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7 23. 트로이 목마 작전 =========================================================================
‘이제 알맹이만 남았군.’
스륵!
강철은 후퇴하는 제노 후작을 비롯한 지휘부를 향해 사렸다.
드르르르!
그런 강철을 향해 오크들과 새로운 권졸이 된 3만 대군이 진형을 갖추어 진군을 하였다.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이냐?”
이들은 3일 내내 오크 대평원에서 탈출을 시도했다. 오크 라이더들을 치고 빠지는 전술로 자신들을 괴롭혔다. 좌우에서 공격을 하고 따라가면 후퇴했다. 시간을 끄는 것이 목적임을 알았지만 무시하고 그냥 진군하면 꼬리부터 착실하게 공격을 했다. 처음에는 3천에 달하는 병력이었지만 지금까지 따라온 병력은 5백에 불과했다.
“포위 되었습니다. 저 협곡을 돌파해야 하는데 위에서 협곡을 무너뜨리면 전멸입니다.”
전략 참모가 피를 토하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의 몸에는 화살이 박혀 있던 상처가 여기 저기 있었다. 마나와 파워슈트의 방어력이 없었다면 몸이 꼬치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파워 슈트의 마나는 이미 바닥이 났고,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어서 작동을 멈춘 지도 하루가 지났다.
“내가 협곡 위로 올라갈 수 없느냐?”
“대족장과 주술사들이 있어서 불가능합니다.”
“……!”
카란 왕국의 10강으로 불리는 마스터인 자신이 오크 따위의 방어막을 돌파할 수 없다는 참모의 대답에 제노 후작은 입술을 악물었다.
“지원요청은 했느냐?”
“마법 통신이 불가능합니다.”
“허허! 상대에게 9서클 마법사라도 있단 말이냐?”
“타르수스가 배신을 한 것 같습니다.”
“타르수스가?”
그러고 보니 보급사령관과 마법 길드에서 파견한 마법병단이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아니면 마법통신기가 작동이 되지 않는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마도 공학으로 탄생한 마법통신기의 작동 원리는 마법사들만 안다. 마도공학이 발전하기 전에는 마법통신구라는 수정구를 이용해서 마법통신을 했는데 이것을 방해하려면 9서클 대마법사라야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마도공학으로 만든 전화라는 마법통신기의 비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었다.
베타와 빅투스, 그리고 흑마법사가 된 마법사들은 중앙에 있는 던전에 모여서 여러 가지를 연구 했는데 그 중에는 마법통신기도 있었다. 마법통신기를 분석해서 양산해 내는 것이 목표였다. 아직 그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주술과 흑마법을 사용해서 마법통신을 교란하는 것은 성공했다. 일종의 텔레파시와 같은 마나파를 발산해서 통신마나파를 왜곡시키는 방법이었다. 것이었다. 그리고 주술과 흑마법을 결합해서 만든 흑마법을 오늘 처음 시전한 오크 주술사들이었다.
슉!
퍽!
이때 협곡 위에서 화살 하나가 날아와 땅에 박혔다. 화살에 매달려 있는 편지를 기사가 가져와서 제노 후작의 전략 참모에게 전달했다.
“뭐냐?”
“항복하라는 강철의 요구입니다.”
“오크 대족장이 아니라 강철이라는 말이냐?”
“오크 대족장도 자신의 노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허허!”
제노 후작은 허탈한 표정으로 웃었다. 하지만 오크들와 손잡은 어둠의 세력에게 항복할 수는 없었다.
“돌아간다.”
쿠쿠쿠쿵!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평선에서 모습을 나타낸 수많은 궤도 장갑차를 보자 할 말을 잊었다.
“……!”
제노 후작과 그의 기사단은 멍하니 서 있었다. 한 시간 정도가 흐르자 수만 병력과 천대가 넘는 궤도 장갑차가 그들을 완벽하게 포위하고 주포를 겨냥한 상태가 되었다. 마스터인 제노 후작과 기사들의 일부는 날아오는 마나포탄을 피하거나 마나로 폭발력을 방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두 발이면 몰라도 수백발이 터지면 마스터인 제노 후작을 제외한 전부가 흔적도 없이 산화될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제노 후작의 전략 참모가 초조한 안색으로 질문을 하였다. 강철이란 놈이 오크와 연합 했다고 해도 끝까지 노예로 삼은 것이라 우기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인간 세계와의 단절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였다. 자신들을 포로로 잡은 후에 회유하거나 협박을 하려 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회유되지 않는 자들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전령을 보내라. 일대일로 싸워 이기면 우리를 풀어주고, 지면 항복하겠다고 전해라.”
제노 후작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제안을 하였다.
“예. 각하!”
제노 후작의 명령에 따라 전령이 편지를 써서 하얀 깃발을 들고 협곡 아래로 가서 편지를 화살에 매달아 쏘아 올렸다.
휘이익!
퍽!
그러자 답장이 바로 날아왔다. 전령은 화살을 들고 부관에게 가져다 바쳤다. 전략 참모는 편지를 받아서 읽고는 창백한 안색으로 제노 후작에게 보고했다.
“거절한답니다.”
“허허!”
단호한 상대의 대답에 제노 후작은 자신을 따르는 기사단과 가신들을 보았다. 그리고 함께 왔던 자들이 배신을 하고 오크들과 함께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모습에 기가 막혔다.
“살고 싶은 자가 있는가?”
제노 후작은 죽음을 각오했다. 4만 병력을 이끌고 적의 계략에 빠져서 일패도지했다. 적들이 오크들과 연합을 했던 안 했던 총사령관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
제노 후작의 질문에 기사들의 몸에서 투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명예로운 죽음을 원하는 자들은 나를 따르라!”
“와아!”
기사들은 모두 함성을 질렀다.
“가자!”
휘익!
제노 후작은 대검을 빼어들고 선두에서 협곡을 향해 달려갔다. 다행이 주포가 공격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협곡 위로 올라가서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아앙!
“이게 무슨 짓이냐?”
하지만 제노 후작은 바로 멈추어야 했다.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거의 본능적으로 몸을 틀면서 대검을 휘둘렀다. 놀랍게도 심복인 부관이 자신을 향해 오러가 일렁이는 검을 휘둘러 왔다.
투두둑!
그리고 호위 기사들이 자신을 향해 검을 들고 달려들고 있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상처가 있었다. 눈에 있는 혈관이 터져서 피눈물을 흘리는 기사들은 안색이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야차와 같았다. 이들은 피가 묻은 단검을 암기처럼 던졌지만 마스터인 제노 후작의 피부에 상처를 내지 못했다. 오러를 만들면 상처를 낼 수 있지만 오러가 서린 검은 제노 후작이 본능적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오러는 피를 기화시켜버리기에 순수한 마력을 담아 암기를 던졌던 것이지만 모두 무위로 끝났다. 하지만 제노 후작을 제외한 다른 자들은 피가 묻은 암기에 맞아 상처가 났고, 그 순간 모두 귀졸로 변해버렸다. 무시무시한 피의 권능이었다. 진혈의 뱀파이어 수장이 직접 이로 흡혈을 해도 마나가 있는 기사라면 버티는 것이 정상이지만 강철의 영력이 높기에 마스터급의 정신력과 마나가 아니면 버티기 불가능했다.
“피, 피하 ……!”
“제, 제 뜻이 아, 아니……!”
기사들은 마나를 움직여서 강인한 정신력으로 피의 권능에 저항을 하고 있었다.
“흑마법가 사악한 어둠의 자식인 마족을 불러낸 것인가?”
제노 후작은 부하들이 사악한 마족의 저주에 걸린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수많은 오크들은 이미 강철이란 놈의 부하였다. 그리고 정벌군들도 하나씩 놈의 사악한 저주에 걸려서 놈의 부하가 된 것이 틀림없었다.
스륵!
자신의 예상이 맞은 것인지 유령처럼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수많은 오크들과 오우거, 검치호, 블랙표범, 오크 라이더, 오크 대전사, 오크 주술사 등이 나타났다. 그리고 협곡 위에서도 오크 대족장과 그의 친위대가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강철이라고 합니다.”
“네가 악의 수괴로구나.
”
“남의 것을 탐내어 강도처럼 몰려온 도적들의 수뇌는 당신이 아닙니까?”
“시끄럽다. 이 사악한 마족아!”
“하하! 그런 수법은 문화가 미개한 뉴월드의 어리석은 평민들에게나 통하는 수법입니다. 저는 지구인입니다.”
강철은 빙긋 우스면서 선수끼리 왜 이러냐는 표정을 지었다.
“어둠의 마나를 사용하는 자는 몬스터나 마족의 하수인들뿐이다.”
“제가 마족이라면 중간계를 수호하는 드래곤이 개입했을 것이고, 신탁이 내려와 신성기사단이 출동했겠죠? 제가 마족의 하수인이라는 증거가 있습니까?”
“……!”
강철의 반격에 제노 후작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는 생각을 하였다.
“몬스터인 오크들을 함께 한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러면 오크를 노예로 부리는 국왕이나 공작, 그리고 마법사들은 모두 마족의 하수인이겠군요.”
“그들과 너는 다르다.”
“뭐가 다릅니까?”
강철은 원정군 총사령관인 제노 후작을 회유하여 자신의 부하로 삼고 싶었다. 마법계약서를 이용해서 계약을 맺으면 어둠의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첫 번째 부하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반만 귀족들이 된 자들은 아직 어둠의 마나에 물들지 않았다. 자신들의 그들의 피를 마시고 베타가 동조화를 진행시켜 완벽한 피의 권능이 그들의 피에 깃들어서 마나가 어둠의 마나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피의 권능을 사용해서 강제로 저들의 정신을 통제하고 있을 뿐이다.
“사악한 저주나 주술이 아니라면 내 부하들과 오크들이 이렇게 쉽게 네 부하가 되었겠느냐?”
“그럼, 정신계 마법을 사용하는 드래곤도 마족입니까?”
“너 따위를 어떻게 고귀한 존재인 드래곤과 비유하느냐?”
강철의 반문에 제노 후작이 펄쩍 뛰었다.
“그럼, 정신계 마법을 사용하는 8서클 대마법사들은 마족이겠군요?”
“네, 네가 8서클 대마법사라는 것이냐?”
“저는 아니지만 저를 도와주는 사람 중에서 대마법사가 있기는 합니다.”
“그가 누구냐?”
“제가 왜 당신에게 그런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까? 당신은 내 도시를 빼앗기 위해 온 강도의 수괴가 아닙니까?”
강철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누가 강도라는 것이냐? 이곳은 우리 카란 왕국의 영토다. 국왕 폐하의 명령을 거부하는 반역도들을 토벌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이 계약서에는 분명 영구 임대하기로 하고 자치권을 인정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만.”
“영주 사이의 분쟁에서는 왕국이 관여할 수 있다는 것이 관례다. 나는 너와 야마토르 남작과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런데 네가 거부했기에 반역자가 된 것이다.”
“저는 카란 왕국 소속이 아니라 UN군 소속입니다. 카란의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는데 왜 반역이라고 합니까? 저는 관례를 모르겠고 계약서대로 할 뿐입니다.”
“너희 속담에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다. 카란 왕국의 임시 영주가 되었다면 카란의 법을 따라라.”
제노 후작이 억지를 쓰면서 명분을 논했다. 자신을 죽이면 간단한데 왜 이런 논쟁을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일단은 명분에서 이겨야 상대의 의도를 짐작하고 유리하게 사태를 이끌 수 있다는 정치적인 감각이 발휘된 것이었다.
“하하! 관례라. 저는 어둠의 숲이 카란 왕국의 영토라는 것을 이제야 처음 알았습니다.”
“네가 카란 왕국의 임시 영주가 된 순간 네가 개척한 모든 영토는 카란 왕국의 영토이다.”
“계약서의 내용과 다른 관례군요. UN군이나 NWB에서 인정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국왕은 영주가 개척한 영지를 마음대로 회수할 있는 것입니까?”
“그, 그것은 ……!”
제노 후작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카란 왕국은 왕권보다 귀족들의 힘이 더 강한 나라이다. 또한 제노 후작은 국왕파가 아닌 귀족파이다. 강철의 말에 수긍하면 황금의 도시를 차지해도 그것이 모두 국왕의 손에 들어간다. 귀족파인 자신이 원정대의 총사령관이 된 것도 같은 이유다. 물론 국왕파에도 일정 지분이 돌아가지만 귀족파에게 더 많은 지분이 돌아가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다.
“관례에 따라 영주들 간에 문제가 생기면 영지전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야마토르 남작령과 문제가 생기면 영지전을 신청하면 됩니까?”
“야마토르 남작령에서 중재를 원했기에 우리가 나선 것이다.”
“하하! 이거 행정관이 보낸 이 중재안을 보면 내가 개척한 황금의 도시를 그냥 카란 왕국에 가져다 바치라는 것인데 이상하군요. 계약서대로 하면 계약을 파기한 것이고, 관례대로 한다면 야마토르 남작과 나와의 문제를 중재할 행정관 하나만 보내면 되는데 4만이나 되는 군대를 끌고 와서 저는 강도들인 줄 착각했습니다.”
“……!”
제노 후작은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카란 왕국, 마법길드, 드워프 길드, NWB, 용병길드, 사냥꾼 길드까지 가세했기에 명분 따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명분은 야마토르 남작령과의 분쟁을 핑계로 왕국에서 개입해서 새로운 행정관을 황금의 도시로 보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거부하자 반역을 핑계로 군사를 일으켜 정벌에 나선 것이었다. 그런데 상대는 그 명분을 반박하고 있었다.
“영주라면 국왕 폐하께 충성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제노 후작이 다시 억지를 부렸다. 대답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명분은 원래 승자가 가져가는 것이다. 때문에 명분 따위는 정복한 후에 새로운 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전쟁에서 졌기에 반박할 수단이 없었다. 다시 전쟁을 하여 이기면 되지만 그 전쟁에 자신의 자리는 없었다. 포로가 되거나 제거될 것이기에.
“나는 지구인으로 카란 왕국의 왕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 임시 영주입니다. 그러니 계약서대로 하든지 아니면 관례대로 하든지 양자 간에 하나만 선택하시지요.”
“내가 중재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인가?”
계약서대로 하면 자신들은 계약을 파기한 강도가 된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영주들 간에 분쟁을 해결하는 관례라는 핑계만 남는다. 때문에 제노 후작은 마음을 차분히 하면서 반문했다. 이미 전쟁에서 진 패장이다.
“물론입니다.”
“그 정신계 마법으로 나로 네 꼭두각시로 삼으면 되는데 왜 이런 복잡한 방법을 사용하는가?”
협상을 하기로 결정했기에 상대를 마족이니 어둠의 족속이니 하는 유치한 수단은 사용을 자제했다. 현재 상대는 갑이고, 자신은 을이기 때문이다.
“정신계 마법은 일시적인 것입니다.”
“한계가 있다는 것인가?”
“예. 마법을 거두면 바로 제정신을 차릴 것입니다. 아니 지금도 제 정신이지만 강력한 마법의 능력으로 저들의 정신을 잠시 통제하는 것뿐입니다. 때문에 후작 각하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모두 제거하거나 포로로 대우할 수밖에 없습니다.”
“흠.”
사악한 흑마법은 아니라는 의미로 알아들은 제노 후작이다. 그리고 강철의 배후에 8서클 대마법사가 버티고 있다고 판단했다. 마법 길드에도 파벌이 있기에 비주로 학파의 마법사들이 있기 마련이다. 주류란 마법길드의 지휘부의 요직을 차지한 실세들이고, 비주류는 요직을 차지하지 못한 세력들을 말한다. 정신계 마법은 모두가 꺼려하는 마법이기에 권력을 잡기 어려운 학파의 마법이다. 전쟁에 도움이 되는 전투마법사나 돈에 되는 공간마법사, 인첸트 마법사 등등이 마법 길드의 실세들이다. 정신계 마법은 대마법사가 되지 않으면 정신력이 낮은 일반인이나 동물들만 길들일 수 있어서 서커스에서 동물들을 조련하는 조련사 정도 취급을 받는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계약서대로 황금도시의 자치권을 인정해 주시면 됩니다.”
“……!”
제노 후작은 침묵했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상대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이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쉬운 요구가 아니다. 보물은 지킬 수 없는 자들에게는 불행의 씨앗이 되기 때문이다. 노천금광이라는 소문이 났고, 강철이 물 쓰듯이 사용하는 금괴와 수많은 마나석들이 힘 있는 뉴월드를 지배하는 실세들인 권력자들을 탐욕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가난한 카란 왕국에서 UN군 소속인 베타 전사를 건드리려면 NWB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들과 또한 그들의 연합한 마법길드와 용병길드, 드워프 길드가 먼저 접근을 했기에 카란 왕국에서 명분과 군대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다.
“어렵습니까?”
“카란 왕국의 뒤에 마법 길드와 드워프 길드는 물론 용병길드와 NWB까지 있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과 싸우겠다는 것은 전 세계를 적으로 돌이겠다는 뜻이네. 자네가 조금 더 양보하게나.”
제노 후작이 타이르듯이 제안을 하였다.
“4만 대군을 쉽게 이겼습니다. 황금의 도시에 있는 꿀을 따기 위해서는 사나운 벌꿀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것을 이제 알았으니 예전처럼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겠죠?”
“나를 중개자로 내세우려는 것인가?”
“예. 한 10년만 저를 도와주시면 됩니다.”
“무슨 뜻인가?”
제노 후작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지금 왕성으로 돌아가셔도 얻을 것이 없지 않습니까? 이곳에서 힘을 키울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힘을?”
“저와 카란 왕국을 비롯한 거대 길드와 중개의 역할을 하면서 이득을 얻으시면 됩니다. 또한 이곳에 포로가 된 4만 병력을 가지고 새로운 도시를 형성하면 그 지분의 일부를 넘겨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쁘지 않겠군. 하지만 저들이 이곳을 포기하고 협상을 하려 할까?”
중개를 하려면 상대와 대등한 조건이 되어야 가능하다. 저들이 다시 군대를 보내어 황금의 도시를 차지하려 하면 의미 없는 짓이 된다.
“후작 각하께서 저들에게 경고해 주시면 됩니다.”
“경고?”
제노 후작은 강철의 정치적인 식견에 대해서 놀라면서도 계속해서 떠 보았다.
“그랜드 마스터와 수십만 대군을 투입해야 황금의 도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해주시면 됩니다. 그런 군대를 일으킬 군비를 생각하면 황금의 도시를 빼앗는 것보다 그냥 새로운 도시를 개척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란 계산을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카란 왕국의 병사들을 동원했기에 모든 단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황금의 도시를 공략할 정벌군을 형성할 수 있었다. 카란 왕국이 가난한 약소국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는 제국의 황제나 공작이다. 그들을 움직일 명분도 없었고, 은밀히 공작을 움직이려면 황금의 도시에서 얻어지는 지분의 대부분이 그랜드마스터인 공작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 그가 황금의 도시를 기준으로 새로운 왕국을 만들어 독립할 가능성도 있으니 그랜드 마스터를 총사령관으로 하는 정벌군은 만들어지기 불가능하다. 또한 카란 왕국이 아무리 약소국이라 해도 다른 나라의 그랜드마스터가 대군을 이끌고 자국의 영토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저들이 협상을 승낙하며 내 부하가 아닌 병력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중재가 잘 되면 당연히 모두 돌려보내지요. 하지만 내 영토를 쳐들어온 포로들이 아닙니까? 쉽게 돌려드리면 다시 쳐들어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니 많은 몸값을 지불해야 합니다.”
포로의 몸값은 많다. 그렇다면 용병에 불과한 병력들에게 큰돈을 쓸 길드는 드물다. 그렇다면 이들은 포로에 상태에서 이곳에 정착하게 될 제노 후작의 사병처럼 사용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내가 무엇을 해 주면 되는가?”
제노 후작이 수긍을 한 표정으로 물었다.
“계약서를 위반했으니 마법길드, 드워프 길드, 용병길드, NWB, 사냥꾼 길드, 카란 왕국의 비공식적인 사과와 배상금을 요구합니다.”“그러지.”“그럼, 이것을 마셔주셔야 하겠습니다.”
강철이 자신의 피가 담긴 포도주를 마법주머니에서 꺼냈다.
“무엇인가?”
“아무리 대마법사라도 마법의 매개체가 없이는 마법으로 타인의 정신을 통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후작각하라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는 수준이지만 같은 마스터와의 싸움에서 정신계열에 타격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포도주가 묻어 있는 암기와 검이 범인이었군.”
제노 후작은 그제야 정신 계열의 마법에 대한 비밀을 엿본 기분이 들었다. 미리 알았다면 이처럼 어이없이 당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는 거침없이 포도주를 마셨다.
‘으득!’
제노 후작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려 하자 정신력으로 버텼다. 마나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력의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마나를 사용해야 했다. 정신 통제와 상관없이 피가 제 멋대로 움직이면서 피에 흐르는 마나를 사용해 자신의 신체가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려 했기 때문이다. 제노 후작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면서 터득한 영력이 정신을 보호하면서 마나를 제어해서 피의 권능에 저항했다. 하지만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상대가 정신 공격을 멈춘 것이었다. 상대는 자신이 이런 정신 공격을 당하는 와중에서 공격을 당한다면 상대의 일격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었다. 제노 후작은 강철에게 항복하고는 강철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