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마왕-59화 (59/142)

00059  30. 옵트 왕국 점령  =========================================================================

30. 옵트 왕국 점령

“도와주십시오.”

“……!”

노이만의 요청에 람몬 대족장은 돌아서 앉아 대답하지 않고 있었다. 강철에게 패배한 람몬 대족장은 자신의 방에서 깨어났다. 대족장의 집은 호수 위에 지어진 수상 가옥이었다. 노카 족의 집은 대부분 천막이지만 나무와 돌로 지은 돌집도 있었고, 동굴에서 사는 자들도 있었다. 호수 가에 바위로 기둥을 올리고 기둥 위에 나무와 돌로 수상 가옥을 지은 집이 대족장의 집이었다. 노이만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람몬은 일어서서 창밖의 호수를 보고 있었다.

“사막을 꿀과 젖이 흐르는 숲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너는 그의 말을 믿느냐?”

한참을 서 있던 람몬이 돌아선 상태로 물었다.

“예. 저는 그가 사막 웜을 길들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막 웜을?”

람몬이 놀라서 돌아섰다.

“예. 사막 웜을 길들여서 사막을 가로지르는 운하와 운하를 촘촘히 연결하는 수로를 만든다면 사막을 녹화하여 숲과 농장 지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숲이 만들어지면 각종 몬스터와 거대 개미 군단이 쳐들어 올 것이다.”

서대륙과 중앙 대륙을 구분하는 광대한 사막 지역은 비가 적게 내리지만 사막이 될 정도는 아니다. 사막이 된 이유는 사막 웜 때문이다. 사막 웜의 천적은 거대 개미 군단이다. 거대 개미 군단은 습하고 먹이가 많은 밀림에 서식하기에 사막화가 진행된 곳에서는 살기 힘들다. 옵트 왕국과 엘프 제국을 구분하는 경계인 엘프 강, 또는 옵트 강 너머의 밀림에는 거대 개미 군단이 서식한다. 또한 사막과 어둠의 숲을 구분하는 강과 돌산 너머에도 거대 개미 군단이 서식한다. 사막 웜은 돌산에서 살면 피할 수 있는 몬스터다. 하지만 거대 개미 군단은 돌산을 좋아하니 사막의 부족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고, 수천만 마리의 거대 개미 군단이 밀려오면 사막의 부족들은 전멸할 것이다. 사막 웜은 사막의 부족들을 가난하게 만들지만 각종 몬스터와 거대 개미 군단의 침략으로부터 부족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수로와 성벽으로 경계를 형성하고 넘어 오는 놈들을 사냥하면 됩니다. 사막 웜과 달리 거대 개미들은 마나석도 나오고, 거대 개미의 사체가 큰돈이 되는 몬스터입니다.”

거대 개미는 크기가 황소만큼 거대한 놈들이다. 거대 개미의 장갑은 철갑처럼 단단하고 굵기가 30Cm가 넘어서 오러가 아닌 일반 검으로는 상처조차 내기 힘들다. 이빨은 오우거 가죽도 뚫어버리고, 바위도 녹이는 산성 침을 쏘아댄다. 화살이나 창, 불로도 놈들을 잡기 불가능하지만 거대 개미의 이빨과 장갑으로 만든 무기와 방어구는 고가의 장비로 팔려나간다.

“거대 개미 군단을 사냥하겠다고?”

“세율을 낮추고 사냥터를 개발한 후에 편의 시설을 만들면 몬스터 사냥꾼들은 몰려올 수밖에 없습니다.”

“조상 대대로 지켜온 우리 영역에 이방인들을 불러들이겠다는 것이냐?”

“지금은 마도 공학 시대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면 사막의 부족들은 도태되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마스터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는 이제 사라질 것입니다. 드워프 길드와 마법사 길드는 물론이고 제국들이 마도 공학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격변하는 시대에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일인 전승을 고집하면 우리 가문은 망합니다.”

“네가 대족장이 되면 일인 전승의 비법은 너의 것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사막의 전사들에게 공개하겠다는 것이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대전사가 된 자들에게만 개방할 것입니다.”

“그들이 너보다 강한 마스터가 되어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마도 공학이 발전할수록 아이템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마스터는 지금까지는 같은 마스터가 아니면 잡을 수 없는 일인 무적이었지만 앞으로는 전설급 아이템으로 도배한 전사들 수십 명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노이만은 베타가 분석해서 보여준 서류를 보고는 완전히 설득이 된 상태였다. 마도공학이 발전하면 빛의 세계는 팽창할 수밖에 없고, 그런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세력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네 말이 옳다고 해도 상대는 어둠의 세력이다. 그의 말을 믿는다는 말이냐?”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은 빛도 아니고 어둠도 아닌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조화로운 세상입니다. 한마디로 중도를 추구하는 제 3의 세력이 될 것입니다.”

“흐흠!”

람몬은 고민했다.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중도(中道)를 추구한다는 것은 흑백 양쪽을 적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드래곤처럼 절대적인 힘이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다. 문제는 자신에게는 이제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다.

“도와주십시오.”

“받아라. 내가 죽으면 마스터가 되는 마나심법이 나타날 것이다.”

람몬은 마법주머니에서 미스릴 합금으로 만든 금속판을 내밀었다. 자신을 죽이고 마스터가 되는 비법을 얻으라는 말이었다.

“……!”

노이만은 고개를 숙이고 마법 금속판을 받지 않았다. 그 상태로 두 부자는 몇 시간 동안 말이 없었다.

“중도란 회색분자다. 빛의 세력과 어둠의 세력 모두에게 공격당해 네가 추구하는 세상은 구경도 하지 못하고 우리 부족은 멸망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아버지께서 제 목을 치시고 빛의 세력으로 돌아가십시오.”

“……!”

아들인 노이만의 대답에 람몬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행보를 지켜 봐 달란 의미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아들이 혁명이 실패하면 아들과 그 지지자들을 처단해서 부족의 멸망을 막아달라는 뜻이다.

“알겠다.”

람몬은 자신의 피를 마법금속판에 뿌린 후에 마나를 주입했다. 그러자 마법금속판에 마나심법과 마스터가 되는 비법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적혀 있는 마나심법도 마스터가 되기 위한 읽기 형식의 깨달을 기록한 기록이 더욱 중요했다.

“감사합니다.”

노이만의 안색이 밝아졌다.

노이만은 마스터가 될 수 있는 비법인 마나심법과 읽기 형식의 비법을 강철에게 가져다 바쳤다. 베타는 태양과 바람의 마나심법과 읽기 형식의 비법을 분석하고 업그레이드 한 후에 4단계로 나누어 노이만에게 주었다. 업그레이드 한 1단계는 강철이 익히고, 2단계는 노이만이, 4단계는 노이만을 지지하는 사막의 전사들에게 공개했다. 다만 노이만은 업그레이드 한 1단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2단계는 마법금속판에 있는 마나심법과 읽기 형식의 비법이 동일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노이만은 자신을 추종하는 지지자들 중에서 대전사급에 오른 자들에게 3단계 마나심법과 깨달음에 대한 비법을 공개하였다. 3단계도 마스터에 오를 수 있지만 2단계에 비해서는 위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비법이었다.

* * *

몇 달 후

강철은 노카 족을 정복한 후에 옵트 왕국의 마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영혼이체술로 황금의 도시에 있는 강철의 육체로 왔다 갔다 하면서 개조한 마나심법을 비법에 따라 수련했다. 마나의 지배자인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기 위한 수련이었다. 테바의 마나심법과 태양의 마나심법, 빅투스의 마나심법 등을 모두 종합하여 업그레이드 한 마나심법으로 강철마나심법으로 이름 지었다. 또한 쌍검을 이용한 가위치기 스킬과 손뼉치기 스킬 등을 수련하기 위해 마왕의 아바타로 들어가서 서대륙에 있는 왕국 여기저기에 나타나서 영주의 보물 창고를 털기도 했다. 마왕 척살대는 이를 핑계로 계속 서대륙에 있을 수 있었다.

“노이만이 옵트 왕성에 도착했습니다.”

테바가 강철에게 보고했다. 강철을 비롯한 테바와 강철의 권속들은 어둠의 숲 중앙에 있는 황궁에 모여 있었다. 공간마법사인 리소의 마법지식이 더해지자 빅투스와 베타는 한 번에 수십에서 수백 명씩 공간이동 할 수 있는 워프 마법진은 불가능하지만 한 명씩 이동하는 텔레포트 마법진은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워프 마법진도 워프 마나석만 있으면 예전보다 훨씬 쉽게 만들 수 있었다.

테바는 강철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켜야 한다고 하면서 어둠의 숲 중앙에 있는 던전을 강철 제국의 황궁으로 선포하고는 이곳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비밀거점들을 만들어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연결시키고 있었다.

“내가 가야 하는가?”

강철은 자신의 제국을 중앙제국으로 불렀다. 동서남북에 있는 4개의 제국은 동제국, 서제국, 남제국, 북제국으로 분류하고 수하들이 강철의 제국으로 선포한 자신의 제국은 중앙제국으로 칭하는 것이었다. 신성제국, 엘프 제국, 어둠의 제국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흑백 논리에 지는 것이기에 명칭도 중요하다는 테바의 논리 때문이기도 했다.

“안 가셔도 됩니다. 노이만이 마스터가 되었고, 람몬이 와병을 핑계로 공식적으로 대족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계자인 노이만에게 대족장 자리를 물려주었으니 왕위에 오르는데 문제없습니다.”

대족장이라도 마스터가 아니면 왕위에 오를 수 없다. 때문에 노이만은 비법을 얻은 후에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중앙제국의 황궁으로 와서 강철의 권속이 되었다. 강철이 준 피의 권능과 마법사들이 만든 마나집적진의 도움을 받아 마스터에 오르게 된 노이만이다. 그는 권속이 되기 전에 이미 강철에게 충성을 맹세했을 정도이기에 마스터가 되어 피의 속박에서 벗어났지만 충성심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강철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하거나 강철의 명령이 그의 신념과 충돌한다면 언제든지 배신할 수는 상태다. 이는 테바도 마찬가지로 그 역시 마스터가 되어 있었다. 노이만과 테바는 마스터가 된 후에 카오스 마나를 정화하여 테바는 빛 속성의 마나로, 노이만 바람의 속성을 가진 마나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철도 이 비법을 이용하여 마침내 마스터가 되었다. 이제 마나의 권능까지 생긴 것이었다.

마스터가 되는 비법은 마나의 양뿐 아니라 신체를 강화시키는 것과 의지와 마나, 신체를 하나로 만드는 심검합의 경지에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마나 속성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카오스 마나를 통해서 전신을 강화하고 자신의 신체에 맞는 마나를 마나 홀에 압축하여 저장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는 마나를 자신의 지배하에 둘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했다.

“내가 가지 않으면 옵트 왕국을 점령하는 데 지장이 있지 않나?”

“옵트 왕성에는 이미 마스터께 충성하는 수많은 전사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통해서 이미 옵트 왕성은 우리 통제하에 있습니다. 다만 마스터들이 대족장들이 문제이기에 그들이 경각심을 가지지 않도록 당분간은 상징적인 허수아비 왕 노릇을 하면 됩니다.”

옵트 왕국의 실권은 왕성이 자신들의 영역인 옵트 부족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옵트 왕국에서왕이 실권을 가지려면 여러 부족들이 연합해서 연합군을 형성해서 왕이 총사령관직을 형성할 때나 가능하다. 물론 그때도 부족 단위로 병력을 편성하기에 제국의 중앙군을 움직이는 총사령관과는 다르다.

“그럼, 2단계 작전을 시작할 때인가?”

“예. 몬스터 군단을 만들어서 도타 왕국을 공략하시면 됩니다. 그것을 핑계로 제가 옵트 왕성으로 가서 옵트 대족장을 설득하겠습니다.”

노카 부족처럼 후계자를 설득한 후에 반란으로 부족을 장악하는 것은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있었다. 12개 지파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다른 부족들은 일인전승을 유지하게 하면서 노카 족은 수많은 마스터들을 양산하고 사막녹화 작전을 성공시켜서 부와 전력을 집중시킨 후에 다른 부족들을 설득해서 중앙집권이 가능한 왕국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테바의 계획이다.

“알았다.”

“엘프 제국 동쪽 숲에 거점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러지.”

강철은 카스토의 육체는 중앙 제국의 실험실에 놓고 마왕의 육체로 영혼을 이동했다. 그리고는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연락을 받은 흑마법사가 거점에 있는 흑마법사에게 통신으로 연락했고, 양쪽의 마법진을 활성화 시켰다.

번쩍!

“충!”

텔레포트 마법진을 담당하는 흑마법사가 오른 손을 심장에 대면서 인사를 하였다. 테바가 만든 강철의 제국 인사법이었다. 오직 황제인 강철에게 마음을 다하여 충성을 다하겠다는 의미가 서린 인사법이다. 상관에게는 거수경례를 하는 것으로 통일 하였다.

“충!”

강철이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고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나오자 권속인 오크 대족장과 오크 대전사들, 주술사들이 도열하고 있다가 인사를 하였다.

‘오크 군단은 몇 명이나 모았지?’

강철이 베타에게 물었다.

<대부족 하나를 통합해서 약 3만 명의 병력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적군.’

<통합하는 와중에서 많은 수가 전사했기 때문입니다.>

강철이 와서 피의 권능으로 통합했으면 간단하지만 수련으로 바빴고, 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능과 능력이 부족하고 힘만 센 오크들을 권속으로 삼는 것보다는 인간들을 권속으로 만드는 것이 낫기에 오크들을 권속으로 만드는 것은 자제하고 있었다. 다른 권속을 만들기 위해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는 권속을 희생시키면 제국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테바의 충고 때문이었다.

'병력이 더 필요할까?'

오크 군단을 부하로 만드는 것은 간단하다. 권속이 아닌 권졸로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사용한 후에는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지만.

<충분합니다. 지금부터는 거대 개미 군단을 장악해야 합니다.>

'알았다. 새로 장악한 오크들 중에 쓸만한 놈이 있나?'

<대족장도 마스터급은 없었습니다.>

인간 마스터에게는 피의 권능이 통하지 않지만 카오스 마나로 마스터가 된 오크나 오우거와 같은 몬스터에게는 통한다. 오크들은 마스터가 되어도 카오스 마나를 정화하지 않으면 피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즉, 카오스 마나와 피의 권능이 충돌하지 않기에 마나의 지배자인 마스터가 된 오크 대족장이나 오우거라도 인간 마스터와 달리 피의 권능이 통한다는 것이다. 이는 카오스 마나의 부작용이었다. 테바와 노이만이 마스터가 된 후에 카오스 마나를 정화한 것은 피의 권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부작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테바와 노바는 피의 권능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강철에게 충성하고 있었기 피의 권능을 통한 속박은 필요하지 않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