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마왕-83화 (83/142)

00083  42. 대신관 아르멘티오  =========================================================================

42. 대신관 아르멘티오

스슥!

파피아스 왕국의 국경선인 초원지대에서 몬스터 군단과 빛의 군단이 부딪치고 있을 때에 강철이 거느린 몬스터 정예들은 유령처럼 루포 성의 성벽을 넘고 있었다. 악령을 이용해 강철이 가지고 있는 권능을 부여하고 악령을 회수해서 언제든지 능력을 회수할 수 있는 강철이다. 때문에 3천에 달하는 몬스터들은 강철의 능력인 은신 동화술을 펼쳐서 유령처럼 성벽을 기어올라 침투에 성공했다. 대낮인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3천에 달하는 몬스터들의 침입을 단 한명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륵!

거대한 오우거가 유령처럼 지붕에서 지붕위로 뛰어서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오우거를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뭐가 지나간 것 같지 않아?”

“뭐가?”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골목에 나와 오줌을 누던 병사 둘이 대화를 하였다. 지붕 위로 유령처럼 무엇인가가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 병사가 말하자 다른 한 병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바지춤을 울리면서 물었다.

“유령.”

“흐흐! 술이 덜 깼군. 내일 보세.”

몬스터 군단의 침입 때문에 거의 보름 이상 비상이 걸려서 퇴근하지 못했던 병사들은 오늘 처음 휴가를 받고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술집에서 술 한 잔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그래.”

두 사람은 인적이 없는 골목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스륵!

악령을 통해서 권능과 자신의 능력을 전달해 주어도 오우거나 트롤, 오크들이 강철처럼 완벽하게 권능이나 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낮에도 이들의 은신 동화술을 간파한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대낮이라 밤보다 더 경계가 소홀한 이유도 있었다.

“헉! 마력역장이다.”

루포 백작성 안에 있는 광장 주변에 있는 마탑에서 실험을 하던 마법사는 갑자기 마나가 움직이지 않자 경악했다. 이는 대마법사나 그랜드 마스터만이 할 수 있는 마력역장이다. 마력역장은 마스터가 만드는 절대공간과 공간과 비슷한 것으로 마나를 뿜어내서 마법이나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고급 기술이다. 자신의 마나를 뿜어내서 마나의 움직임을 왜곡하는 기술이다. 강철은 사령마법과 마스터의 기술을 응용해서 주변 수백 미터에 마나역장을 만들 수 있었다.

스륵!

퍽!

마법사의 뒤에 오크가 유령처럼 나타났다. 마법사는 마나를 움직일 수 없어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오크가 뒤통수를 쳐도 기척도 느끼지 못하고 기절했다. 오크 전사는 기절한 마법사를 잡아서 한곳으로 모았다.

<마탑을 접수했습니다.>

‘신전과 용병길드, 그리고 드워프 길드도 점령해야 하겠지.’

<신전은 제일 나중에 점령해야 합니다.>

강철은 백작이 있는 내성을 점령하기 전에 마탑부터 점령했다. 워프 게이트가 있는 마탑을 점령하면 지원병력이 오지 못한다. 하지만 신성제국은 다르다. 신전에는 신성마법사들이 있어서 따로 워프 게이트를 만들어 운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신성제국의 영향력이 강한 동대륙에는 마법 길드의 힘과 영향력이 약하다.

‘신성마법에는 내 은신 동화술이나 마나역장이 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인가?’

<예. 마스터!>

신성력은 사령마법의 상극이다. 자신은 몰라도 사령마법을 통해서 자신의 권능을 일시적으로 부여받은 귀령마의 상태가 된 몬스터들은 신성력에 의해 타격을 받아 은신 동화술이 깨어지고 아까운 악령들만 소멸될 것이다. 또한 신성력은 마나와는 다른 힘이라 강철의 마나가 신성력 안으로 파고들어 신성력을 왜곡하기 불가능하다.

‘조용히 장악하기는 불가능하겠군.’

루포 백작령을 은밀히 장악하면 이오나 공국의 대부분을 같은 방법으로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신전 때문에 마법 통신으로 금방 동대륙 전체에 알려질 것이다.

<예. 마스터!>

‘일단 시작하자.’

스슥!

강철은 신전을 제외한 마법길드와 용병길드, 사냥꾼 길드까지 모두 장악했다. 오크 전사와 주술사 300명을 두고는 강철은 나머지 병력을 이끌고 내성을 향했다.

툭!

강철은 내성의 우물에 자신의 핏방울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권속들과 권졸들에게 자신의 피가 담기 암기를 나누어 주었다.

* * *

“이상하군.”

루포 백작은 점심 식사 후에 집무실에서 그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치 끈적끈적한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더욱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딸랑!

종을 흔들자 집사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포도주나 가져와라.”

“예. 영주님.”

기분 탓이라고 느낀 루포 백작은 서류를 던져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잠시 후에 집사는 시종들을 거느리고 왔다. 시종은 간단한 요리와 포도주를 가져와서 세팅을 하였다.

쪼르르!

집사 준 포도주의 향을 음미하는 순간 향이 조금 다르다고 느낀 루포 백작이다. 하지만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고는 맛을 보았다.

“퉤!”

마나의 지배자인 마스터가 루포 백작이다. 그는 포도주에 깃든 기운을 마나로 밀어내었다. 마나를 타고 올라오는 영력의 기운도 마스터의 의지와 영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마나와 함께 밀려났다.

휙!

권졸이 된 집사가 단검을 휘둘렀다. 영주인 루포 백작의 뒷목을 노리는 일격이었다.

삭!집사의 목이 분리되어 피분수와 함께 그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져 두 바퀴나 옆으로 굴렀다.

“누구냐?”

자신의 집무실이 마나역장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느낀 루포 백작이다. 집사를 해치우는 순간 주변의 공간이 달라져 있었다.

스륵!

강철이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내었다.

“죽음의 군주다.”

강철이 친절하게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해 주었다.

“네놈이 감히!”

흑마법사가 파피아스 왕국으로 가지 않고 어떻게 자신의 집무실에 나타났는지 이해가 어려운 루포 백작이다. 하지만 흑마법사가 단독으로 마스터인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행위다. 절대공간은 대마법도 한 두 번은 튕겨낼 수 있는 절대방어막과 같다. 마나역장을 믿는 것 같지만 마스터의 신체는 순간가속으로 번개처럼 움직일 수 있다. 같은 마스터끼리의 싸움에서 그런 큰 동작은 반격을 당할 수 있기에 손발은 몰라도 몸까지 이동하는 순간가속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마법사 따위는 그런 염력을 할 필요가 없는 놈은 호랑이 입에 머리를 들이민 격이다.

번쩍!

삭!

루포 백작이 번개처럼 움직여 강철을 공격했다. 순간가속이었다.

강철은 상대가 순간가속을 사용하자 시공의 권능을 사용해서 옆으로 피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절대자인 마스터들끼리의 싸움에서 먼저 움직이는 순간가속은 손해를 보기 마련이다. 미리 움직였기에 상대의 반격을 피할 수 있는 움직임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최소로 움직이면서 팔과 다리를 사용하는 공방의 묘수가 검법이자 보법이다. 가속은 그것을 모두 포기하고 직선이동을 하는 것이기에 역습에 쉽게 당한다.

“네, 네가 마스터!”

루포 백작은 경악했다. 포도주를 마시면서 밀어낸 기운이 옆구리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고 있었다. 상대는 흑마법사가 아닌 자신과 같은 마스터라는 것이 분명했다. 마스터가 아니면 절대공간을 가르고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마스터의 절대공간을 침투할 수 있는 기운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절대공간을 가르고 몸으로 들어오는 상대의 검을 자신의 마나로 밀어내어 몸이 두 동강이 나는 것을 방어했다. 또한 몸도 절대공간이니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상처가 봉합되어 바로 치유가 되고 재생이 되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그것을 방해하는 기운이라니? 루포 백작은 이 기운을 자신의 의지로 밀어내기 위해 시간을 끌어야 했다.

촤르르르!

악령들이 연결된 사신의 낫이 루포 백작을 뱀처럼 감싸고 조이기 시작했다.

“헉!”

자신의 절대공간을 파고드는 쇠사슬의 공격에 루포 백작은 흠칫했다.

삭!

오러 블레이드로 쇠사슬을 잘라내었다. 그런데 잘라진 쇠사슬이 바로 이어지면서 그의 몸을 칭칭 감았다. 마치 칼로 물을 베어낸 기분이었다. 그런데 물처럼 베어진 쇠사슬들이 절대공간을 파고들어 몸을 결박해 오고 있었다. 절대공간을 확장시켜 밀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옆구리를 가르는 순간 들어온 피의 권능이 루포 백작이 마나를 움직이는 것을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엇이냐?”

루포 백작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시꺼먼 연기를 뿜어내면서 자신의 절대공간을 조여 오는 사신의 낫에 대항하면서도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사신의 낫이라는 사령마법으로 만든 마법무기다.”“설마 9서클 대마법사란 말이냐?”드래곤처럼 마법의 대종사인 9서클 대마법사라면 십만에 달하는 몬스터 군단을 만든 것도, 마스터인 자신의 암습하여 사로잡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난 마스터인 동시에 마법사이자 전사다.”

“마검사?”

“……!”

강철은 상대의 의문을 풀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가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를 만드는 마스터이자 9서클 흑마법사로 착각해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 착각이 그의 반항을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나는 모두가 평등한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하고자 하는 제국의 황제다. 나에게 충성을 바쳐라.”

“하하하! 궤변이로군.”

죽음의 군주로 자처하는 흑마법사가 평화와 평등을 말하는 것이 웃기는 루포 백작이다.

“거부하면 나는 너를 죽여서 데스 나이트로 만들어 영원히 나를 섬기게 만들 것이다.”

“……!”

강철의 위협에 루포 백작의 안색이 굳어졌다. 무의 정점에 오른 마스터가 언데드가 되어 영원히 흑마법사를 섬기는 마물이 된다는 것은 죽음을 넘어서는 치욕이다.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 협박에는 루포 공작도 흔들지 않을 수 없었다.

“충성이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위다. 거짓으로 충성을 맹세할 수는 없다.”

고민하던 루포 백작이 마나를 이용해서 사신의 낫과 자신의 몸으로 파고는 이상한 기운을 막아내려 애쓰면서 말했다.

“충성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 명령에 따르는 부하가  되어라.”

“한 가지만 약속해다오.”

“무엇이냐?”

“인륜을 저버리거나 기사의 명예를 더럽히는 명령에 불복종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

“……!”

이번에는 강철이 고민했다. 루포 백작을 죽일 수는 있어도 그의 육체로 데스 나이트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데스 나이트는 육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육체야 오우거도 있기에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악령을 얻을 수 있다면 오우거의 육체로도 데스 나이트는 만들 수 있다. 즉, 루포 백작을 데스 나이트로 만들겠다고 협박한 것은 거짓이라는 뜻이다.

“좋다. 하지만 배신을 한다면 그때는 네 영혼과 육체는 내 것이 될 것이다.”

강철은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승낙을 하였다.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호칭해야 합니까?”

“너만 알고 있어라. 나는 중앙 제국의 황제로 내 모습은 항상 변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 폐하라고 하면 된다. 알겠느냐?”

“예. 폐하!”

루포 백작은 입술을 악물고는 대답을 하였다. 적에게 굴복 당했다는 것이 분하고 억울한 것이었다.

“첫 번째 명령이다. 내 힘에 대항하지 말라.”

“……!”

루포 백작은 복잡한 표정이 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포기를 하였다. 그러자 피의 권능이 루포 백작의 피와 마나에 스며들어 그의 정신과 영혼에 결합했다. 뱀파이어의 권능이 피의 권능에 베타가 결합되어 있기에 가능한 강철만의 능력이다.

스륵!

염력 송곳이 되어 루포 백작의 팔을 찔렀다. 절대공간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지만 루포 백작은 강철의 명령에 저항하지 않았다. 강철은 염력으로 루포 백작의 피를 가져와서 입 안으로 넣었다.

<동화와 분석을 시작합니다. 상급인 마나심법과 검법을 얻었습니다. 동화 완료. 업그레이드 시작.>

지금까지 얻은 마나심법과 검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마스터의 검법과 마나심법을 얻은 베타는 바로 분석을 하고 업그레이드를 시작했다. 동화가 완료되자 악령 수천을 얻은 것보다 더 많은 영력이 증가했다.

‘굉장하군.’

루포 백작의 마나심법과 검술은 물 속성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루포 백작은 물이 있는 바다에거 가장 강하고, 호수나 강에서 싸울 때에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 루포 백작이 기습을 당하지 않았고 근처에 강물이 있었다면 강물의 힘을 이용해 쉽게 당하지 않고 도망칠 수 있었을 것이다. 강물을 매개체로 해서 절대공간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과 비슷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루포 백작은 자신의 마나가 카오스 마나로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로 인해서 새로운 능력들이 생겨났지만 자신의 고유 속성인 물의 속성을 잃어버렸다. 반쪽짜리 마스터가 된 것이다.

“너라면 카오스 마나를 정화해서 물의 속성을 가진 마나로 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정화를 하면 나와 연결된 심령이 끊어질 것이다. 이는 배신으로 간주되어 계약에 따라 너의 영혼은 내 것이 될 것이다. 그러니 카오스 마나를 완전히 정화하지 말고, 내가 준 권능인 은신동화술을 사용해 네가 가진 카오스 마나의 힘을 감추어라.”

“예.”

촤르르르!

루포 백작이 대답을 하자 그의 몸을 감고 있던 사신의 낫이 풀리면서 강철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두 번째 명령이다. 지금부터 너는 나를 지켜라.”

“예.”

루포 백작은 강철의 명령에 쉽게 대답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