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8 24. 흑마법사 카스토의 탄생 =========================================================================
24. 흑마법사 카스토의 탄생
한 달 후
북 대륙에 나타난 마왕이 한 달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요해졌다. 남 대륙에서는 황금의 도시를 정벌하기 위해 출병했던 카란 왕국군이 대패를 하고 4만에 달하는 병력 대부분이 포로가 되었다. 임시 영주인 강철은 제노 후작령과의 영지전에서 승리했음을 카란 왕국에 전달했다.
“허허! 이런 일이?”
카란 왕국의 카란 3세 국왕은 황금의 도시 임시 영주가 전달한 소식을 듣고 기가 막혔다.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제노 후작이 포로가 되었다는 것은 귀족파의 힘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였다. 더구나 그는 10강의 하나가 아니던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국왕파인 재상이 국왕에게 반문했다. 재상은 국왕에게 충성하는 국왕파의 하나로 역시 10강의 하나인 마스터다. 국왕파에는 마스터인 카란 3세, 근위기사단장인 마리노 백작, 재상인 디오니시오 공작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귀족파에는 4명의 마스터가 있었고, 중립이자 제국파로 불리는 3명의 마스터가 카란 왕국의 10강이다.
“반역이 아니라 영지전이라고 우기는 것은 협상을 하자는 의미인가?”
“예. 폐하. 귀족파의 힘을 누르고 황금의 도시를 우군으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귀족파와 제국파가 가만히 있을까?”
“지분을 나누어 주어야 하지만 제노 후작이 황금의 도시를 장악한 것보다는 나은 상황입니다.”
“흐음. 재상이 협상을 진행해 보시오.”
“예. 폐하!”
카란 왕국에서는 이번 전쟁을 황금의 도시와 제노 후작령 사이에 일어난 영지전으로 취급하려 했다. 황금의 도시와 야마토르 남작령 사이에 중재를 해야 할 제노 후작이 사사로이 군대를 보내 일방적으로 야마토르 남작령을 도왔다는 주장이었다.
* * *
“시간을 벌었군.”
전쟁에서 승리한 후에 강철은 황금의 도시로 돌아와서 포로들을 이용해서 황금의 도시를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분지인 산 아래에 연결되는 도로를 닦고, 산 아래에 요새들을 건설해서 사냥터로 나가는 관문 도시로 만들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황금의 도시에서는 노예인 오크들과 포로인 병사들이 기존에 정착해 있는 직원들과 대우가 비슷했다.
<예. 마스터!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패배할 것이라 예상한 용병 출신의 직원들과 스파이들은 경악했다. 강철이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가서 대승을 거둔 것이다. 그리고 돌아왔는데 3천에 가까운 오크 노예들과 4만에 가까운 포로들을 데려왔다. 그런데 노예인 오크들은 내성으로 들여서 호위 병력처럼 돌아다니고 있었고, 포로들은 가두지 않고 기존의 직원들과 똑같은 대우를 하면서 일을 하고 있었다. 오히려 제노 후작의 지시에 따라 황금의 성 밖에 신도를 건설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새로 건설하는 신도시의 지분을 자신의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부모님들을 잘 계시지?”
<예. 하지만 많이 서운해 하고 계십니다.>
“어쩔 수 없지.”
강철은 부모님들과 거리를 두고 만나주지 않고 있었다. 어둠의 마나를 가진 자신과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계획이 실패하던 성공하건 두 분에게 도움이 된다. 자신이 권력을 위해 부모님을 견제하고 심지어 정마저 끊어버렸다는 차가운 인상을 주어야 두 분이 인질로 삼아 자신을 협박하려는 세력이 없어질 것이다.
<영화와 책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쉽게?”
<이미 마법사들은 영화는 물론 TV와 신문, 라디오와 인터넷과 같은 문명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충분했습니다.>
“기술은 있지만 일부러 못하게 막고 있다는 뜻이군.”
<예. 마법길드는 기득권층이기에 우민 정책을 계속해 나아가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NWB로군.”
NWB라면 그런 뉴월드의 속성을 알기에 뉴월드의 권력층과 손을 잡고 야금야금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마법통신기와 베타 전사들의 퍼지면서 결국은 뉴월드도 모든 것을 개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NWB은 뉴월드의 기존 세력이 이런 변화에 적응을 할 시간을 주고 있음이 분명했다.
<주도권 싸움입니다.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서 뉴월드를 지배할 세력이 결정될 것입니다.>
“이제부터 바빠지겠군.”
가장 세력이 약한 강철이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뉴월드가 어둠의 마나를 인정하고 서로를 인정할 수 있는 공존 사상을 뿌리내리는 것이 첫 번째다. 지구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동서냉전이 끝난 것과 같은 이치다. 동서냉전 시대라면 공산주의인 중국이나 러시아. 캄보디아와 같은 나라에 관광을 간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었다. 강철은 뉴월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 외교적인 것은 제노 후작에게 맡겨 놓는 것이 최선입니다.>
제노 후작은 자신이 황금의 도시를 장악한 것보다 더 좋은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전쟁에서 승리했다면 다른 세력들에게 대부분의 지분을 빼앗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에 지고 나서 자신이 황금의 도시에서 강철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한 세력과 힘을 가지고 있었고, 가장 중요한 외교권과 협상권을 전적으로 위임받은 상태다. 지금은 뒤에서 전령을 보내 강철의 이름으로 시간을 끌면서 조율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전면에 나서서 강철의 이름으로 다른 세력들과의 협상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NWB나 마법사 길드, 제국, 드워프 길드 등등도 작은 먹이에 불과한 황금의 도시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군대를 다시 일으키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카란 왕국부터 해결해야 한다. 귀족파의 하나인 제노 후작의 정치력이라면 카란 왕국을 황금 도시의 방패막이로 이용할 수 있는 자였다.
“마왕 놀이를 더 해야 이쪽으로 신경을 쓰지 못하겠지.”
제노 후작을 끌어들였지만 강철이 오크들과 연합했다는 소문과 노예인 오크들의 수가 많다는 것, 그리고 노예인 오크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는 소문은 금방 퍼져나갈 것이다. 노예라는 명분과 제노 후작을 전면으로 내세운 전략 덕분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자들은 많아도 크게 문제를 삼지는 못할 것이다. 마왕현세라는 더 큰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카스토의 육체로 들어가야 합니다.>
‘흑마법사로의 개조가 끝난 것인가?’
마왕의 육체로 이동할 것이라 예상한 강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의 아바타는 부모도 모르는 비밀이기에 자신도 모르게 텔레파시로 물었다.
강철의 아바타는 두 개다. 하나는 키메라인 오우거의 육체이고 하나는 카스토의 육체이다. 키메라 오우거는 마왕처럼 보이게 개조한 것이고, 카스토는 가장 약한 육체이다. 강철의 영혼이 지구로 돌아간 후에 빅투스는 카스토의 육체를 마법이 가능한 흑마법사의 육체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카스토의 육체는 3서클 흑마법사의 육체가 되어 있었다.
<예. 마스터!>
‘그럼, 이번에는 마왕이 아닌 가짜 마왕을 만들어낸 흑마법사 역할인가?’
<예. 하지만 가장 약한 육체이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바타가 많아서 영혼이 왔다 갔다 하면 영력은 높아진다. 하지만 마나를 축적해서 육체를 강화하는 수련은 3분의 1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영력이 높아지면 수련의 효과가 급증하기는 하지만 하나의 육체만 꾸준히 강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못하다. 강철의 경우는 본체인 강철을 가장 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이지만 육체적인 강함은 마왕의 육체가 최고였다.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죽어도 괜찮은 아바타인 카스토를 사용하라는 것이겠군.’
강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실험실로 향했다. 황금의 도시 내성에 있는 강철의 건물 주변에는 5백 대의 궤도 장갑차가 지키고 있었다. 2차 방어막에는 1천대의 궤도 장갑차가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궤도 장갑차 주변에는 권속이 된 오크들의 지휘를 받는 오크 전사들, 그리고 포로가 된 병력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들을 뚫고 내성에 들어오면 대전사급 오크들와 키메라인 가디언들과 오우거 부대, 주술사들이 지하에 매복해 있었다.
* * *
번쩍!
어둠의 숲 중앙에 자리 잡은 던전에 있는 지하실에서 빛이 번쩍이었다. 강철이 중앙제국으로 이름 지은 곳으로 빅투스를 비롯한 수많은 마법사들과 권속들이 밀집해 있는 강철 세력의 심장부였다. 수많은 인간들이 이곳으로 유입되면서 지하 던전은 지저 세계의 왕궁처럼 변하고 있었다.
“충!”
“충!”
……!
카스토의 육체가 캡슐에서 일어나자 빅투스를 비롯한 흑마법사들과 귄속들이 거수경례를 하였다. 인간 권속들이 합류한 후에 인사법을 통일하였기 때문이었다. 뉴월드의 복잡한 예절을 싫어하는 강철이기에 지구의 간단한 인사법을 가져온 것이었다.
“많이 발전했군.”
강철은 빅투스의 안내를 받아 지하에서 마도공학으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 13층의 건물의 꼭대기로 이동했다. 건물은 바위산처럼 만들어졌고, 곳곳에 나무까지 심어져 있어서 항공기로 촬영을 해도 인공 건물임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안에서는 창문을 통해서 어둠의 숲에 숨겨진 건물들이 한 눈에 둘러볼 수 있었다. 이제 지하뿐 아니라 지상에도 위장된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었다.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인간들의 숫자가 백만 더 있어야 제국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하하!”
빅투스의 대답에 강철은 자신의 옥좌에 앉았다. 옥좌라고 하기보다는 대기업 회장실에 있는 집무실 의자와 비슷한 의자였다. 황금으로 된 황제의 옥좌를 만들었지만 강철이 불편하다고 집무실 가죽 의자로 대체를 했기 때문이었다.
“여기 현황 보고서입니다.”
“외곽의 오크들을 통제하는 것을 포기했군.”
“예. 마스터! 어린 오크들 중에 인재들은 미리 황도로 불러들여 교육을 하면서 관찰하고 있습니다. 전사급에 오르면 귀속으로 만들거나 키메라로 만들 예정입니다.”
수백만 오크들을 통제하는 것은 포기하고 중앙제국으로 명명한 이곳에 있는 오크 십만 명만 철저하게 통제를 하고 있었다. 대신에 어린 오크들을 중에서 인재들은 일 년에 한 번씩 황성으로 데려와 오크 사관학교에 입학을 시켰다. 오크 사관학교에서는 주로 사냥이란 실습을 시키고 검술, 주술, 흑마법, 정신교육 등을 가르친다. 반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귀졸들을 미리 모아놓고 강철에게 충성하도록 세뇌시키고 있었다.
“영력이 백 정도 더 늘어난 것 같으니 백명 정도만 더 권속으로 만들면 되겠군.”
“대전사급으로 백 명을 선발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오크 사관학교를 조기 졸업하는 자나 대전사로 성장한 전사, 오크 주술사, 인간 포로 중에서 필요한 자들을 선발할 예정이다. 권속이 된 자들은 중앙제국의 귀족이 된다는 의미였다. 베타는 중앙제국이라 명명하고는 빅투스를 재상으로 하여 권속들을 모두 귀족으로 만들었다. 이제 100명의 준남작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할 일은?”
“멀리 있는 오크들까지 데려오기 위해서는 일주일은 걸립니다. 그동안 마스터께서는 흑마법과 주술을 익히셔야 합니다.”
강철의 본체와 마왕의 육체는 검사의 검술과 마나심법을 수련했다. 하지만 카스토는 마법을 익힐 수 있도록 심장에 서클을 만들어 두었다. 때문에 검술과 기사의 마나심법이 아닌 빅투스의 마나심법을 수련해야 한다.
“알겠다.”
강철은 지하연공실에서 흑마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피의 권능을 이용하려면 네크로멘서 마법이 좋은데?’
강철은 실드와 저주 마법만 수련했다. 빅투스가 제조 마법사이기에 키메라 제조 마법 이외에는 수련할 만한 마법이 없었다. 오크 주술사의 주술과 권속이 된 마법사들의 전투마법 등을 참조하여 흑마법을 만들었지만 쉽게 강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마법은 별로 없었다. 웬만한 전투마법보다는 강철이 직접 육체적인 능력으로 검을 휘두르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때문에 검술에 도움이 될 만한 실드와 슬로우 저주마법 하나만 수련했다. 빅투스의 마법지식과 권속이 된 마법사들의 마법지식을 습득했기에 마법수련은 어렵지 않았다.
후우우웅!
강철은 3일 만에 5서클 흑마법사가 되었다. 8서클인 빅투스의 마법지식과 뛰어난 영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법 수련이 끝난 강철은 백 명의 후보들과 피를 나누어 마시는 예식을 통해서 이들을 권속으로 만들었다.
* * *
뉴욕
NWB 본부 대회의실에 회장인 빌 브라이언트와 비서, 도널드 박사 등 중역이 앉아 있었고, 뉴월드 마도 공학 담당자가 실무자들과 함께 보고를 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한 공중항모 시험비행을 시작하겠습니다.”
팟!
스르르!
대회의실 전등이 모두 꺼지고 어둠 속에서 밝은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짝짝짝!
가상현실 기기는 실제 데이터와 설계도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다. 때문에 설계도나 성능에 문제가 있다면 가상현실 기기로 만들어진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물체가 폭발하거나 추락할 수 있다. 마도공학으로 만들어진 공중항모가 하늘로 떠올랐고, 공중항모에서 수십 대의 마도 전투기가 이륙하고 착륙하는 것이 성공했다. 그러자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박수를 치면서 기뻐했다.
“다음으로는 뉴월드에서의 실험비행을 시작하겠습니다.”
팟!
스르르!
“……!”
홀로그램 영상에서 거대한 공중항모가 이륙하였다. 그리고 도시에서 벗어나자 드레이크, 와이번을 비롯한 작은 비행 몬스터들이 달려들었다. 수십 대의 마도 전투기들과 무인 자폭 미사일, 주포, 발칸포들이 불을 뿜었지만 모기떼처럼 달려드는 비행몬스터들은 실드와 장갑을 파괴하고 안으로 파고들어 마나석을 먹어치웠다. 결국 공중항모는 산산조각이 나서 추락하고 말았다.
“흐음!”
모두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팟!
곧 가상현실 기기를 통한 실험비행이 끝나고 회의실에 불이 들어왔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있나?”
“제일 좋은 방법은 몬스터의 제왕인 오우거를 태워서 작은 비행 몬스터의 접근을 막고, 하늘의 제왕인 와이번이나 드레이크를 길들인 와이번 기사단이나 드레이크 기사단을 탑승시키면 비행 몬스터들이 접근하지 못합니다.”
제국에서는 와이번이나 드레이크의 알을 훔쳐서 부하시킨 후에 각인 마법으로 마법사나 기사를 와이번의 조종사로 만든 와이번 기사단, 또는 드레이크 기사단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알을 구하기도 힘들지만 구해도 써먹으려면 3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체가 되어 몬스터 피어를 뿜어낼 수 있어야 비행 몬스터들이 접근하지 않고 도망치게 된다. 그런데 와이번이 성체가 되려면 적어도 30년은 지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