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1 36. 시기와 질투 =========================================================================
36. 시기와 질투
뉴욕
NWB 총본부 대회의실에 총회장인 빌 브라이언트와 비서, 도널드 박사 등 중역들이 둘러앉아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정기총회로 지구에 있는 각 나라별 책임자들의 회계보고와 예산안, 그리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등이 있었다. 지구 각 나라별 책임자들이 보고를 마치자 이번에는 뉴월드 담당자들이 보고를 시작했다. 예전에는 단 한명의 책임자가 있었지만 이제는 뉴월드도 3명의 책임자가 정해져서 엘프 제국이 있는 서대륙을 제외한 3개 제국에 NWB 본부가 만들어졌다. NWB는 개편을 해서 총본부, 본부, 지부가 있다. NWB의 총회장은 수천 개의 기업과 연구소, 학교는 물론 각 나라와 UN군까지 실질적으로 다스리는 황제나 마찬가지였다. 이 모든 기업, 군대, 나라 등을 효과적으로 지배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한 것이었다.
“아직도 황금 도시를 장악하지 못한 것입니까?”
“죄송합니다. 약 10%의 지분을 확보했지만 영주성은 너무 폐쇄적이고, 영주인 베타 1호는 수련을 위해 어둠의 숲으로 사라졌기에 영주를 이용한 도시 장악에 실패했습니다. 지금은 마법사 길드와 드워프 길드, 타시온 제국, 용병길드, 사냥꾼 길드에 배당된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지만 영주가 가진 지분이 60%가 넘기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총회장의 질책에 남대륙 책임지가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한 후에 변명을 하였다.
“그래서 대책은 무엇인가?”
“노천 금광의 위치는 이미 파악되었습니다. 다만 영주가 어떻게 무식한 오크들과 계약을 맺어 그들을 이용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만 우리 요원들이 곳곳에 침투해 있기에 곧 그 비밀을 알아낼 것입니다. 오크들만 없다면 어둠의 숲을 개척하여 개척도시를 만드는 속도가 10배는 빨라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쩔 수 없지. 그대로 진행하고 새로운 개척도시 건설에도 신경 쓰게.”
“예. 회장님!”
“다음은 마도 공학 연구소 소장님인 도날드 이사님의 보고입니다.”
“도날드입니다. 자세한 것은 보고서를 참고해 주시고 ……!”
사회자의 말에 도날드 박사가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는 보고를 시작했다.
“알파 전사의 양산은 불가능 한가?”
보고가 끝나자 총회장이 질문을 하였다.
“현재 매달 가상현실 게임의 상급자 3천 명과 특수부대 정예 2천 명을 뽑아 훈련을 하여 매달 10명에서 30명 정도의 알파 전사들을 매달 배출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마도공학 수준으로는 이 정도가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체의학, 유전공학, 마법, 무공 등등이 모두 결합된 마도공학의 결정체가 알파 전사들이다. 베타 전사의 최종 업그레이드판인 알파 전사들의 능력으로 뉴월드의 지배세력인 마스터들을 상대할 가능성 있었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나 그들을 능가하는 초월자인 드래곤들을 상대할 능력이 생기기 전에는 NWB의 지배층이 뉴월드로 진출하지는 않을 것이다.
“양산까지는 아니라도 숫자를 더 늘릴 방법은 없나?”
“지구의 인가 증가율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때문에 숫자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많습니다. 뉴월드의 원주민들을 회유하면 획기적으로 늘어나겠지만 그러면 비밀이 누설될 염려가 있습니다. 방법이 있다면 마도공학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데 지금은 이것도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 돌파구가 필요합니다.”
“돌파구라면 5서클 이상의 마법서인가?”
“예, 하지만 마법길드와의 협상에서 실패한 이상 5서클 이상의 마법서를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흑마법사를 사로잡아 키메라 제조술을 획득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마왕이라고 소문날 정도의 키메라 제조술을 얻으면 알파 전사들의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알파 무인들의 훈련은 어느 정도인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알파 무인이 세 명 있습니다.”
“그러면 타이탄에 탑승 시키면 뉴월드의 백작 정도는 쉽게 처리할 수 있겠군.”
“타이탄의 현재 성능으로는 오히려 마스터의 능력을 반감시킨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타이탄 부대와 알파 초능력 부대, 무인 부대의 연합 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월드에 파견한 실험체들의 성과를 보면 이들이 연합 했을 때에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 세븐 시티에 있는 철십자 용병단의 실전을 녹화한 영상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돌연변이 오우거를 처리한 영상입니다. 철십자 용병단에 있는 특급용병보다 무인부대에서 훈련받고 있는 알파 무인들의 무력은 훨씬 뛰어납니다.”
“좋군. 세 부대의 알파 전사들의 연합 훈련을 시작하고 성과가 나면 뉴월드에 파견하라.”
“예.”
“다른 것은 없나?”
“세븐 시티에서 레드 드래곤의 영역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드래곤? 드래곤이 정말 실존하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마계의 마왕과 천계의 대천사도 존재한다는 의미인가?”
“……!”
총회장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겨우 제국의 백작급의 귀족인 마스터들을 상대할 방법이 생겼는데 그 위의 공작급인 그랜드 마스터들도 상대가 불가능하는 초월적 존재인 드래곤의 실존 한다는 것이 밝혀지자 막막한 모양이었다.
“드래곤를 잡아서 레어를 털 수 있다면 마도공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도널드 박사의 눈빛이 반짝이었다.
“가능한가?”
“먼저 흑마법사의 마법서를 얻어서 마도공학을 발전시키면 뉴월드의 강자들을 이용하여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불가능하다는 뜻이지?”
“예. 회장님!”
“가능하다고 해도 너무 위험합니다.”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격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성공하면 드래곤처럼 영생에 가까운 생명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
도널드 박사의 발언에 모두의 얼굴에 탐욕이 떠올랐다. 마도공학의 발전으로 이들은 젊음과 생명 연장의 꿈이 실현되어 백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120세가 넘으면 급격하게 노화가 진행되어 현제의 마도공학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한계 수명은 130세 정도였다. 물론 마스터가 되면 200세도 가능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들이 마스터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지구의 지배자들은 뉴월드의 지배자들과 달리 무력이 아닌 부의 세습으로 얻은 권력이기 때문이었다.
“우선은 흑마법사의 마법서를 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드래곤에 대한 것은 정보만 수집하도록.”
“예. 회장님!”
뉴월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NWB의 정기 총회가 끝이 났다.
* * *
세븐 시티
돌연변이 오우거를 잡고 만들어진 상급 사냥터는 폐쇄되었다. 강철이 속한 철십자 용병단은 레드 드래곤의 영역을 피해서 좌우로 사냥터를 개척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강철은 동료들과 사냥, 훈련, 회식 등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웠다. 식물인간이 되었다가 베타 전사가 되어 영혼이체술과 흑마법사의 마나심법 등을 통해서 카오스 마나로 성장한 강철은 10년 넘게 어둠의 숲에서 혼자 살면서 카오스 마나의 부작용으로 인간의 감정이 사라졌었다.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과 베타의 분석에 의존해서 인간관계를 형성했을 뿐이지 감정의 교류는 단절된 상태였다. 심지어 부모님들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카르티나의 신성력으로 카오스 마나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신성력으로 감정 호르면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자 처음으로 감정의 교류가 생겨났다. 이는 노도질풍의 사춘기를 시작하는 청소년의 감정과 비슷했다.
“아이언은 꿈이 뭐예요?”
강철은 카르티나와 팔짱을 끼고 공원을 걷고 있었다. 나무로 만든 산책로 아래로는 비단 잉어와 비슷한 커다란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다. 중생대 시대의 열대우림과 비슷한 식물들과 나무들이 지구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공원이었다.
“세계 정복?”
“호호호!”
강철의 대답에 카르티나는 농담을 한다고 생각하고 웃음을 터뜨리었다. 두 사람은 현재 연인 관계가 되어 있었다.
“뮤지컬이나 보러 갈까?”
뉴월드에서는 아직 TV와 영화가 공식적으로 허락되지 않고 있었다. TV는 마도 컴퓨터의 모니터 역할 정도이다. 때문에 NWB는 수많은 공연장을 만들어서 연극, 뮤지컬, 노래, 춤, 무용 등등의 공연문화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지금도 TV와 영화를 허락 받기 위해 제국들과 협상 중이지만 마법사 길드의 방해로 이를 상품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허가를 내주면 지구의 수많은 영화와 드리마, TV 프로그램들이 무차별적으로 뉴월드를 강타하여 뉴월드는 지구의 문화 식민지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때문에 마법사 길드와 제국들은 철저하게 이를 차단하고 무단으로 지구의 영화나 드라마를 마도 컴퓨터나 마법통신기의 성능을 이용해서 관람하면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여하거나 노예를 삼은 중형을 부과하고 있었다.
“네.”
강철은 팔에 느껴지는 뭉클한 감촉을 기분 좋게 느끼면서 공원 광장에 있는 거북이 모양의 원형 극장으로 향했다.
<마스터! 쓸모없는 감정입니다.>
베타는 강철이 수련을 하지 않고 매일 카르티나와 연애나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시끄럽다.’
<현재의 감정은 몇 년 지나면 금방 사라지는 거품과 같은 신체적 현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그 정도로 모른다고 생각하나?’
<마스터의 영력과 의지력은 제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유치한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은 신성력으로 인한 카오스 마나의 새로운 부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둠 계열의 속성을 가진 마나들이 지나치게 많이 정화되어 빛 속성이 강해져서 생긴 불균형이 마스터를 좀먹고 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괜찮아.’
강철은 베타의 분석이 옳다는 것을 알지만 상관없었다. 인간은 원래부터 불완전한 존재였다. 완전해지려는 것 자체가 불안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베타는 불균형에서 오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했지만 강철은 불안전함을 인정하여 포용하는 것을 지나서 이를 사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감정과 의지를 공유할 수 없는 기생체에 불과한 베타의 한계였다.
<흑마법사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베타는 강철이 신선 노름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강철이 여자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강수를 두었다. 베타는 강철의 허락 하에 마도 컴퓨터와 중앙 제국의 정보망을 이용해서 흑마법사들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래.’
강철은 데이트를 방해하는 베타가 귀찮았다.
‘이놈을 봉인하는 방법이 없을까?’
강철은 생각을 둘로 나누어서 베타가 자신의 생각을 읽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명령을 내리면 베타가 아무소리를 하지 않지만 이는 베타가 자신의 생각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무생물의 컴퓨터처럼 명령에 따라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나중에 물으면 쉽게 대답했기 때문이다. 이에 강철은 자신의 생각을 둘로 나누어서 하는 무의식의 영역을 이용해 베타에게서 봉인하는 방법으로 베타가 자신의 생각을 읽지 못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영력이 발전하고 정신의 지배자인 알파 전사 이민우의 능력을 흡수한 후부터였다.
‘가능은 하겠지만 지금은 필요하니 그냥 두는 것이 낫겠군.’
강철은 시도 때도 없이 자신에게 충고하는 베타가 귀찮기는 하지만 중앙제국의 성장을 돕고 있는 베타를 봉인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는 없었다. 마스터가 된 테바나 곧 마스터가 될 가능성이 높은 흑마법사 빅투스 등이 배신할 수도 있기에 자신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라도 베타는 꼭 필요했다. 뉴월드를 암중으로 점령한 후라면 귀찮게 구는 베타를 봉인해 버릴 생각을 하는 강철이다. 자신이 생각을 둘로 나누어서 자신의 생각을 베타가 읽지 못하게 하는 것을 반대로 하면 베타와 결합된 의식을 봉인하면 베타도 봉인되는 것이다. 의식이 두 개라는 것은 의식의 복제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하나를 봉인해도 기억과 판단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특석으로 두 장 주세요.”
“2골드입니다.”
특석은 2층에 있는 방으로 외부와 차단되어 있고, 소리가 마법통신기의 원리를 이용해서 증폭되어 소리를 방에서 조절할 수 있었다. 또한 음식과 술까지 세팅되어 있는 곳이다.
강철은 카르티나와 함께 뮤지컬을 볼 수 있는 2층의 특석으로 향했다.
“공연 시간은 20분 후에 시작됩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지구의 스튜어디스를 연상하게 하는 유니폼을 입은 안내 도우미가 강철과 카르티나를 특실로 안내했다. 특실 안에는 포도주와 스테이크 요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소파에 앉아서 탁자 위에 차려진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뮤지컬이 시작되자 두 사람은 붙어서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뮤지컬을 보았다. 그런데 강철의 한 손은 카르티아의 상의 속으로 들어가서 보이지 않았다.
뮤지컬의 내용은 영웅이 흑마법사에게 납치된 공주를 찾아서 어둠의 숲에 있는 던전으로 쳐들어가서 흑마법사의 소환한 마왕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