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0 25. 마왕 척살대 =========================================================================
25. 마왕 척살대
칸투 제국 황성
북 대륙의 중심인 칸투 제국의 재상 회의실에 재상인 에우제니오 공작, 블랙 기사단 단장인 소르 후작, 신성제국에서 온 테바가 모여 있었다. 마왕 조사단의 수장인 대신관은 돌아갔고, 몽크인 테바와 그를 호위하는 신성마법사와 팔라딘까지 3명만 남아 있었다.
“가짜 마왕이 다른 대륙으로 갔을 것이란 말인가?”
그동안 가짜 마왕이 북 대륙에 나타나지 않자 칸투 제국에서는 몬스터 산맥까지 레인저들을 파견하여 조사를 했지만 실패했다. 몬스터 산맥에서 흑마법사의 흔적이나 가짜 마왕을 찾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격이었다.
“예. 신성제국이 있는 동 대륙은 흑마법사들이 꺼리는 곳이니 남 대륙이나 서 대륙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에우제니오 공작의 질문에 테바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자네가 흑마법사라면 어디를 선택하겠나?”
테바의 천재적인 두뇌와 추리 실력을 경험한 에우제니오 공작은 테바의 추리를 99% 신뢰하고 있었다.
“저라면 서 대륙을 선택할 것입니다.”
“서 대륙의 패자는 엘프들이네. 아레사 제국이 버틴 서 대륙 보다는 남 대륙이 더 가능성이 높지 않나?”
엘프의 정령 마법은 흑마법사들이 신성마법 이상으로 껄끄러워 하는 마법이다. 정령은 마법사의 흔적은 쉽게 찾아내고 추격할 수 있으며 엘프의 정령화살은 흑마법사를 쉽게 척살하는 전략 병기다.
“남 대륙의 타시온 제국은 가장 먼저 지구의 과학문명을 받아들여 마도공학이 가장 발전한 나라입니다. 그리고 지국에서 온 베타 전사들이 용병으로 활동하지 않는 곳이 없어서 흑마법사가 활동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에 비해서 서 대륙은 배타적인 엘프 제국인 아레사 제국으로만 들어가지 않으면 문명 수준이 낮은 왕국들이 있어서 예전부터 많은 흑마법사들이 암약하는 대륙입니다. 저라면 서 대륙 중에서도 가장 접근이 용이한 옵트 왕성으로 갈 것입니다.”
“옵트 왕국이라? 사막의 전사들이 세운 왕국으로 전사들이 모두 일당백인 레인저급인 나라로군.”
“예. 하지만 12개의 지파로 갈라져서 힘을 뭉치지 못하기에 서 대륙에서 가장 가난한 나리이기도 합니다.”
“가짜 마왕이 옵트 왕국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전이라면 자신의 은신처를 이곳에 만들고, 그곳에서 세력을 키우려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목적일 것입니다.”
“다른 목적이라?”
“그들이 어둠의 숲 어딘가에 은신처를 만들고 오크들을 정신마법으로 제압해서 노예처럼 부리면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고 가정하면 굳이 옵트 왕국에서 은신처를 마련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놈이 노리는 것은 워프 게이트 마나석일 것입니다. 옵트 왕국에서 마탑이 있는 곳은 옵트 왕성뿐입니다.”
“옵트 왕성의 마탑에서 매복하고 있으면 가짜 마왕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가?”
“예.”
테바의 말에 에우제니오 공작은 생각에 잠겼다.
“배타적인 엘프나 고지식한 옵트 국왕을 설득해서 병력을 빌리기는 불가능하겠지?”
“예.”
“그럼, 소수로 놈을 잡아야 하겠군. 어떻게 병력을 구성하면 될까?”
“그랜드 마스터 한 명만 있어도 됩니다.”
“불가.”
뉴월드에서 그랜드 마스터는 전략 병기다. 제국에서도 몇 명 되지 않는 공작이 직접 움직인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마스터급으로 구성된 팀이 필요합니다.”
테바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팀이라?”
“저를 보조해 줄 마스터급의 기사와 마법사 한 명, 그리고 궁수 서너 명이면 충분합니다.”
테바는 단순히 머리만 좋은 참모가 아니라 전투를 전문으로 하는 전투 몽크 출신이다. 몽크들은 마왕과 그의 추종자들을 잡기 위해 양성된 전사들이다. 그를 보조하는 성기사인 팔라딘과 사제인 신성마법사가 힘을 합치면 흑마법사나 어둠의 마나를 사용하는 자들에게는 마스터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마스터급의 기사라?”
마스터면 왕국의 백작급이고, 제국이라도 자작급이다. 고위 귀족이 용병이나 사냥꾼처럼 흑마법사나 흑마법사가 만든 키메라 하나를 잡으려고 혼자 움직이기는 어렵다. 블랙 기사단의 단장급 기사를 파견하면 되지만 이익이 되지 않는 일에 황제가 자신의 수족과 같은 블랙 기사단을 파견을 허락해 줄 리 없다. 신성 제국의 황제가 대가를 지불한다면 몰라도. 자국의 영토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북 대륙이 아닌 이상 다른 대륙에까지 기사를 파견할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는 것이다.
“흑마법사의 던전을 찾는다면 전리품으로 반으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테바가 거래를 제시했다.
“흐음.”
에오제니오 공작이 생각에 잠겼다. 에오제니오 공작이 대신관이 떠난 후에도 테바와의 회담을 거절하지 않은 이유는 한 가지다. 흑마법사가 만든 카메라인 가짜 마왕이 북 대륙에 또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맹주를 자처하는 칸투 제국은 북 대륙의 왕국에 병력을 파견해서 놈을 잡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대륙의 왕국들이 맹주인 제국에 조공을 바치는 이유이기도 한다. 다시 북 대륙에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륙에 조사단을 파견해서라도 뿌리를 뽑은 것인지 이제 결정해야 한다.
“용병들을 고용하면 어떨까?”
“NWB 소속의 특수 용병들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테바가 눈빛을 빛내면서 물었다. 마도공학의 원동력은 지구의 과학과 마법길드의 마법이다. 베타 전사로 불리는 지구의 용병들은 레벨 3정도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마도공학의 무기와 방어구로 무장을 하면 레벨 150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하지만 제국군도 같은 무장을 하고 있고, 숫자도 훨씬 많다. 그리고 마스터급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때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도구들일뿐이다. 하지만 베일에 가려진 NWB 소속의 특수 용병들은 마도공학의 산물을 이용하지 않아도 마스터급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었다.
“그들이 먼저 요청해 왔으니 요구 조건을 들어주면 그들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네.”
“요구 조건이라면 혹시 땅을 요구하는 것입니까?”
“그래. 황금의 도시와 같은 개척 도시를 개발할 수 있는 임시 영주와 같은 직위와 땅을 요구하고 있네.”
땅이라면 어둠의 숲이나 몬스터 랜드와 같은 곳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의 저력이나 능력을 확인해 보려는 것이군요.”
“마도 공학은 이미 뉴월드를 지배하는 새로운 흐름이지. 그 흐름을 타지 않으면 신성제국이라도 도태될 것일세.”
지금까지 뉴월드의 지배자들은 베타 전사들을 평가절하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금의 도시가 수만 대군을 가볍게 물리치고 독립하려 하자 베타 전사들과 마도공학의 무기들과 장비들을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지금도 그랜드 마스터 한 명을 파견하면 궤도 장갑차 수천대가 있어도 혼자서 궤멸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베일에 싸여 있는 알파 전사로 불리는 특수 용병들의 능력과 전투력이다.
“제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전하께서 허락하시면 상부에 건의는 드릴 수 있습니다.”
“잘 생각했네. 본 제국에서 6서클 마법사를 조사단에 참여 시키지.”
“조사단보다는 마왕 척살대란 이름을 썼으면 합니다.”
몽크인 테바에게는 어느 나라든지 방문할 수 있는 신성제국 외교관 신분증이 있었다. 그래도 그 나라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외교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마왕 척살패는 다르다. 마왕 척살패는 어느 나라든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필요시에 영주들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막강한 신분패다. 이 마왕 척살패는 드래곤 로드나 신성제국의 황제와 다른 제국의 황제 연대 보증을 해야 만들어진다. 실제 마왕을 척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왕의 추종자들인 흑마법사들을 효율적으로 소탕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패이다.
“그렇게 하지.”
테바를 수장으로 하는 마왕 척살대가 구성되었다. 신성제국과 칸투 제국 황제의 직인이 들어간 척살패가 만들어졌고, 칸투 제국 황실 마법단에서 파견된 마법사와 NWB에서 파견한 특수 용병들로 이루어진 마왕 척살대 구성되자 이들은 워프 마법진을 이용해서 서대륙에 있는 옵트 왕국으로 이동했다.
* * *
옵트 왕성
노카 족 전사를 위장한 강철은 옵트 왕성에 도착했다. 노카 족 전사들은 광장 주변에 있는 드워프 길드의 상회와 거래를 하였다. 마법 주머니에 있는 산양의 젖으로 만든 유제품과 산약의 뿔과 가죽, 사막 전갈의 독, 사마 쥐의 고기를 팔아서 돈을 마련한 후에는 돌아다니면서 다른 부족들의 특산물과 곡식을 구매했다. 드워프 길드나 다른 곡물 상회에서 한 번에 사도되지만 더 싸게 구입하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생각보다 더 열악하군.’
노카 족 전사들은 호텔은 고사하고 여관과 같은 숙박업소도 들어가지 않고 왕성 밖에 있는 공터에서 천막을 세우고 야영을 하고 있었다. 옵트 왕성은 엘프 숲과 사막을 구분하는 옵트 강 동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강을 건너면 엘프의 숲이 나오는데 이 숲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서대륙의 대부분도 엘프의 숲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 숲에 제국인 엘프의 제국인 아레사 제국과 드워프 왕국을 비롯한 많은 왕국들이 숲의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옵트 강 동쪽에는 노카 왕국을 비롯한 많은 사막의 부족들이 왕국을 형성하고 있었다.
<흑마법사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노카 족 전사로 위장한 가장 큰 이유는 빅투스의 기억을 토대로 옵트 왕국에서 암약하는 흑마법사들을 찾아내서 그들을 부하로 만들기 위해서다. 제대로 된 흑마법을 배우고, 은밀하게 암약하는 흑마법사들을 이용하면 공짜 수많은 은신처들이 생겨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찾아보자.’
<예. 마스터!>
강철은 노카 족 전사들을 이용해 왕성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었다. 이를 위해 자신의 개인 돈을 노카 족 전사들에 주어서 다른 지파의 교역단과 마나서 물건을 사고,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암거래도 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단서를 하나 발견했다.
“이 문양을 발견했다고?”
“예. 마스터!”
노카 족 교역단 단장인 전사대장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어디지?”
“마탑입니다.”
‘마탑이라? 흑마법사가 마탑에 있다는 뜻인가?’
<일반 마법사의 흔적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하지만 빅투스처럼 마법사가 실수로 흑마법사가 되어 그곳에서 정체를 감추고 숨어 있을 수 있고, 등하불명처럼 마탑에 은신처를 만들고 암약하고 있을 가능성도 조금은 있습니다.>
‘마탑에 흑마법사가 있다면 두 가지 목적을 한 번에 달성할 수 있겠군. 노카 족 전사들을 어떻게 할까?’
권속이 아닌 귀족들이기에 자신들의 부족으로 돌아간 후에 자신을 배신할 가능성이 많았다. 또한 미리 돌아간 전사들과의 갈등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배신을 해도 정신계 마법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귀졸이라고 해서 바로 배신을 하지는 않는다. 강철에게 충성하는 것이 자신의 부족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배신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우르독!”
“예. 마스터!”
“너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강철이 노카 족 교역단 전사 대장에게 물었다.
“위대한 마검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 목적을 위해 너희들을 이용했다. 억울하지 않느냐?”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지금은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철은 노카 족 전사들을 단 한명도 죽이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원수를 찾기 위해 이들을 이용했다고 설명하고 돈을 주고 그 흔적을 찾으라고 말해주었다.
“내 원수는 옵트 왕족이나 마법길드와 연관된 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부터 내 개인적인 일이니 너희들은 부족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이것은 나를 도와준 대가이다.”
강철은 골드가 가득 들어 있는 마법주머니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들에게는 빈 마법 주머니 하나도 엄청난 보물이다.
“감사합니다.”
노카 족 전사들은 두말하지 않고 물러났다. 지금은 귀속되어 있는 귀졸 상태이기 때문이다. 귀졸의 상태에서 설득을 하면 세뇌 효과가 나타난다. 이들은 강철의 명령이 자신과 자신의 부족에게 해가 되지 않는 이상 강철은 위대한 마검사이자 좋은 친구로 기억될 것이다. 강철은 혹시라도 노카 족 영역을 지나갈 때에 도움이 될 수도 있기에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원수를 찾아 돌아다니는 마검사 역할을 하였다.
스륵!
노카 전사들이 천막을 거두어서 마법주머니에 넣고 철수하자 강철은 유령처럼 마탑을 향해서 이동했다.
<찾았습니다.>
마탑에 도착하자 베타가 강철에게 보고했다.
‘흑마법사의 흔적이 맞나?’
흑마법사의 문양은 흑마법사만 알아볼 수 있다. 그 문양이 계속해서 변화하기에 같은 문파의 흑마법사만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베타는 분석의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빅투스가 전해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양을 분석해서 그것이 흑마법사의 흔적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었다.
<맞습니다. 다만 조금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뭐가?’
<최근에 만들어진 흔적입니다.>
‘그래. 일단 확인해 보자. 마탑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
<아닙니다. 왕성 외부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왕성 외부와 연결되는 비밀 통로가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옵트 왕성은 옵트 강의 지류가 빙 둘러서 흐르고 있어서 마치 섬처럼 되어 있었다. 사막 웜의 침입을 확실하게 막아주는 강이 있고, 강에서 올라오는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섬 중앙에 왕성이 있었다. 그리고 왕성 외각에는 빈민촌과 교역을 위해서 온 다른 지파의 전사들이 머무는 공터들이 많았다.
‘일단 따라가 보자.’
<예. 마스터!>
마법사들과 흑마법사들은 곳곳에 문양을 새긴다. 일종의 영역을 선포하는 것이다. 이 문양을 활성화시키면 알람마법과 마나역장의 역할을 한다. 자신의 문파 마법사는 그 안에서 더 큰 힘을 얻지만 그렇지 않은 마법사들과 기사들은 저주 마법에 걸린 것처럼 마나를 사용하기 힘들다. 마법길드의 문양처럼 보이지만 베타는 그 안에 숨어 있는 흑마법사의 흔적을 찾아낸 것이었다.
‘하수도인가?’
흑마법사의 흔적은 하수도로 연결되어 있었다. 마탑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강으로 흘러나가는 하수도였다. 마탑에는 정화마법진이 가동되기에 더러운 물이 아닌 깨끗한 물이 하수도를 통해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몬스터의 침입을 막기 위한 굵은 쇠창살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또한 마법 함정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비밀 통로입니다. 여기 있는 기관을 작동시키면 문이 열리고 마탑으로 향하는 비밀 통로가 개방이 됩니다.>
‘이것인가?’
철컥!
스르르!
베타의 분석대로 쇠창살들을 하나는 5번, 다른 것들은 4, 6, 3번을 돌리자 마법함정이 해체되고 창살이 위로 올라갔다.
스륵!
강철은 물 위의 천장에 매달려서 거미처럼 빠른 속도로 안으로 향했다.
스르르!
철컹!
<함정입니다.>
강철이 비밀 통로의 중앙에 있는 거대한 홀에 도착했을 때에 들어온 문이 잠기면서 반대편에서 7명의 사람들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