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4 22. 정리 =========================================================================
22. 정리
몬스터 산맥 던전
강철은 푸롤로 왕국에서 잡아온 공간 마법사와 지부장을 공간 마법사로 만들었다. 푸롤로 왕국 출신이 공간마법사는 5서클 마법사였고, 지부장은 6서클의 테이밍 마법사였다. 졸지에 흑마법사가 된 이들은 주술사의 주술과 마법을 결합해서 만든 흑마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베타는 이들의 지식을 분석하고 빅투스와 함께 워프 게이트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8서클 대마법사인 빅투스는 5서클의 공간마법을 금방 이해하고는 워프 게이트를 쉽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워프 게이트 마나석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도 마탑의 핵심 기술이라는 것과 7서클 공간 마법사와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마도 공방에서 힘을 합쳐야 만들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낼 수 있었다.
<빅투스의 보고에 의하면 칼바위 족장이 배신을 하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강철은 다리오 남작의 검법인 폭풍검을 개조한 폭검을 수련하고 있었다. 바람의 속성 대신에 어둠의 마나를 이용한 오러를 폭풍처럼 사용하는 검법이었다. 마나의 소모가 많지만 영력이 늘어나면서 마나를 모으는 속도도 비약적으로 발전했기에 큰 지장이 없었다. 폭검은 폭풍검보다 훨씬 강력하고 파괴적이기에 폭검이라 부르고 있었다. 이 폭검을 수련하기 위해 강철은 창을 버리고 청룡언월도처럼 생긴 거대한 대검을 들고 수련하는 중이었다.
‘뭐라고?’
베타의 보고에 강철의 눈에 분노가 어렸다. 수백만 오크들이 배신자 하나 잡지 못해 자신에게까지 보고가 된다는 것에 분노한 것이었다.
<칼바위 족장의 뱀파이어 하나를 잡은 발견한 모양입니다. 놈이 뱀파이어의 피를 이용해서 피의 권능을 각성시키고 원래 가지고 있던 동화능력을 사용해서 자신의 친위대를 강하게 만든 후에 세력을 모아 어둠의 숲으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칼바위 족장은 어떤 놈이지?’
<어린 오크 병사였던 놈인데 성인식을 치르면서 마스터의 권능 중에서 동화 능력을 각성한 모양입니다. 그 후에 동화능력으로 몬스터 사냥으로 힘을 키우면서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있다가 우연히 부상을 입은 뱀파이어 하나를 암살하여 잡은 모양입니다. 뱀파이어의 피를 이용해 피의 권능까지 각성하자 부족원들을 하나씩 자신의 부하로 만든 후에 마스터의 권속인 족장을 암살하고는 자신이 족장의 자리에 올라서 대족장의 자리를 노리다가 발각되자 도망친 놈입니다.>
‘놈의 위치는?’
<이쯤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베타가 홀로그램 지도로 한 곳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놈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권속으로 구성된 대규모 추격대나 마스터가 아니시면 찾기 어렵습니다. 레인저의 능력을 가진 추격대가 놈의 부하로 변해버렸다고 합니다.>
마졸을 보내면 피의 권능으로 부하로 만들어 버리고, 권속을 보내면 다수의 힘으로 척살해 버린다는 의미였다.
‘놈을 잡으면 피의 권능을 강화할 수 있겠군.’
강철이 가진 피의 권능은 업그레이드되었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다. 베타가 동화능력으로 간섭을 해야 권속이나 권졸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베타가 없는 권속이나 권졸들은 피의 능력을 각성해도 강철처럼 부하를 양산할 수 없었다. 자신의 피나 상대의 피를 이용해서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정도다.
<강화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마스터의 마졸이나 권속이 피의 능력을 각성해서 세력을 무한대로 늘리면 자멸할 수 있습니다.>
뱀파이어가 자멸한 이유는 자신들끼리 싸웠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지금도 어둠 속에서 존재하는 뱀파이어들은 자신들끼리 더 치열하게 싸운다. 피의 권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동족의 피가 최고의 보약이기 때문이다. 칼바위 족장도 힘을 기르면 피의 권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강철의 권속들을 주로 노릴 것이 분명했다. 같은 피라도 능력을 각성한 자들이라 권능의 힘을 부여받은 권속들의 피로 자신의 권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문제는 없나?’
<오크 대평원에서 식량을 수급할 수 없기에 식량이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일 년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오크들은 부족끼리 자주 영역 전쟁을 합니다. 이런 전쟁으로 인해서 부족원의 수가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오크 왕국이 되면서 전쟁이 사라져서 오크들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 벌써 두 배 가까이 인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크들은 태어나서 1달이면 걷고, 6개월이면 다 성장한다. 이때부터 사냥을 하거나 일을 할 수 있다. 어둠의 마나가 깃들어 있는 몬스터 고기를 먹고 성장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제 목을 할 수 있는 병사가 되려면 5년에서 10년 정도 경험이 쌓여야 한다. 때문에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 성인식을 치루는 것이 오크다. 오크 전사는 성인식을 치르고 20년 이상 전투와 사냥으로 강해진 소수의 오크들이다.
‘빅투스가 만든 오크 제국은 문제가 없나?’
오크 대평원에서 정벌군과 싸우는 오크 부족의 수는 수만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철의 피를 이용해 빅투스가 만든 오크 제국에 속한 오크들의 수는 수백만 명이다. 그리고 몬스터 산맥에도 오크들을 권속으로 만들어서 오크 왕국을 형성하려 하는 중이다. 즉, 강철은 던전에 오크제국을, 오크 대평원과 몬스터 산맥에 오크 왕국을 형성하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오크들뿐 아니라 인간과 몬스터들도 포함하는 세력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오크들이 주를 이루기에 오크 왕국과 오크 제국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빅투스가 거느린 오크들은 대부분 마졸들입니다. 때문에 마스터의 명령과 상관없이 오크의 습성대로 서로 영역 전쟁을 하면서 빅투스의 명령을 따르기 때문에 숫자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숫자는 불어나면 그것은 새로운 종족을 정벌해서 흡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단 어둠의 숲에 있는 오크 제국부터 정리해야 하겠군.’
<워프 게이트가 연결되었습니다. 바로 이동하셔도 됩니다.>
칼바위 족장이 배신한 이유는 강철이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와이번을 타고 날아가도 한 달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으니 쉽게 배신하고 멀리 도망쳐서 자신만의 오크 왕국을 만들려 하고 있을 것이다.
‘가자.’
<예. 마스터!>
강철은 몬스터 산맥에 있는 높은 산맥의 바위 동굴에 만든 워프 게이트 마법진을 이용해서 어둠의 숲에 있는 던전으로 이동했다.
번쩍!
스슥!
“어서 오십시오. 마스터!”
강철이 나타나자 빅투스가 공손하게 인사했다.
‘빅투스의 마나가 많이 늘었군.’
<곧 9서클의 경지에 오를 지도 모르겠습니다.>
베타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베타의 분석과 새로운 마법지식으로 인해서 빅투스의 경지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나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겠지?’
<9서클에 오르면 항상 곁에 두셔야 합니다.>
강철의 영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기에 텔레파시가 통하는 범위 안에 있으면 9서클 마법사가 되어도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칼바위 족장을 잡아 오겠다. 그 동안에 대전사나 족장, 주술사가 된 권졸들을 모두 모아 놓아라.”
“예. 마스터!”
강철의 명령에 빅투스가 대답했다.
휘이익!
강철은 자신의 텔레파시를 받고 날아온 와이번의 등으로 뛰어 올라 등에 탔다. 거대한 덩치이지만 동화 능력을 사용해서 바람처럼 가볍게 만들었다. 때문에 와이번은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는 마나를 많이 사용해야 반나절 비행을 하면 중간에 내려 앉아 마나심법으로 마나를 충전해야 한다. 와이번도 체력과 마나를 아끼기 위해서는 하루에 두 번 정도 쉬어주는 것이 좋다. 무리를 한다면 하루 종일 날 수 있는 와이번이다.
‘저곳이군.’
와이번이 공기가 희박한 높은 상공에서 제트 기류를 타고 날아가고 있었다. 고도가 높을수록 텔레파시가 미치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자신의 피와 동조하는 마졸의 피를 감지할 수 있는 강철이다. 칼바위 족장이 동화능력이 강철에게는 소용없다는 뜻이다. 베타는 칼바위 족장이 이동할 수 있는 한계 거리를 계산한 후에 반원형을 그리면서 비행을 하여 쉽게 찾아낸 것이었다.
슉!
휘이익!
목표를 찾아내자 와이번이 지상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강철은 지상이 가까워지자 와이번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크으윽!”
강철이 나타나자 칼바위 족장은 저항을 하려고 이를 악물었다. 그런 그의 입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에 비해 그의 부하들은 뱀을 만난 개구리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대단한 놈이군.”
<위험한 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놈들입니다.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모두 자결하라.’
삭!
퍽!
강철의 텔레파시에 오크들은 검으로 목을 긋거나 도끼로 자신의 머리를 찍어서 자살을 하였다. 하지만 칼바위 족장은 부들부들 떨면서 저항을 하고 있었다. 피의 권능을 각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저항이었다. 강철의 영력이 부족했다면 저항하는 정도가 아니라 강철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공격했을 것이다.
“뱀파이어의 피라? 빅투스가 좋아하겠군.”
강철은 칼바위 족장에게 다가가서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손가락으로 찍어서 핥아 먹었다. 빅투스는 키메라 제조술을 이용해서 강철의 피가 섞인 포도주로 수백만 마졸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런 마졸 주제에 피의 능력까지 각성했다는 것은 칼바위 족장이 오크들 중에는 수천 년 만에 하나 나올 정도로 뛰어난 천재란 의미였다. 그냥 제거하기보다는 권속으로 만든 강철이다. 빅투스라면 칼바위 족장이 각성한 피의 권능을 봉인할 수 있을 것이다. 빅투스는 칼바위 족장의 몸에 있는 피를 모두 빼내고 트롤과 다른 오크의 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한 키메라 제조술사이기 때문이다. 칼바위 족장은 돌아가면 빅투스의 실험 대상이 되어 신체가 완벽하게 개조된 키메라가 될 운명이다.
“마나석을 채취하라.”
“예.”
죽은 오크의 몸에서 마나석을 채취하기 시작했다. 모든 전사급이거나 주술사였기에 이들의 몸에서 마나석이 나왔다. 보통은 내장에서 나오지만 아주 강한 몬스터들은 심장과 뇌에서도 나온다. 그러는 동안 강철은 오크들이 무기와 방어구들을 챙겨서 마법주머니에 넣었다. 오크 가죽도 돈이 되지만 이제 강철에게는 푼돈이고 챙기기도 귀찮아서 버려 두었다.
퍽!
그러는 동안 와이번은 죽은 오크들의 시체를 삼키기 시작했다. 마나석이 없어도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몸에는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은 어둠의 마나가 많이 남아 있었다. 와이번은 배가 부르자 뇌와 심장만 파서 먹기 시작했다. 와이번은 식사를 마치고 만족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가자.”
칼바위 족장이 마나석을 다 수거해서 강철에게 가져오자 강철은 마법주머니에 넣고는 명령했다.
“예. 마스터!”
자신의 운명이 눈에 보이지만 권속이 된 칼바위 족장은 마스터를 위한 자신의 희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통제되는 권속은 절대충성을 바치기 때문이었다.
휘이익!
강철과 칼바위 족장은 대기하고 있던 와이번의 등에 올라탔다. 와이번은 강철이 올라타자 힘차게 날아올라 던전으로 향했다.
* * *
던전
어둠의 숲 중앙에 자리 잡은 던전으로 돌아온 강철은 바빴다. 수백만 오크들의 영역을 돌아다니면서 배신한 자들을 제거하거나 강철이 준 능력을 각성하고 오크 대전사가 되었거나 족장이 된 젊은 오크들을 권속으로 만들었다.
“오크들만 가지고 제국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겠군.”
한 달에 걸쳐서 수백만 오크들의 영역을 돌아보고 온 강철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오크들은 호전적인 종족이라 싸우는 것 외에는 잘 하는 것이 없습니다. 때문에 오크들은 제국의 병사로 키우거나 노예로 삼아서 감독관이 시키는 것을 강제로 하게 하는 방법뿐이 없습니다.”
수백만 오크들은 권속이 된 족장이 시키는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반항을 하였다. 농사일을 시키면 암컷들이 하는 일이라고 하고 농땡이를 쳤고, 금을 채집하거나 벌목을 하는 일, 성벽을 쌓거나 집을 것과 같은 건축 일은 감독관이 채찍을 들고 감시를 하면서 강제로 시켜야만 했다. 강철의 명령을 따르는 권속과 빅투스가 제조한 키메라의 숫자가 한정되어 있기에 금 채굴과 실험실, 워프 게이트를 만드는 일, 사냥으로 마나석을 수집하는 일을 하기도 벅찼다. 족장이 강제로 시키면 반란을 일으킨 부족들도 많았다. 때문에 권속들이 다스리는 수백만 오크들은 예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강해지기는 했지만 빅투스가 오크들을 다스리기 위해 부조간의 영역 전쟁을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이다. 권속인 오크 부족장들을 자신을 따르지 않는 오크 전사들을 제거하기 위해 일부러 다른 부족과 전쟁을 해서 불만 세력을 제거하여 마나석을 얻기도 했다. 한 마디로 빅투스가 만든 오크 제국은 마나석 생산 공장인 셈이다.
‘오크 대평원에 있는 오크들도 문제가 심각하겠군.’
자신이 있을 때에는 텔레파시로 수만의 오크들을 통제해서 성벽을 쌓고 노예 흉내를 내도록 시켰지만 지금은 자신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 권졸들이니 엉망일 것이 분명했다.
<권속이 된 용병들이 잘 통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강철의 걱정에 베타가 대답했다.
‘소수로 수만의 오크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반항을 하는 오크들을 궤도 장갑차의 발칸포와 주포를 쓸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크 대족장 친위대가 가세해서 감독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마스터께서 빨리 가시지 않으면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노예 흉내가 아니라 진짜 노예처럼 부려먹고 있다는 뜻이군.’
<예. 마스터!>
‘골치 아프군. 오크들을 이용해 대제국을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오크 종족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코들을 건설이나 농업, 기타 용도로 사용하시는 것이 아니라 전쟁에 병사로 사용하면 최강의 군대가 됩니다. 방어 지역에 오크 부족들을 몰아넣고 식량만 지속적으로 공급해서 방패처럼 사용해도 되고, 공격할 때는 수십만 대군을 모아도 됩니다. 다만 통제가 불가능해서 싸움에서 승리하면 적지를 초토화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으니 오크 군대를 통제할 병력도 필요합니다.>
오크들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호전적인 부족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마나가 있는 인간의 시체는 개떼처럼 달려들어 잡아먹을 것이다. 마나가 있는 기사나 용병들이 몬스터를 두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튼 오크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