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41 20. 마왕 출세 =========================================================================
콰와왕!
콰르르릉!
강철이 검은 오러가 불꽃처럼 피어난 창을 휘두르자 원형의 마탑이 도끼에 찍혀 넘어가는 통나무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마법사들과 용병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넘어가는 마탑에서 뛰어내렸다.
“화이어 블레스트!”
펑!
화르르!
지부장인 마법사가 마법지팡이에 인첸트 되어 있는 화염 마법으로 마왕을 공격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용병들도 마왕을 향해 마나총과 석궁을 쏘기 시작했다.
'간지럽군.'
화염이 몸에서 폭발했지만 강력한 항마력과 오우거의 방어력이 몸을 지켜주어 사우나실에 들어가서 뜨거운 수증기 정도였다. 폭발력은 무지막한 힘으로 튕겨버렸다. 맹렬한 회전을 하는 마나 총탄은 간지럽지도 않았다.
"조금만 버텨라."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총을 쏘면서 소리쳤다. 그는 영지군이 올 때까지 버티면 도망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으으!"
하지만 대부분의 마왕의 신위에 다리가 후들리고 입이 떨려서 제대로 총도 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마탑이 무너져서 워프 게이트를 이용해 자신들을 구출해줄 마스터들로 구성된 영웅들이 바로 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절망에 빠져 있었다.
쾅!
퍽!
“크아악!”
강철은 인간들의 공격을 무시하면서 개미를 밟아 죽이듯이 가까이 있는 자들부터 하나씩 발로 밟거나 창으로 머리를 터트렸다. 하지만 바닥에 엎드린 자들은 살려주었다. 공격을 하던 자들도 강철이 다가오면 자신도 모르게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엎드렸다.
스륵!
퍽!
강철은 도망치는 자들부터 박살냈다. 거대한 마왕의 모습이 유령처럼 사라졌다가 도망치는 자의 앞에 나타나서 발로 밟아버렸다. 마법길드에 고용된 용병들은 길드에서 제공하는 마나슈트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마나슈트의 실드와 방어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철퍽!
마법사들도 강철이 다가오자 바로 엎드렸다. 포로가 되면 나중에 마왕 토벌대가 와서 자신들을 구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마왕에게는 마법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가장 강력한 화염 마법이 적중했지만 마왕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강력한 항마력과 방어력 때문에 몸에 피어난 불길이 순식간에 꺼져 버렸고, 폭발력에도 마왕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전설에 나오는 마왕의 현신이 분명했다. 마왕을 잡기 위해서는 그랜드 마스터들과 대신관들, 그리고 드래곤들이 연합해야 이길 수 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정말이라고 느끼자 감히 대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두두두두두!
잠시 후에 마왕의 친위대로 보이는 오크 라이어들과 오우거와 몬스터 군단이 들이닥쳐서 마법사들을 포박하고는 그들에게 강제로 붉은 피가 섞여 있는 포도주를 먹였다. 그리고 마법사들의 피를 내어 포도주에 타서 마왕에게 가져다 바쳤다.
꿀꺽!
마왕이 인간들의 피를 마시자 숨어 있던 영지민들고 바닥에 엎드린 용병들의 일부는 오줌을 지리기도 했다. 다행이라면 마왕이 약속대로 엎드린 자들을 죽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수만의 대군이 남작령에 난입했지만 죽은 자들은 생각 외로 얼마 되지 않았다.
“집 안에서 나오지 않는 자들도 항복한 것으로 간주하겠다! 나를 추종할 자들은 광장으로 모여라!”
강철은 천천히 걸어서 광장으로 이동했다. 오크 부대는 무장한 영지군과 용병들 마법사들을 모두 모아서 광장에 집결시켰다.
“으으! 마, 마왕이 현세하다니!”
내성에서 자고 있던 영주는 마왕의 목소리에 깨어났다. 파워슈트가 아닌 전통 갑옷인 플레이트 아머로 무장한 그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마왕과 그의 부하들을 보면서 떨고 있었다. 칸투 제국은 길드 소속의 용병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통적인 무기와 방어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마, 마왕이 오고 있습니다.”
근무를 하던 호위 기사가 달려와서 보고했다. 강철은 포로들을 광장에 모아놓고는 천천히 걸어서 내성으로 오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기사들과 호위 병력이 오자 겨우 정신을 차린 남작이 기사에게 물었다.
“황성으로 연락을 하였습니다. 마왕 토벌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싸우는 것은 개죽음입니다.”
“알겠다. 일단 항복하여 기회를 노리자.”
“예.”
영주의 명령이 내성에 있는 병사들과 기사들에게 바로 전달되었다.
휘익!
강철은 가볍게 내성의 성벽을 뛰어넘어 영주성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인간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렸다.
“기사와 병사들은 성문을 열고 모두 광장으로 집합하라.”
강철이 명령을 내리자 영주를 비롯한 기사와 병사 수백 명은 내성에 나와 그 앞에 있는 광장에 집결했다. 그러자 용병들까지 약 1천여 명이 광장에 집결했다.
“본좌는 이 땅에 이종족과 인간이 공존하는 평화로운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친히 강림했노라! 너희는 위대한 제국의 초석이 될 것이다. 제국의 시작을 알리는 축배를 들어라.”
강철의 말에 오크 1천 마리가 강철의 피가 섞인 포도주를 나무잔에 따라서 집결해 있는 인간들에게 가져다주었다.
“마시지 않는 자들은 그 자리에서 즉참하라.”
“예.”
강철의 명령에 영주를 비롯한 기사와 병사들이 모두 포도주를 마셨다.
“위대한 제국의 건설에 동참하겠다는 맹세의 표시로 자신의 피를 잔에 따라 나에게 바쳐라.”
삭!
“으으!”
일부는 거부하려고 했지만 강철의 피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육체를 장악했다. 때문에 몸이 저절로 움직여 손가락을 잔에 대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오크가 단검으로 찔러서 피를 잔에 담게 하였다.
꿀꺽!
강철은 오크들이 모아온 피를 포도주에 타서 마셨다. 남작령에 있던 인간 1천여 명을 권속으로 만들어 남작령을 장악한 순간이다.
* * *
신성제국
칸투 제국의 변방인 다리오 남작령에 마왕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칸투 제국의 황제는 바로 신성제국의 황제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마왕을 토벌군을 모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보가 들어오자 신성제국의 황제는 대신관들을 모아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마왕이 현신했다면 벌써 신탁이 내려졌을 것이고, 드래곤 로드가 먼저 연락해 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신탁도 없고, 드래곤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가짜 마왕일 것입니다.”
“가짜라면 흑마법사가 만든 키메라일 가능성이 크겠군.”
대신관의 말에 신성제국의 황제가 말했다. 신성제국의 황제는 황제인 동시에 빛의 교단 교주이기도 하다. 신성제국은 대신관들이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영지를 통치하는 것은 아카데미를 나온 행정관들이다.
“다리온 남작령에 있는 마법통신은 아직도 작동하고 있고, 영지민들은 마왕의 노예가 되었지만 아무도 죽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마왕이 자신이 건설한 제국은 이종족과 인간이 공존하는 평화로운 나라가 목표라고 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신성제국의 정보부서인 이단 심사 담당 부서의 수장인 대신관이 말했다.
“NWB에서 퍼트린 사상을 이용하려는 흑마법사의 수작이 분명하군.”
“어떻게 할까요?”
“가짜 마왕이라면 칸투 제국이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조사단을 파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도록.”
흑마법사의 하나가 마왕의 흉내를 내는 것임을 알려주면 칸투 제국에서 알아서 정벌할 것이다. 그리고 신성제국은 조사단을 파견하는 것으로 칸투 제국에서 많은 이익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예.”
뉴월드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은 마왕출세 소문과 달리 신성제국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진짜 마왕이라면 신탁으로 먼저 알려주었을 것이다. 때문에 신성제국에서는 종교적인 측면이 아닌 정치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었다.
* * *
<워프 게이트 마나석 하나를 확보했습니다.>
칸투 제국의 다리오 남작령을 장악한 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워프 게이트 마나석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마법사들의 수준은?’
<지부장이 5서클 마법사이지만 화염마법사라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마법사들을 권속으로 만든 후에 이들의 가진 마법의 정보는 모두 분석하여 어둠의 마나를 이용하는 흑마법으로 바꾸는 베타다. 마나에는 속성이 있는데 어둠의 속성과 불의 속성은 전혀 다르기에 불의 마법사는 마법을 모두 잃고 새로 마법을 익혀야 하는 처지다. 때문에 베타는 어둠의 마나와 불의 마나를 결합해서 어둠의 마나로 화염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다리오 영주의 검술 실력과 마나심법은 확보했나?’
<예. 마나심법은 매직 급이라 마나의 양은 오크 대전사 수준이지만 검법은 레어 급이라 검술은 오크 족장을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분석을 해서 업그레이드를 하면 레어 급의 검법이 될 것입니다.>
‘그럼 놈이 너무 쉽게 항복한 것 아니냐?’
<그래도 오우거를 상대할 정도는 아닙니다. 오우거들을 비롯한 몬스터 군단을 거느린 마왕의 전설에 미리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결사적으로 저항을 했다면 쉽게 내성을 정리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영주인 다리오 남작은 뛰어난 실력을 가진 강자였지만 마왕의 현신에 저항할 꿈도 꾸지 못했다. 강철이 무조건 죽였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결사항전 했을 것이지만 살길이 보이자 그냥 포기해 버린 것이었다.
‘어떤 검술이었나?’
<폭풍검이라는 바람의 속성을 가진 마나를 사용하는 검술이라 마스터에게는 큰 소용이 없는 검술입니다. 다만 분석이 끝난 후에 개조를 하면 괜찮은 검술이 될 것입니다.>
어둠의 마나로 변화된 다리오 남작의 실력이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어쩔 수 없지. 워프 게이트 마나석이 최소한 4개는 있어야 하겠지?’
<예. 마스터! 최대한 빨리 모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좋아. 나는 바로 작전을 시작하겠다. 권속이 된 자들을 모두 어둠의 제국으로 데려가고 이곳을 대리영주를 내세워서 통치하도록.’
<예. 마스터!>
강철은 다리오 남작령에 어둠의 마나를 가진 권속들을 단 한명도 남겨두지 않을 생각이다. 신성제국에서 조사단이 왔을 때에 마왕에게 굴복한 마왕의 추종자들이 어둠의 마나가 없는 평범한 인간들일 경우 어떻게 대하는 지 관찰할 생각이다. 어둠의 제국은 숨고 마왕인 된 자신은 칸투 제국의 황성을 향해 홀로 진군할 생각이다. 칸투 제국의 병력이 어둠의 제국이 아닌 마왕 자신에게 향하도록 만들고는 유령처럼 사라져서 다른 나라에 나타나게 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워프 게이트 마나석과 최소한 5서클은 되는 공간 마법사를 확보하는 일이다.
“다리오 남작을 불러와라.”
“예. 마스터!”
권속이 된 남작령의 호위기사가 밖으로 나가 다이오 남작을 불러왔다.
“부르셨습니까? 마스터!”
“네 아들을 임시 영주로 임명하여 이곳을 다스리게 하라. 너는 수하들을 모두 모아서 가디언들을 따라 어둠의 제국으로 가라.”
“예. 마스터!”
강철의 명령을 받은 다리오 남작은 권속이 된 모든 병력들을 모아서 오크를 비롯한 몬스터 군단과 함께 몬스터 산맥으로 출발했다. 용병을 비롯한 호위병력까지 모두 빠져나간 남작령은 어린 소영주가 임시 영주가 되어 통치했고, 집사를 비롯한 행정관들이 영주를 도와서 남작령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소영주의 곁에는 권속인 흑표범 한 마리가 은신해 있다가 불만이 있는 자들을 소리 없이 제거해 버렸다.
스륵!
강철은 명령을 내려놓고는 디라오 남작의 직속상관이자 대영주인 변경백인 울프 백작령을 향해 유령처럼 날아갔다.
<곳곳에 알람 마법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백작령은 비상이 걸려 있었다. 휘하 영지인 다리오 남작령은 말을 타고 달리면 반나절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그처럼 가까운 곳에 마왕과 마왕의 군대가 나타나자 레인저들을 파견하고, 마법길드와 드워프 길드를 통해서 스파이 로봇을 비롯한 각종 군수품을 수입해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영주의 가족들을 비롯한 길드의 간부의 가족들은 워프 게이트를 통해서 황성으로 피난을 시작했고, 워프 게이트 이용이 통제되자 많은 자들이 호위 병력들을 거느리고 대규모로 황성을 향해 피난을 가느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성문을 통해서 잠입하면 되겠군.’
<예. 마스터!>
마왕이 유령처럼 숨어서 접근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지 성벽 외곽에 마나에 반응하는 알람마법만 설치해 놓았다. 몬스터가 접근하는 것을 감지하기 위한 용도였다. 하지만 성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기 때문에 알람마법이 소용없었다. 웬만한 용병들은 모두 마나를 가지고 있었고, 마도공학의 발전으로 상인들과 부자들은 마법통신기를 가지고 있었다. 마법통신기도 마나석을 사용하기에 마나에 반응하는 알람 마법진이 소용이 없었다.
‘후후! 마왕이 동화능력을 사용해서 은밀하게 잠입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겠지.’
백작성에는 마왕의 하수인인 첩자들이 잠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많은 알람 마법진 이외에도 마왕의 접근을 감지하는 대형 알람마법도 설치되어 있었다. 마왕이라면 마나의 양이 최소한 레벨 300이상일 것이니 대형 마나에만 감지하는 알람마법을 설치한 것이다. 마왕의 존재감이 강하니 지평선 안에 들어오면 무조건 감지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스륵!
강철은 사람들의 머리 위로 유령처럼 지나갔다. 성문과 성벽에 동화되어 은밀하게 이동하는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강철은 마탑 근처로 가서 상가 건물의 지붕에 그늘에 숨어서 마탑의 주변 경계 병력을 관찰했다.
‘발칸포와 주포가 내성에 설치되어 있군.’
칸투 제국의 황성에서 급하게 발칸포와 주포만 상급 마나주머니에 넣어서 이곳으로 가져와서 설치한 모양이었다. 내성 앞의 광장을 중심으로 각 길드의 건물이 밀집되어 있었다. 때문에 내성에 설치된 발칸포와 주포가 마탑을 공격하는 강철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았다.
<급하게 설치한 것이라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 발칸포는 몰라도 주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하자.’
주포가 자신을 집중 타격하고 마스터급의 기사인 백작이 영웅 흉내라도 내듯이 목숨을 걸고 자신의 앞을 막고, 마법사들과 와이번이나 오우거와 같은 대형 몬스터를 잡는 발리스타와 같은 중병기로 일제히 공격하면 마왕 체면 다 구기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모든 기사들과 마법사들, 레벨이 높은 용병들이 목숨을 걸고 개미처럼 달려들면 마왕의 아바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빠질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