쩍!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는 자신의 몸과 부하들에게 마법 버프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기에 의해 캔슬되지 않도록 부하들의 몸에 권능의 결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피부에 깃든 권능의 결계 덕분에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마법의 생명체가 스스로 마법을 봉인한 셈이다. 이는 마기의 결계 때문이다. 마법을 사용하면 시작은 자신이 유리하지만 죽은 부하들이 좀비로 되살아나기 시작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불리해진다. 하지만 권능의 결계를 펼치면 몸이 박살나기 전까지는 죽지 않고 마기로 이루어진 권능도 통하지 않는다. 물리적인 힘으로 박살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힘 대 힘의 투박한 싸움이 될 것이다. 또한 권능의 결계 덕분에 정령의 힘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는 두 가지 패를 잃어버리는 것이고 자신은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이 자신이 이득인 것이다.
‘숫자가 부족하구나.’
안타까운 것은 적에 비해서 자신의 부하들의 수가 훨씬 적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부하들이나 마찬가지인 돌연변이 몬스터들 대부분이 적의 좀비나 부하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쿵! 쿵!
‘타이탄인가?’
한쪽에서는 거대한 타이탄들이, 다른 한쪽에서는 오우거들이 선두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타이탄들은 엘프 제국의 병력이라고 오우거는 마족군단 소속이다. 엘프 제국은 폐쇄적이었지만 1년 전부터 외부와 활발히 교류하면서 마도공학의 산물인 타이탄들을 대거 구입했다. 그리고 마기의 결계 때문에 정령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타이탄들을 정면에 내세웠다.
후우우웅!
타이탄들의 몸에는 기이한 빛이 흐르고 있었다. 드래곤이 권능의 결계를 부하들 몸에 심어놓은 것처럼 엘프 정령사들도 타이탄의 장갑에 정령의 힘을 주입해서 방어력과 속도를 높여놓았다.
철컥! 철컥!
투두두두두!
타이탄들의 양 팔에서 발칸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총구가 회전을 하면서 분당 수백발의 철갑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총탄이 아공간 마법이 새겨진 탄창 안에서 무한정으로 쏟아져 나왔다.
티디디디팅!
용아병들이 선두에서 방패로 총탄을 막았다. 하지만 충격에 의해 용아병들이 뒤로 주르르 밀리기 시작했다.
번쩍! 번쩍!
콰과과과쾅!
주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귀찮은 것들.’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는 부하들의 몸에 새겨진 권능의 결계 내구도가 깎여나가자 기분이 나빠졌다. 철갑탄에는 파괴의 정령이, 주포에는 빛과 불의 정령, 얼음의 정령들이 주입한 힘이 깃들어 있었기에 가디언들이 알려준 정보와 달리 타이탄들의 무기 성능이 상상을 초월해 있었다.
파바바박!
키메라들과 가디언들의 일부가 땅을 파고 내려가 적들에게 다가갔다.
콰르르릉!
대지의 정령, 또는 땅의 정령으로 불리는 정령들이 땅으로 다가오는 가디언들과 키메라들을 생매장 시키려 했고, 이들을 권능의 힘으로 정령의 힘을 몰아내려 하면서 지하에서도 충돌이 일어나면서 땅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발칸포 때문에 날개달린 가디언들과 키메라들은 비행할 생각도 못했다. 허공에서는 충격에 의해 추풍낙엽처럼 뒤로 밀릴 것이기에 땅을 지지대 삼아서 버티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카가가캉!
엘프 군단은 원거리 공격을 선호했다. 예전이라면 화살을 주로 쏘아겠지만 지금은 발칸포로 대신하고 있었다. 1년 사이에 엘프들도 진화를 하였다. 화살이 아닌 총탄에 오러 블레이드와 정령의 힘을 가미하는 수련을 해 온 것이었다.
번쩍!
콰르르릉!
부하들이 혼전을 벌이면서 드래곤을 향해 진군하지 못하자 강철이 전면에 나섰다.
용아병들을 선두로 한 드래곤의 병력들에게 좀비군단이 맥을 추지 못했다. 독의 권능이나 석화광석이 소용이 없었다. 엘프들처럼 먼저 권능의 결계를 박살낸 후에야 타격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권능의 결계 때문에 마스터들의 절대무기인 오러 블레이드로 소용이 없었다. 내구도가 깎여나기는 했지만 용아병들이 휘두르는 방패와 무기는 드래곤의 이빨과 뼈로 만든 무기다. 마스터들의 오러 블레이드를 막아내면서 치열한 공방전을 하였다. 그리고 좀비들은 권능의 결계 때문에 강철이 주입한 피의 권능이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하고 싸우다가 몸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저놈을 죽이면 마기의 결계를 박살낼 수 있다. 그러면 엘프들이 정령왕을 불러내기 전에 워프마법으로 탈출할 수 있다.’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는 강철을 향해 돌진했다. 30미터나 되는 공룡처럼 거대한 몸체가 돌진하자 드래곤들의 부하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스슥!
드래곤이 돌진하자 후미에 있던 엘프 제국의 황제인 실반이 유령처럼 드래곤의 가디언들을 피해서 후방에서 드래곤을 향해 달려 나갔다. 거대한 드래곤의 몸체에는 광자포와 발칸포가 소용이 없었다. 마치 탱크에 향해 비비탄과 장난감 폭약을 던지는 꼴이다. 때문에 광자포와 발칸포는 드래곤이 아닌 그 부하들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때문에 실반 황제가 가디언들의 저지선을 뚫고 드래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자 강철을 향해 달려가던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의 머리가 뒤쪽으로 향했다.
“피해!”
놀란 실반 황제가 소리치면 유령처럼 우측으로 피했다.
번쩍!
샤르르르르!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의 입에서 녹색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정확히는 광선처럼 보이는 독 브레스였다. 녹색 광선에 스친 것은 무엇이든 다 녹아버렸다. 놀란 실반 황제가 허공으로 뛰어우측으로 피하자 녹색 광선이 저 멀리 후방에 있는 타이탄 3기를 증발시켜 버렸다. 황제의 명령에 좌우로 비했지만 육중한 타이탄들은 움직이는 속도가 느려서 3기가 횡액을 당한 것이었다. 타이탄 탑승자도 마스터급이다. 때문에 물리적인 타격으로는 일격에 박살내지 못한다. 절대공간 때문에 모루와 망치의 원리가 아니면 박살내지 못하는데 브레스는 그냥 녹여 버린 것이엇다. 이는 드래곤의 권능인 영력이 엘프들의 영력보다 월등하다는 의미다.
‘엄청나군.’
간단하게 실반의 기습 공격을 막은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이 강철을 향해 돌진해 왔다.
<정면 공격은 피하십시오.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의 공격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은 엘프 제국의 황제인 실반이 유일합니다.>
그랜드 마스터인 실반의 몸에는 대정령사들이 펼친 상급 정령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정령왕의 힘이 깃들면 일대일로도 드래곤들과 싸울 수 있는 자가 실반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기의 결계 안이다. 이 결계를 깨지 않기 위해 정령왕의 힘을 사용할 수 없는 실반이다. 엘프 제국의 황제인 실반은 정령과 검법, 활을 모두 사용할 줄 하이엘프다. 그렇지만 주력은 검법이다. 정령술을 배운 것은 자신의 몸에 정령의 힘을 담기 위한 것이었다.
번쩍!
콰르르릉!
강철은 일단 검은 번개를 쏘아 보냈다.
스륵!
마기로 이루어진 검은 번개가 드래곤의 몸에 닿는 순간 불에 들어간 눈처럼 녹아버렸다.
<마왕 정도의 마기가 아니면 상대하기 불가능합니다.>
베타 제로가 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파워, 덩치, 영력, 마나, 정신력, 속도, 기술, 마법 등 모든 것에서 드래곤의 상대가 되지 않는 강철이다.
“막아라!”
강철은 어쩔 수 없이 좀비 군단과 몬스터 군단에게 명령했다. 가디언들과 키메라들, 그리고 용아병의 숫자는 수백에 불과했다. 마족군단을 막은 드래곤의 병력은 용아병은 30마리, 가디언들은 20마리, 키메라들은 300마리 정도였다. 무지막지하게 강한 드래곤들의 부하들이지만 숫자로 밀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남는 병력은 강철과 함께 드래곤을 향해 돌진 중이었다. 하지만 강철이 뒤로 빠지면서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퍼버버벅!
“켁!”
드래곤의 앞발이 고양이처럼 빠르게 휘둘러졌다. 그러자 좀비가 두 마리가 터져나가고 오우거가 입으로 피를 뿜으면서 칠십 미터는 날아갔다.
티디디딩!
좀비들이 이빨로 물고 오크 대전사와 트롤과 같은 몬스터들이 드래곤을 공격했지만 비늘에서 뿜어지는 빛의 결계에 맞아 튕겨지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마스터급이라도 절대공간을 이용하는 기술이 없기에 파워대 파워로 싸우다가 그냥 부셔지는 것이다. 즉, 비슷한 파워의 마스터와 싸울대는 힘대 힘으로 밀리지 않지만 파워가 상대가 되지 않으면 그냥 박살이 나는 것이다.
쿵!
와직!
드래곤은 달려드는 좀비와 몬스터들을 밟아 터트리기도 했다. 인해전술에 가까운 몬스터군단과 좀비 군단의 공격에 드래곤의 발이 묶였다. 그러자 실반이 다시 달려들었다. 드래곤의 브레스는 마구 사용할 수 있는 광역기가 아니었다. 고룡이라도 드래곤 하트에 무리를 주기에 연속으로 사용하기를 꺼리는 스킬이다. 더구나 지금은 외부의 마나를 이용할 수 없는 마기로 만든 결계 안이었다. 때문에 사용하면 할수록 본체가 약해지는 비기가 브레스였다.
캉!
실반이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의 발목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가 서린 대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불꽃이 튀면서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의 몸이 기우뚱했다. 오러 블레이드 안에는 불의 상급 정령이 부여한 불의 힘이 서려 있었다. 때문에 불의 오러 블레이드에 의해 드래곤의 발목에 작은 상처가 생겨났다.
스륵!
그 틈을 타서 강철은 동화은신술을 사용했다. 마기의 결계 안이기에 드래곤도 강철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카캉!
실반 황제는 거대하게 솟아난 7미터 크기의 오러 블레이드로 재생이 되고 있는 발목의 상처를 다시 헤집어 놓았다.
<저주와 역화의 권능, 그리고 피의 권능을 사용하십시오.>
카가캉!
은신한 상태로 강철은 드래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카가가가가캉!
실반이 공격을 하자 그를 수행하기 위해 온 센티넬들이 달려들었다. 좀비군단과 몬스터 군단까지 달려들자 자연스럽게 약 300명 정도가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과의 전투에 끼어들었고, 나머지는 뒤로 물러나 용아병을 비롯한 드래곤들의 부하들을 향해 몰려갔다.
카강!
두 마족인 장마와 비마도 드래곤의 공격에 가담했다. 그리고 대부분은 마스터 중급 이상인 센티넬들이었다. 이들은 정령의 가호를 받으면서 그랜드 마스터급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장마와 비마도 마기의 결계 때문에 비슷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강철은 초월급의 타격을 주어 드래곤이 만든 권능의 결계 내구도를 팍팍 깎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왕!”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자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의 입에서 분노의 고함 소리가 터져나왔다. 드래곤 피어다.
“……!”
드래곤 피어에 몸이 마비가 되었다. 드래곤을 공격하던 모든 엘프들도 몸이 굳어져서 허공에서 땅에 떨어지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자 드래곤이 팔로 모습을 드러낸 강철을 잡으려고 하였다.
번쩍!
쾅!
실반에 수십 미터 크기의 오러 블레이드로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를 후려쳤다. 그런 실반의 얼굴에서 땀이 흐르고 있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힘을 낭비했다. 그 결과 실반은 5미터를 날아갔고, 드래곤은 잠깐 주춤했다.
<위험했습니다.>
기다란 목을 이용한 머리 돌려치기에 당할 수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강철은 갑자기 마비에 걸리자 당황했었다. 마비에 걸리면 절대공간을 이용한 힘을 흘릴 수 없기에 드래곤의 타격에 몸이 그냥 박살이 난다. 실반 황제가 아니었다면 드래곤의 헤딩에 의해 강철의 몸이 박살났을 것이었다.
‘나의 숨겨진 모든 능력을 꺼내서 사용해도 드래곤에게 일초지적도 되지 않겠군.’
드래곤 피어를 실반 황제처럼 견딜 수 없다면 일초지적이 안된다. 절대공간이나 마기를 이용한 권능이 그냥 마비되기 때문이었다. 신성력과 마기를 조합하여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면 몰라도 하나의 능력만 사용하면 드래곤의 피어에 이은 잡기 공격에 몸이 박살날 것이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어린 드래곤에게 마스터급 300명이 떼거리로 덤비고 있었지만 드래곤 피어 찬서리를 맞은 메뚜기들처럼 우르르 떨어졌다. 실반이 없었다면 떼거리로 밟혀 죽었을 것이다.
스륵!
실반의 일격에 드래곤이 주춤거렸고, 그 틈에 정신을 차린 엘프들은 드래곤의 정면에서 좌우로 갈라졌다.
번쩍!
샤르르르르!
“크아악!”
모두가 피했지만 한 명의 엘프가 바닥에서 튄 녹색 광선에 다리가 조금 스쳤다. 그러자 다리가 불에 타면서 녹기 시작했다. 마스터인 절대공간과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정령의 힘이 그를 보호했지만 녹색광선은 그 모든 것을 태우는 녹의 정화였다. 마기와 신성력도 태우는 절대적인 힘이 드래곤들의 브레스였다. 기운이 아닌 일종의 권능이기에 더 강한 영력으로 막아야 하는 것이었다.
번쩍!
부상을 입은 엘프는 바로 후방으로 후송되어 엘프 대신관이 손을 대고 정령을 이용해 치유를 시작했다. 검으로 불타는 자리를 잘라버리자 다리가 재생이 되기 시작했다. 마치 도마뱀이 꼬리를 잘라버린 후에 다시 재생이 되는 원리와 비슷했다.
카가가가캉!
강철과 두 마족은 마기의 결계 덕분에 실반을 제외한 다른 엘프들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데미지를 드래곤에게 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실반이 정면에서 드래곤을 주춤하게 만드는 공격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드래곤의 덩치는 가공한 파워와 속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덩치 때문에 한번 주춤하면 다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300명의 엘프들과 강철, 마족들이 오러 블레이드로 드래곤의 등과 꼬리, 다리를 사정없이 후려치고 있었다. 드래곤의 정면에서 앞발치기와 입으로 무는 것만 조심하면 되었다. 이 둘은 순간가속을 하는 것처럼 빠르기 때문이었다. 이에 강철을 비롯한 엘프들은 둘의 공격 범위를 벗어나서 뒤에서 드래곤을 공격하고 있었다.
퍽!
"컥!"
가끔 드래곤의 꼬리나 몸통에 맞는 엘프들도 있었지만 절대공간을 이용한 방어술로 튕겨져 나갔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대신관에게 가서 치유를 받고 바로 전투에 복귀하고 있었다. 모루와 망치의 원리를 때리거나 손으로 움켜지고 박살내지 않는 한 마스터들은 죽일 수 없는 존재다. 때문에 엘프들과 강철, 마족들은 드래곤의 손과 이빨만 조심하면서 맹공을 퍼 부을 수 있었다.
<드래곤의 몸을 보호하는 빛의 결계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300명이 몇 시간을 두드리고 있었다. 드래곤의 가디언들과 키메라들을 대부분 전멸했다. 하지만 용아병들은 죽어도 다시 땅 속에서 기어 올라왔다. 소수이지만 드래곤이 곁에 있으면 리치처럼 불사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용아병이었다. 하지만 드래곤 하트의 힘으로 부활하는 것이기에 마기의 결계 안에 있는 드래곤의 힘이 그만큼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카가가캉!
쩌렁!
몇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드래곤의 결계가 사라졌다. 그러자 오러 블레이드가 드래곤의 비늘 사이를 파고들어 피를 내기 시작했다.
<피하십시오.>
번쩍!
콰르르르릉!
드래곤의 권능으로 만든 권능의 결계가 파괴되자 상처를 입힐 수 있었지만 그 대가로 드래곤은 마법을 난사할 수 있게 되었다. 드래곤의 몸체에서 시퍼런 번개가 사방으로 난사되었다.
“크아악!”
“컥!”
수많은 엘프들이 절대공간을 이용한 검술과 각종 비기로 9서클의 용언마법을 방어했지만 타격을 받고 비명을 지르면서 후두둑 땅에 떨어졌다. 용언마법에는 드래곤의 권능이 가미되어 있기에 물리적인 타격뿐 아니라 영혼에 충격을 받는 것이다. 물리적인 충격은 절대공간을 이용한 방어술로 방어가 가능하지만 영혼의 타격은 영력과 정신력으로 방어해야 한다.
쾅!
실반만이 검으로 번개다발을 가르면서 머리에 일격을 가할 수 있었다. 그러자 뿔 사이에 기다란 고랑이 파이면서 시뻘간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빛이 번쩍이자 금방 몸에 있는 모든 상처가 치유되었다. 리커버리라는 절대치유마법이다. 하지만 그 대가로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는 드래곤 하트에 저장되어 있는 마나가 쭉쭉 줄어들고 있었다.
“총공격하라!”
실반이 공격한 반발력에 튕겨져 나가면서 소리쳤다.
번쩍! 번쩍!
투두두두두둑!
슈슈슈슈슉!
용아병을 상대하는 일부 병력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엘프들이 원거리 공격을 펼쳤다. 3천에 가까운 병력이 광자포, 발칸포, 화살로 원거리 공격을 가했다. 모두 화살이나 무기에 정령의 힘과 오러 블레이드를 담을 수 있는 마스터 중급 이상의 능력자들이기에 가능한 공격이었다. 드래곤의 권능으로 펼친 권능의 결계가 있을 때에는 총탄이나 광자포, 화살에 담긴 힘으로는 때리나마나하는 미약한 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마법으로 막거나 치유하는 것 모두가 드래곤 하트의 힘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공격!”
강철도 살아남는 좀비 군단과 몬스터 군단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독의 권능과 석화권능과 같은 저주가 드래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에 죽으면서 작은 상처를 만드는 순간 드래곤은 마법으로 치유해야 했다.
번쩍!
콰르르릉!
강철은 이제 가까이서 공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권능의 결계가 있을 때에는 직접 타격해야 권능의 결계를 깎아버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원거리 공격으로도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콰과과과광!
퍼버버버벅!
실반 혼자서 탱커의 역할을 하고 수천에 달하는 딜러들이 일점사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좀비군단과 몬스터 군단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달려들었다. 밟혀죽고 드래곤의 발톱에 사지가 날아가고, 브레스에 녹기도 했지만 실반의 공격에 주춤거리는 순간 개미떼에 둘러싸인 코끼리처럼 되어 버렸다. 언데드인 좀비들은 직접 타격으로 머리를 터트리거나 브레스로 녹여버리기 전에는 죽지도 않았다. 그리고 브레스가 아닌 독 마법으로도 죽지 않는 언데드들었다.
<분석시작!>
강철은 그 와중에 염력으로 드래곤의 피를 흡수하고 자신의 피를 드래곤에게 주입하고 있었다. 드래곤의 권능으로 펼치는 마법으로 강철이 사용하는 피의 권능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주입하자 드래곤의 파워와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후우우우웅!
속도가 느려지자 실반에 10미터는 넘는 거대한 오러블레이드를 만들더니 몸과 검을 일치시켜 회전하면서 드래곤의 머리를 뚫고 들어갔다.
털썩!
머리에 구멍이 생기면서 뇌가 곤죽이 되자 거대한 그린 드래곤 사트르노의 마침내 쓰러졌다. 그러자 불사의 생명을 자랑하던 용아병들도 드래곤의 이빨로 변해서 땅에 굴러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