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9 4. 로그아웃 or 귀환 =========================================================================
며칠 후
강철은 권속이 된 빅투스에게 모든 마법과 마나연공법을 모두 배웠다. 그 지식을 이용해 베타는 뇌전마나연공법을 완벽하게 업그레이드해서 깨어날 확률을 99%로 높였다. 그리고 깨어난 후에 몸을 회복시킬 3서클의 힐링 마법을 주로 수련하면서 며칠을 보냈다. 베타는 지구에 있는 외과의사보다 뛰어난 인체해부학 지식과 의술을 가진 빅투스의 모든 지식을 분석하고, 그의 실험기록들을 모두 분석해서 업그레이드를 완료했다.
“안녕히 가십시오. 마스터!”
강철은 수면제와 수면마법에 의해 천천히 잠이 들었다. 강철은 뇌를 파괴해서 자살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권속이 된 빅투스에게 명령을 하였다. 수면마법에 의해 잠을 자는 동안 뇌전마법을 사용해 자신의 심장을 멈추게 만들어서 편안하게 죽게 하라는 명령이었다. 그리고 보존 마법을 사용해서 자신의 시체를 잘 보관하라고 명령했다. 혹시라도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가정 때문이었다.
‘이제 현실에서 일어나겠지.’
강철은 수면마법에 저항하지 않고 조용히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하얀 빛과 함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실이다. 뇌전마법을 사용해야 한다.’
강철은 베타의 충고를 기억하고는 통증이 느껴지는 순간 뇌전마나운용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몸에 붙어 있는 각종 전자기기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전기가 몸으로 흘러들어와 뇌를 깨우기 시작했다.
삐! 삐!
강철의 육체가 들어가 있는 커다란 인큐베이터에 달려 있는 각종 의료 장비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호흡, 심장박동, 심전도, 뇌파 등등을 나타내는 모니터의 그래프들과 숫자가 날뛰기 시작했다.
<비상! 비상!>
<도널드 박사에게 연락해!>
베타 실험체 1호인 강철을 캐어하던 연구원들과 의사들이 달려와서 검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경험하는 이상 신호에 대처할 방법을 몰라서 도널드 박사가 달려올 때까지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다만 심장이 멈출 것에 대비하고 있을 뿐이었다.
<심박수 안정!>
<호흡 안정!>
<뇌파가 변하고 있습니다. 깨어날 것 같습니다.>
“와아!”
비상 연락을 받고 모인 연구원들이 모두 함성을 지르면서 서로 껴안으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된 것인가?”
연락을 받은 도널드 박사가 달려왔다.
“뇌파가 변하고 있습니다. 식물인간 상태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미약한 전기가 베타 1호의 몸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양이 조금씩 증가하면서 뇌파가 점차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전기란 말이지? 베타 1호의 몸에 전선을 연결하고 그가 원하는 양의 전기를 공급해.”
도널드는 강철이 다른 세계에서 마법이나 마나연공법을 배워 왔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마나 대신 전기를 이용해서 멈추어 버린 뇌와 신체 감각을 깨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
연구원들은 인큐베이터를 열고 강철의 몸에 전선을 대고 테이프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미약한 전류를 흘려보냈다.
“현재의 전류량은 얼마인가?”
“1암페어에서 3암페어로 늘렸습니다.”
“더 늘려.”
“예.”
연구원들은 전류의 양을 계속해서 늘려서 50암페어까지 늘렸다.
“더 늘릴까요?”
“아니. 일단 이 상태로 지켜보자.”
“예.”
뇌파가 안정적으로 변해서 강철이 깨어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지만 강철은 계속해서 눈을 감고 인큐베이터에서 전류만 먹고 있었다. 그 상태가 1주일이나 지속되어 모든 연구원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 * *
‘성공인가?’
강철은 도널드 박사의 조치 덕분에 3시간 만에 마나 홀을 만들고 깨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미약한 마나 홀이라 전류가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이 시간에 더 많은 마나를 흡수하기 위해 계속해서 뇌전마나심법으로 명명된 마나운용술을 사용해 마나를 더 모으고, 신체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나 홀이 생성되어 마나가 모이자 베타를 불러낼 수 있었다.
<예. 마스터! 지금 일어나시겠습니까?>
‘앞으로의 계획을 세운 후에 일어나겠다.’
<예. 마스터!>
‘도널드 박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실험실에서 있던 카스토의 이야기를 해주고, 뇌전마나심법을 실험체에게 알려주어 실험한 후에 뇌전마법 실험을 했다고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뱀파이어 능력은 감추자는 이야기인가?’
<모두 알려주면 이곳에서도 카스토처럼 실험체로 전락하게 됩니다.>
‘너는 이곳에 있는 네 본체에서 나온 프로그램이 아닌가?’
<저는 ……!>
베타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베타는 다른 차원의 외계인이 만든 존재로 일종의 영적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램이지만 영혼과 마나가 있는 외계인과 결합하면 그 외계인의 성장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하는 영적 기생체이자 컴퓨터 프로그램과 같은 생명체로 탄생하여 숙주와 함께 성장하고 진화하는 존재라고 했다. 외계인이 탄 우주선은 차원여행을 하다가 내부 반란으로 인해 서로 상잔한 상태로 지구에 불시착했고, 그 충격으로 외계인들은 모두 사망했고, 우주선은 미국이 발견해서 약 100년 동안 연구했다고 한다.
‘너는 외계인의 우주선에 있는 베타 본체에서 탄생했지만 나와 결합한 순간 나와 함께 진화하고 발전하다가 소멸하는 새로운 생명체라는 것이지?’
베타의 설명에 강철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예. 마스터!>
‘미국이 베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나?’
<차원을 넘는 기계라는 것과 전기나 마나를 이용해서 작동이 가능한 초고도 문명의 컴퓨터로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마스터를 통해서 베타의 진정한 용도가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내가 알려주지 않으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다른 실험체들이 많이 있으니 몇 년 내에 밝혀질 것입니다.>
‘거짓으로 알려주면 나만 위험하겠군.’
이곳에서 자신은 아직 레벨 1도 되지 않는 나약한 존재다. 또한 뱀파이어의 피를 구할 수도 없으니 금방 강해지지도 못한다. 아공간 마법을 배워왔다면 아공간에 뱀파이어의 피를 가져올 수도 있었지만 빅투스는 제조마법사라 아공간 마법을 모른다. 아공간 마법이 적용된 아티팩트가 있지만 그것만 분석해서는 완전한 아공간 마법을 재구성할 수 없었던 베타다. 알아낸다고 해도 강철이 6서클 마법사가 되어야 아공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데 6서클이 되려면 30년은 노력해야 한다고 빅투스의 말에 깨끗하게 포기하고 최대한 빨리 돌아온 것이었다. 덕분에 강철은 며칠 만에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것이었다.
<예. 마스터!>
‘베타, 이 실험실의 중앙 통제 장치를 장악할 수 있나?’
강철은 미국을 믿지 못했다. 때문에 베타를 이용해서 이곳의 정보를 장악할 생각을 하였다.
<불가능합니다.>
‘뭐? 아니 왜? 너의 동조 능력을 사용해서 컴퓨터를 분석하면 쉽게 컴퓨터를 해킹해서 장악할 수 있는 외계의 프로그램이 네 정체가 아니냐?’
<저는 마스터의 영혼에 기생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마스터의 마나를 이용해서 주변을 정찰하고 분석할 수 있지만 그것은 마스터에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하는 것입니다. 현재 마스터께서 알고 있는 컴퓨터에 대한 정보는 너무 제한적이라 해킹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습니다.>
베타는 강철의 육체와 혼에 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같은 영혼이나 생명체는 쉽게 분석하고 동조할 수 있었기에 카스토의 육체에 있는 각종 능력들을 분석해서 최대한 마스터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다.
‘외계인의 우주선에 있는 중앙 장치와 네가 연결되어 있는 것 아닌가?’
<아닙니다. 저는 태어난 순간 마스터와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마스터에 종속된 기생체입니다.>
‘장악할 방법이 없나?’
<마스터가 컴퓨터에 대한 정보를 많이 수집하면 가능합니다. 다만 베타 프로그램이 성공해서 수많은 베타 전사들이 태어나면 그들과 경쟁을 해야 합니다.>
‘마나를 이용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능력을 지니게 된다는 것이지?’
베타는 분석과 동조 능력으로 숙주를 빠르게 업그레이드 시키는 존재다. 마치 게임처럼 경험이나 지식과 같은 데이터를 주면 레벨이 상승한다.
‘카스토의 육체에 비해 내 지능이 많이 퇴보한 것인가?’
강철은 다른 차원에 있을 때라면 이 정도 추리는 쉽게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예. 카스토의 육체는 오우거, 뱀파이어, 늑대인간, 트롤의 능력이 깃들어 있었고, 저는 그 능력을 업그레이드 하여 마나를 100이상으로 늘렸습니다. 저는 마나를 기반으로 성정하는 기생체이기에 그 마나의 양으로 마스터의 뇌를 최대한 활성화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마스터의 마나는 1에 불과하기에 마스터의 육체에 혼을 결합시키는 것도 힘들 정도입니다. 다행이라면 지금 전류가 계속해서 공급되고 있고, 그 전류를 마나로 바꾸어 육체를 활성화하고 있기에 제가 마스터와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일단 마나를 모아야 하겠군. 어느 정도면 될까?’
<마스터의 육체로는 마나 3이 한계입니다. 3일 동안 전기를 마나로 바꾸면 마나 3을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후에는 육체를 단련하면서 마나 홀을 천천히 키우는 것이 최선입니다.>
'내 육체로 어느 정도가 한계인가?'
<3 정도입니다. 체력이 모두 회복되면 10까지는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육체적인 수련을 해도 극악할 정도로 마나가 늘지 않을 것입니다. 10년 동안 3배 정도 늘리는 정도라고 판단됩니다.>
‘어쩔 수 없지. 그럼, 3일 동안 뇌전마나심법만 운용해야 하겠군. 잘 부탁한다.’
<예. 마스터!>
강철은 식물인간 상태로 계속해서 뇌전마나심법을 운용하면서 마나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 * *
삐!
요라한 기계소리와 함께 인큐베이터 안에 있던 강철이 눈을 떴다.
<실험체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알았다.”
도널드 박사는 바로 병실로 달려갔다.
“어떤가?”
“산소 호흡기를 제거해도 될 정도로 완벽하게 깨어났습니다.”
“강철군의 부모를 모셔오고, 산소호흡기를 제거해.”
“예.”
스르르!
커다란 인큐베이터의 뚜껑이 열렸다.
“전류 공급은 어떻게 할까요?”
“차단해.”
“예.”
강철의 몸에 달렸던 전선들이 제거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철의 입에 씌워져 있던 산소 호흡기도 떼어냈다.
“통역해.”
“예.”
도널드 박사는 통역사를 통해서 강철에게 질문을 하였다.
“강철군.”
“네.”
“여기가 어디인지 알겠나?”
“예.”
“어떻게 알았지?”
“베타를 통해서 제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베타 1호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강철은 이미 베타를 통해서 최소한의 정보는 넘겨주기로 상의한 상태다.
“깨어났다는 것은 마나 운용술이나 마법을 배워 왔다는 것인가?”
“예. 뇌전마나심법으로 전류를 마나로 바꾸어 깨어날 수 있었습니다.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어 빨리 깨어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아!”
강철의 대답에 실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환호했다. 드디어 베타 프로젝트가 성공한 것이었다.
“뇌전마나심법이라? 알려줄 수 있나?”
도널드 박사도 흥분한 표정으로 감추지 못했다.
“예.”
“하하! 고맙군. 우선은 부모님과 해후부터 하고,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세.”
도널드 박사는 일단 흥분을 가라앉혔다. 뇌전마법심법의 기밀 등급을 결정하고,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상부에서 먼저 결정해야 그 등급에 맞는 관리자들만이 이것을 듣게 될 것이다.
“예.”
도널드 박사가 신호를 하자 의사와 간호만 남고, 모두가 방에서 나가고 강철의 부모가 들어왔다.
“철, 철아!”
강철의 부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런데 일주일도 안 되어서 강철이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났다는 말에 경악하여 달려왔다. 일주일 전처럼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한 컴퓨터 대화도 아니란다.
“어, 엄마!”
마나가 3이 되었지만 전류 공급이 끊어지자 강철은 마나를 아끼기 위해 베타의 활동을 최소로 하였다. 때문에 강철은 순식간에 냉철한 지성이 사라지고 조금 특이한 경험을 한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있었다.
“장하다.”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라는 설명에 비쩍 마른 아들의 손이 부러질세라 살며시 잡은 강철의 어머니 눈에서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그 옆에 서 있는 강철의 아버지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괜찮니?”
“배가 고파요?”
“식사를 바로 할 수 있나요?”
“검사 결과 신체 반응이 모두 정상입니다만 1년 가까이 누워만 있었기에 장기의 기능이 매우 저하된 상태입니다. 물과 맑은 죽으로 조금씩 식사량을 늘리면서 상태를 지켜보아야 합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배정된 의사는 한국말을 하는 교포 출신의 의사였다. 때문에 강철의 어머니 질문에 한국어로 대답을 하였다.
“감사합니다.”
잠시 후에 간호사가 연락을 하였고, 적은 양의 맑은 죽과 따뜻한 물이 준비되었다. 강철의 부모는 죽을 떠먹이면서 많은 대화를 하였다. 다만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다른 차원에서 경험한 이야기는 기밀에 속하니 되도록 질문하지 않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기에 그 질문은 피했다. 기밀을 듣게 되면 앞으로 많은 자유를 제한 당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서 지금은 특수 도청 장치를 달고 자유로운 외출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외국 여행도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기밀을 듣게 되면 경호원이자 감시원을 달고 다녀야 하며, 여행도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졸려요?”
“그래. 내일 보자.”
“네.”
몇 시간을 부모와 함께 보낸 강철은 졸음이 쏟아지자 잠을 푹 잤다. 다음 날 강철은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와 뇌전마법심법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깨어난 곳은 흑마법사의 던전으로 카스토라 농노 병사로 흑마법사의 실험체가 되어 있었다는 것과 흑마법사가 뇌전마법의 항마력을 실험하기 위해 카스토에게 뇌전마나심법을 가르쳐 주고, 뇌전마법으로 죽을 때까지 지지는 실험을 당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약 10일 정도 고통스러운 실험을 당하면서도 카스토가 마나가 있었기에 베타가 작동해서 뇌전마나 운용술을 뇌전마나심법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실험에 오래 버틸 수 있었다고 해 주었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전기 고문과 같은 실험을 견디기 힘들어서 뇌전마나심법을 모두 기억하고 운용할 수 있게 되자 뇌전의 마나를 운용하지 않은 상태로 뇌전마법에 직격당해 로그아웃 했다는 보고를 하였다. 또한 베타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 지와 전류가 왜 필요 했는지도 설명했다. 덕분에 강철은 매일 뇌전마법심법을 사용할 때에 전류를 주입받을 수 있어서 며칠 만에 침대에서 일어나 걸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