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3 37. 역함정 =========================================================================
37. 역함정
화르르!
철십자 용병단 파티원들은 모닥불에 둘러 앉아 몬스터 멧돼지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한 두번 해본 것이 아니라 모두 편안한 접이식 캠핑 의자에 앉아서 강철이 구워 주는 꼬치구이를 먹고 있었다.
“한 잔씩 드십시오.”
강철은 마법주머니에서 새 포도주 병을 꺼내서 뚜껑을 따고는 파티장인 카르티나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고마워요.”
‘으득!’
‘실컷 좋아해라. 내일이면 흐흐!’
……!
타피원들은 강철이 꺼내 놓은 포도주를 따라 마시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자들은 하나도 없었다. 카르티나가 왜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은 적도 있었지만 그러면 용병들은 웃으면서 그깟 포도주 몇 푼 하느냐고 하거나 강철보로 혹시 좀생이냐고 물기도 했다. 카르티나는 자신 때문에 강철이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아서 그 후로는 참견하지 않았다. 자신이 나서서 강철을 감싸줄수록 파티원들이 강철을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물품 준비와 식사 준비도 막내가 하는 것이라는 전통을 다수결로 결정해 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철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과 카르티나가 먹고 남은 음식 쓰레기를 저들이 처리해준다는 생각으로.
“여기는 흑표범의 영역이니 조심하십시오.”
식사가 끝나고 야영 준비를 하면서 강철이 말했다.
“아이언 감각을 속일 정도인가요?”
카르티나가 질문을 하였다.
“돌연변이만 아니면 괜찮습니다.”
“그 정도도 구분하지 못해?”
제롬이 핀잔을 주듯이 물었다.
“놈의 영역 초입이라 발자국만으로는 구분하기 힘듭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확인하고 올까요?”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카르티나가 다시 물었다. 파티의 안전을 책임지는 파티장이기 때문이었다.
“돌연변이가 아니면 2시간 정도이고, 돌연변이라면 운이 좋아야 4시간입니다.”
“운이 나쁘면요?”
“흔적을 찾기 힘드니 이틀이 걸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외각이면 안전하지 않나요?”
“돌연변이가 아니면 안전하지만 돌연변이 상급이라면 자신의 영역에 민감해서 공격해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이언이 감지할 수 없나요?”
“마나를 사용하면 감지할 수 있는데 5시간이 한계입니다.”
밤새도록 혼자 경계를 설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강철이다.
“놈의 영역에서 벗어나면 어떤가요?”
“돌연변이라면 사냥감이라 생각하고 추격해 올 것이니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어쩔 수 없군요. 아이언이 수고해 줘요.”
“특별 경계입니까?”
위험 지대에서는 강철이 3시간 경계를 서고 20분 휴식 후에 다시 3시간 경계를 선다. 20분은 마나회복을 위한 마나심법을 운행하는 시간이다. 이는 밤새도록 강철이 경계를 선다는 의미였다. 이동할 때도 3시간 이동 후에 20분 휴식하고 이동하는 방식이다.
“네.”
“알겠습니다.”
“제길! 자다가 깨어서 근무해야 하잖아. 겁은 많아가지고.”
“겁쟁이라 그래.”
강철과 카르티나를 제외한 파티원들이 투덜거렸다. 아이언은 밤새도록 경계근무를 해야 하는데도 중간에 세 명이 잠깐씩 일어나서 20분 동안 경계 근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귀찮은 것이다.
특별 경계가 아니면 모두 텐트 안에서 편하게 잔다. 돌연변이가 아니면 몬스터의 접근을 아이언이 자면서도 금방 감지한다. 또한 마도슈트의 기능 중에는 하급 몬스터의 접근을 차단하는 냄새를 뿜어내는 것도 있고, 특수 텐트에는 은신기능까지 첨가된 것이라 안전하게 잘 수 있다. 그리고 아이언 정도는 아니더라도 특병 용병들과 탱커들인 무인들도 기감이 예리해서 몬스터가 접근하면 자다가도 쉽게 감지해 낸다.
“제비뽑기나 하자.”
“어쩔 수 없지.”
8명이 모여서 제비뽑기를 시작했다.
“으악! 2차다.”
니오가 비명을 질렀다. 제비뽑기를 하여 1차는 미카엘, 2차는 니오, 3차는 대니얼이 뽑혔다. 밤에 이동하는 것은 마나석을 소모해야 하기에 해가 넘어가면 휴식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저녁 6시에 식사를 시작해서 밤 8시까지 식사와 휴식을 취하고는 밤 8시부터 해가 뜨는 아침 6시까지 취침이다. 때문에 미카엘은 11시, 니오는 새벽 2시 20분, 대니얼은 새벽 5시 40분이다. 취침이 8시이지만 그때까지 텐트에 들어가서 카드를 하거나 수다를 떨면서 밤 11시까지 놀다가 자는 것이 보통이나 미카엘과 기상 시간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는 대니얼은 상관없었다.
“알람 맞추어 놓고 근무 잘 서라.”
니오를 제외한 모두가 싱글벙글 이다.
“제길!”
니오가 투덜거리면서 아이언을 노려보았다.
‘그냥 자자.’
니오는 마도 슈트의 알람 기능을 사용해서 시간을 맞추지 않았다. 잠들어도 주변에 정찰 로봇을 뿌려 놓으면 감지기로 몬스터들이 오는 것은 다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연변이 흑표범이 그런 감지기도 뚫고 들어온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니오다.
재수가 없어서 감지기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돌연변이 흑표범이 기습을 한다고 해도 외곽에 있는 탱커들의 텐트를 먼저 공격할 것이기 자신은 상관없었다. 그때는 일어나서 근무 중이었다고 하면 된다.
야영은 파티장을 중심으로 보조, 딜러, 탱거 순으로 원형을 그리면서 개인 텐트를 친다. 중급 용병들이나 몬스터 사냥꾼 파티는 마나석을 소모하는 정찰 로봇이나 감지 로봇을 주변에 배치하고 마나 지뢰나 투명 철사 등으로 함정을 만들어 안전을 도모한다. 하급이라면 궤도 장갑차를 타고 다녀야 하지만 하급 사냥터에는 흑표범과 같은 위험한 몬스터가 없기에 하급 몬스터를 막아주는 특수 텐트만 있어도 된다.
‘내 능력이면 텐트를 뚫고 들어오는 순간 파악할 수 있으니 경계는 필요없다.’
흑표범이 무서운 이유는 소리 없는 기습 때문이다. 하지만 특수 텐트는 방어력이 뛰어난 몬스터 가죽들을 가공해서 만들었기에 흑표범이라도 쉽게 찢기 어렵다. 돌연변이라면 다르겠지만 중급 정도의 기습은 여기 있는 누구든지 다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니오다.
“그럼, 수고하세요.”
카르티나는 밤 12시까지 중앙에 있는 모닥불에서 강철과 이야기를 하면서 놀다가 옆에 있는 텐트로 들어갔다. 강철은 모닥불 가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밤새 경계 근무를 서야 하기에 텐트를 치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의 텐트로 들어가서 잠이 들자 강철은 의자에 앉아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계획대로 되었습니다.>
특별 경계 태세를 명령해도 용병들은 새벽에 일어나서 20분 동안 텐트에서 나와 마나를 소비하면서 경계를 서는 자는 거의 없었다. 니오도 마찬가지였다.
‘알았다.’
스슥!
강철이 일어나서 유령처럼 사라졌다. 동화은신술과 시공간의 권능을 동시에 사용했기에 미리 파악해 놓은 흑표범의 은신처까지 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푹!
야간 사냥을 위해 나무 위에 은신해 있던 흑표범은 강철의 피가 묻은 암기에 맞아 움직이지 못했다. 강철은 염력으로 암기를 뽑아 흑표범의 피를 마셔서 흑표범을 자신의 권속으로 만들었다. 피의 권능으로 은신동화술의 능력을 강화시켜 주었다.
스슥!
강철은 권속이 된 흑표범을 데리고 야영 장소로 돌아왔다.
‘그럼, 마나심법을 운행하는 흉내를 내면 되겠군.’
강철은 흑표범은 나무 위에 두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서 마나심법을 흉내 내었다. 그러면서 텔레파시로 권졸이 된 흑표범에게 미카엘을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삭!
흑표범이 미카엘의 텐트를 찢고 그를 공격했다.
“헉!”
텐트가 찢어지는 소리에 미카엘은 본능적으로 공간이동을 하였다.
“크윽!”
30미터 밖으로 이동한 미카엘은 등을 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쾅!
스슥!
강철은 마나심법을 그만두고는 흑표범을 공격했다. 그러자 흑표범은 놀라서 도망을 쳤고, 강철은 흑표범을 추격해서 밀림 속으로 사라졌다.
“습격이다.”
용병들은 텐트가 찢어지는 순간에 이미 깨어서 무기를 들고 텐트에서 뛰어나왔다. 그리고 힐러를 보호하는 대형을 갖추었다.
번쩍!
카르티나는 뼈가 보일 정도로 등이 찢어진 미카엘을 치유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미카엘은 카르티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에 마법주머니에서 마도 슈트의 상의를 꺼내서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경계근무를 선 니오를 노려보았다.
“미안!”
니오는 얼굴을 붉혔다. 재수가 없게도 자신이 경계 근무시간에 돌연변이 몬스터가 공격을 한 것이었다. 흑표범은 자신보다 강한 사냥꾼이 깨어서 돌아다니면 절대로 먼저 공격하지 않는 습성이 있었다. 공격한다면 경계근무를 서는 니오를 먼저 공격했어야 했다. 그런데 안쪽에 있는 텐트 안에서 자고 있던 미카엘을 먼저 공격했다는 것은 그가 가장 약한 무력을 감지했다는 의미다. 힐러는 신성력 때문에 꺼림칙했을 것이고, 점퍼의 능력은 감지가 불가능한 초능력이기에 마나가 가장 적은 미카엘을 공격했을 것이다. 시간과 염력의 초능력자인 대니얼이나 제롬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재수 없게도 이 세 명 중에서는 미카엘이 밀림과 가장 가까운 위치였다. 이는 그가 1번이지만 경계근무 담당자였기 때문이었다.
“경계근무 태만으로 벌점 3점을 부과합니다.”
“……!”
파티장의 말에 니오는 할 말이 없었다. 일반 경계근무 소홀이라면 벌점 1점이다. 하지만 특별 경계 근무였기에 벌점이 2점이고, 동료가 부상을 당했기에 다시 벌점 1점이다. 만약 죽기라도 했다면 더 많은 벌점이 나온다. 벌점 1점이면 벌금 1천 골드이고, 2점은 1만 골드에 태형 5대이다. 3점은 10만 골드에 태형 10대이다. 4점이면 벌금에 자격정지 처분과 태형 20대다. 5점은 벌금괴 태형, 그리고 징역형까지 살아야 한다. 그 6점은 재산 몰수와 태형은 물론 노예형까지 받아야 한다. 그 이상이면 재산몰수에 이어 사형까지 당한다.
“재판은 일단 보류합니다.”
파티장은 벌점을 준 후에 마법통신기로 연락하면 바로 1차 재판이 열리고 정당하다고 판단되어 승인이 떨어지면 파티원들이 바로 압송하거나 인계해 버린다. 하지만 3점까지는 재판을 연기하고 임무를 먼저 수행한다. 이 임무에서 공을 세우면 벌점을 차감할 수 있는 것이 파티장이다.
“감사합니다.”
니오는 속으로 안도했다. 나중에 오우거 사냥 때에 아이언을 사고사로 위장하고 동료들과 상의를 하면 자신이 공을 세웠다고 꾸며서 보고하면 벌점 1점으로 벌금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스슥!
잠시 강철이 돌아왔다. 강철은 흑표범의 발톱에 있는 미카엘의 피를 마셔서 그가 가진 점퍼의 능력을 흡수하고 업그레이드 시킨 후였다. 이미 공간마법사 리소의 공간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두 가지 능력을 결합해서 시공의 권능으로 발전시켰다. 이 시공의 권능은 시간 버프 능력자인 대니얼의 능력까지 흡수하면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어떻게 되었나요?”
“놓쳤습니다.”
강철이 보고를 하였다.
“돌연변이 흑표범이 다시 습격할까요?”
“한번 실패하고 반격까지 당했으니 다시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
“다행이군요.”
한밤의 소란은 니오의 특별 경계근무 소홀로 인해서 벌어진 사태로 마무리 되었다.
* * *
며칠 후
강철 일행은 드디어 오우거 영역이 개척 사냥터에 도착했다. 강철은 정찰을 핑계로 오우거에게 접근하여 오우거를 권속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권속이 된 흑표범과 패밀리어가 된 하급 몬스터들을 이용해서 어쌔신들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위치 추적기와 비슷한 마법물품을 니오가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이용해서 강철 일행을 뒤에서 여유 있게 따라오고 있었다. 오우거가 나타났다고 하면 더 가까이 접근할 것이 틀림없었다.
‘어쌔신들의 능력이 상당한데?’
<레인저 능력과 흑마법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괴물들로 보입니다.>
‘권속으로 만들까?’
<흑마법사와 연결된 줄이 끊어져서 흑마법사의 소굴을 찾기 불가능해 질 것입니다.>
‘곤란하군.’
강철과 베타는 변수인 어쌔신들이 나타나면 오우거처럼 놈들도 권졸로 만들어서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쌔신들이 단순한 암살자들이 아니라 흑마법에 의해 만들어진 키메라처럼 괴물이라면 피의 권능으로 권졸로 만드는 순간 흑마법사가 알아채고 그가 도망칠 것이 분명했다.
<변수를 만들어 놈들을 제거하고 하나만 남겨도 돌아가게 하여 그들의 본거지를 알아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끝까지 연기를 해야 하겠군.’
<예. 마스터!>
‘근처에 있는 권속들을 모두 불러야 하겠군.’
강철은 텔레파시를 통해서 몇 시간 거리에 있는 오우거를 반대편으로 이동시켜서 반나절거리로 만들고는 미리 만들어 두었던 권속들을 반나절 거리에 있는 오우거 근처로 모두 불러 모았다.
“여기부터 오우거의 영역입니다.”
선두에서 앞서 가던 강철이 손을 들고는 보고를 하였다. 그러자 파티원들의 얼굴에 긴장이 어렸다. 단순한 오우거 사냥이 아니라 동료인 아이언을 제거하는 작전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
파티장인 카르티나가 후방에서 선두에 있는 강철에게 오우거와의 거리를 물었다.
“이쪽 방향으로 오고 있다면 몇 시간 안에 만날 수 있고, 반대로 이동 중이면 하루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한 시간 쉬었다고 특별 경계 모드로 이동합니다.>
파티장의 명령에 모두가 모여서 영양환을 먹고 마나심법을 교대로 한 후에 마지막으로 장비까지 점검하고는 이동을 시작했다.
“목표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빨리 따라가도 내일 오후는 되어야 놈을 잡을 수 있습니다.”
추격을 하다가 강철이 오우거의 발자국을 보고는 보고를 하였다.
<일반 경계 모드로 전환하고 속도를 높여서 추격합니다.>
일행은 속도를 높여서 추격을 하였고, 밤이 되자 마지막으로 강철이 사냥해 온 몬스터 고기로 바비큐 파티를 하였다. 이때 강철은 카르티나를 제외한 모두에게 자신의 피가 담긴 포도주를 주었다.
“어! 이상한데?”
카오스 마나와는 다른 이질적인 느낌에 파티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들은 몬스터 고기에 있는 독성일 가능성도 있다고 마나심법을 하려고 했다. 독성이 있다는 것은 더 많은 마나를 축적할 수 있는 영약이라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아니었다면 바로 파티장에게 힐을 요구했을 것이다.
쿠웅! 쿵웅!
이때 육중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오우거다.”
“어떻게 된 것이지요?”
카르티나가 전투 준비를 하면서 강철에게 물었다.
“우리가 자신을 추격한다는 것을 감지하고 돌아온 모양입니다.”
내일 오후는 되어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반나절 만에 오우거를 마주치게 된 것이었다.
“덕분에 빨리 임무를 마칠 수 있겠군요. 모두 전투 준비!”
식사를 하던 일행은 파티장의 명령에 자리를 정리하고는 전투 준비를 하였다.
쿵! 쿵! 쿵!탱커들은 타이탄을 꺼내 탑승한 후에 삼각 대형으로 섰고, 딜러들은 타이탄 뒤에 숨었다. 그리고 힐러를 중심으로 보조들이 삼각형으로 진형을 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