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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마왕-103화 (103/142)

00103  52.  신수(神獸) 던전  =========================================================================

52. 신수(神獸) 던전

삐이익!

펑! 펑!

콘라도 백작령에 있는 신성결계에 문제가 생기자 귀를 찢는 날카로운 소음과 밤하늘에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알람마법과 달린 신성결계는 몬스터의 접근을 차단할 뿐 아니라 마기가 침습하면 이처럼 요란한 신호가 울려 퍼진다.

“마족이다.”

“비상!”

“마족이다. 상부에 보고해!”

“왜 마법통신이 안 돼?”

“저, 정말 마족들인가?”

“귀중품만 챙겨서 빨리 마탑으로 가.”

“마족이라면 워프 게이트도 작동이 안 될 거야.”

“전령을 보내고 봉화를 피워!”

“예.”

“여보 어떻게 해.”

“으아앙! 엄마 나 무서워!”

“신전으로 대피하자.”

……!

콘라도 백작령이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사람들이 튀어나와 난장판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기 위해 마족과는 상극인 대신전으로 몰려들었다. 악마에 대한 미신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의 힘이 머무는 대신전에 있으면 마족이나 몬스터의 침입에서 안전하다고 믿고 있었다.

“막아라!”

사람들이 구름처럼 밀려들자 대신전의 정문을 닫고는 경비병들이 사람들을 막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동하려던 팔라딘들과 신성마법사들까지 대신전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다. 대신전의 주인은 콘라드 백작이다. 그는 귀족이면서 대신관이다. 신성제국의 영주는 모두 신관이기 때문이다.

“으악! 악마들이 몰려온다.”

쿵쿵!

“크와왕!”

“오, 오우거다.”

오우거와 검치호, 흑표범을 비롯한 상급 몬스터들이 신성결계를 뚫고 백작령 안으로 들어와 대신전을 향해 몰려오고 있었다. 몬스터 군단을 막으려는 자들은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좀, 좀비다.”

그리고 죽은 자들은 좀비가 되어 일어섰다. 하지만 신관들은 대신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피난민들이 모두 대신전으로 몰려들어 빠져나갈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왕국으로 존속하고 있었다면 영주의 지휘 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신성제국에 편입이 되면서 지휘 체계에 혼란이 생겨났다.

“우리는 유저요. 안으로 들여보내 주시오. 신성마법사들과 함께 싸우겠소.”

어둠의 숲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변방이라 수많은 유저들이 거주하는 도시가 이곳이다. 수많은 유저들도 마법통신과 워프가 불가능하자 모두 대신전으로 몰려왔다. 이곳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영주성과 같은 역할을 하기에 가장 많은 병력들이 집중되어 있었고, 마족과는 상극인 신성력을 사용하는 신성마법사, 신관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또한 신의 힘이라 불리는 성물이 있는 대신전 안으로는 마족이 감히 들어올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이교도들을 들어올 수 없는 신성한 곳이다.”

“나는 빛의 신을 믿는 신도요.”

“나도.”

이교도는 들어올 수 없다고 하자 모두가 자신들은 신도들이라고 외쳤다.

“빛의 아들이라면 용감하게 나가 싸워라. 이곳에서 우리가 신성력으로 엄호하겠다. 빛의 아들들이여 신을 위한 순교를 할 기회가 왔다.”

유저들이 한 두 명이라면 들여보내겠지만 수천 명이나 되는 유저들을 한 번에 입장시키기 어려웠다. 더구나 이들이 이교도인지 아닌지 구분할 방법도 없었다. 또한 이들은 영지민들과 섞여 있었기에 문을 여는 순간 수십만 군중들이 밀려들어올 것이기 무조건 막아야 했다. 대신전을 지키는 팔라딘들은 영지민들이 다 죽어도 대신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믿는 광신도들이다.

휘익!

퍼퍼퍼벅!

“크악!”

신전의 담을 뛰어넘은 유저 하나가 지키고 있던 경비들이 쏜 석궁 화살에 고슴도치가 되었다. 즉사였다. 그냥 석궁이 아니라 마도슈트의 실드를 박살낼 수 있는 마도석궁이었다. 그러자 무조건 밀고 들어가려던 유저들은 물론 영지민들을 주춤했다.

번쩍!

콰르르릉!

“마, 마왕이다.”

강철이 검은 번개를 만들어서 건물 하나를 박살내 버렸다. 소수의 몬스터 군단에 이어서 강철이 마족들을 거느리고 등장하자 영지민들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성 밖에 수백만 몬스터 군단이 밀려왔다.”

“아아! 우리는 다 죽었어!”

“좀비가 되는 것보다 신전 안에서 죽으면 영혼은 구원 받을 수 있다.”

“들어가자.”

군중들 속에서 중앙제국에서 파견한 스파이들이 선동을 하기 시작했다.

“와아아!”

“쏴라!”

슈슈슈슈!

번쩍! 번쩍!

콰과과쾅!

“으아악!”

군중들이 담을 부수고 밀고 들어가자 팔라딘들과 경비병들이 일제히 사격을 시작했다. 팔라딘들은 대부분 광신도들이기 때문에 대신전이 이교도들의 발에 더렵혀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때문에 담을 부수고 들어오는 자들을 향해 공격 명령을 내렸다.

“타, 타이탄이다.”

“와아!”

사람들이 수십 명이 죽자 유저들 중에 상위 랭커들이나 거부들, 또는 8대 세력의 핵심 병력들만 가지고 있다는 전략 병기로 불리는 타이탄을 꺼내서 탑승한 유저들이 등장했다. 타이탄들이 광자빔을 발사하자 일반 경비들은 재가 되어 날아갔다. 특수 합금으로 만든 아이템인 갑옷을 걸친 팔라딘들이 신성마법들을 보호하면서 방패로 광자빔을 막았다. 광자빔의 엄청난 파워는 신성력이 뿜어지는 특수 방패를 든 팔라딘들을 날려 보냈다. 신성력 때문에 상처는 없었지만 뒤로 계속해서 밀려왔고, 수십만 군중들이 담과 문을 박살내고 대신전 안으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대신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팔라딘들과 신관들, 신성마법사들은 수십만 군중들을 향해 마구 공격을 퍼 부었다.

푹!

“컥!, 비, 비겁한 ……!”

유저 하나가 뒤에서 신관의 심장에 대검을 찔렀다. 대신전의 주인들이자 신의 아들로 불리는 신관을 공격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그다.

“아이템이다.”

“천사의 심장이다.”

“유니크급 무기다.”

“오리콘합급으로 만든 방패다.”

“전설급 스킬이다.”

팔라딘들과 신관, 신성마법사를 죽인 유저들이 소리쳤다. 그러자 유저들의 눈이 탐욕으로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살기 위해 신전으로 들어왔지만 신의 사자들, 신의 아들로 불리는 신관이나 팔라딘들을 향해 무기를 겨누지 못했던 유저들이 팀별로 그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퍼벅!

“천, 천벌 ……!”

“아싸! 폭렙 했다.”

부상을 입고 비틀 거리는 신관의 향해 수십 명이 달려들어 서로 검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막타를 친 유저가 함성을 질렀다.

푹!

“컥! 배. 배신을 ……!”

신관이 떨어뜨린 지팡이와 로브, 반지, 목걸이, 사체를 두고 쟁탈전이 벌어졌다. 죽은 시체의 피를 흡수하면 힐러의 권능을 얻거나 스킬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뿐 아니라 다른 유저들도 사냥감이 된 지 오래이다. 다만 서로 집단을 이루어서 견제를 하고 있었기에 유저들끼리의 사냥은 사라졌지만 제약이 사라진 혼란 속에서 유저들은 탐욕의 광기에 물들어 있었다.

“멈춰라!”

이때 영주이자 대신전의 주인인 콘라도 백작이 나타났다.

“저건 내꺼다. 스틸하는 놈 죽는다.”

하지만 유저들 중의 하나가 소리치자 모든 유저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평소라면 신성제국을 대표하는 대귀족이자 신의 사자로 불리는 대신관의 얼굴을 마주 대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마족 군단의 마기 때문에 모든 마법통신과 동영상 촬영, 녹음이 불가능하다. 또한 혼란 속에서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익명성 때문에 유저들은 눈이 벌개저서 대신관인 콘라도 백작과 그를 호위하는 신관들과 신성마법사, 팔라딘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눈에 이들은 아이템과 성장을 위한 보약, 그리고 보물을 주는 사냥감으로 보일 것이다.

번쩍!

카가가강!

“막아라.”

“제단을 사수하라!”

“크아악!”

유저들은 대신관을 향해 달려들다가 방해되는 다른 세력의 유저들을 공격했다. 그리고 뒤통수를 보이면 기습으로 머리를 박살냈다. 심지어 타이탄을 향해 달려드는 자들도 있었다. 거대한 타이탄도 아이템과 보물로 보이는 것이다. 서로 치고 박는 혼돈의 전장이 되기 시작했다. 대신전으로 들어오려던 민간인들은 대신전 마당과 신전 안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자 좌우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족군단이 정면에서 일직선으로 진군해 왔기에 좌우로 도망치면 살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었다.

번쩍!

콰르르릉!

“켁!”

“마, 마왕이다.”

엉망이 된 대신전으로 강철이 검은 번개를 날리면서 진입했다.

고오오오!

슈슈슈슉!

퍼퍼퍽!

일부 유저들이 팀을 이루어 강철을 공격하기도 했다. 마왕이라고 믿지 않고 마족이라면 사냥에 성공하면 마족의 권능과 아다만티움 합금으로 된 아이템, 그리고 엄청난 스킬 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냥에 성공만 하면 인생역전의 대박이기 때문이다.

“크아악!”

하지만 알려진 상식과 달랐다. 마족들은 일대일 전투를 좋아하는 전투 방식을 선호하는 싸움에 미친 악마라는 것이 상식이었다. 때문에 상대가 아무리 많은 수를 이루어 합공을 해도 마족은 혼자서 달려든다는 것이었다. 즉,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일대일 대결을 좋아하고 다수가 달려들어도 부하나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마족들을 없애려면 하나씩 각개 격파를 하면 된다. 그런데 선공을 하지 않았는데 마족들과 그들의 부하들이 몬스터 군단이 먼저 합공을 하였다. 숫자가 많으니 유저 하나에 십여 마리의 몬스터들과 마족들이 합공을 하였다. 일대일로도 상대가 되지 않는데 열이 합공을 하자 유저들은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으으!”

“나, 난 죽고 싶지 않아.”

눈치를 보던 타이탄들은 벌서 좌우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리고 강철의 가공한 무력과 선공과 합공을 하는 마족군단의 전투 방식에 욕망에 눈이 멀었던 유저들이 금방 공포에 휩싸였다. 하지만 마족군단은 서두르지 합공을 하나씩 박살내면서 천천히 대신전으로 밀고 들어갔다. 때문에 안에서 싸우는 자들은 밖에서 일어나는 사태를 모르고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신관들과 팔라딘들을 합공으로, 또는 기습으로 착실하게 척살하는 자들은 대부분 중앙제국에서 파견한 유저들이었다. 이들 중에는 마스터급의 전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최강의 탱커라는 팔라딘도 이들의 합공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악마들이 난입했다. 우선 힘을 모아 악마들을 몰아내자.”

콘라드 백작이 피를 토하는 음성으로 소리쳤다.

“닥쳐라.”

중앙 제국의 마스터들, 정확히는 옵트 왕국에서 온 사막의 전사들이 그런 대신관을 향해 화살을 쏘아댔다. 하지만 많은 유저들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처참한 비명 소리와 가공할 마기가 대신전에 가득한 신성력과 부딪쳐서 불타오르는 무시무시한 광경에 덜덜 떨면서 콘라드 백작의 말에 동조하려 했다. 마왕, 마족, 악마로 불리는 가공한 무력의 실체를 확인하자 신의 사자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생겨난 것이었다.

“저기가 비밀 통로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누군가가 소리친 비밀통로라는 한 마디에 확 달라졌다.

투두두두둑!

누군가가 마법주머니에서 마도 발칸포를 꺼내서 비밀 통로라는 바닥을 향해서 쏘아대기 시작했다. 마도슈트의 실드가 발전해서 이제 마도 발칸포는 하급 몬스터면 몰라도 유저들에게는 큰 효과가 없는 무기다. 하지만 파괴력과 파워는 막강해서 유저들도 집중 사격을 당하면 뒤로 낙엽처럼 날아갈 정도다. 때문에 건물을 파괴할 때는 오러 블레이드보다 더 효과적이다.

콰과과과쾅!

“성소로 가는 입구를 사수하라!”

대신관만이 들어갈 수 있는 성스러운 장소인 성소로 가는 입구를 팔라딘들은 필사적으로 지키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성력을 뿜어내면 신성방패로 마도 발칸포의 총알을 막아냈다. 그러자 팔라딘들이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으아아! 마왕이다. 밀어붙여!”

강철이 거느린 마족군단이 앞을 거슬리는 자들을 박살내면 대신전 안으로 들어오자 수천 명의 유저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슈슈슈슈슉!

콰과과과쾅!

수천 명의 유저들이 모두 원거리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자 신성결계가 박살나고 성소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던 팔라딘들이 밀려나면서 문이 부셔졌다. 그리고 그 뒤에 있던 콘라드 백작과 신관들, 신성마법사들은 열린 지하의 문으로 들어갔다. 일부러 들어간 것이 아니라 수천 명이 날린 원거리 공격에 밀려들어간 것이었다.

“와아! 비밀 통로다.”

천계로 통하는 던전게이트의 문이 열리자 유저들이 밀물처럼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신수다.”

“천사의 심장이다.”

“천사의 피다.”

“오리콘하루다.”

“마왕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중앙제국의 전사들과 강철의 권속인 마스터들이 던전으로 들어가서 소리쳤다. 그리고는 대신관들과 신관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유저들도 확 바뀐 던전을 보자 뒤따라오는 족군단은 잊어버리고 보물 사냥에 눈이 멀었다. 마물이 아닌 신수들과 가득한 던전이었다. 유저들은 마왕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이란 한마디에 그 진위를 가리지 않고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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