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철 마왕-24화 (24/142)

00024  12. 파티 사냥  =========================================================================

12. 파티 사냥

‘좋군.’

강철은 지구의 펜트하우스처럼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한 VIP룸에서 창문으로 보이는 시내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을 하였다. 하루에 1골드나 하는 비싼 방이지만 지구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었다. 더욱이 10% 할인이 되어 90실버에 빌린 방이다.

‘1번 연결.’

강철은 마법통신기를 구입한 후에 부모님의 전화번호를 1번과 2번으로 저장했다.

삐!

<여보세요?>

잠시 후에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

잠시 동안 강철은 말을 잊지 못했다. 생소한 감정들 때문이었다. 그리움에 울컥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남처럼 느껴지는 생소한 감정도 함께였다. 아무래도 카스토의 육체에서 얻은 기억이 문제인 것 같았다.

<여보세요?>

강철이 말을 하지 않자 약간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니! 저 강철입니다.”

<……!>

이번에는 강철의 어머니가 말을 잊지 못했다.

<저, 정말이니?>

“네. 수련 끝내고 이제 복귀 신고했습니다.”

<이, 이 미친놈아! 무슨 수련을 십년 넘게 해!>

울먹이는 음성으로 강철의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연락을 해도 연락이 되지 않자 강철의 어머니 서혜선은 차원이민 신청을 하였다. 하지만 베타 전사가 아니면 이민 신청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먼저 가상현실 게임을 하면서 마나심법과 마나포션을 사서 마나를 형성한 후에 베타전사가 되었다. 그리고도 1년을 기다린 후에야 차원이민을 올 수 있었다. 그 당시는 1년 걸렸지만 지금은 레벨 1 정도의 베타 전사는 10년은 기다려야 차원이민이 가능할 정도로 밀려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아들을 수련시킨 로저스 용병도 만나 보았다. 결론은 99% 사망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20년 수련 신청을 했기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카란 왕국의 수도에서 일하면서 매일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면서 살고 있었던 그녀다.

“죄송합니다.”

<그, 그래 지금 어디냐?>

강철의 어머니 서혜선은 아직도 꿈만 같았다. 그리고 전화가 끊어지면 아들이 다시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카란 왕국의 트로야노 백작령에 있는 마법 길드에서 운영하는 호텔 VIP 3호실에 있습니다.”

10실버면 호텔에서 좋은 방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10배는 비싼 방에서 지낸다는 말에 서혜선은 어리둥절했다.

“10년 넘게 수련하면서 마나석을 많이 구했습니다. 그 중에 하나를 어제 10만 골드에 팔았습니다.”

<……!>

다시금 말문이 막힌 서혜선이다. 베타 전사가 되어 차원이민 온 그녀는 이곳에서도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강철의 아버지는 몬스터 사냥을 하고 있었다. 강철의 부모는 차원이민을 오기 위해 빌린 빛을 갚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었지만 전 재산이 1천 골드가 안 되는 부부다. 서혜선의 월급은 4골드 정도이고, 강철의 아버지는 무기와 장비를 할부에 구입해서 실제로 버는 돈은 몇십 골드 정도이다. 사냥꾼은 장비를 꾸준히 교체해 주고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요즘은 빚도 다 갚고, 카란 왕국의 수도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사냥터 부족으로 이사를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 처지였다. 수도 근처는 안전하지만 사냥터가 포화 상태이고 사냥터까지의 동 거리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사냥 나가면 몇달 있다가 집으로 들어올 때도 있었다.

“내일 제가 카란 왕국의 수도로 가겠습니다.”

<아니다. 새벽까지는 내가 그리로 갈 테니 거기서 꼼짝 말고 기다려.>

워프 게이트는 오전과 오후 2번만 작동을 한다. 가격이 비싸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10년 전보다 3배는 비싸졌다. 사람 몸만 가면 3골드이지만 마법주머니를 가지고 있으면 가격은 10배로 뛴다. 강철은 마법주머니를 여러 개 가지고 있으니 100골드가 넘어간다. 상급 마법주머니는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화물이 있으면 마탑에서 마법주머니에 넣어서 이동시키는데 이때는 가격이 더 올라간다. 또한 거리에 따라 가격은 이보다 더 올라간다. 때문에 가까운 거리는 장갑 궤도 버스나 열차를 이용한다.

“네.”

서혜선은 전화를 끊고는 바로 장갑 궤도 버스를 대전했다. 하루에 10골드나 하지만 화물과 사람을 마음대로 20명까지 태울 수 있고 바로 출발할 수 있는 일종의 택시다. 다만 몬스터나 강도의 습격을 방어하기 위한 경호 병력이 타고 있기에 방어마법과 공격 마법으로 도배된 장갑 버스여야 한다. 남편이 속해 있는 파티 사냥 팀이 매일 이용하는 장갑 궤도 버스 회사이기에 신청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카란 왕국에서 트로야노 백작령까지 가려면 중간에 공작령 한 곳을  거쳐서 가야 한다. 그러면 내일 아침에 출발하면 내일 저녁에나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장갑 궤도 버스는 최고 시속 200Km까지 달릴 수 있는 마도공학의 산물이다. 평균 운행 속도는 70Km 정도로 카란 왕국의 수도에서 트로야노 백작령까지는 7시간이면 도착한다. 다만 무장한 장갑 궤도 버스는 성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성 밖에 요새를 만들고 그곳을 버스 터미널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트로야노 백작령은 아직 그런 시설을 갖추지 못한 변방이다. 하지만 곳 이곳에도 그런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부모님이 남처럼 여겨진다. 베타 내가 이상한 것인가?’

<영혼이체술의 부작용으로 여겨집니다.>

‘너 때문은 아니고?’

<베타는 숙주가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적이고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영혼이체술의 부작용과 저의 이런 기능이 합쳐져서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기능에 약간의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고칠 수는 있나?’

<뇌의 기능을 통제해서 연극을 할 수는 있지만 완벽한 치유는 불가능합니다. 카스토의 기억을 지우고, 저의 능력을 봉인하면 호르몬 조절이 보통의 인간과 같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너의 능력을 봉인할 수 있나?’

마나 봉인 마법으로는 베타의 능력을 봉인을 할 수 없으니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평범한 신체로 만들어야 봉인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약간의 연기를 하도록 하지. 부모님을 만나면 감정을 자극하는 호르몬 분비의 통제를 부탁한다.’

<예. 마스터!>

강철은 거의 12년 만에 부모님을 만난다는 설렘과 기쁨이 거의 없었다. 그런 감정이 있었다면 어둠의 숲에서 10년 넘게 혼자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강해지기 위한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온 삶이다. 이성적으로 인생의 목표를 세웠고 성공했지만 감정적으로 그저 그렇다.

‘이래서는 연애도 못하는 것 아니냐?’

10년 넘게 외롭다는 생각도 못해 보았다. 그냥 이성적으로 예쁜 여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젠장!’

욕을 하는 데도 감정에서 나오는 욕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자신의 인간이 아닌 괴물이나 로봇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에 나오는 욕이다. 그렇다고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통 인간의 10분의 1 수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부작용이 있었기에 어린 나이에도 어린아이처럼 생각하지 않고 어른처럼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식물인간에서 깨어난 이후 강철은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보다 더 냉철한 이성을 지닌 로봇 같은 사람이었다.

‘방법이 없을까?’

<이성적인 판단은 당분간 저에게 맡기고, 중단전인 심장의 의지에 집중하십시오.>

‘심장에도 의지가 있나?’

<마법은 심장의 서클과 의지에서 출발합니다. 심장에 새겨진 기억은 제 능력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빅투스가 하는 마법사의 명상이 그것인가?’

<예. 명상은 상단전과 중단전의 연결입니다. 심장에 있는 마나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면 마스터가 가진 인간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았다.’

강철은 호텔 방에 있는 거실에 앉아서 저녁도 먹지 않고 명상에 들어갔다.

삐!

새벽 2시가 되자 마법통신기인 전화가 울렸다. 번호를 보니 어머니 전화였다. 아버지에게 바로 호출해서 버스를 빌려서 밤새 달려온 모양이었다.

“네.”

<지금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마차타고 호텔로 가능 중이다.>

“알겠습니다.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래. 조금 있다가 보자.>

강철은 전화를 끊고는 호텔 로비로 내려가서 자신이 얻은 숙소에 손님이 더 와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10명까지는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VIP 숙소에는 경호 인력과 비서까지 보통 10명은 같이 지낸다는 것이다. 그 인원이 넘어가면 방을 더 얻어야 한다고 했다. 1호실이나 2호실은 층 전체를 사용하는 데 수행 인원이 100명이 넘어도 상관없다고 한다. 다만 가격은 1천 골드라고 했다.

“철아!”

“어머니!”

20분 정도 로비에 있는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면서 부모님을 기다렸다. 로비로 부모님들이 들어오시는 것을 보고 강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갔다. 그러자 강철을 알아본 부모님들이 달려왔고, 강철은 어머니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베타가 호르몬 조절을 하여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일단 올라가자.”

“예.”

아버지의 말에 두 모자는 떨어져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VIP 숙소로 올라갔다.

“이놈아! 왜 이제 왔어?”

방에 들어오자 강철의 어머니 서혜선은 다시 눈물이 터져서 강철의 등짝을 때리면서 울었다. 강철의 아버진 강현수의 눈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것을 보자 강철도 가슴에서 울컥하는 것이 생겼다. 명상이 성공한 것인지? 아니면 베타가 감정 호로몬을 조절할 것인지? 아니면 본래 남아 있던 감정이 폭발할 것이지 몰랐지만 상관없었다.

“잘못했습니다.”

강철도 울면서 용서를 청했다. 거의 10분은 되어서야 강철의 어머니 서혜선의 감정이 정리되었다.

“그래. 어떻게 된 일이냐?”

강철의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서 차분하게 질문을 하였다.

“원래는 도시를 드나들면서 수련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당시는 도시가 더 위험해서 강해지기 전까지는 숲에서 수련을 할 생각으로 숲에서 살았습니다. 레인저 교관인 로저스의 기술로 숲에서 강한 몬스터를 피해서 만만한 놈들만 사냥하면서 지냈는데 강하지는 기쁜도 있었고, 마나석을 얻는 재미도 있어서 계속해서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어둠의 숲까지 들어갔습니다.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

“이 무심한 녀석!”

강철의 어머니는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었고, 강철의 아버지는 무심한 아들의 행동에 한 마디 했다. 식물인간에서 깨어난 후에 인간미가 사라지고 어린아이답지 않게 철이 들어서 서운하기는 했지만 숲에 들어가 10년 넘게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지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용병 길드에 20년 동안 수련한다고 신고한 것이 그냥 쓴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럴 생각으로 숲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죄송합니다.”

“그래. 앞으로 어떻게 지낼 생각이냐?”

“이제 돈도 많이 벌었으니 부모님 모시고 결혼도 해서 행복하게 살 생각입니다.”

“……! 진심이냐?”

“너, 동화책 쓰냐?”

강철의 대답에 강현수 부부는 황당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동화책에 보면 대부분의 이야기가 ‘주인공은 고생을 하다가 보물을 찾아서 부자가 된 후에 공주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로 이야기가 끝난다.

“……!”

강철은 대답하지 못했다.

“네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강해지는 것입니다.”

강철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베타의 영향인지는 몰라서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은 끊임없이 강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숲에서 10년 넘게 버티었다. 그리고 숲에서 나온 것도 마도 공학의 산물을 이용해서 더 강해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숲에서는 육체의 업그레이드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

강철의 말을 강현수 부부는 이해를 했다. 그런 인생의 목표가 있었으니 혼자서 숲에서 10년 넘게 수련을 했을 것이다. 원래는 20년 수련을 목표로 했지만 자신들이 걱정되어서 잠깐 나온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 백작령에서 정착하는 것은 어떻겠니?”

서혜선이 조심스럽게 아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 백작령은 변방이지만 빠르게 발전하는 새로운 사냥터다. 더 발전이 되면 왕국의 수도와 워프 게이트도 직통으로 연결되고 마탑도 더 늘어날 수 있다. 제국의 수도 근처 사냥터는 이미 포화 상태이고, 왕국의 수도 근처도 마찬가지였다. 남작령으로 내려가면 사냥터는 많지만 개발이 되지 않아서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았다. 백작령은 수도에 비해 위험 요소가 있지만 남작령에 비하면 그래도 안전한 곳이다. 이곳에서 안전한 사냥을 하면서 아들의 목표도 달성할 수 있고, 자신들도 매일 아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수도에 있는 직장과 사냥터를 이쪽으로 옮겨야 하지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라.”

강철은 밤을 새워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서야 잠깐 눈을 붙이고는 호텔 로비에 있는 뷔페식당에서 아침을 먹고는 체크아웃을 하였다. 호텔에서 나온 강철은 부모님과 함께 마차를 타고 성밖으로 나와 어제 빌린 장갑 궤도 버스를 타고는 카란 왕국의 수도로 향했다. 버스 안에는 식당과 화장실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 * *

“강철이라?”

마탑 지부장인 5서클 마법사 투드발은 VIP 손님 명단에 있는 강철에 대한 정보 서류를 보고 있었다. 현재 살고 있는 강철의 위치는 기본이고 강철의 가족들과 그의 소속, 그리고 그가 로저스에게 교육 받은 후에 숲으로 들어갔다고 12년이 다 되어서 복귀했다는 정보가 전부였다.

“일단 보고부터 해야 하겠군.”

투드발은 보안이 확실한 마법통신기를 작동시켰다.

팟!

잠시 후에 홀로그램으로 하얀 수염이 길게 나 있는 하얀 로브를 걸친 노인의 모습이 허공에 나타났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무슨 일인가?>

“오우거의 몸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상급 마나석을 가진 베타 전사가 나타났습니다. 그에 대한 정보를 메시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흠.>

노인은 메지시를 열어서 바로 확인해 보았다.

<혼자서 10년 넘게 어둠의 숲에서 보냈고, 오우거를 잡았다면 그의 레벨이 300이 넘거나 그에 준하는 전투기술이나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하나?>

뉴월드도 베타 전사들이 사용하는 레벨의 개념을 모든 인간들과 몬스터에 적용시키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운이 좋아서 얻을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가 어둠의 숲에서 10년 넘게 생존할 수 있는 은신술과 레인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일단 그를 스카우트 하도록 해 보게. 그를 끌어들이는 것이 실패하더라도 그가 비밀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은 실패해서는 안 된다.>

“예. 마스터!”

투드발은 보고를 끝내고 생각에 잠겼다.

“그의 레벨이 300이 넘는다면 내 능력 밖이다. 마스터의 허락을 얻었으니 전문가를 보내 달라고 요청하면 되겠군.”

투드발은 고민을 끝내고는 상부에 정식으로 요청을 하였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