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3 27. 망치와 모루 =========================================================================
27. 망치와 모루
“젠장!”
강철은 강을 넘어 엘프 제국의 영역이지만 실질적으로 몬스터들의 영역이 숲에 은신해서 마나심법으로 소모된 마나를 모두 채우고 마나량도 늘렸다. 또한 치열한 혈투를 통해서 전투력이 많이 상승했다. 하지만 기분은 더러웠다.
‘어떻게 내가 올 줄 예상하고 함정을 파 놓았을까?’
<예지 능력자나 뛰어난 지략가가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런 정보가 없기에 베타는 원론적인 대답을 하였다.
‘마왕의 육체로 다시 올까?’
<저들은 마왕을 잡기 위한 척살대로 보입니다. 마스터께서 신성마법사를 초반에 기습으로 제거하지 않았다면 마왕의 아바타로 와도 위험했을 것입니다.>
‘모루의 역할을 하는 권속이 있었다면 다르지 않았겠지?’
<대군으로 몰려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입니다. 저들이 악마 척살대의 일부 병력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베타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후퇴를 권유한 것이었다.
‘나 혼자서도 망치와 모루의 역할을 할 수 없을까?’
모루의 역할을 하려면 강철의 파워를 감당할 수 있는 마스터급의 권속이 필요하다. 그런 권속은 톰이나 오우거들, 그리고 대족장인 오크들뿐이다. 그런데 오우거나 오크들은 인간들 속에서 암약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톰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는 황금의 도시에서 마탑을 감시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골렘을 만들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살아 있는 생명체는 아공간에 넣기 불가능하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들어가면 돌아다니거나 마나를 사용하면 아공간 안의 시간의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에 음식이 썩거나 물건이 풍화되어 못쓰게 된다. 아공간이 넓다면 공기가 풍부하지만 작다면 살아 있는 생명체는 공기 부족으로 죽을 수 있다. 아공간은 물건을 반영구적으로 보관하도록 하기 위해 시간의 흐름이 거의 없는 공간이다. 때문에 숨을 쉬지만 않으면 어떤 물건이든 반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
‘골렘이라.’
골렘의 단점은 스피드가 느리고 힘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또한 마나석의 소모가 크기에 공성용으로나 쓰인다. 마나석을 이용해서 공업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손해이기 때문이다. 전투에서도 느려 터져서 쉽게 피할 수 있기에 바위를 던져서 공격하는 정도인데 마나석을 사용해서 돌 던지는 용도로 사용하기 보다는 투석기 몇 대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때문에 돈이 많은 제국이 아니면 골렘을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더구나 마도공학이 발전하면서 느려터진 골렘보다는 마도 로봇을 선호하게 되었다.
<강력한 합금으로 만든 강철 골렘을 만들어 블링크를 사용하게 만들면 모루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불가능하다는 거 알지?’
강철 골렘이야 만들 수 있지만 자신의 파워에 견딜 수 있는 강화마법을 인첸트하고 블링크 마법을 인첸트 하려면 마탑 수뇌부를 자신이 접수해야 가능할 것이다.
<예.>
‘마왕의 아바타와 카스토의 육체를 동시에 사용할 수는 없을까?’
강철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았다.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영혼이체술은 차원도 통과할 정도로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납니다.>
“……!”
베타의 말에 강철은 생각을 해 보았다. 마법주머니에 아바타를 가지고 다니다가 전투를 할 때에 꺼내 놓고 영혼이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전투를 하면 동시에 두 명의 강철이 적을 상대하는 셈이다. 적을 가운데 놓고 양쪽에서 검이나 주먹을 후려치면 상대는 튕겨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박살이 날 것이다. 또한 영혼이체술을 자주 사용할수록 영력도 올라가니 일석이조다. 영혼을 왔다 갔다 하면서 두 몸을 하나의 육체처럼 사용하는 수련만 하면 순식간에 전투력이 두 배로 증폭되는 셈이다.
‘빅투스에게 전화해서 마왕의 육체를 마법주머니에 넣어서 가져오라고 해.’
<예. 마스터!>
강철은 일단 던전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정령마법사인 엘프들까지 가세하면 이곳에 숨어 있는 것도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 *
“놈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알파 전사들의 대장인 이민우가 테바에게 물었다. 옵트 왕성에 있는 마탑의 회의실에 마왕 척살대가 모여 있었다.
“나도 잘 모르겠다.”
테바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흑마법사가 스스로의 몸을 개조하여 키메라로 만들었을 확률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흑마법사가 자신의 몸을 개조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강한 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마나서클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놈은 분명 마나서클을 가진 흑마법사이면서 마스터급을 능가하는 파워와 속도를 보여주었다. 전투 기술을 어설퍼 보였지만 실전에 강한 몬스터들의 움직임과 비슷한 것으로 보아 오우거와 늑대인간과 같은 능력을 이식받은 키메라일 가능성이 컸다.
“옵트 왕국의 전사들을 지원받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옵트 왕국에는 용병이 적다. 마법길드나 드워프 길드에서 고용한 호위 용병들은 있지만 다른 왕국과 달리 사막 지대라 사막 몬스터는 사냥을 하기가 어렵고, 사냥을 해도 제대로 된 가격을 받기 어렵기 쓸모없는 몬스터인 사막 웜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왕국에서 용병을 데려오는 것보다는 사막 전사들을 고용하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그대의 초능력이 놈에게는 통하지 않았나?”
“예.”
수천 명의 정신을 조종하여 합공하도록 만들 수 있는 자가 이민우다. 마스터급이나 오우거라도 정신공격으로 정신을 산만하게 하여 전투를 보조할 정도는 된다. 그런데 흑마법사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정신력은 마스터급을 넘어가는 자라고 볼 수 있었다. 테바는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키메라라면 수련으로 올라선 능력이 아니라 정신은 약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데 육체도 강하고 정신은 더 강하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놈이 또 오지 않을까요?”
공간마법사인 리소가 물었다. 테바가 마왕 척살대의 대장이기에 공손한 어조였다.
“도망을 갔으니 다음에 온다면 수하들이나 동료들을 더 데려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도 며칠의 여유는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테바는 칸투 제국에서 파견된 공간마법사인 리조에게는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6서클 마법사라면 왕국에서 백작급 대우를 받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는 제국을 대표해서 파견된 것이라 용병으로 파견된 알파 전사들처럼 대할 수 없었다.
“놈이 마왕과 관련이 있을까요?”
이민우가 질문을 하였다. 테바가 예상한 대로 마왕은 아니지만 흑마법사가 나타났으니 그의 추측 능력은 예언자 수준이다. 그래도 마왕이 아닌 마왕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진 흑마법사라는 것은 테바도 추측하지 못했다.
“우연일 가능성도 있지만 관련 있는 놈일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한다.”
“놈이 또 올까요?”
“근처에 놈의 방조자가 있다면 다시 올 것이고 아니라면 다른 왕국으로 갈 것이다. 나려면 도타 왕국으로 갈 것이다.”
이민우의 질문에 테바가 대답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공간마법사 리소가 질문을 하였다.
“우리도 병력을 보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성제국에 연락하면 12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파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관이 신성마법사가 죽었다는 것은 신성제국에 큰 사건이다. 신성마법사가 팔라딘들로 구성된 조사단이 파견될 가능성이 높았다.
“본 제국에 연락하면 황궁에서는 물론 마법길드에서도 조사단이 파견될 것입니다.”
흑마법사가 분명한데 마스터급의 능력을 발휘하는 신체를 가진 괴물이 나타났다면 마법사들의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마검사를 양성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니 마법길드는 물론이고 칸투 제국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마법병단과 기사단에서 차출된 기사들이 조사단이라는 명목으로 파견될 것이다. 수백의 단체가 파견되면 경비 문제부터 외교 문제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니 20명 이내의 조사단이 파견될 것이 분명했다.
“NWB에서도 병력을 더 파견할 것입니다.”
이민우도 끼어들었다. 이민우도 흑마법사를 잡아서 그 비밀을 파헤칠 수 있다면 그 가차기 엄청나다는 것을 안다. 마법 길드와 칸투 제국에서 양보할 리 없지만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고, 흑마법사의 머리카락 하나라도 찾아서 DNA를 분석할 수 있다면 유전공학에 많은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흑마법사의 피와 뼈, 가죽 하나하나가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 줄 보물인 셈이다.
“놈의 목표가 워프 게이트 마나석이 분명하니 병력이 충원되면 이곳과 도타 왕국의 마탑에 병력을 배분해서 놈을 잡을 준비를 합시다.”
“옵트 왕국과 도타 왕국의 도움도 받았으면 합니다.”
이민우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자신의 정신능력이면 사막의 전사들을 인형처럼 조종해서 인해전술로 흑마법사를 압박할 수 있다. 지난번처럼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마왕 척살대를 유지할 비용에 대해서 협상을 해야 하겠군.”
테바는 지하에 있는 함정에서 놈을 조용히 잡을 계획이었지만 함정이 무너지고 지상에서 소동이 일어났기에 옵트 왕국에게 사건에 대해서 보고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음에도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니 양해를 구하는 것보다는 도움을 청하는 것이 낫다. 다만 그럴 경우에는 금전적인 보상뿐 아니라 흑마법사를 사로잡았을 경우 그로 인해서 얻어지는 이익의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그런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면 사전에 큰 보상을 해 주는 것이 낫다. 가난하고 마법수준이 떨어지는 왕국들이니 흑마법사의 시체나 그가 가진 정보는 그들에게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 정보를 다른 왕국이나 제국에 파는 수밖에 없다. 그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두 제국과 NWB에서 마왕 척살대를 운영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금액을 지원받아 두 왕국과 협상을 하고 전사들을 지원받아야 한다.
* * *
서대륙 던전
강철은 은신동화술을 이용해 사막지대인 옵트 왕국의 영토를 가로질러 어둠의 숲에 있던 던전으로 향했다. 강철과 함께 온 가디언들과 흑마법사가 던전을 만들어 놓았다. 어둠의 숲 중앙에서는 마왕의 아바타를 넣은 마법주머니를 가진 가디언들이 와이번을 타고 날아왔다. 그 동안 강철은 마왕 척살대와 싸운 전투 경험을 토대로 수련을 하였다. 베타의 분석을 토대로 상대의 능력과 전투력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효과적인 대응방법을 찾는 수련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왕의 아바타를 가진 가디언들이 도착했다.
‘이것이 파워슈트를 개조한 마도슈트인가?’
강철과 마왕은 파워슈트를 개조한 마도슈트를 입고 있었다. 마도슈트는 빅투스와 베타가 파워슈트를 개조해서 만든 갑옷이었다. 파워슈트에 장착된 각종 첨단 장치나 증폭 장치는 없지만 방어력은 최대한 키운 갑옷이다. 다만 갑옷의 재료인 오우거 가죽과 마나석이 부족하기에 많이 만들 수는 없었다.
<예. 마스터!>
영혼이 없어지면 한 아바타는 움직일 수 없어서 균형이 무너져 넘어진다. 이런 단점을 없애기 위해 베타가 아바타를 조종할 수 있도록 마도 컴퓨터를 내장시킨 마도슈트를 가져온 것이었다. 강철이나 마왕모두 본체의 방어력이 더 강하기에 마도 슈트에 내장된 마도 컴퓨터를 베타가 조종할 수 있기에 마도 슈트를 이용해 영혼이 없는 상태에서도 로봇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강철은 마왕과 마주본 상태에서 영혼이체술을 사용했다.
‘1초인가?’
<영혼이 뇌에 완전하게 자리 잡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수련을 통해서 그 시간을 0.0001초까지 낮추어야 합니다.>
‘단점은?’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알았다.’
강철은 두 아바타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영혼이체술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수련을 할수록 영혼이 뇌에 안착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수천 번의 수련 끝에 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고 영혼이체술을 성공시키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 방법은 영력을 소모하는 방법이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하면 영력이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영력이 오히려 소모되었다. 1초는 영력의 소모가 0이고 시간이 줄수록 영력이 줄어들었다.
‘영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안착된 영혼이 육체에 동화되어야 하는군. 그리고 그 시간이 짧으면 영력이 1도 늘지 않고.’
<예. 마스터!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이 다른 육체에 동화되는 과정에서 영력이 늘어난다는 결론입니다. 아무런 변화 없이 영혼이체술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영혼이체술의 경지는 높이지지만 영력의 증가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결국 망치와 모루 수련은 영력을 소모해야 하는 수련이라는 것이군.’
강철은 이틀 동안 영혼이체술을 이용한 2인 1조의 망치와 모루 수련을 하였다. 간단하게 말하면 둘 중 하나는 망치의 역할을, 하나는 모루의 역할을 하는 합공술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모루가 필요 없겠군.’
강철은 영력의 소모가 필요한 영혼이체술을 사용하지 않고 마스터급의 적을 단숨에 박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콰아앙!
마왕이 양손을 마주치자 바위 하나가 가루가 되면서 굉음이 터졌다. 너무 강력한 힘이 마왕의 양손이 터져나갔다가 재생이 되었다. 파리 잡듯이 손뼉을 쳐서 목표를 박살내는 수법이었다. 이 수법에 걸리면 마스터라도 단숨에 박살날 것이 분명했다.
‘쌍검이 필요하겠군.’
상대가 손뼉 치기 기술을 피하면 양손이 터져나갈 정도로 자신만 타격을 받는다. 마스터급이나 오우거의 머리를 단숨에 박살내는 수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강철은 두 개의 검을 가위처럼 사용하는 쌍검치기 기술을 생각해 내었다. 마스터급은 웬만한 타격은 흘리거나 튕겨져 나가 단숨에 잘리거나 박살나는 일이 없다. 즉, 파워 300으로 공격해도 마스터라면 100의 방어력으로도 파워 300의 공격을 흘리거나 최소의 피해로 공격을 받아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쌍검을 이용한 가위치기 스킬에 당하면 공격을 흘리거나 튕겨질 수 없기에 마치 저을 모루 위에 놓고 망치로 내려치는 것처럼 300의 공격을 온전히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즉, 방어력 300이라도 그 안에 깃든 절삭력과 스피드, 그리고 망치와 모루의 효과로 300 이상의 충격을 준다는 뜻이다.
후우우웅!
사삭!
강철은 카스토와 마왕 모두 쌍검을 들고 둘이 협공하는 수련도 하였다. 될 수 있으면 1초 정도의 시간을 두고 영혼을 이동시키면서 합공을 하였다. 공격하는 순간은 영혼을 이동시켜서 4개의 검이 동시에 합공을 하여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합공술이었다. 두 손으로 하는 손뼉치기, 쌍검으로 하는 가위치기, 두 아바타가 동시에 공격하는 합공술을 주로 수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