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6 23. 트로이 목마 작전 =========================================================================
23. 트로이 목마 작전
오크 대평원
협상 타결되자 오크 노예 2만 5천 마리와 밀포대가 들어 있는 마법 주머니 10개와 교환하기로 하였다. 교환 장소는 산 중턱 아래였다. 산 위에 있는 주포의 포격 사정거리 안으로 상대가 계약을 어기면 주포 공격으로 마법주머니를 가진 상대를 박살냈을 수 있는 위치였다.
“오는군.”
제노 후작이 중얼거렸다.
산 위에 궤도 장갑차가 보였다. 궤도 장갑차가 올라갔던 길을 따라 수만에 달하는 오크 노예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선두에는 파워 슈트를 입은 전령과 10여 명의 용병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오크들은 모두 두 손을 밧줄로 묶은 상태였고, 무기도 없었다.
쾅!
간혹 가다가 도망치는 오크들이 있었는데 그때는 산 위에 있는 궤도 장갑차의 주포가 불을 뿜었고, 도망치던 오크들은 박살이 났다. 정말 놀랍도록 정확한 포격이었다.
“멍청한 오크들.”
제노 후작은 멍청한 오크들을 보면서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노예인 오크들의 손을 묶어놓고 선두의 전령을 따라가라고 명령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도망치는 것들은 주포로 박살내서 데려오고 있었지만 이는 상대가 노예들을 통제할 병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들은 다르다. 노예들을 통제한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백 마리씩 분리한 후에 감독관 서너 명이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채찍과 먹이라는 당근으로.
“도착했습니다.”
부관이 제노 후작에게 보고했다.
“가서 마법주머니를 건네주고 오크들을 인계받아.”
“숫자를 확인하지 않아도 될까요?”
“상관없다.”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통제되지 않는 것들을 모아서 분류하고 통제하려면 일주일은 걸릴 것이다. 그냥 한 곳에 모은 후에 당근을 제시하고는 바로 총알받이로 사용하면 그만이다.
“예. 각하.”
부관은 보급부대 지휘관과 함께 가서 드워프 길드와 마법 길드에서 보증한 서류와 함께 식량이 들어있는 마법주머니들을 받더니 오크들이 내려오는 길이 아닌 숲으로 사라졌다.
“전령이 레인저 출신인 모양이군.”
제노 후작은 오크들이 적들의 주포 범위에 있기에 완전히 인계 받을 때까지 계약을 파기하고 전령을 붙잡을 수 없었다. 오크 노예들은 순순히 산에서 내려와 궤도 장갑차들로 포위한 오크 대평원에 마련한 거대한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 오크 노예들을 울타리 안으로 모두 들어오는데 걸린 시간이 반나절이나 되었다.
“노예들에게 음식을 주고 편하게 쉬게 하라.”
“묶어 놓은 손을 어떻게 할까요?”
“단검을 던져 주어서 스스로 풀게 하라. 그리고 놈들이 대표들을 데려와라.”
제노 후작은 스파이를 통해서 용병들이 오크 노예들을 어떻게 통제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두고두고 써먹을 노예라면 자신들의 방법으로 길을 들여야 하겠지만 바로 써먹고 버릴 노예들이기에 상대의 방법으로 통제하기로 결정한 제노 후작이다.
“예. 각하!”
잠시 후에 오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오크들의 원래부터 있었는지 금방 뽑혔고, 그들에게 단검을 주었고, 그들은 부하들의 손을 풀러주고 질서정연하게 음식을 받아갔다. 그리고 25 명의 대표들이 제노 후작에게 불려갔다. 제노 후작은 기사단과 마법사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노예 대표들을 둘러보았다.
‘전사 급이 3명이고 나머지는 아직 전사 후보 정도로군.’
오크 대전사와 주술사, 오크 라이더, 족장들은 대족장과 함께 아직도 유격전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남아 있는 오크들 중에서 전사급은 늙은 오크들이거나 이제야 성인식을 치를 정도로 어린 오크들뿐이었다.
“한 가지만 약속하면 모두 풀어주겠다.”
“무슨 약속인가?”
늙은 오크 전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다른 오크들은 분노와 두려움 등등의 감정이 섞여 있는 복잡한 눈빛이었다.
“너희를 노예로 만든 놈들에게 복수하도록 도와주겠다. 오늘 밤에 우리와 함께 총공격을 하여 궤도 장갑차를 공격하라.”
“우리를 다 죽일 셈인가?”
늙은 오크 전사가 반발했다.
“너희의 역할은 주포의 공격을 분산 시키는 역할이다. 산맥을 넘어가기만 하면 그때부터 너희는 자유다. 그리고 산맥을 넘으면 우리의 주포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니 우리가 너희를 억압할 방법도 없다.”
“거절해도 되는가?”
“그럼, 내일 아침에 뜨는 태양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거절하면 모두 죽이겠다는 뜻이다.
“어쩔 수 없군.”
“하하하! 잘 생각했다. 여기 지도를 보아라. 여기부터 여기까지가 너희가 올라갈 수 있는 지형이다. 여기를 벗어나면 주포의 공격을 받을 것이고, 좌우로는 우리 기사단과 레인저들이 은밀하게 잠입할 것이다. 그러니 주포 공격에 운 좋게 살아나도 좌우로는 벗어나기 불가능하다.”
“살려면 무조건 산맥을 넘어가야 하겠군.”
“그래. 질문 있나?”
“없다.”
“좋다. 그러면 오늘 밤 1시에 공격을 할 것이니 그때까지 푹 쉬어라.”
오크 노예 대표들은 제노 후작의 제안을 수락하고는 울타리 안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되었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 늙은 노예는 칼바위 족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칼바위 족장은 노예로 위장해서 이곳에 와 있었고, 그는 이번 작전의 총 책임자였다. 그리고 곳곳에 강철의 권속들인 오크 대전사들과 오크 족장은 물론 오크 주술사들도 많이 있었다.
“예상대로입니다. 오늘 밤 1시를 기해 총공격을 가할 것이고, 좌우로 벗어나면 주포로 공격하고, 레인저들과 기사단을 좌우로 배치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좋군. 받아라.”
“예.”
칼바위 족장은 마법주머니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오크 대표들은 은밀하게 단검과 강철의 피가 든 가죽주머니를 허리에 찼다.
준비를 마친 오크들은 누워서 편하게 쉬거나 잠을 자기 시작했다.
“시간이 되었다. 은밀하게 움직여라.”
밤 1시가 되자 인간 병사들이 와서 대표인 늙은 오크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늙은 오크들은 25명의 대표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오크들이 모두 일어서서 출정준비를 마치자 나무 울타리가 전면이 열렸다.
“공격!”
늙은 오크의 명령에 수천여 마리의 오크들이 넓게 퍼져서 산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르르!
그러자 울타리를 반월형으로 포위하고 있던 궤도 장갑차들이 움직이면서 전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주포들이 좌우로 각도를 틀기 시작했다. 하지만 뒤에 있는 궤도 장갑차들은 많은 병력의 호위를 받으면서 아직 울타리에서 나가지 않은 오크들을 향해 발칸포와 주포를 겨누고 있었다.
쾅! 쾅!
이때 산 위에서 마나 포탄이 날아와 산으로 뛰어올라오는 오크들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와아아!”
이미 들켰다고 생각한 오크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모두 넓게 퍼져서 산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크들을 겨누고 있던 주포들이 좌우를 퍼지면서 대부분이 경계선을 향해 주포를 겨누며 전진했다. 울타리 안에는 겁에 질린 소수의 오크들이 벌벌 떨고 있었다. 아주 어린 오크들과 늙은 오크들이었다. 아직 모든 오크들이 산으로 올라간 것이 아니기에 오크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발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진하지 않으면 깔아뭉갤 기세로 울타리를 궤도 장갑차로 박살내며 천천히 전진했다. 울타리 때문에 궤도 장갑차를 호위하던 궁병들과 용병들이 뒤로 물러났다.
휘익!
늙은 오크들과 어린 오크들 사이에 숨어 있던 칼바위 족장이 베타와 빅투스가 연구해서 개발한 연막탄을 던졌다. 그러자 대전사와 족장, 전사들이 사방으로 연막탄을 던졌다.
퍼퍼퍼퍼펑!
연막탄이 허공에서 폭발하면서 자욱한 연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독이다!”
놀란 병사들이 입을 막고 연기를 피해서 사방으로 흩어졌고, 마법사들이 바람을 일으켜 연기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스륵!
칼바위 족장을 비롯한 전사급 오크들이 유령처럼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투두두두둑!
슈슈슈슈슉!
남아 있던 오크들이 수작을 부리자 발칸포가 불을 뿜었고, 용병들이 마나 총과 석궁, 활을 쏘아댔다. 순식간에 남아 있던 늙고 어린 오크들이 벌집이 되어 붉은 피를 흘렸다. 하지만 동화 능력을 사용해서 모습을 감춘 전사급 오크들은 가속 능력까지 사용해서 이미 카란 왕국군 사이로 스며들었다.
삭!
“헉!”
왕국군 백인대장은 가죽 갑옷이 갈라지면서 피가 튀자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다보았다.
‘으으! 왜 이러지?’
백인대장은 자신의 몸이 말을 듣지 않자 속으로 신음을 흘렸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가죽 주머니를 입에 대었다. 그러자 시큼한 붉은 포도주 한 모금이 목으로 넘어갔다.
“푸!”
백인대장은 자신의 검에 피를 뿌렸다. 그리고 검으로 볼에 십자모양을 그었다.
삭!
피가 주르르 흘렀지만 상관하지 않고 볼에 상처가 없는 자신의 부하를 검으로 살짝 그어주었다.
“대, 대장님!”
“푸!”
자신의 검에 베인 부하에게 포도주를 뿌려주었다. 그는 가죽주머니를 받아서 한 모금 마시고는 백인대장처럼 자신의 얼굴에 상처를 내고는 동료들의 몸에 상처를 내었다.
“사령관님! 오크들이 배신을 하고 역공을 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놀란 제노 후작이 눈에 마나를 주입해서 어둠을 꿰뚫어 보였다. 산으로 올라가는 오크들도 있었지만 눈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오크들은 뒤로 돌아서서 반원형으로 퍼지고 있었다. 당연히 좌우에 있는 궤도 장갑차의 주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점차 궤도 장갑차의 포격이 사라지고 있었다. 놀랍게도 아군들이 궤도 장갑차를 공격하는 것이 보였다. 더 이상한 것은 좌우에 포진해 있는 최정예 부대인 기사와 레인저들, 상급 용병들도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누고 있어서 좌우로 돌격해 온 오크들에게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빨리 후퇴해야 합니다. 궤도 장갑차들이 당하고 있습니다.”
“궤, 궤도 장갑차가?”
제노 후작의 눈이 커졌다. 궤도 장갑차의 방어력은 오러를 사용하는 전사급이 아니면 뚫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크 노예들 중에 대족장 친위대가 숨어 있었던 갔습니다. 캐터필러를 고장 내고 발칸포 포신을 잘라버리고 있습니다. 주포도 적과 아군이 섞여 있어서 무용지물입니다.”
다가오는 적은 발칸포로 견제하면 된다. 발칸포도 바싹 붙어버리면 소용없게 된다. 그런데 적이 아니라 아군들 사이에 숨어서 접근한 오크 전사들이 발칸포와 바퀴를 고장 내어 버렸다. 그런 후에는 뚜껑을 강제로 열고는 안으로 침투해서 안에 있는 조종사와 포병, 총병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으득! 놈이 오크들과 연합한 것이 분명하다.”
“아군 중에도 배신자들이 있습니다.”
카란 왕국 지휘부는 당황하고 있었다. 오크들이 배신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아군들 중에 배신자들이 적과 내통하여 반란을 일으키자 자신의 자랑스러운 4만 대군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후퇴하라!”
제노 후작은 결단을 내렸다. 아직 고장 나지 않은 궤도 장갑차가 움직였고, 보급부대와 일반 보병들이 질서정연하게 후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병력을 향해 연막탄이 날아오고 오크들과 배신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투두두두둑!
콰콰콰왕!
슈슈슈슈슉!
“크아아악!”
발칸포가 불을 뿜었고, 주포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병력을 향해 포격을 하였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마나 총과 화살을 쏘아댔다. 마나슈트로 무장한 것은 용병들뿐이다. 카란 왕국군들은 대부분 돈이 없어서 가죽 갑옷에 판금을 댄 무장이 전부였다. 때문에 카란 왕국군 병사들은 발칸포나 마나총의 총탄에 구멍이 뻥뻥 뚫리면서 쓰러졌다.
삭!
은신과 동화술을 펼친 칼바위 족장과 비슷한 능력을 지닌 오크 전사들이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적진에 스며들어 피가 묻은 검을 휘둘러 상처를 내고 있었다.
적들은 안과 밖에서 그리고 포위된 상황에서 정확한 포격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카란 왕국군은 오크는 물론 옆의 동료도 믿을 수 없어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영력이 늘고 있다.’
강철은 유령처럼 산맥 위에 서서 전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피의 권능을 폭발시켜 자신의 피가 섞인 모든 자들을 권졸로 만들어서 그들의 심령을 지배하고 있었다. 전장에 숨어 있는 주술사들은 주술로 피의 권능을 증폭시키고 있었기에 반쪽짜리라도 완벽한 권졸이 되어 있었다. 원래는 서로의 피가 섞이고, 그들의 피를 강철이 마셔야 완벽한 권속이나 마졸이 된다. 하지만 지금은 강철의 피를 마시기만 해도 그들은 권졸이 되어 강철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텔레파시 영역에서 벗어나거나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지만 그들은 완벽하게 포위되어 있었다.
‘총공격!’
콰과과과쾅!
산 위에 있던 궤도 장갑차들이 줄줄이 산 아래로 내려가면서 포격을 요청하는 곳을 향해 포격을 하고 있었다. 조종사들과 포격수들은 강철의 텔레파시와 연결되어 있었고, 전장에서 권속들이 강철에게 포격을 요청하면 베타가 텔레파시를 통해서 포격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때문에 포격수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포격을 가할 수 있었다.
두두두두둑!
오크라이더와 대족장이 이끄는 오크 친위대가 사방에서 나타나 얼굴에 칼자국이 없는 자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상처면 내면 그들은 스스로 얼굴에 상처를 내고 아군으로 돌변했다. 마법무기나 석궁, 마나총 등으로 무장한 정예 병력이 뭉쳐서 대항하면 마나포탄이 날아와 그들을 휩쓸어 버렸다. 사방으로 흩어진 오합지졸들은 상처가 난 아군이나 오크들, 또는 유령처럼 숨어든 전사들에게 상처를 입고 동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끝났군.’
포 소리는 멈추었고, 마나총 소리도 멈추었다. 아직 기사와 마법사, 정예 용병들이 저항을 하고 있었고, 지휘부는 뭉쳐서 도망을 치고 있었지만 대족장과 그의 친위대가 그들을 함정으로 몰고 있었다.
스륵!
강철이 유령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에 오크 대평원에 나타났다. 약 3만 달하는 카란 왕국군들이 모여서 상처에 난 피를 포도주에 타서 한곳에 모으고 있었다.
꿀꺽!
강철은 이들을 모두 어둠의 마나를 가진 권졸들로 만들었다. 주요 지휘관이나 강자들은 나중에 권속으로 만들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