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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마왕-42화 (4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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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신출귀몰

암몬 백작령 마탑 12층

마탑은 현재 비상이 걸려 있었다. 보통은 하루에 한번이나 두 번만 워프 게이트를 가동한다. 충전을 하는 시간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시국이라 중급 마나석을 소모하면서 워프 게이트를 가동하고 있었다. 때문에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은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이용료를 지불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자는 넘치는 상황이었다.

“가동준비 되었습니다.”

“올려 보내.”

마나석을 교체하고 마법사가 마나를 주입해서 마법진을 활성화하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13층으로 올라와서 워프 게이트 마법진 위에 섰다.

“가동!”

후후우웅!

번쩍!

워프 게이트가 가동되고 약 300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황성으로 이동되었다.

“서둘러라.”

“예.”

지부장의 말에 창백한 안색의 마법사가 마나석을 교체했다. 마나석이 마법사의 마나를 대신해서 워프 게이트 마나석에 마나를 공급해 주지만 그래도 마법사가 마나를 어느 정도 공급해 주어야 한다. 마나석의 도움을 받아 급속 충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급속 충전은 마나석도 소모되지만 핵심 부품인 상급 마나석으로 만든 워프 게이트 마나석에도 무리가 가서 내구성이 뚝뚝 떨어지기에 웬만해서는 급속 충전은 하지 않는다.

“통신 연결 했나?”

“예.”

지부장은 바로 황성에 있는 마법 길드의 지원본부에 연락을 하였다.

“왜 지원이 오지 않습니까?”

<황궁에서 아직 회의 중이란 연락입니다. 그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암몬 백작령에서는 마왕을 격퇴할 마스터급의 기사단과 대마법사들, 신성제국에서 파견한 대신관들이 속속 도착해서 이곳을 지켜주기를 청하고 있었다. 실제로 신성제국에서 대신관을 비롯한 성기사단이 도착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런데 아직 아무도 오지 않고 있었다. 다만 마도 공학으로 만들어진 신무기들만 조금 보내준 것이 다였다.

“알았다.”

지부장은 불안한 표정으로 통신을 종료했다.

“충전 완료 되었습니다.”

“그 ……!”

콰아앙!

티디딩!

“크아아악!”

강화마법으로 보호되고 있는 마탑의 상층부가 포격을 당한 것처럼 터져 나갔다. 벽돌의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가서 대기하고 있던 워프 게이트 손님들을 박살냈다. 전투마법사 출신인 지부장은 자동으로 발동되는 실드 마법이 인첸트 된 아티펙트인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파편들은 실드가 자동으로 전개되어 막아주었다.

“마, 마왕!”

지부장의 눈이 커졌다. 파편에 맞아 피를 흘리면서 신음을 흘리는 수하들과 손님들의 눈은 보이지도 않았다. 검은 그림자가 마탑의 상층부를 주먹으로 박살내고 안으로 들어와서 워프 게이트 마법진에 박혀 있는 상급 마나석인 워프 게이트 마나석을 빼내고 있었다. 흙먼지가 아니었다면 검은 그림자처럼 보이는 마왕의 실체를 확인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저놈 잡아갈까?’

강철은 자신과 눈이 마주친 마법사를 보면서 베타에게 물었다.

<내성의 주포가 움직였습니다.>

‘생각보다 빠르잖아?’

강철이 깜짝 놀랐다. 베타의 예상과 다른 전개였다.

<함정 같습니다. 빨리 피하십시오.>

마왕의 실체가 키메라라는 것이 밝혀지면 작전에 많은 지장이 생긴다. 그런데 칸투 제국에서는 자신이 이곳으로 와서 워프 게이트 마나석을 훔쳐갈 것을 예상한 것처럼 주포가 바로 움직였다.

스륵!

번쩍!

콰콰과과쾅!

강철이 워프 게이트 마나석을 주머니에 넣고 빠져나오는 순간 허공에 떠 있는 강철을 향해 내성의 성벽과 창문으로 포신만 내놓고 있던 주포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

위기의 순간에 초감각이 예민해지면서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모든 사물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무슨 현상이지?’

<영력이 높아졌기에 가능한 시공간 제어술입니다. 마나와 정신력, 뇌력을 동시에 사용하기에 오래 사용하기 힘든 능력입니다.>

이동방향을 예측하고 포막을 형성하면서 날아오고 있었다.

‘내 몸을 더 빨리 움직일 수 없나?’

강철의 몸도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가능하지만 마나의 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스슥!

강철은 움직이는 속도로 조금 더 높였다. 그러자 단전에 있는 마나홀에서 마나가 폭풍처럼 빠져나와 신체로 흘러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 속도면 10분 정도는 시공간 제어술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더 속도를 내면 1분이 한계이고, 더 움직이면 6초 정도일 것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면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마나가 고갈될 것이다.

후우웅!

속도를 더 발휘했지만 날아오는 마나포탄보다 더 빠를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날아오는 것이 눈에 선명하게 보였기에 쉽게 그 궤적에서 벗어나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나는 피할 수 없는 위치로 날아오고 있었다. 그 궤적을 피하면 다른 포탄의 궤적에 걸리게 되어 있었다. 강철은 주먹에 마나를 집중해서 날아오는 포탄을 향해 뻗었다.

마왕의 육체가 가진 방어력이라면 마나 포탄의 폭발력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충격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튕겨져 나갈 것이고, 그러면 다른 포탄들을 피할 수 없어서 몸의 통제력을 잃고 집중 공격을 받아서 방어에 소모되는 마나가 소모되는 순간 육체가 산산조각날 것이다.

콰아쾅!

검은 오러가 뿜어져 나오는 주먹이 날아오는 마나포탄을 후려쳤다. 강철의 주먹에 마나포탄이 폭발했고,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검은 마나가 회전을 하면서 폭발력을 상쇄시켰다. 때문에 폭발로 인한 폭풍에도 강철의 육체는 영향을 받지 않고 포탄들을 피하면서 날아갔다. 오히려 주먹으로 후려친 반발력을 이용해 이동속도를 더 빠르게 하였다.

투두두두둑!

뒤늦게 마나 발칸포들이 불을 뿜었다. 강철은 작은 발칸포의 총알은 무시하면서 지나가버렸다.

콰과과과쾅!

강철을 지나친 수많은 포탄들이 광장 주변에 있는 상가 건물들과 길드 건물들, 광장에 떨어져서 폭발을 일으켰다.

우르르릉!

콰르르릉!

마탑이 가장 큰 피해를 입어 결국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광장에 있던 사람들과 건물 안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날 마왕의 습격으로 암몬 백작령에서 발생한 사상자의 수는 2천명이 넘었다.

* * *

칸투 제국 황성

칸투 제국의 황성에 있는 로열 홀에 마련된 회의석상에 십여 명의 인물들이 앉아 있었다. 신성제국에서 파견된 조사단의 수장인 대신관과 제국의 재상인 에우제니오 공작, 정보부 수장이자 블랙 기사단 단장인 소르 후작 등의 자신들의 참모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예상대로 암몬 백작령에 마왕이 나타나서 워프 게이트 마나석을 훔쳐갔다고 합니다.”

블랙 기사단 소속인 참모가 보고를 하였다. 그는 마법 통신기를 가동해서 암몬 백작령에서 들어오는 소식을 실시간으로 듣고 있었다.

“놓쳤다는 말이냐?”

“주포 공격으로 발을 묶은 후에 암몬 백작이 기사단과 마법사들을 이끌고 잡으려 했지만 주포 공격을 가볍게 뚫고 도망쳤다고 합니다.”

칸투 제국의 재상이 묻자 참모가 자세하게 보고를 하였다.

“놈의 경지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놈은 내성에 준비한 주포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돌파했습니다. 심지어 마나 폭탄을 주먹으로 박살내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소르 후작이 테바에게 질문했다. 조사단의 수장인 대신관이 있지만 조사단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머리는 테바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스터 상급으로 보입니다. 진짜 마왕이었다면 그랜드 마스터 상급이나 이를 초월한 초월자이니 암몬 백작령도 순식간에 박살났을 것입니다.”

테바가 가짜 마왕의 경지를 쉽게 추측해 내었다. 칸투 제국에서 후작 이상의 대귀족 하나만 투입하면 쉽게 제압할 수 있는 무력이라는 뜻이다.

신성제국에서 파견된 조사단의 전략 참모인 테바라는 몽크의 주장에 따르면 칸투 제국에 나타난 마왕은 흑마법사가 만든 가짜라고 하면서 그가 곧 암몬 백작령이나 마탑 지부가 있는 영지들 중의 하나에 나타날 것이니 주포로 제압한 후에 사로잡으라는 계책까지 말해주었다.

“놈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재상인 에우제니오 공작이 질문을 하였다.

“워프 게이트 마나석을 훔쳐갔다는 것은 워프 게이트를 만들 수 있는 흑마법사 집단이 토끼 굴을 만들기 위한 용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니면 식량 수급을 위한 부대의 이동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토끼 굴은 도망칠 수 있는 비밀 통로나 비밀 워프 게이트와 같은 탈출로를 말한다.

“놈이 어둠의 제국을 만들겠다는 것은 연막작전일까요?”

소르 후작이 질문을 하였다.

“연막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몬스터 군단이 있다는 것은 놈들이 몬스터 산맥 안에 이미 어둠의 왕국을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식량 문제를 해결하면 제국을 건설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놈들이 다리오 남작령에서 곡물 상인들에게 식량을 샀다는 것과 영지군의 1년 치 군량을 모두 가져갔다는 정황을 보면 놈의 목적은 식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크들을 굴복시켜 몬스터 왕국을 만들었지만 식량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숲에 사는 많은 오크 부족들이 대부족을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식량 때문이다. 대부족을 형성하려면 대평원과 같은 곡창지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수렵을 주로 하는 오크들이 특성상 오백에서 천 단위의 작은 부족으로 살아가는 것이 자급자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서 인간들의 곡창지대를 약탈하겠다는 심보겠군요.”

에우제니오 공작이 테바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이 말했다.

“예. 흑마법사들은 인간 군대가 정벌하기 힘든 깊은 숲속에 던전을 만들거나 세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제국이나 왕국을 공격하기 힘들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입니다. 때문에 레인저들이나 몬스터 사냥꾼들이 흑마법사의 세력이나 던전을 발견하면 소수의 토벌대를 보내서 토벌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흑마법사들이 마스터 상급에 해당하는 키메라를 만들었고, 마스터급인 오우거를 비롯한 상급 몬스터들과 오크 대부족들을 모두 제압해서 몬스터 군단을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식량 문제를 해결하면 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을 정도라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소수의 토벌대가 아닌 대규모 원정군을 형성해야 토벌이 가능할 것입니다.”

“전쟁이로군요.”

테바의 추측에 모두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마왕이 아니라는 말에 처음에는 마음이 놓였지만 적의 위치도 알 수 없다는 것과 토벌을 하기 위해서는 왕국을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정벌군을 보내야 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가까 마왕 하나라면 그랜드 마스터인 에우제니오 공작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스터급인 오우거 부대와 오크 대족장과 주술사 등의 연합하면 그랜드 마스터도 도망칠 수밖에 없는 전력인 것이다. 도망칠 수 없게 포위되면 그랜드 마스터도 사냥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짜 마왕은 몬스터 군단을 거느린 흑마법사들의 본거지를 숨기기 위한 수작에 불과합니다. 조사단을 파견해서 일단 놈들의 본거지를 찾아야 합니다. 또한 몬스터 왕국이 제국으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식량 창고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또한 흑마법사들의 추종자들이 몰래 식량을 구입해서 몬스터 왕국으로 빼돌릴 가능성도 있으니 조사를 해야 합니다.”

“몬스터 산맥에서 가장 가까운 곡창 지대라면 제로 후작령이니 몬스터 군단이나 가짜 마왕이 이쪽으로 올 가능성이 있겠군요.”

테바의 말에 소르 후작이 지도를 펴서 한 영지를 가리켰다.

“워프 게이트 마법진을 만들 수 있다면 다른 나라의 영지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때는 본 제국만의 문제가 아니니 모든 나라들이 힘을 합쳐서 정벌군을 만들면 됩니다.”

테바의 말에 에우제니오 공작이 대답했다.

진짜 마왕이라면 신탁이 내려오고 드래곤 로드가 나서는 것이 관례다. 그러면 드래곤들이 주체가 되고, 전 세계의 황제들과 국왕들이 직접 최정예 부대를 모아서 정벌군에 가담해야 한다. 하지만 흑마법사가 만든 단체라면 해당 국가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신성제국이나 다른 나라에 협력을 요청하려면 그에 맞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흑마법사가 만든 세력이 커서 한 나라가 아닌 여러 나라를 위협하게 되면 모든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명분이 만들어진다.

“그럼,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합시다.”

소르 후작의 입장에서는 가짜 마왕이 다른 나라의 곡창 지대를 점령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왕국의 전력과 비슷한 몬스터 군단을 거느린 흑마법사 세력을 찾아서 토벌하려면 천문학적인 군비가 들어간다. 특히 마도공학의 발달로 인해서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궤도 장갑차나 스파이 로봇, 파워 슈트, 마나 총 등등은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 그렇다고 이런 무기와 장비를 구입하지 않으면 영주들이 정벌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신성제국이나 다른 나라에 협조를 요청하면 그 모든 재정을 칸투 제국에서 다 지불하고도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관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칸투 제국은 신성제국에서 온 조사단에 협조 요청을 하지 않고 회의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지금 현장으로 가도 흑마법사 세력의 위치를 찾아내기는 불가능하다. 찾아내려면 몬스터 산맥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몬스터 군단에 포로가 될 수 있으니 그들을 물리칠 정도의 군대를 호위로 보내거나 오크 라이더의 속도를 능가하는 기동력을 가진 조사단을 보내야 한다. 그러니 지금은 포상금을 내걸고 흑마법사의 위치를 누군가가 알아내서 제보해 주기를 기다리거나 몬스터 군단이 쳐들어왔을 때에 일거에 박살내는 것이 최선인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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