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8 34. 힐러 카르티나 =========================================================================
‘지난번에 본 알파 전사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군.’
강철은 나무 위에서 오우거와 철십자 용병단이 싸우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마왕 척살대에 파견된 1기 알파전사들의 능력이 더 뛰어난 것 같습니다. 그들은 초보였고, 이들은 오랫동안 훈련해 왔기 때문에 자신의 초능력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뿐입니다.>
강철은 마왕 척살대에 파견된 가속 능력자 라이트, 염력 능력자 세븐, 정신 능력자인 이민우, 무공의 능력자들인 알파의 능력을 흡수해 업그레이드 했다. 이미 강철이 다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기에 베타는 비교 분석해서 별거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이대로 가면 5분 내에 오우거를 잡겠군.’
용병단은 끝내 오우거의 양쪽 발목 인대를 완전히 끊어버렸다. 계속해서 오러 광자검으로 상처 부위를 공격하자 발목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오우거의 스피드를 잡자 탱커 3이 포위하여 공격을 하였다. 전면에서는 막고, 좌우에서 방패가 아닌 철퇴를 꺼내서 휘둘러 머리를 때리는 공격이었다. 오러 광자검이 아니라도 육중한 철퇴가 머리를 때리면 뇌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삭!
오우거는 두 팔을 마구 휘둘렀지만 딜러들이 염력의 도움을 받아 점프를 하여 허공에서 자유롭게 방향 전환을 하면서 겨드랑이 부분의 인대를 집중 공격하고 있었다. 발목에 이어 두 팔을 못 쓰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크와와앙!”
오우거는 시간만 있다면 끊어진 인대를 잡아당겨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충격을 받아 넘어지기 않기 위해서는 인대가 끊어진 발을 움직여야 했다. 마나를 사용해서 끊어진 인대 대신 발을 움직일 수 있지만 마나를 방출하는 등등의 마나심법이나 마나 응용법을 배운 적이 없기에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불가능했다. 오우거는 마나와 육체를 하나로 생각하여 마나의 지배 능력이 곧 신체를 지배하는 것과 동일시했다. 때문에 인대가 끊어져도 넘어지지 않고 움직일 수는 있지만 폭발적인 움직임은 불가능했다. 어쩌면 오우거가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결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 마스터는 정제한 작은 양의 마나로도 다양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응용하고 집중해서 사용할 수 있지만 오우거는 막대한 카오스 마나를 가지고도 신체를 강화하여 강력한 힘과 스피드를 발휘하는 한 가지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철의 말에 베타가 대답했다.
‘마나를 폭발시켜 공격해라.’
강철이 텔레파시로 오우거에게 명령했다. 오우거는 강철의 피를 통해서 이미 권졸로 만들어 두었다.
“크와와왕!”
강철의 명령을 받은 오우거는 다리의 인대가 박살나건 말건 마나를 폭발시켜서 몸을 회전시키면서 무지막지한 속도로 자신의 팔뚝을 노리는 딜러를 공격했다.
번쩍!
힐러의 신성력이 오우거 피어로 움찔한 용병들의 상태 이상을 치유했다. 그리고 시간의 능력을 사용해서 딜러의 움직임을 빠르게 했고, 염력으로 오우거의 공격을 방해했다.
퍽!
평소라면 충분히 허공에서 염력의 계단을 박차고 오우거의 공격을 피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우거의 주먹에서 오러와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염력의 방패를 깨부수고, 시간의 권능으로 거의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딜러가 미처 피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주먹이 날아왔다. 딜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천천히 날아오는 주먹을 왜 피할 수 없었는지. 이런 경우는 마스터의 절대공간이 아니면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기에 딜러는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자 오러 광자검을 발출해서 주먹을 후려쳤다. 이는 상처를 내기 위한 공격이 아니라 그 반발력을 이용해 튕겨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반발력보다 더 강력한 힘이 오러 광자검을 박살내고 몸을 강타했다.
번쩍!
힐러는 오우거가 아닌 대검이나 철퇴와 같은 무기를 들고 있는 오우거뿐 아니라 인간 마스터와의 전투도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해서 수백 번 이상 경험을 하였다. 때문에 마스터가 만드는 절대공간 안으로 들어간 순간 시간의 권능, 염력, 오러 등등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잘 안다. 때문에 딜러들은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를 오러 광자검으로 부딪쳐서 그 반발력을 이용해 튕겨지는 연습을 수백번 하였다. 그래도 완전히 피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 순간 힐러가 신성력을 주입해 즉사를 막는 연습을 하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
오우거의 무지막지한 파워에 오러 광자검이 연기처럼 스러지면서 딜러의 몸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머리를 뒤로 제치고 충격에 대비했지만 신성력이 그 순간 그의 몸을 감싸주지 않았다면 즉사했을 것이다. 가상현실 기기로는 흉내낼 수 없는 무지막지한 고통에 딜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튕겨나가고 있었다. 다행이라면 신성력이 곤죽이 된 그의 몸을 치유하면서 생명줄을 잡아당기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금 더 지나면 트롤처럼 곤죽이 된 몸이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슥!
그 순간 흑표범이 유령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로 있는 딜러의 머리를 물고는 숲으로 사라져버렸다. 오러 광자검으로 흑표범의 머리를 단숨에 잘라버릴 수 있는 딜러이지만 몸이 곤죽이 되어 회복되는 과정이라 무기력한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머리를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서 뇌 속으로 파고들자 신성력도 소용없었다.
“……!”
오우거나 트롤, 검치호와 같은 강자에 비하면 흑표범은 레벨이 낮은 몬스터다. 하지만 매복해 있다가 약점을 보이는 몬스터 사냥꾼인 헌터들을 잡아가는 흑표범은 가장 악명이 높다. 이놈들 때문에 궤도 장갑차가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 않을 정도다.
‘마력 감지기가 소용이 없다니?’
철십자 용병단이 궤도 장갑차가 없이 사냥을 나온 이유는 업그레이드 된 마도슈트 때문이다. 마도 슈트에는 마력 감지기가 있어서 은신해 있는 몬스터들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우거도 이 마력 감지기로 찾아낸 것이었고, 많은 용병들이 마도 슈트의 레이더 기능을 하는 마력 감지기 때문에 궤도 장갑차 없이 사냥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그 상식이 무너졌다.
‘후후!’
강철은 나무 위에서 당황해 하는 용병들을 지켜보았다. 오우거가 갑자기 절대공간과 비슷한 무력을 발휘하고 마력 감지기에 걸리지 않고 매복해 있던 흑표범은 모두 강철의 권졸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피의 권능으로 얻은 동화술은 마력 감지기에도 걸리지 않는다.
삐!
놀란 힐러는 즉시 구조요청을 하였다. 몬스터들 중에는 돌연변이들이 있고, 가끔은 전투 중에 각성하는 놈들도 있다. 오우거가 전투 중에 갑자기 각성을 한 것처럼 전투력이 급증했고, 설상가상으로 마력 감지기로 발견할 수 없는 돌연변이 흑표범이 나타났다.
쾅!
삭!
딜러들은 흑표범과 오우거의 전투력이 무서워서 오우거를 쉽게 공격하지 못했다. 사각지대인 발목만을 지속적으로 공격했고, 그것도 탱커가 부딪치는 순간에만 공격하고는 바로 물러났다.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되었다. 타이탄의 전투 기동시간은 1시간이다. 철십자 용병단은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5분 거리에 상급 사냥터에서 사냥하던 몬스터 사냥꾼들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마법사가 포함된 300명으로 구성된 오크 사냥꾼들입니다.>
상급 사냥터엔 5백 마리 정도로 구성된 오크 부족들이 난립해 있었다. 마스터인 대족장이나 주수술사가 없기에 연합하지 못하는 놈들이다. 부족의 오크 수가 5백 마리 이면 암컷, 새끼, 늙은 오크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병력은 200 마리 정도다. 이 중에 오크 전사와 오크 궁수가 섞여 있지만 마도슈트로 무장한 사냥꾼들은 쉽게 오크들을 사냥할 수 있는 전투력이 있다. 다만 오크들을 사냥하는 흑표범이나 오크들도 두려워하는 독충 몬스터와 함정을 이용해 사냥을 하는 거대 독거미 등등도 있기에 위험한 사냥터다. 그리고 오크 대족장이 없는 이유는 개척 사냥터에 오우거가 있기 때문이었다. 이 오우거를 사냥하면 상급 사냥터도 중급 사냥터로 바뀌게 될 것이다. 몬스터 사냥터는 가장 안전한 초급으로 시작해서 중급, 상급, 개척으로 올라갈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
‘그럼, 내가 나타날 타이밍이군.’
강철은 이번 작전을 위해 오랫동안 상급 사냥터에서 혼자 사냥해 왔다. 레인저 출신의 특급 용병 아이언이 강철의 위장 신분이다.
휘익!
“특급 용병 아이언입니다. 구조요청 신호를 받고 달려왔습니다.”
강철이 나무 위에서 뛰어내린 후에 숲에서 뛰어나오면서 소리쳤다.
“철십자 용병단입니다. 마력감지기에 걸리지 않는 흑표범이 숨어 있고, 오우거가 전투 중에 각성했습니다.”
살았다는 표정으로 힐러가 소리쳤다. 힐러는 전장을 지배하는 사령관의 역할도 한다. 파티원의 수가 많아지면 전술 전문가가 파티장이 되어 사령관 역할을 하지만 작은 파티는 힐러가 파티장이 되어 지휘를 한다.
"흑표범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강철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하는 힐러였다.
“제 특기가 은신 동화술입니다. 오다가 흑표범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놈은 먹이를 가지고 멀리 도망갔습니다.”
그 먹이가 설마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처럼 큰 소리로 대답하는 아이언이었다.
“다행이군요. 지금 딜러 자리가 하나 빕니다. 오우거의 상체와 정면만 공격하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습니다. 다만 탱커들의 마나가 빠르게 소모되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다른 헌터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강철은 광자검을 빼어들고는 오러를 주입해서 오러 광자검을 만들어 전투에 가담했다. 오우거는 인대가 끊어진 상태라 탱커들이 완전히 달려들지 않고 방패로 오우거의 공격을 돌아가면서 막았다. 인간 마스터처럼 절대공간을 자유자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폭발적으로 힘을 발휘해 절대공간을 이용한 마스터의 공격과 비슷한 효과를 보기에 그런 폭발적인 큰 공격만 피하면서 오우거를 상대하는 탱커들이었다.
삭!
강철은 오러 광장검으로 오우거의 허벅지와 종아리 등을 베어서 피를 많이 흐르게 하였다. 다른 딜러들보다 오러 광자검의 크기가 훨씬 크기에 베어지는 상처의 크기와 거기서 뿜어지는 피의 양이 달랐다.
휘익!
휘익!
이때 3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용병단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푸른 사자 용병단 구조요청을 받고 달려왔습니다.”
“철십자 용병단입니다. 각성한 오우거 ……!”
힐러의 설명을 듣자 푸른 사자 용병단이 오우거 사냥에 가담했다. 이들은 타이탄은 3에 불과하지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용병들이 많았고, 오러 광자검을 사용하는 특급용병도 세 명이나 있었다. 또한 마법사도 3명이 있어서 마법으로 오우거의 눈을 가리고 디그 마법 등으로 보조를 하였다.
타이탄들이 교대를 하면서 오우거를 상대했고, 딜러들도 교대로 오우거를 상대하여 안전하게 레이드를 하였다.
쿵!
오우거는 종아리가 피투성이가 되었고,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려서 결국은 체력이 떨어져서 쓰러지고 말았다.
쾅!
쓰러진 오우거의 머리를 타이탄이 후려치기 시작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오우거는 쓰러져서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았다.
푹!
마지막으로 오러가 어린 창으로 눈을 찔러서 뇌를 헤집어 확인 사살을 하는 것으로 사냥이 끝났다.
오우거 레이드의 성공으로 오우거의 영역은 이제 새로운 상급 사냥터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주변의 상급 사냥터는 중급 사냥터로 더 안전질 것이다.
“감사합니다. 규정에 따라 등급별로 사례금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도움을 준 용병들은 등급에 따라 시간당 일정한 금액을 1골드 이상, 그리고 잡은 몬스터에 대한 지분도 주어야 한다. 이때도 등급과 사냥한 시간이 더해진다. 구조 요청을 받으면 근처에 있던 자들이 최대한 빨리 달려와서 도와주도록 만든 사냥꾼 길드의 관례법이다.
* * *
며칠 후
집에 있던 강철에게 철십자 용병단에서 보상금과 정산금 문제로 강철을 사냥꾼 길드의 카페로 불러냈다. 강철은 카페에서 골드를 받고 서류에 서명하였다.
“힐러인 카르티나라고 해요. 다시 한 번 도와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려요.”
마도슈트를 입은 카르티나가 인사를 하였다. 금발 머리에 오똑한 콧날 커다란 눈, 새하얀 피부가 눈부시게 빛나는 미녀였다. 늘씬한 키에 우주복 비슷한 슈트 위로 도발적으로 솟아오른 가슴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녀는 상냥한 표정으로 강철에게 감사를 표했다. 말투도 파티장으로 지휘를 할 때와는 많이 달랐다.
“하하!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강철이 웃으면서 연기를 하였다.
“지난번 사냥에서 한 명의 동료가 전사했어요.”
카르티나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산이 늦어진 이유도 동료의 장례식 때문이었다.
“아! 유감입니다.”
“수색과 정찰, 탐지에 관한 전문가인 레인저 출신이라고 들었어요. 저는 죽은 동료의 복수를 하고 싶어요. 아이언님은 오우거 사냥 할 때에 발견했다는 돌연변이 흑표범을 추적하실 수 있나요?”
“의뢰입니까?”
“입단 제의에요. 복수는 동료들의 손으로 하고 싶기 때문이지요.”
“흠.”
강철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흑표범 사냥을 해 보고 괜찮으면 장기 계약을 한다면 입단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고마워요.”
“천만에요. 그러면 계약 조건을 들어볼까요?”
강철은 철십자 용병단에 가입하기로 하고는 계약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계약금 천 골드에 연봉 천 골드 어때요?”
“계약금 1만 골드에 연봉 3천 골드, 그리고 몬스터 사냥이나 임무 수행에 따른 성과금과 보너스는 별도입니다.”
강철은 마력감지기로 확인이 불가능한 돌연변이 흑표범의 은신술을 파악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자다. 때문에 강철은 배짱을 부렸다.
“1만 골드는 말도 안돼요. 계약금 3천 골드에 연봉 1200골드, 그리고 성과금과 보너스는 물론 각종 복지 혜택과 무기와 방어구를 빌려드리지요.”1골드가 1백만 원이다. 천 골드면 10억 원이고, 만 골드면 100억 원이다. 특급 용병의 연봉은 많아야 3천 골드다. 여기에 무기 대여는 필수다. 용병단의 무력을 높이려면 마도공학으로 만든 최신형 무기와 방어구는 기본이다. 최신형 무기인 타이탄의 가격은 10만 골드에서 100만 골드 정도이고, 세트인 광자검과 마도슈트의 가격도 1만 골드에서 10만 골드 정도이다. 자유용병인 강철은 할부로 가장 저렴한 1만 골드의 세트 아이템을 장만한 상태다. 반납하면 중고로 5천 골드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고, 경매로 넘기는 잘해야 7천 골드 정도를 받고 팔 수 있을 것이다.
“계약금 5천 골드가 아니면 거절하겠습니다.”
“좋아요. 하지만 돌연변이 흑표범의 사냥에 성공하지 못하면 계약금은 1천 골드입니다.”
“좋습니다.”
강철은 여러 가지 옵션이 들어가 있는 3년 계약을 맺고 철십자 용병단에 가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