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1 26. 혈투(血鬪) =========================================================================
26. 혈투(血鬪)
“피라미네.”
2미터가 넘는 덩치를 가진 사내가 중얼거렸다. 파워 슈트를 입은 용병으로 NWB에서 파견한 알파 전사인 초능력자였다. 세븐으로 불리는 그의 능력은 염력이다.
“피라미가 무슨 뜻인가?”
기다리던 가짜 마왕이 아니라 실망한 표정의 마법사가 물었다. 갈색 로브를 입은 전투 마법사로 칸투 제국에서 파견한 리소라는 공간마법사다. 마법사나 귀족들이 용병들을 하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물에 걸린 고기가 작다는 뜻으로 함정에 걸린 놈이 지휘관급이 아닌 병졸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그렇군. 그래도 5서클 흑마법사면 키메라를 만든 흑마법사에 대해 아는 것이 있을지 모른다.”
전투마법사 리소는 마나 감지력을 통해서 강철의 심장에 돌고 있는 5개의 서클을 감지했다. 용병인 알파 전사들은 마도공학의 산물인 고글을 통해서 강철의 몸에 있는 마나를 감지했다. 레벨 20 정도의 마나를 감지했지만 초능력자들인 그들에게는 레벨 200의 가짜 마왕을 목표로 온 것이기에 파라미로 보이는 것이었다.
“그럼, 사로잡아야 하겠군요.”
170Cm 정도의 키에 탄탄하게 생긴 흑인이 나섰다. 알파 전사인 그의 초능력은 가속이다. 빛처럼 빠르다고 해서 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였다.
“기다려라.”
라이트가 나서려 하자 호리호리한 몸매의 동양인이 명령을 하였다. 정신을 지배하는 초능력자로 파견된 알파전사들의 대장으로 이민우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이었다.
“이름이 뭔가?”
알파 전사들이 이민우의 제지에 뒤로 물러나자 그제야 마왕 척살대의 대장인 테바가 앞으로 나서서 강철에게 질문을 하였다. 그는 미스릴 합금으로 만든 마법무구인 은회색의 하프 메일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움직이자 전신 갑옷인 백색의 플레이트 아머를 걸친 팔라딘이 따라나섰다.
‘함정에 빠진 것인가?’
<예. 마스터! 신성력 때문에 은신 동화술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문이 닫히는 순간 마나역장과 비슷한 힘이 강철의 전신을 따끔따끔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빛의 송곳이 전신을 찌르는 것과 같은 고통과 수백 미터 바다 속에 있는 것처럼 전신을 찍어 누르는 압력까지 받고 있었다.
‘신성력이라?’
<어둠의 마나와 상극이라 적들의 능력은 올라가고 마스터의 능력은 저하된 상태입니다.>
‘피의 능력은 사용할 수 있나?’
<가능은 하지만 신성력에 금방 녹아버릴 것입니다.>
피의 권능이 상대의 의지를 지배하기 전에 매개체인 피가 신성력에 증발되거나 정화된다는 의미였다.
‘대응 방법은?’
<물리적인 공격으로 상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신성력은 어둠의 마나와 상극이지만 물리적인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때문에 육체의 능력을 제압하거나 물리적인 공격을 막지 못한다. 물리적인 공격을 막거나 물리적인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신성력과 결합된 물체나 마나를 사용해야 한다. 물체인 검이나 활, 창을 사용하는 자들이 팔라딘이고, 마나와 결합한 마법을 사용하는 자들이 신성마법사들이다.
“순순히 대답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
테바는 상대가 신성력에 의해 입도 열지 못하는 상태라고 여기고는 신호를 주어 신성마법사가 신성결계의 힘을 약화시키도록 하였다.
‘저놈부터 제거해야 하겠군.’
함정을 발동시키고 유지시키는 자는 새하얀 로브를 걸친 신성마법사가 분명했다. 알파 전사들은 파워 슈트를 입고 있었고, 몽크인 테바는 가죽 갑옷에 마법 금속으로 된 하프 메일을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마법사들은 로브를, 팔라딘은 기사처럼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었다.
쾅!
강철의 증폭과 오우거의 파워, 그리고 늑대인가의 가속 능력을 동시에 사용했다. 카스토의 육체를 지닌 강철은 5서클 흑마법사이지만 이는 미래를 위한 투자일뿐 실제 전투 능력은 육체를 기반으로 한다.
강철이 발을 구르자 신성결계로 단단해진 지반이 푹 꺼지면서 거미줄처럼 땅이 갈라졌다.
“컥!”
신성결계에 금이 가자 신성마법사는 충격을 받았다. 단순히 신성력만으로 결계를 만든 것이 아니라 마나와 결합해서 물리적인 억제력도 가미한 마법결계였기 때문에 연결된 마나가 타격을 받은 것이다.
번쩍!
강철의 번개 같은 기습에 가속 능력자인 라이트가 바로 반응했다.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해서 강철을 공격한 것이었다. 그는 레이저를 압축해서 만든 초진동 광자검을 사용해서 강철을 허리를 공격했다. 목을 공격하면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피할 수 없습니다.>
강철은 가속 능력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강철의 뇌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공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강철은 텔레파시로 베타와 대화하면서 주변의 상황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신성결계 때문에 강철이 아무리 마나와 권능을 모두 사용해도 신성결계로 인해서 더욱 빨라진 가속 초능력자인 라이트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증폭! 압축! 강화! 회전!’
강철은 피할 수 없다면 부수기로 결정했다. 상대가 자신보다 빠르다고 해서 자신보다 강하다고는 믿지 않았다. 허리 부위로 마나를 보낸 후에 호신강기처럼 내보냈다. 그런 후에 마나를 증폭해서 압축한 후에 마나를 강화했다. 그리고 드릴처럼 회전시켜 상대의 광자검을 막아냈다.
후우우웅!
검은 마나가 뭉클거리면 튀어나와 압축되어 회전하는 순간 어둠의 마나와 신성력이 충돌해서 새하얀 불길이 일어나 마나를 태우면서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하지만 압축된 어둠의 마나를 모두 태우려면 하루 종일 걸릴 것이다.
퍽!
광자검이 압축된 어둠의 마나를 반쯤 파고들다가 사라져버렸다.
스슥!
놀란 라이트의 머리를 향해 강철의 주먹이 날아오자 라이트는 가속 능력을 사용해 머리를 숙이고 강철의 뒤로 이동했다. 강철은 그를 무시하고 목표인 신성마법사를 향해 손을 검처럼 찔러 들어갔다. 검을 뽑을 시간조차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블……!”
경악한 신성마법사는 블링크를 사용해서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마법을 발동하기 전에 강철의 손이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퍼퍽!
마법로브인 새하얀 로브에서 신성력 결계와 마법으로 만들어진 실드가 결합된 방어막이 저절로 발동되었다. 하지만 강철의 손은 너무도 쉽게 신성 방어막을 뚫고 신성마법사의 머리를 박살냈다.
삭!
머리가 터진 신성마법사가 쓰러지기도 전에 가속 능력자인 라이트가 광자검으로 강철의 등을 향해 수평으로 휘둘렀다.
“……!”
라이트의 눈이 커졌고 다리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그는 눈 앞에서 사람이 죽은 것을 처음 경험했다. 가상현실에서 수많은 전투를 했지만 실전과는 달랐다. 그래도 가상현실처럼 자신의 광자검이 통했다면 현실도 게임처럼 느꼈을지도 모른다. 분명 광자검이 상대의 등을 베었는데 상대의 살가죽에 피가 살짝 보였다가 치유되는 비현실적인 모습에 라이트는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였다.
강철은 오우거 가죽으로 만든 내복과 조끼를 입고 그 위에 노카 족 갑옷이 산양의 가죽으로 만든 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광자검이 오우거 가죽까지 가르면서 그의 피부도 그어버렸다. 광자검의 위력에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가 더해지자 강철의 방어력과 파워를 능가하는 절삭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하지만 강철의 몸을 완전히 가르지 못한 것은 강철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몸에서 일어난 마나가 몸으로 파고드는 이물질을 밀어냈기 때문이었다.
쩌렁!
신성마법사가 쓰러지면서 신성결계가 무너져 버렸다.
“이놈!”
후우웅!
철컥! 철컥!
번개처럼 빠른 공방에 다른 자들은 미처 대응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신성 마법사가 쓰러지는 순간에야 모두 전투준비를 하였다. 마법주머니에서 헬멧을 꺼내서 쓰고 마법갑옷에 마나를 주입해서 인첸트 된 마법진을 활성화 시켰다. 그리고 공간 마법사인 리소가 강철의 주변 공간을 왜곡하여 공간 결계를 완성했다. 공간 감옥으로 부르는 이 결계에 갇히면 미로에 빠진 것처럼 제자리에서 빙빙 돌게 된다. 문제는 밖에서도 안을 공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리소는 전투 마법사로 수많은 전장을 경험한 노련한 자였다. 가속 능력자가 햇병아리처럼 두려움에 휩싸이자 자신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건 또 뭐야?’
강철은 신성결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순간 귀찮은 가속 능력자부터 처리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앞으로 달려갔는데 허공에 떠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처럼 앞으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 가속 능력자는 두려움과 공포에 떨면서 움직이지 못하는 지금 없애버리던가 권속으로 만들 기회였는데 그것이 방해받자 강철은 얼굴에 짜증이 서렸다.
<공간이 왜곡되어 제자리에서 빙빙 돌게 되어 있습니다.>
베타가 주변을 분석하고 대답했다.
‘해결책은?’
<땅으로 파고들어 가는 방법과 힘으로 공간 결계를 파괴하면 됩니다. 다만 힘으로 공간결계를 파괴하면 지하 공동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하공동이 무너져 생매장이 되어도 지상으로 굴을 파고 빠져나가면 된다. 몸을 회전시켜 무너지는 돌과 흙더미의 충격을 최소화 한 후에 뚫고 위로 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콰아앙!
강철은 그 자리에서 발을 굴렀다. 공간 능력자의 단점은 공간을 왜곡할 수는 있지만 사물을 왜곡하거나 비틀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공간에도 결이 있고, 그 결을 비틀거나 연결시켜 공간을 왜곡할 수는 있지만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사물은 그런 개입 자체를 원천봉쇄한다.
후드득!
강철의 발 구름 한 번에 지하공간이 흔들리면서 벽과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파편들이 왜곡된 공간에 떨어지면서 공간 능력자의 흐름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비 오는 날이나 수많은 파편이나 화살이 공간을 수놓으면 공간 왜곡 능력 자체가 봉인되는 단점이 있는 리소였다. 리소는 수많은 파편들이 떨어지기 전에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서 마치 축지법을 하는 것처럼 무너지는 공동에서 벗어났다. 리소는 6서클 공간마법사인 동시에 공간을 지배하는 초능력자였다. 때문에 그는 공간의 지배자란 별명이 있는 유명한 전투 마법사였다.
스슥!
다른 자들도 가속 능력을 사용해서 공동에서 벗어났다. 그리고는 약속을 한 것처럼 6서클 공간 마법사인 리소의 주변으로 보였다. 세븐은 염력으로 동료인 라이트를 데리고 이동했다.
“메스 텔레포트!”
번쩍!
5서클 흑마법사로 알고 있었던 악마 척살대는 강철의 무시무시한 능력에 놀라서 일단 후퇴한 것이었다. 빛처럼 빠른 라이트의 광자검에 맞아도 상처하나 없고, 신성결계와 신성방어막을 번개처럼 뚫고 신성마법사를 죽인 흑마법사의 육체적 능력은 마왕급이었다. 여기에 한발을 굴러서 공간의 지배자가 만든 공간결계를 무용지물로 만들면서 공동을 무너뜨리는 무시무시한 파워에 놀란 것이었다.
스슥!
파편이 떨어져 내리면서 공간결계가 사라지자 강철도 파편을 피해 지하통로로 뛰어들었다.
‘놈들은 어디로 갔지?’
<지상으로 이동했습니다.>
비밀통로인 지하수로는 지상과 가까웠다. 지하공동이 무너지자 바로 하늘이 드러났다. 그리고 지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들의 기척을 감지할 수 있었다.
슉!
강철이 바로 지상으로 튀어나가 대형을 갖춘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슥!
테바가 손을 올리자 악마 척살대는 훈련한 대로 움직였다. 강철의 속도로 보아 공간 마법사인 리조 이외에는 저 악마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하나씩 각개 격파될 것이라 추측하고는 힘을 합쳐서 싸우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이건 또 뭐야?’
강철은 누군가가 밑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치 귀신이 몸을 잡아당기거나 중력이 수백 배로 강해진 느낌이었다.
<거구의 용병이 염력을 사용하는 초능력자로 판단됩니다.>
세븐은 땀을 흘리면서 강철을 향해 염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왜 내 능력이 통하지 않지?’
절망하고 있는 사람은 라이트뿐만이 아니었다. 정신 지배 초능력자인 이민우도 있었다. 그는 상대가 나타나는 순간 정신 지배 능력을 사용했다. 하지만 상대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아 이민우를 절망에 빠뜨렸다. 가장 강력한 초능력자인 이민우는 여기서 가장 불필요한 자가 되어 있었다.
후우우웅!
염력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봉쇄 했다고 판단되자 팔라딘이 대검을 뽑아들고 돌진했다. 그러는 동안 공간의 지배자인 리소는 강철의 주변에 공간 왜곡을 이용한 보조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증폭! 가속!’
강철은 상대가 공격을 해 오자 마나를 증폭시켜 몸을 구속하는 염력을 무시하고 움직였다.
‘이놈들을 모두 권속으로 만들자.’
신성마법사가 없으니 피의 권능이 통할 것이란 예상에 강철은 기분이 좋아졌다. 피의 대검에는 자신의 피가 담겨져 있었다. 때문에 마나를 주입해서 밀어내면 검 날 끝에서 피가 솟구치게 되어 있었다.
캉!
강철은 팔라딘의 공격을 무시하고 대검으로 상대를 찔러갔다. 그런데 갑자기 팔라딘의 대검이 사라지더니 자신의 대검을 막아내었다. 공간 왜곡으로 인해서 상대의 대검이 공간 이동을 한 것처럼 빠르게 움직인 것이었다.
스슥!
삭!
팔라딘의 몸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강철의 등 뒤에 나타나 등을 가르고 지나갔다. 강철은 간신히 피했지만 신성력과 오러가 일어난 대검에 의해 오우거 가죽이 잘리면서 피가 튀었다. 팔라딘은 신성마법사의 도움이 있어야 자신의 실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다. 신성마법으로 속도와 파워, 신성력이 몇 배로 증폭되기 때문이다. 강철이 신성마법사를 먼저 제거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공간 결계부터 제거해야 합니다.>
신성력이 어둠의 마나를 태우며 오러가 강철의 피부를 갈랐지만 파워와 마나의 총량이 월등한 강철이기에 팔라딘의 오러와 신성력을 밀어내버리면서 트롤의 재생력으로 상처를 치유했다.
콰아앙!
강철은 공간 왜곡을 이용한 결계를 박살내는 방법을 이미 터득하고 있었다. 강철이 땅을 구르자 바닥에 있던 흙과 자갈이 위로 솟구쳤다.
‘이런!’
지상 3미터 정도로 솟구치던 파편들이 염력에 의해 더 이상 솟구치지 못했다. 강철이 공간 왜곡이 사라지자 팔라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자 팔라딘은 공중으로 뛰어올랐고, 그의 발아래에 공간 왜곡 형상이 생기면서 그의 몸이 블링크를 사용한 것처럼 공중에서 이동해 버렸다.
<암기를 사용하십시오.>
콰아앙!
강철은 다시 한 번 발을 굴렀다.
슈슈슈슈슉!
그러자 흙과 자잘이 위로 솟구쳤고, 강철은 자갈들을 암기처럼 사방으로 비산했다. 강철의 엄청난 파워는 염력을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수많은 파편들이 공간 왜곡을 방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