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21 10. 와이번 사냥 =========================================================================
“가자.”
“예.”
마법주머니 안에 모든 생필품과 짐들이 있기에 강철은 바로 출발했다. 와이번 사냥에는 미끼가 될 오크 전사들과 가디언 3마리만 참가했다. 빅투스는 8서클 마법사이지만 제조마법사이기에 사냥에서는 제외되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마스터!”
“수고해.”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길이다. 사냥이 끝나면 그곳에서 와이번을 권속으로 만든 후에 육체 업그레이드를 하고는 바로 아마토르 남작령으로 갈 생각이었다. 이 던전으로는 돈이 필요하면 다시 올 것이다. 아마토르 남작령 근처에는 가디언들과 와이번을 배치해서 이 던전과 아마토르 남작령을 연결하는 근거지로 삼을 예정이었다. 때문에 빅투스는 이곳에서 보석과 금괴, 마나석, 영초와 독초를 마련해서 쌓아놓는 일과 던전을 지하왕국으로 만드는 일도 계속할 것이다.
빅투스는 강철의 피를 받아 현대 의학 지식을 전이 받았다. 강철은 지구에서 의학과 공학은 물론 수많은 첨단 학문을 모두 공부했다. 그리고 빅투스의 키메라 제조마법과 연결시켜 업그레이드를 하였다. 키메라 제조술은 현대의학보다 훨씬 앞선 기술과 학문들도 있었다. 키메라 제조술은 현대 의학이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발전시킬 수 없었던 수많은 실험들로 탄생한 학문이다.
베타의 단점은 창조적인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분석과 통계를 통해서 가지고 있는 데이터로 최선의 정답을 찾아내는 슈퍼컴퓨터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예술 작품을 만드는 창조의 영역에는 제로이다. 즉,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해서 최선의 조합을 찾아내어 더 나은 조합으로 강철의 육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가 있을수록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기에 새로운 데이터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빅투스는 기존의 데이터와 실험을 통해서 창조적인 영역을 두드리는 학자이다. 다시 말해 영감을 받아 새로운 것을 깨닫는 것은 베타는 불가능하지만 빅투스는 가능하다는 뜻이다.
스륵!
휘익!
강철은 수련을 위해서 가디언에 탑승하지 않고 두 발로 달렸다. 강철은 은신동화술을 펼친 상태에서 가디언들과 오크 전사들의 달리는 속도에 맞추어 유령처럼 달렸다. 권속들은 강철과 영적으로 연결되어 텔레파시로 명령을 할 수 있기에 강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도 이들은 강철의 명령에 따라 일정한 속도로 숲을 헤치며 달리고 있었다. 가디언들이 오우거의 기운을 뿜어내기에 숲에서 이들을 향해 달려드는 몬스터들은 없었다. 강철은 낮에는 달리고 저녁이 되면 사냥을 해서 식사를 하면서 천천히 이동을 하였다. 오크전사들과 가디언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사냥에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여기부터는 기운을 감추고 이동하라.’
한 달 정도를 이동한 후에야 멀리 높게 솟아오른 절벽들이 보였다. 비석처럼 우뚝우뚝 솟아오른 기이한 절벽으로 높이는 수백 미터나 되었다. 저 절벽들이 와이번의 둥지가 있는 곳이었다. 와이번을 사냥하기 어려운 이유는 레벨이 350이나 되는 놈들이 오우거처럼 독립생활을 하지 않고 무리를 지어 생활을 하기 때문이었다.
<여기입니다.>
‘좋군.’
베타의 말에 강철은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숲 한가운데 높게 솟아오른 바위가 있었다. 그리고 바위 아래에는 동굴처럼 보이는 틈이 있었고 그 앞으로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이 계곡 때문에 하늘에서 바위틈이 보이고 있었다.
‘준비하라.’
“예. 마스터!”
강철의 명령에 가디언들과 오크들이 사냥 준비를 시작했다. 오크들은 물가로 오는 동물들을 사냥하기 위해 흩어졌고, 가디언들은 강철이 마법주머니에서 꺼내준 특수 밧줄로 만든 그물로 함정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와이번들이 몇 마리나 되지?’
<24마리입니다. 이 중에 3마리는 새끼라 아직 날지 못합니다.>
이번 사냥의 핵심은 새끼를 위해 마나가 있는 오크들을 주로 사냥하는 와이번의 습성을 이용한 함정이다. 와이번은 잡식성으로 풀과 나무, 과일, 동물, 물고기, 새 등을 가리지 않고 모두 먹어치운다. 과일을 하나씩 따먹은 것이 아니라 줄기와 잎, 가지를 한 번에 먹어버린다. 하지만 새끼에게는 마나가 풍부한 고기를 주로 먹인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와이번이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마나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준비 다 되었습니다.”
잠시 후에 오크전사 3마리가 물을 먹기 위해 온 사슴 한 마리를 잡아왔다. 그리고 가디언들은 그물 함정 설치를 완료했다.
‘좋아. 시작하라.’
“예.”
스륵!
강철은 명령을 내리고는 나무 위로 올라가서 동화은신술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가디언들도 동화은신술을 사용했다. 강철의 피를 주입받은 권속들이라 10년 넘게 수련을 해 왔고, 새로운 피까지 주입해 주어 뱀파이어의 능력과 몬스터들의 능력을 극대화한 키메라 전사들이기에 가능한 은신술이었다.
화르르!
오크 전사들은 바위틈에 숨어서 마른 나무로 연기가 최대한 적게 나게 불을 피우고 사냥을 굽기 시작했다. 바람의 방향이 와이번 둥지 쪽이 아니라 냄새가 그쪽으로 가지 않는다. 우연히 이쪽으로 비행을 하던 와이번이 아니면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지형이었다. 하루가 지났지만 와이번이 숨어 있는 오크전사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강철은 낚시를 하는 마음으로 베타의 계획을 믿고 기다렸다.
<걸려들었습니다.>
3일째 되는 날에 드디어 한 마리 와이번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고기를 구워먹는 연기가 희미하게 나는 것을 목격했다. 와이번은 허공에서 선회를 하더니 이내 저공비행으로 냄새를 맡았고, 바위 틈 속에 숨어 있는 오크 전사 3마리를 발견했다.
휘이익!
후드득!
와이번이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착륙을 하였다. 광풍이 일어나면서 계곡의 물과 바위돌이 사냥으로 날아갔다. 마나를 이용해 부드럽게 착지할 수 있는 놈이지만 위압감을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슈슈슉!
티디딕!
오크 전사들이 창을 던졌다. 창은 와이번의 가죽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 창에 마나를 주입해서 던질 수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못한 무기로는 와이번의 가죽에 상처하나 내기 힘들었다.
스릉!
오크전사들은 검을 뽑아 마나를 주입했다. 그리고 바위틈에서 재빨리 빠져나왔다. 안에 있다가는 부리로 공격하면 그냥 사망이기 때문이다. 마나가 주입된 검으로 날개에 상처를 줄 수 있지만 발톱이나 부리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쿵! 쿵!
오크들이 도망치려고 하자 와이번이 재빨리 다가왔다. 숲으로 흩어져서 도망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캉!
푹!
오크 전사 하나가 달려들어 날개를 노렸지만 한 발을 들어 붉은 아지랑이가 솟아난 검을 막았다. 와이번의 거대한 발톱에 튕겨지는 오크 전사의 머리를 와이번이 부리고 꼭 찍었다. 번개 같은 연계 공격에 오크 전사 하나는 머리에 구멍이 나서 즉사한 다음에야 땅에 떨어졌다.
쿵! 쿵!
그 사이에 두 오크 전사는 양쪽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푹!
두 걸음을 뛰자 순간이동과 같은 가속 스킬로 10미터를 이동한 오크 전사를 따라잡아 가볍게 부리로 찍었다. 번개 같은 부리의 공격에 오른쪽으로 도망치던 오크 전사의 뒤통수가 구멍이 나면서 즉사했다. 그 사이에 왼쪽으로 도망친 오크 전사는 이미 숲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쿵쿵쿵!
우드드득!
와이번은 재빨리 하나 남은 오크 전사를 향해 돌진했다. 거대한 와이번의 몸체에 나무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마치 불도저에 쓰러지는 허약한 갈대처럼 보였다.
‘지금이다.’
강철이 명령을 내리자 가디언들이 일제히 줄을 잡아당겼다.
푹!
도망치던 오크전사는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러자 부리가 땅에 박혔다.
삭!
오크 전사는 몸을 굴려 와이번의 몸으로 파고들면서 날개를 향해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검을 휘둘렀다. 검은 날개를 파고들면서 상처를 내었다.
콰직!
분노한 와이번이 발로 오크 전사를 밟아버렸다. 먹이가 박살이 났지만 자신의 몸에 피를 낸 하찮은 벌레의 공격에 그만큼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휘리릭!
그 순간 그물이 와이번의 몸을 뒤덮어 버렸다. 날개는 순식간에 재생이 되었다. 깊은 상처가 아니었기에 와이번의 강력한 마나로 순식간에 치유한 것이었다.
후드득!
부리로 그물을 잡고 발톱으로 찢자 그물은 순식간에 찢어졌다. 와이번의 눈이 빛이 났다. 오크 전사와 비교하기 힘든 강력한 마나를 품은 먹이들이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오크 전사 열 마리보다 더 풍부한 영양(마나)를 품은 최고급 먹이들이다.
쿵쿵쿵!
3마리를 모두 잡기는 힘들지만 한 마리는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와이번은 번개처럼 달려갔다.
스륵!
와이번이 사라지자 강철이 유령처럼 나무에서 내려와 땅에 떨어진 오크전사의 검을 들었다. 미끼인 오크 전사가 실패했으면 가디언들이 동시에 달려들어 공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크 전사가 상처를 내는데 성공하자 가디언들은 모두 도망친 것이었다.
슥!
강철은 와이번의 피를 핥아 먹었다.
“……!”
가디언을 추격하던 와이번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면서 멈추어 섰다.
슥!
가디언은 품에서 병을 꺼내서 붉은 피를 검에 부었다. 그리고는 멈추어선 와이번에 다가가서 검으로 날개를 찍었다. 그러자 붉은 피가 와이번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성공이다.’
와이번은 항마력이 높아서 뱀파이어의 권능에도 저항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철의 피가 와이번의 몸으로 들어가자 강력한 항마력도 소용없었다. 레벨 350이나 되는 권속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넌 1호 솔개다. 가라.’
권속이 된 와이번은 죽은 오크 전사 한 마리를 한발로 잡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스륵!
강철은 숲으로 더 들어가서 은신을 하였다.
<업그레이드를 하시겠습니까?>
와이번의 피를 얻어서 새로운 데이터가 더해지자 강체의 육체를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게 된 베타다.
‘와이번 사냥을 끝난 후에 하자.’
<예.>
휘이익!
잠시 후에 거대한 와이번이 두 마리나 나타났다. 그리고는 박살이 난 오크 전사가 있는 곳에 날아 내렸다. 권속이 된 솔개 1호가 짝인 암컷 와이번을 데려온 것이었다. 맛있는 먹이가 있다고 속여서.
푹!
솔개 1호는 죽은 전사 옆에 떨어진 병을 부리고 꼭 찍었다. 그러자 붉은 피가 솔개 1호의 부리에 묻었고, 그 부리로 암컷의 등을 살짝 찍었다.
“……!”
“카아악!”
어리둥절한 암컷에게 저쪽으로 가 보라고 말하는 솔개 1호다. 암컷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다른 쪽으로 가서 죽은 오크 전사를 발견했다.
쿵쿵!
솔개 1호는 강철에게 다가가서 부리를 내밀었다.
슥!
강철은 손을 뻗어서 부리에 묻어 있는 암컷의 피를 핥아 먹었다. 솔개 2호가 탄생했다. 강철은 같은 방법으로 24마리의 와이번들을 모두 권속으로 만들었다.
‘시작하자.’
<예. 마스터!>
강철은 업그레이드를 시작했다.
우드득!
‘크으윽!’
와이번의 DNA를 이용해서 강철의 육체를 개조하기 시작하자 강철은 엄청난 고통에 이를 악물고 참아야 했다. 와이번의 특성과 능력을 얻었다고 해서 강철이 와이번처럼 하늘을 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와이번을 타고 고공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와이번의 능력을 자신의 몸에 이식해야 했다. 산소가 부족한 높은 고도에서 전투기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와이번의 능력이 필수였다.
<업그레이드 완료.>
‘휴우! 이제 몇 퍼센트냐?’
<47%입니다.>
100%는 강철이 가지고 있는 권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완벽한 육체가 되는 것이다.
‘100%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다만 마족이나 천족, 드래곤의 DNA를 구할 수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판단입니다.>
100%가 된다면 와이번보다 빠르게 날 수 있고, 오우거보다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베타는 숙주인 강철을 끊임없이 진화시키고 업그레이드하여 영생불사의 삶을 살게 하여 자신도 영생을 얻게 하는 것이 목표다. 불완전한 불사의 권능이 아닌 완벽한 불사의 권능을 얻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제 가자.’
강철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마족이나 천족은 사라진지 수천 년이 지난 전설속의 존재이고, 드래곤 역시 중간계라 불리는 뉴 월드가 망할 정도의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나타나지 않는 조율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존재들에게 도전했다가 일찍 죽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이제 신체개조는 끝이 났으니 폭렙은 불가능하지만 마나수련을 통해서 레벨을 꾸준히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예. 마스터!>
강철은 솔개 1호를 타고 아마토르 남작령을 향해서 날아갔다. 강철의 뒤에는 다른 와이번을 타고 있는 가디언 3마리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슉!
하늘 높이 솟아오른 와이번은 제트 기류를 타고는 마하의 속도로 날아갔다. 강철은 동화능력으로 와이번의 목 뒤에 있는 깃털 속으로 들어가서 깃털을 잡고 마나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
휘이익!
고공에서 마하로 나는 것은 엄청난 마나를 소모하는 비행이었다. 와이번도 10시간이 한계라 8시간 비행하고는 날아 내려서 마나가 있는 몬스터를 사냥해서 먹고는 땅에서 밤새 잠을 자고는 다음날 다시 날아가야 했다. 와이번을 타고 10시간 동안 죽은 듯이 매달려 있는 것도 보통 고역이 아니었다.
<여기서 착륙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마토르 남작령까지 말 타고 열흘 정도 걸리는 거리에서 와이번이 지상으로 착륙했다.
‘너희는 이곳에 전초기지를 건설하라. 전초기지를 건설하면 한 명은 아마토르 남작령으로 가서 그곳에서 신분을 위장한 다음 호텔과 비슷한 숙박업소를 개설하라. 숙박업소 이름은 카스토의 집이다.’
“예. 마스터!”
강철은 가디언들에게 이곳에 전초기지를 건설하란 명령을 내렸다. 돈이 떨어지면 던전으로 가서 보석과 금을 가져오려는 목적이었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1년을 있다가 다른 놈들과 교대하라.’
<예. 마스터!>
권속인 와이번들이 텔레파시로 강철의 명령에 대답했다. 이들은 강철이 전용 비행기로 항시 이곳에 대기하는 놈들이다.
‘혹시라도 아마토르 남작령에서 사냥꾼들이 은신처를 버리고 뒤로 더 이동하여 새로운 은신처를 만들어라.’
“예. 마스터!”
슉!
명령을 내린 강철은 아마토르 남작령을 향해서 번개처럼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