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5 38. 어쌔신 =========================================================================
38. 어쌔신
‘어떻게 된 것이지?’
중급 사냥터에서 초조한 기색으로 서성이고 있는 카르티나였다. 그녀는 미카엘을 믿었다. 위험한 상황이 되면 파티원들을 데리고 피신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거리가 멀기에 타피 전용인 공용 마법 통신이 연결되지 않았다. 이는 파티원들이 전투모드로 싸우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갑자기 구조요청이 떨어지더니 곧 이어서 아이언이 탈출하겠다는 통신이 왔다. 때문에 카르티나는 미카엘이 두 번에 걸친 공간 이동으로 이쪽으로 오거나 먼저 피한 파티원이 자신에게 연락을 할 것이라 믿고 있었지만 아무러 연락이 없자 초조해 하고 있었다.
‘개척 사냥터로 가야 하나?’
파티장인 자신이 빠진 상태에서 오우거를 잡는 것이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실력을 알 수 없는 어쌔신들이었다.
스슥!
이때 강철이 유령처럼 나타났다.
“아이언! 괜찮아?”
카르티나는 반갑게 소리쳤다.
“응.”
강철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동료들은?”
“모두 전사했다.”
“……!”
카르티나는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왜?”
“어쌔신들은 내가 쫓아냈다. 문제는 미카엘이 돌아오기 무섭게 돌연변이 흑표범에게 당했다. 내가 흑표범과 싸우는 와중에 돌연변이 오우거가 딜러들과 탱커들을 부상 입혔다. 돌연변이 흑표범은 나를 강자로 인식하고는 나와의 대결을 피하고 대니얼과 제롬을 차례로 암습했다. 그래서 우리는 탈출하려 했지만 또 다른 돌연변이 오우거나 나타나 전멸했다.”
“너는 어떻게 빠져 나왔어?”
“나는 레인저 출신이다. 은신술을 사용하면 오우거나 흑표범이 나를 발견하기 불가능해.”
“아!”
“현장으로 가보자.”
“괜찮을까?”
“구조요청을 했으니 많은 파티들이 몰려갔을 거야. 숫자가 많으니 자신의 영역 깊숙이 끌어들여 싸우려하지 그곳에서 다시 전투를 하지 않는 것이 오우거의 특성이다. 놈들도 타이탄과 딜러들의 공격에 발목에 많은 타격을 받았기에 위험하다고 판단할 것이니 지금은 안전해.”
오우거의 영역에 오크들이 살아가는 이유다. 숫자가 많아 부상을 당해서 자신이 사냥 당할 가능성이 있으면 그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면서 기회를 노리다가 무리에서 떨어진 소수를 사냥하는 것이 오우거의 특성이다. 물론 약하다고 생각하면 침입해서 강한 놈부터 잡아먹고 돌아갔다가 배가 고프면 다시 와서 잡아먹는다. 약한 오크 부족은 도시락처럼 생각하는 놈이 오우거다.
“알았어.”
카르티나는 강철과 함께 개척사냥터로 달려갔다. 개척 사냥터에는 이미 상급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다가 구조요청을 받은 수백 명의 용병들과 몬스터 사냥꾼들이 몰려들어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시체와 타이탄을 수거한 상태였다. 그리고 얼마 후에 철십자 용병단과 세븐 시티 담당자들이 와서 주변을 정리했다.
“어쌔신들의 흔적은 찾을 수 있어?”
“물론이지.”
사건 현장을 조사한 결과 담당자는 돌연변이가 많은 곳이라 이곳도 드래곤의 영역이라 판단하고는 개척 사냥터를 폐쇄했다. 강철과 카르티나는 동료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어쌔신들의 흔적을 추적했다.
“여기서 끊어졌어. 사람들이 많아서 흔적을 발견하기 불가능해.”
어쌔신들의 흔적은 세븐 시티로 이어졌다. 시내 안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에 어쌔신들의 흔적을 계속해서 추격하기 불가능했다.
“꼭 잡고야 말거야.”
자신의 부하들이자 동료들인 파티원들을 잃은 카르티나는 매우 슬퍼하면서 분노했다. 시체는 타이탄 조종사인 무인들만 찾을 수 있었고, 나머지는 오우거와 흑표범이 먹이로 가져갔기에 찾을 수도 없었다. 담장자가 드래곤의 영역이라고 선포했기에 오우거나 흑표범을 추격해 복수할 방법도 없었다. 때문에 모든 분노는 어쌔신들에게 전가되었다. 그들이 자신을 암습하지 않았다면 힐러인 자신이 탈출할 일도 없었고, 그러면 타이탄 조종사들이 오우거에게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불리하다고 해도 미카엘의 능력으로 대부분이 피신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너무 상심하지 마. 내가 놈들을 잡아 복수해 줄게.”
“고마워요.”
카르티나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
카르티나가 나타나자 길을 걷던 사람들이 홍해 바다가 갈라지듯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성스러운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카르티나는 세븐 시티의 여신이었다. 동료들뿐 아니라 시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여신처럼 떠받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눈물을 보이자 그녀와 함께 걷고 있는 강철을 향해 증오와 분노의 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 * *
일주일 후
뉴월드에서도 장례식은 있었다. 지구인들은 지구에서의 장례절차를 따랐고, 특급용병들은 유품을 전사의 전당에 봉인하는 것으로 장례 절차가 끝이었다. 화장을 하여 남은 재나 유품을 전사의 전당에 봉인하는 예식에 동료들과 유가족들이 모여서 10분 정도 추모를 하는 것으로 장례가 끝나는 것이었다. 때문에 용병들은 사냥터에서 전사를 하면 시체는 그곳에 묻고 전사의 전당에 봉인할 유품 하나만 챙긴다.
스슥!
강철은 동료들의 장례가 모두 끝나자 어쌔신들을 찾고 있었다. 지구인들인 알파 전사들의 장례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 일부는 유해나 유품을 지구로 보냈고, 종교가 있는 알파 전사들은 이곳에서 종교 예식에 따라 장례예식을 거행했다. 그리고는 일부는 유언에 따란 뉴월드의 전통대로 전사의 전당에 봉인되기도 했다. 가족이 없는 경우였다.
‘몇 명이나 있지?’
강철은 세븐 시티의 중심가인 광장 뒷골목에 있는 카지노를 보면서 물었다. 세븐 시티에는 총 5개의 호텔 카지노가 있었다. 이 중에서 2개는 NWB의 소유이고, 나머지는 마법길드, 드워프 길드, 타시온 제국 소유이다. 이 중에서 타시온 제국 소유의 호텔 카지노에 어쌔신들이 숨어 있었다.
<7명이고, 흑마법사도 한 명 있습니다.>
베타가 대답했다. 영력이 커진 강철의 감지 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이 능력과 베타의 분석력이 더해지자 호텔 카지노 안에 있는 수천 명 가운데 어쌔신들은 물론, 흑마법사의 존재도 파악할 수 있었다.
‘흑마법사가 있다고?’
<제국과 마법사 길드의 은밀한 비호를 받는다는 증거입니다.>
‘흑마법사들도 파벌이 있는 것인가?’
자신의 권속인 빅투스는 8서클의 대마법사이지만 신성제국의 추격 때문에 인간 세계가 아닌 어둠의 숲에서 평생을 보냈다. 물론 가끔 인간 세상에 나왔지만 이는 실험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강철은 때문에 대부분의 흑마법사들이 빅투스처럼 철저하게 고립되어 숨어 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흑마법사들이 제국은 물론이고 마법사 길드의 비호를 받으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예. 제국이나 드워프 길드는 물론 용병 길에서도 어쌔신들을 양성하기 위해 흑마법사를 비호하고 신성제국이나 마법사 길드에서는 이를 알고도 묵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마법사 길드와 신성제국에서 양성하는 흑마법사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테바가 모르는 비밀이 있다는 것인가?’
<테바가 권력의 핵심 세력 속하는 자리에 있었지만 권력 장악에는 실패해 밀려난 상태였습니다. 실적을 올리거나 상대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서 흑마법사들과 그들이 만든 어쌔신들이 필요합니다. 테바도 짐작은 하지만 증거가 없어서 보고하지 않는 내용입니다.>
‘어떤 세력의 흑마법사가 가장 위험할까?’
<제국입니다. 제국에서는 필요하면 드래곤과 신성제국을 견제하기 위해 흑마법사들을 이용해서 마계의 마왕과 마족들을 소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성제국이 천계의 천사들을 소환하는 것과 비슷한 것인가?’
<예. 드래곤이 개입할 것이 두려워서 신성제국도 천사들을 소환하지는 않고 그들의 힘인 신성력을 빌려서 사용하는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마계의 힘인 마력만을 빌려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럼, 왕국도 가능하지 않을까?’
<가능성이 있지만 지킬 힘이 없으니 들키면 갈가리 찢겨져서 제국들과 마법사 길드, 드워프 길드가 그 열매를 나누어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역사를 보면 마왕 소환을 하다가 멸망한 왕국들이 심심치 않게 역사에 나옵니다.>
‘내가 그 꼴이 될 수 있겠군.’
자신이 이미 빅투스를 이용해서 키메라들을 양산하고 피의 권능을 이용해 수많은 권속과 권졸들을 만들어 내어 중앙 제국을 세웠다. 피의 권능과 같은 여러 가지 권능은 대부분 마계에서 흘러나온 힘들 중의 하나라고 판단했었다. 권능은 피와 마나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힘의 근원은 정신력과 영력이다. 하지만 카르티나를 만나서 신성력을 분석하기 시작하자 영력과 관계된 권능은 마계와 천계 모두와 관계된 힘이라는 판단하고 있었다. 빛과 어둠의 근원에서 나오는 초월적인 힘이기에 초월적인 존재가 되면 천계나 마계의 구분이 의미가 없다. 오히려 한쪽의 힘으로 초월적인 영역에 도달하면 부작용이 생기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반대 속성을 이용해야 한다. 때문에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몸에 좋은 영약인 셈이다. 그러니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반대편을 멸종시키지 않고 유지시키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면 천계와 마계는 물론 드래곤들도 이를 집어 삼키거나 서로가 연합해서 나누어 가질 가능성이 컸다.
NWB는 이미 뉴월드의 절대강자인 3개의 세력들이 연합해서 그 열매를 취하면서 변수가 되지 않도록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를 잠식해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지금은 서로 파이를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파이가 다 커져서 더 이상 커질 수 없다면 그때는 서로를 잡아먹는 전쟁이 될 것이다.
‘알았다. 일단 흑마법사를 권속으로 만들어서 어쌔신 길드를 장악해야 한다는 것이지?’
<예. 하지만 흑마법사도 심령으로 연결되어 있는 금제가 있다면 금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거나 수장을 찾을 때까지 NWB를 이용해야 합니다.>
강철의 영력으로는 어쌔신들의 금제를 감지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을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잡아서 빅투스가 연구하면 알아낼 수 있겠지만 타초경사가 될 수 있기에 지켜보자는 베타의 의견이다.
‘카르티나를 이용하자는 것인가?’
카르티나를 이용한다는 것은 NWB를 이용해서 어쌔신 길드를 공격해 흑마법사를 가로챈다는 의미다.
<아닙니다. 이곳이 제국의 소유라 NWB라도 함부로 침입해서 흑마법사를 공격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신성제국을 이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성제국을?’
<테바 때문에 우리는 신성제국의 권력 구조와 파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신성제국의 권력을 장악한 파벌은 타시온 제국이 비호하고 있는 흑마법사 조직을 묵인하고 있겠지만 테바의 세력은 이를 모르고 이용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순수 맹신자들의 세력은 흑마법사라면 무조건 악마의 추종자로 생각하고 제국의 황제라도 공격할 것입니다.>
신성제국에서는 정치적인 세력이 있는데 권력을 장악한 여당과 야당으로 구분할 수 있다. 테바의 세력은 권력에서 밀려난 정치적 세력인 야당이다. 그런데 신성제국에서는 이 두 세력이 속하지 않는 순수 맹신자 세력이 있는데 이들은 정치적 세력에 의해 이용만 당하는 바보들이다. 쉽게 말해 맹신을 이용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칼이기에 여당이나 야당은 물론 강철도 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을 사용할 수 있는 키워드는 마족이라는 명분이다.
마법사 길드도 파벌이 있겠지만 모두 이성적이고 정치적이기에 이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외교적으로 주고 받는 관계여야 하기에 이용이 불가능하고, 줄 것이 있어도 이들의 파벌에 대한 정보가 적다. 6서클 마법사까지 권속으로 만들었지만 이들은 마법사 길드의 본부에 근무하는 실세들이 아니라 변두리 지부에 근무하는 자들로 중앙 권력에 발도 담그지 못한 자들이기 때문에 중앙권력의 파벌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세븐 시티에는 아직 신전이 들어서지 않았지?’
신전이 세워지면 그곳을 관리한 신관이 파견되어야 한다. 그런데 신관의 숫자가 많지 않기에 최소한 인구 100만 명은 넘는 대도시나 왕국의 수도나 제국의 백작령이나 후작령은 되어야 세워진다. 물론 신성제국 안에서는 신관이 영주이니 작은 남작령이라도 신전이 세워지고 신전이 곧 영주성의 역할도 겸한다.
<예. 그러니 타시온 제국에 파견 나온 맹신자를 이용하면 됩니다.>
‘그런 자가 제국에 파견되지는 않을 텐데?’
영주나 외교관의 역할을 해야 하는 신관들은 모두 정치적인 세력이다. 맹신자들을 파견하면 문제만 생기기에 신전에서 기도만 하도록 만들어 놓고, 필요할 때만 칼로 사용하는 것이 신성제국이다. 물론 맹신에서 벗어나면 사용할 수 있는 인재이니 정치적인 세력에서 서로 끌어들이거나 제거하려 한다. 포섭이 실패하면 테바처럼 한직으로 밀어내거나 흑마법사의 세력을 이용해서 순교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순수 포교 활동을 위해 순례를 나온 신관을 이용하면 됩니다.>
신관들은 수련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포교 순례를 해야 한다. 주로 가난한 병든 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신성력으로 그들의 병을 치유해주는 순례이다. 이 순례를 통해서 신성력이 커지기 때문에 칼을 날카롭게 벼리는 동시에 신성제국의 영향력을 키우기 때문에 신관들은 의무적으로 7년에 한 번씩 포교 순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신관을 보호하는 성기사인 팔라딘도 2명이 따라다닌다. 이런 포교 순례를 통해서 맹신이 더욱 깊어져서 순수한 칼로 남을 수도 있고,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되어 정치적인 세력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테바에게 연락해야 하겠군.’
<일단 확인부터 하고 연락하십시오.>
‘그러지.’
강철은 카지노를 향해 걸어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호텔로 들어가자 유니폼을 입은 아가씨가 양쪽에서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하였다. NWB와 경쟁하기 위해서 서비스는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착칵!
촤르르르!
“19번 잭팟이요!”
“와아!”
카지노의 풍경은 지구와 비슷했다. 슬롯머신에서 동전이 쏟아지자 담당자가 큰 소리로 잭팟을 외쳤고, 잭팟을 터뜨린 용병은 기념사진도 찍으면서 입이 찢어지고 있었다.
‘저곳인가?’
<예. 마스터!>
강철은 슬로머신들이 있는 기계를 지나 포커 테이블, 바카라 등등의 게임 기계와 테이블들을 지나서 VIP 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