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1 31. 사막녹화 프로젝트 =========================================================================
31. 사막녹화 프로젝트
도타 왕성
서대륙 변방에 있는 도타 왕국은 옵트 왕국과 남쪽에 있는 왕국으로 사막 부족인 옵트 왕국과 달리 옵트 강 안쪽인 엘프 숲에 자리 잡은 왕국이다. 엘프의 숲에는 도타 왕국뿐 아니라 수많은 작은 왕국들이 있었다. 옵트 강가에 있는 비옥 평야를 중심으로 발전한 농업 국가이다. 때문에 가난한 옵트 왕국에 비해서는 부자 나라이지만 거대 개미 군단과 같은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마법병단이 필요한데 이 마법병단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돈을 써야 하기에 가난한 나리다. 마법병단 유지비는 마법사들을 파견한 마법길드로 흘러들어간다.
“가짜 마왕이 가난한 영지의 마법사와 기사들만 납치해 간단 말인가?”
“……!”
도타 국왕의 호통에 대신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도타 왕성의 마탑에는 마왕 척살대에서 파견한 대원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태가 심각해지자 왕성에 있는 마법병단과 근위기사단도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짜 마왕은 마탑이 없는 영지만 골라서 공격한 후에 하루 만에 사라져 버렸다.
“가짜 마왕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거대 개미 군단과 오크들을 부하로 삼아 하늘을 날아다기고 있습니다.”
한 귀족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역사와 전설에 나오는 마왕의 군대는 몬스터 군단이 대부분이었다.
“진짜 마왕이 영지를 점령한 후에 사람을 한 명도 죽이지 않고 기사와 마법사만 납치해 가고 영주를 살려두어 치안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를 한다는 말인가?”
“……!”
국왕의 반문에 대신들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또한 마왕 척살대의 협조 공문에 의하면 흑마법사가 만든 키메라라고 설명을 해 주었기에 가짜 마왕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혼자 활동하던 흑마법사는 보이지 않고 거대한 가짜 마왕이 몬스터 군단을 부하로 부리면서 노략질을 하고 있었다. 마왕이 아니라 강도, 아니 납치범이다. 납치범이라면 돈과 같은 요구 조건이 있을 것인데 자신은 중앙제국의 총사령관이며 중앙 제국의 이상은 평화와 공존 번영이라는 황당한 주장한 하고는 돌아갔단다. 그냥 주장만 하면 괜찮은데 그런 이상과 달리 하는 행동은 납치범이다.
“마왕 척살대는 뭐라고 하던가?”
“3만에 달하는 거대 개미 군단과 수천의 오크 전사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본국의 마법병단과 기사단만으로는 어렵다고 하면서 지원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원군은 언제 온다고 하던가?”
“엘프 제국과 협상 중이라고 합니다.”
“……!”
엘프 제국의 폐쇄성을 잘 아는 국왕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엘프의 숲에 사는 왕국들은 엘프들에게 조공을 받치는 속국이다. 돈만 바치고는 아무런 혜택도 없는 속국. 그들의 주장은 엘프의 숲이 모두 엘프 제국의 영토라는 것이다. 속국인 자신의 왕국이 몬스터에게 공격 당했다고 도와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국왕이다.
“도와줄까?”
“어림도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협상을 했을까?”
“가짜 마왕으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본국에서 마왕 척살대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법 길드나 신성제국, 칸투 제국 모두를 만족시킬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지원군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모두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거대 개미 군단을 타고 다니는 가짜 마왕군을 잡기 위해서는 마스터들로 구성된 지원군을 보내야 하는데 그런 고위급 귀족들이 대의명분만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없었다. 피해가 막심하거나 진짜 마왕이라면 다르지만. 다시 말해 왕국에서 근위 기사단과 마법병단은 물론 마스터들인 국왕과 대귀족들이 직접 참가하고 세 제국을 만족시킬 대가를 제시해야 지원군을 파견한다는 것이다. 도타 왕국에 있는 15명의 마스터들도 움직이지 않는데 다른 나라에서 마스터들이 공짜로 목숨을 걸고 도와주러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만에 달하는 기사단과 병력을 파견하면 도타 왕국이 위험하니 이쪽에서도 허락할 수 없는 문제고 이동 방법도 문제다. 그런 병력은 엘프 제국이 주체가 되어 속국들인 서대륙 왕국들이 힘을 합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가짜 마왕 군단이고, 그들이 주는 피해가 경미하다는 것이 문제다.
“행정관만 남고 지방 영주들과 기사단, 그리고 마법사들을 모두 왕성이나 마탑 지부가 있는 대영지로 피신하도록 하면 어떻겠습니까?”
“흐음.”
국왕은 고민했다. 영주들은 왕국의 기둥들이다. 국왕이 되어 영주들이 가진 힘의 근본인 기사단이 사라지고 있는 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 정도 되면 마스터들인 대귀족들이 앞장서서 마왕 정벌군을 형성해서 싸우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런데 모두 몸만 사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친정을 나설 수도 없었다. 이유는 대귀족들과 같은 이유다. 싸워서 이길 자신도 없고, 패배해서 기사단을 납치당하면 자신은 허수아비 국왕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합시다.”
“예. 폐하.”
도타 왕국은 마법 길드가 없는 작은 영지의 영주와 기사단, 마법사들을 모두 피신시켰다.
* * *
“이거 아깝네.”
강철은 3만에 달하는 거대 개미 군단을 모두 폐기 처분한다는 테바의 의견에 아까운 표정을 지었다. 중앙 제국은 노카족 영역이 암산에 던전을 만들고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만들었다. 중앙 제국에서는 마탑과 비슷한 던전을 곳곳에 만들었다. 마탑처럼 지상형이 아닌 대부분 지하형이거나 숨겨진 장소에 만든 건물이었다. 이곳에는 워프 마법진이나 텔레포트 마법진이 여러개 만들어졌고, 마법사들의 연구소와 마도 공학 실험실과 생산 공장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식량 문제도 있고, 마스터께서 가시면 통제도 불가능합니다.”
밀림이라면 몰라도 사막에서 3만 대군에 달하는 거대 개미들을 먹일 식량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제 도타 왕국에서 쓸모가 없기에 모두 폐기처분해서 마도공학의 재료로 삼는 것이 이익이다.
“다른 왕국의 영지도 점령하는 것은 어때?”
“그러면 서대륙에 있는 왕국들이 연합군을 형성하여 옵트 왕국과 도타 왕국으로 진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사막 녹화 작전에 많은 지장이 생기게 됩니다.”
마왕의 군대는 옵트 왕국에서 행하고 있는 계획들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다. 도타는 마왕 척살대의 수장으로 도타 왕국에 파견된 병력들과 직접 만나야 했기에 중앙 제국에서 서대륙으로 온 것이었다.
“기사들은 어때?”
강철과 베타는 람몬 대족장의 마나심법과 마스터가 되는 비법을 이용해서 노이만과 그의 심복들인 일부 사막 전사들을 마스터로 만들기 위해 그 비법과 마나심법을 공개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노이만은 후계자이기에 어려서부터 마스터가 될 준비를 해 왔다고 하지만 사막의 전사들도 한 달 만에 마스터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람몬 대족장에게 묻자 그도 경악했다. 비법을 얻었다고 해도 노이만의 경우도 최소한 10년 이상 노력해야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베타는 그 이유를 피의 권능에서 찾아냈다. 강철은 노이만과 그 심복들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피에 많은 권능과 영력을 담았고, 그 결과 그들이 쉽게 마스터가 된 것이었다. 강철과 베타는 이를 실험하기 위해 기사들을 납치해서 그들에게 영력이 듬뿍 담긴 피를 주입해서 마스터로 만드는 수련을 시키고 있었다. 기사들은 마스터가 동료가 마스터가 되자 앞 다투어 강철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마스터가 되는 비법을 얻어서 수련하고 있었다.
“모두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강철은 전략 병기로 취급되는 일인 군단급 전투력을 가진 마스터를 양산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것이었다.
“더는 위험한 것인가?”
마스터를 양산할 수는 있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다. 강철이 가진 영력을 깎아먹어 강철의 전투력을 약화시키고 피의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스터들이기에 언제든지 배신할 수 있는 존재들인 것이다. 또한 카오스 마나를 정제하지 못하면 오크나 몬스터처럼 피와 죽음을 추구하는 진짜 악마나 살귀로 변할 가능성도 있었다. 정제하지 않고 강철이나 오우거처럼 카오스 마나로 마스터가 될 수도 있지만 이는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조금만 균형이 무너저도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심하게 무너지면 마나가 폭발하거나 인성이 사라진 좀비나 살인귀로 변할 수 있다. 즉 마스터를 양산할 수 있지만 많은 단점과 부작용들을 감수해야 한다.
“예. 마스터 전 단계까지만 진화할 수 있도록 만드는 비법과 알파 전사들에게 얻은 능력만을 발전시켜서 마스터는 아니지만 마스터급의 전투력을 발휘하는 전사들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개발 할 때까지는 당분간 기사들을 납치하는 일은 중단할까 합니다.”
다른 대륙의 왕국으로 가서 기사들을 납치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이유로 테바와 베타는 당분간 마스터를 양산하는 계획은 중단한 상태였다. 수백 명에 달하는 기사들 중에서 이십여 명만이 중앙 제국의 이상에 감복해서 설득 되었고, 이들은 모두 마스터가 되었다. 다른 기사들은 그제야 협조를 요청했지만 강철의 피를 영약으로 말하고 영약이 만들어지면 그때 주겠다는 약속을 하여 그들도 강철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들은 마스터가 되는 비법과 마나심법을 얻어서 수련 중이었다. 하지만 피의 권능이 더해지지 않았기에 베타의 분석에 의하면 10년에서 30년은 수련해야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것 같다는 추측을 하였다.
이십여 명에 달하는 마법사들에게는 마스터인 9서클에 오르는 마법서도 없고, 마나심법도 없었다. 또한 피의 권능은 어둠의 마나 속성인 카오스 마나를 바탕으로 하기에 흑마법사가 되면 처음부터 다시 수련해야 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때문에 마법사들은 일부만 흑마법사로 만들었고, 중앙 제국에 충성을 맹세한 자들을 중앙 제국의 황궁으로 보내서 던전의 연구소에서 일을 하게 하고 있었다.
도타 왕국에서 납치해 온 기사들과 마법사들의 일부는 이곳에서 테바와 함께 사막녹화 프로젝트를 도울 것이다. 그리고 사막의 부족들의 연합체인 가장 가난한 나라인 옵트 왕국이 발전하는 것을 보면 자신들의 나라인 도타 왕국으로 돌아가서 그곳을 발전시키면서 도타 왕국을 중앙 제국의 속국으로 만드는 일에 협조하게 할 계획이었다.
“노이만은 잘 하고 있나?”
“예. 대족장 회의에서 사막 녹화 프로젝트는 거부 되었고, 결국은 노카 족 단독으로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하고 드워프 길드에서 대출을 받아 궤도 장갑차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장비를 들여왔습니다.”
“사냥꾼 길드는?”
“사냥꾼 길드가 지부를 만드는 일에 거부를 해서 노카 족이 용병들을 고용해서 사막 웜 생포 작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막 녹화 작전의 1단계는 사막 웜들을 사로잡아 이들을 가축처럼 이용해 운하와 수로를 만드는 일이다.
“용병들은 많이 왔나?”
“마스터의 말씀대로 NWB 소속의 베타 전사들 2백 명을 우선적으로 고용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머물 호텔을 우선적으로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NWB 공병단과 계약을 하고 여러 가지 시설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구인들은 조립식으로 건물을 만드는 데 탁월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법주머니까지 있기에 조립식으로 만든 후에 그것을 가져와서 한 달이면 호텔을 만들 수 있고, 작은 건물은 하루면 완공할 수 있다. 노카 족들은 강철이 준 금괴와 드워프 은행에서 대출한 자금을 가지고 NWB와 계약을 하여 암산에 대공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나도 사막 전사로 위장하고 사막 웜 낚시에 동참해 볼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스터가 된 20명의 기사들이 사막 웜 낚시의 주축이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같은 마스터라도 그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이기에 희생을 줄이려면 초기에는 강철이 참가하는 것이 사막 녹화 프로젝트를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 * *
쿠르르르!
노카 족 영역인 암산에서 최근에 길을 낸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궤도 장갑차들이 이동하고 있었다. 궤도 장갑차 위에는 사막의 전사들과 베타 전사들이 타고 있었다. NWB 소속 베타 전사들은 대부분 자유 용병들이다. 이들은 좋은 조건에 용병 계약을 체결했다. 사막 웜을 잡는 몬스터 사냥이 목적인데 궤도 장갑차에 탑승하면 사막 웜의 공격에서 안전하다는 약속을 믿고 있었다.
츄아악!
땅의 진동을 느끼자 지렁이처럼 생긴 거대한 사막 웜들이 사막에서 머리를 내밀고 궤도 장갑차를 노려보고는 바로 사막 속으로 사라졌다. 햇 빛에 약한 피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막 웜들은 바위를 뚫지 못하는 약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사막 전사들이 한 말이었다. 실제로는 오크 가죽보다 몇 배는 단단하고 질긴 가죽 피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막 웜의 가죽이 돈이 되지 않는 이유는 햇빛에 노출되면 가죽이 금방 부패해서 마법 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배보다 배꼽이 크기에 가장 쓸모없는 몬스터가 사막 웜이다. 그리고 사막으로 끌고 들어가면 마스터도 탈출하기 불가능한 몬스터가 사막 웜이다. 검으로 두 동강을 내어도 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체이기에 수십 마리의 사막 웜이 모래 지옥을 만들면 궤도 장갑차들도 모두 땅 속으로 매몰되어 버린다.
쿵! 쿵!
궤도 장갑차 10대는 횡대로 서서 바위에 구멍을 내고 궤도 장갑차를 쇠사슬과 강철 막대로 고정시켰다.
휘익!
“메헤에에!”
사막 전사 한 명이 특수강화 합금으로 만든 쇠사슬에 묶인 산양 한 마리를 밖으로 던져 버렸다.
츄아악!
그러자 선두에 있던 사막 웜 한 마리가 산양이 떨어지기도 전에 공중에서 꿀꺽 삼켜 버렸다. 그리고는 바로 땅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당겨라!”
쿠르르르르!
궤도 장갑차 한 대가 뒤로 가기 시작했다. 다른 궤도 장갑차들은 일단 지켜보았다. 계약서에 의하면 사냥이 성공하면 그때 동참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철컹!
궤도 장갑차와 사막 웜이 힘 싸움을 시작했다. 마치 물속에 있는 물고기를 낚기 위해 힘쓰는 것과 비슷했다. 사막 웜의 힘은 무지막지했다. 궤도 장갑차가 오히려 땅 속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바위에 박은 쇠말뚝이 아니라면 벌써 딸려갔을 것이다. 궤도 장갑차는 크기에 삼켜지지는 않지만 모래 속으로 끌려 들어가면 산채로 생매장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