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9 45. 마계 군단장 테르툴포 =========================================================================
45. 마계 군단장 테르툴포
마계
강자존의 전투 괴물들만 사는 세계가 마계이다. 이 마계에서 서열이 있는데 서열 1위가 황제와 같은 대마왕이고, 그 아래에 마왕들이 존재한다. 마왕들도 서열이 있어서 1마왕부터 4마왕까지 존재하는 왕급이다. 그리고 아래에는 귀족급인 군단장들이 있는데 대부분 마왕군에 속해 있다. 마왕의 직속군은 마왕군이라 칭하고 귀족급인 군단장들의 수하들은 마계군단 소속이 된다. 제 2마왕군 소속인 7군단장 테르툴포는 자신의 수하들 중의 하나인 마족이 중간계로 갔다가 소멸되어 버리자 지휘관 회의를 소집했다. 마졸이 아닌 기사급인 천인대장인 마족이었기에 때문이었다.
“알아보았느냐?”
마계 7군단장인 테르툴포가 사단장급인 한 마족에게 물었다. 7군단장이라는 것은 마왕들 아래에 있는 군단장들 사이에서 서열 7위라는 뜻이다.
“예. 드래곤이나 천족들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황제급인 그랜드 마스터도 아니었습니다. 흑마법사가 만든 키메라라는 정보입니다. 요즘은 중간계를 뉴월드로 부르는데 그곳 세계에서는 놈을 가짜 마왕이나 죽음의 군주 중의 하나일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소환되어 지상계로 내려간 마족들은 대부분 분신을 파견한다. 하지만 분신이라도 본체에 있는 대부분의 권능을 분신에게 주입한 상태에서 그 권능을 모두 잃어버리면 본체도 소멸된다. 마족들도 영혼이체술과 같은 수법을 사용해서 분신이 파괴되면 영력인 마기를 가진 영혼은 본체로 돌아온다. 때문에 천족이나 드래곤을 만나 소환이 해제되어도 영력의 일부인 마기의 일부를 잃어버려도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는다.
“흥미롭군.”
마계 7군단장인 테르툴포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어렸다. 드래곤이나 천족이 아닌 자가 사단장급인 마족의 힘을 단숨에 소멸 시킬 정도라면 엄청난 강자라는 뜻이다. 천족이나 드래곤들은 혼자 다니지 않는다. 때문에 놈들을 잡아서 그 힘을 흡수하려면 군단급이 아닌 마왕군 전체가 강림해서 싸워야 하는 차원 전쟁이 된다. 그에 비해 마계는 일대일 전투는 물론 집단전도 약속을 하고 싸우는 명예로운 전투가 가능한 전사의 세계다. 강해지기 위해 끝임 없이 노력하고 성과가 있으면 강자에게 도전하는 전투의 세계다. 때문에 다른 세계에 눈을 돌리지 않지만 하급 마족들은 빠르게 강해지기 위해 악령들을 제물로 받고 잠시 유희를 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그런데 드래곤이나 천족도 아니 키메라 따위가 마족이 소환해제가 아닌 본신의 힘까지 단숨에 소멸시킬 정도라면 놈의 힘을 흡수하면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지금 마계와 중간계이 뉴월드 사이에는 수많은 통로들이 열려 있습니다. 제물이 없다고 해도 쉽게 뉴월드로 갈 수 있습니다. 또한 어찌된 일인지 그랜드 마스터들이나 천족, 드래곤들이 관여를 하지 않아 수많은 마족들이 뉴월드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드래곤들의 수작일 가능성이 크군.”
작은 통로로는 한명씩 밖에 건너갈 수 없다. 그리고 통로를 여는 것은 어려워도 닫는 것은 아주 쉽기 때문에 드래곤들이라면 언제든지 통로를 닫아버릴 수 있다. 그러면 마왕군이 단체로 건너갈 수 없기에 개별적으로 건너간 마족들은 드래곤들의 먹이가 되어 버린다. 천족들은 맹신자들을 이용해서 단숨에 군단급이 인간의 몸에 강림할 수 있지만 매개체를 이용하면 본신의 힘을 반도 발휘하지 못한다. 이는 마족도 마찬가지이지만 분신을 인간의 육체가 아닌 마계에서 마기와 마물들의 육체를 이용해서 만든 키메라의 일종인 분신을 직접 내려 보내기에 본신과 근접한 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귀족급인 군단장들의 힘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분신은 없기에 군단장이나 마왕의 분신도 마족의 분신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즉, 하급 마족이 아닌 상급 마족일수록 분신은 중간계인 뉴월드에서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도 전투기술과 영력이 월등하기에 하급 마족보다 훨씬 강력한 권능을 발휘한다.
“통로가 많이 열려 있어서 동시에 열 명까지는 내려가서 한곳에 뭉칠 수 있습니다.”
참모 역할을 하는 한 마족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철의 마족으로 불리는 서열 1위인 상급 마족이다.
“모험을 할 가치가 있다는 것인가?”
“드래곤들의 생각이야 뻔합니다. 마족들과 천족들을 최대한 많이 뉴월드로 끌어들여서 사냥하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분신으로 내려가서 미끼만 따먹고 올라오면 됩니다.”
일대일 근접 전투의 달인들이 마족들이다. 드래곤들은 그 반대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광역마법을 원거리에서 떼거리로 날려대면 마왕이라도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다가 죽을 수밖에 없다. 영력이 아무리 높아도 이를 보관하는 육체는 한계가 있기에 물리적인 충격을 계속해서 받으면 육체가 붕괴되고, 영력을 물리적인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매개체가 없으면 마기나 신성력과 같은 영력들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드래곤들은 영력보다는 물리적인 힘을 최대한 키우기 위해 무식하게 육체를 키운다. 거대한 육체 덕분에 스피드가 느린 드래곤들은 때릴 곳이 많아 접근전만 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물리적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해서 한번 마법공격에 당하면 밀려나서 접근이 불가능할 정도다. 그렇다고 영력이 적은 것도 아니기에 전투력은 떨어져도 영력이 섞인 용언마법의 힘은 마족들이나 천족들에게 치명적이다.
‘부하들과 함께라면 드래곤이라도 한 마리만 충분히 때려잡을 수 있다.’
마계 7 군단장 테르툴포는 생각했다. 자신의 수하를 소멸시킨 놈이 그랜드 마스터라도 드래곤보다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투의 흔적을 보면 마스터급에 해당하는 놈들과 수천에 달하는 몬스터 군단의 숫자를 이용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내려가서 자신도 군단 급의 몬스터 군단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유사시에는 분신을 포기하고 마계로 돌아오면 그만이다. 마기의 손해는 조금 있지만 모험에 성공하면 4군단장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좋아. 상급마족들 중에서 가고 싶은 자들을 모아 보아라. 나는 마왕님께 허락을 얻도록 하겠다.”
마왕의 허락을 받으면 다른 마왕군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주군이 2마왕보다 더 강해져도 주군에게 반역을 할 수는 없다. 권능을 부여받으면서 한 맹세 때문이다.
마왕들의 권능도 대마왕, 또는 마신으로 불리는 대군주에게 부여받은 것이기에 대마왕의 자리에 도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군주인 대마왕이 죽으면 그 자리를 놓고 마왕들끼리 전쟁이 벌어진다. 서열 1위가 물려받는 것이 정상이지만 마계는 다르다. 후계자 싸움에서 지거나 항복하면 소멸되거나 부하가 되어 대마왕이 되는 마왕에게 모든 힘을 전달해 주는 것이 원칙이다. 마왕과 대마왕 사이에 힘의 차이가 나는 이유다.
새로운 대마왕은 군단장들 중에서 4명에게 권능을 부여해서 새로운 마왕들을 선발한다.
새로운 대마왕이 탄생해도 서열 4위까지는 군단장들이 마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후계자 쟁탈전에서 군단장들도 주군인 마왕들을 도와 다른 마왕군과의 싸워야 하고 이 싸움에서 패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후계자 쟁탈전을 마계 대전쟁이라 한다. 이 전쟁에서 많은 수가 죽지만 반대로 전력은 더 올라간다. 상대의 힘을 흡수해서 살아남는 승자가 힘을 독식하기 때문이다.
마왕이 죽어도 그 휘하의 군단장들끼리 전쟁이 벌어진다. 마계 전쟁이라 불리는 이 전쟁에서 군단장이 죽으면 그 휘하들끼리 후계자 전쟁을 벌이는 것이 마계이다. 그 외에는 서열전쟁으로 치고받는 것이 일상인 전투 종족이 마족들이다. 하지만 마왕의 허락을 받으면 서열 전쟁에서 잠시 물러날 수도 있다.
서열전쟁에서 승자는 상대의 힘을 모두 흡수하고 패자는 소멸된다. 이런 규칙에서 벗어나면 마왕은 대리 군단장을 임명하여 그에게 군단장의 권능을 주어 대리 군단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군단장들과의 서열 전쟁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왕도 마찬가지다.
서열 전쟁에서 벗어났다 돌아온 후에는 대리 군단장과 싸워야 한다. 즉, 뉴월드에서 힘을 얻지 못하면 돌아온 후에 소멸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소멸을 면하기 위해서는 군단장의 권능을 받치고 그의 부하가 되어야 한다. 뉴월드에서 소멸되지 않아도 패배로 인해 역소환되는 경우는 군단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 * *
47던전
타시온 제국이 어둠의 숲에 만들어 놓은 비밀 던전은 흑마법사 던전이었다. 이곳에서 제물을 이용해 마족을 소환했고, 그 마족은 언데드들로 마족 군단을 만들어서 황금의 도시로 진군했다. 제국에서 원했던 각본대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마족군단을 지원하기 위해 동행했던 흑마법사와 어쌔신들이 전멸했다. 마기로 이루어진 검은 안개 밖에 있었지만 몬스터 군단과의 전쟁을 지켜보다가 흑표범의 기습에 모두 사망했다.
“어떻게 되었나?”
“보내는 족족 전멸입니다. 몬스터 군단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서 마족군단이 전멸한 것으로 보입니다.”
“뭐라고?”
7던전의 책임자인 어쌔신 나이트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보고를 하는 흑마법사는 고개를 숙였다. 그도 마족군단이 하찮은 몬스터 군단에게 패배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마족은 신성력을 사용하는 신관이나 신성마법사가 함께 하지 않으면 마스터들도 당해낼 수 없는 악마다. 그런데 몬스터 군단에게 패배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드래곤이나 신성제국이 관여하지 않았나 의심까지 들었다.
“어떻게 할까요?”
“기다려 봐라.”
제국의 음지에서 일하는 정보부 소속인 어쌔신 나이트는 마법 통신기를 이용해서 암호로 제국의 정보부 책임자와 대화를 나누었다.
“제물을 더 모아서 마족들을 더 소환해라.”
“몇 마리나 소환할까요?”
“3마리를 소환할 수 있을까?”
“예. 가능합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흑마법사는 마계와 연결된 통로인 소환마법진을 해체하지 않을 것을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이쪽에서 소환마법진을 개방해도 마계에서 막아버리면 소용이 없다. 즉, 이쪽에서 마계로 통신좌표와 차원좌표와 제물을 준비했다는 신호로 보내면 마족이 그 좌표를 보고 스스로 차원이동 해서 오는 것이다. 즉, 차원을 연결하는 통로는 흑마법사가 아닌 마족의 힘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한번 연결된 통로는 게이트처럼 처음보다 더 쉽게 차원이동 할 수 있다. 마족들은 자신이 차원게이트와 비슷한 일인용 게이트를 만들고도 제물이 별로라고 생각하면 수하들인 마물을 보내기도 한다. 아무튼 한번 연결된 통로는 이쪽에서 마계로 신호를 보낼 때에 아주 쉽다는 것이다.
“제물이 필요한가?”
“예. 적어도 3천 명은 필요합니다.”
사령과 악령이 무엇인지 잘 아는 흑마법사들은 마족에게 악령을 제물로 바친다. 악령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양민들을 납치하여 각은 방법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문을 하여 원한에 사무치도록 만들어 악령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열명 중에 한 명은 악령으로 변하고 나머지는 사령으로 변한다. 이렇게 사령과 악령으로 변한 것이 마족을 불러드리는 제물이다.
후우우웅!
“이게 무슨 소리냐?”
이때 던전이 울리는 진동이 들려왔다.
“큰일 났습니다. 소환마법진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뭐라고? 제물이 없이 마족이 소환되고 있다고?”
흑마법사 수하의 보고에 모두 깜짝 놀랐다.
“어떻게 할까요?”
이쪽에서 소환마법진을 닫아버리면 마계와의 통로가 단절되어 마족이 소환되지 못한다.
“일단 만나서 설득해 보아라. 어쩌면 동료의 복수를 위해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
“예.”
흑마법사는 어쌔신 나이트의 명령을 듣고 소환마법진으로 향했다.
스슥!
소환마법진 위에 에너지가 결집되어 작은 차원게이트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오우거처럼 거대한 덩치를 가진 마족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차원게이트는 닫혀버렸다. 차원게이트가 아닌 소환마법진으로 불리는 이유는 대응좌표의 마법진이 하나의 마족만 통과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위험을 무릎 쓰고 적진에 혼자 들어가는 것이기에 마족들은 본신이 아닌 분신만 보내기에 소환마법진으로 불리는 것이다.
“명예로운 전사를 미천한 종이 영접합니다.”
흑마법사들은 경험에 따라 마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부를 하였다.
“흐흐흐! 마계와는 공기와 다르군.”
마계는 영력을 높이는 마기가 흐르고 있어서 마족들은 모두 감성이 말살된 폭력적인 종족이 된다. 그에 비해서 중간계는 카오스 마나가 흐르고 있어서 빛 속성의 마나가 마족들의 감성을 자극해서 말살된 마족들이 중간계에 오면 기분이 좋아진다.
‘으으! 설마 마왕은 아니겠지?’
흑마법사는 마족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과 위압감에 숨 조자 쉬기 어려웠다. 마치 뱀 앞에서 선 개구리가 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마족이 기운을 갈무리하자 겨우 숨을 쉴 수 있었고, 굳어진 몸이 움직여졌다.
“제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흑마법사는 속으로 안도하면서 고개를 조아리면서 인사를 하였다. 다만 지난번에 소환된 마족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위압감과 기운 때문에 상대가 마왕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버러지 같은 놈이지만 이용당해 주는 것이 낫겠지.’
폭력적인 전투종족이지만 마기로 인해서 감정이 말살되었기 때문에 상당히 이성적인 종족이 마족이다. 때문에 흡수해 보았자 사령뿐이 되지 않는 버러지 같은 인간을 죽일 이유가 없었다.
“내 수하가 죽었다. 그 복수를 하려고 왔다. 범인이 누구냐?”
“몬스터 군단을 거느린 마스터급의 키메라로 추측하지만 정확한 정보는 없습니다. 다만 테이밍 마스터인지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을 부하로 거느리고 있고, 놈의 수하들 중에는 오우거와 오크 대족장과 같은 마스터급도 상당수가 있습니다."
흑마법사는 마족의 말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공손히 대답했다.
“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져와라. 나는 이곳에서 기다리면서 제물을 받고 움직이겠다.”
마계 7 군단장 테르툴포는 부하들을 안전하게 오게 만들기 위해 소환마법진을 장악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지내면서 부하들을 모아서 복수를 핑계로 키메라라는 놈과 놈의 수하들인 마스터들을 흡수할 생각을 하였다.
“예. 곧 제물들을 준비해 올리겠습니다.”
흑마법사는 나가면서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왕이라면 제물을 적어도 수만 명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제국이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는 마왕을 소환하려 할 때의 경우인데 지금은 마왕이 스스로 넘어온 경우였다. 흑마법사는 상대가 마왕인지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왕이라면 제국에서 알아서 하겠지.’
미왕이 강림하면 신성제국과 드래곤들이 나설 것이니 자신은 그 죄로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흑마법사는 마왕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면서 소환마법진에서 부하들과 함께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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