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4 2. 마법사의 실험체 =========================================================================
2. 마법사의 실험체
“으음!”
강철은 머리가 깨어지는 것처럼 아파서 저절로 신음을 흘리면서 눈을 떴다. 가슴 부위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아파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가슴에서는 번개에 맞은 자국이 있었고,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 깨어났군.”
처음 듣는 언어였다. 그런데 마지 오랫동안 사용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 뜻이 들려왔다. 그리고 뇌리에서 두 개의 기억이 공존하면서 하나로 합쳐지고 있었다. 강철의 자아가 사라지고 카스토라는 사람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안 돼. 집중.’
강철은 듀토리얼에서 들었던 도널드 박사의 충고가 떠올라서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영혼에 각인된 기억은 의지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다른 자의 육체에 안착하면 자신의 모든 기억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철이라는 자아를 잊지 않으면 베타라는 게임 도우미가 자신의 기억을 잊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육체와의 동화율 73%>
베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더 쉽게 집중하면서 카스토의 기억을 관조하듯이 흡수할 수 있었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가? 흠. 죽었다가 살아났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군.”
강철은 자신을 쳐다보는 마법사의 시선과 목소리가 들렸지만 집중과 관조를 통해서 육체와 영혼을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하기 위해 무시했다. 상대가 마법사라는 것은 카스토의 기억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다.
“톰.”
“예. 마스터!”
마법 생명체인 키메라가 마법사의 명령에 공손하게 대답했다.
“이 실험체가 정신을 차리면 포션을 먹이고, 죽과 물을 먹여서 체력을 회복시키도록. 그런, 내일 다시 오겠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키메라의 재료가 될 소중한 재료다. 자신의 3서클 전격계 마법을 버티지 못하고 죽었지만 다시 심장에 전격계 마법을 사용하자 멈추었던 심장이 다시 뛰었다. 그동안 수많은 실험을 통해서 경험으로 얻은 결과물이었다. 그래도 한번 죽었던 몸은 많이 약해져 있기에 오늘 실험은 이곳으로 종료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 흑마법사다.
“예. 마스터!”
인간이지만 오우거의 힘과 트롤의 재생력, 늑대인간의 민첩성과 뱀파이어가 가진 불사의 생명력까지 가진 마법사의 가디언인 키메라인 톰이다. 전투력은 뛰어나지만 시키는 대로 하는 것 이외에는 창의성과 응용 능력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키메라가 톰이다. 때문에 마법사는 최강의 전투 생명체를 노예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동화율 100%>
영혼이 완전하게 안착하자 타는 뇌를 후벼 파던 고통이 사라졌다.
‘나는 카마스란 농노 병사로 전쟁에 패한 후에 노예가 되어 빅투스라는 8서클 흑마법사에게 팔려 와서 실험재료가 되었다. 함께 팔려왔던 10여 명의 노예들은 이미 모두 죽어서 사라졌다. 나는 뱀파이어 실험을 하는 중이었다. 으득!’
강철은 현재 강철이 기억과 카스토의 기억이 공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철의 기억은 게임 도우미 베타의 저장해놓은 책과 같은 기억이라면 카스토의 기억은 현실적인 기억이다.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카스토의 기억이 뇌에서 호르몬을 분비하고 그 영향으로 심장이 분노로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뱀파이어 실험이란 카스토에게 뱀파이어 피를 주입해서 뱀파이어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 어느 정도의 충격을 주어야 죽는지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때문에 강철은 죽을 때까지 전격계 마법에 직격을 당하면 고통을 당하다가 결국 죽었다.
‘여기서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분노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강철은 냉정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카스토는 분노와 절망 속에서 마법사를 속으로 욕하는 것이 전부였겠지만 강철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이 상황이 게임이나 마찬가지였다.
‘상태창!’
강철은 어떻게 해서 베타라는 게임 도우미가 다른 차원까지 자신을 따라와서 자신과 결합되어 있는 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소년이기에 이곳이 현실 같은 다른 차원의 게임이라는 도널드 박사의 말에 무조건 믿은 것이다. 의심한다고 해도 이를 해소할 다른 방법도 없었다.
<카스토
레벨 - 0(2)
힘 -9(13)
민첩 - 12(43)
체력 - 4(36)
마나 - 3(14)>
원래 카스토의 레벨은 2였다. 실험 전에는 1 정도였지만 뱀파이어가 되어가면서 점차 힘, 민첩, 체력, 마나가 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죽었다가 살아난 상태라 레벨이 0으로 떨어져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0.7 정도였다. 막대그래프의 눈금이 7할 정도 차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눈금을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
‘베타! 톰의 레벨도 측정할 수 있나?’
<정보가 부족하지만 추정 레벨은 약 300정도입니다.>
‘빅투스 흑마법사의 레벨은?’
<400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마법사는 힘, 민첩, 체력은 보통 사람과 비슷하지만 마나가 수백에서 수천이나 된다. 빅투스의 레벨이 400이라면 그의 마나는 1600에 가깝다는 의미일 것이다. 베타가 이런 추정을 하는 것은 모두 카스토의 기억을 토대로 추정한 것이니 실제 레벨은 많이 다를 수 있다.
“마셔라.”
강철이 눈을 뜨자 톰이 다가왔다. 그리고 유리병을 입에 대고 강철의 머리를 뒤로 제쳤다.
꿀꺽! 꿀꺽!
피 비린내가 나는 불은 포션을 강철은 거의 반 강제로 마셔야 했다. 톰은 시키는 대로 하는 로봇처럼 보였다.
“크으윽!”
뜨거운 기운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면서 번개에 맞아 고장 난 내부 장기와 피부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따가우면서 시원한 느낌에 강철은 저절로 신음을 흘렸다. 상태창을 보지 않았지만 부상이 모두 치유되면서 레벨 2가 되었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농노로 살아오면서 매일 일을 하고, 군사 훈련을 받으면서 발달된 농노 병사인 카스토의 원래 레벨이 1이었다면 뱀파이어의 피가 카스토를 변화시켜서 체력과 민첩이 서너 배는 늘어났다. 그리고 마나도 생겨났다. 때문에 힘과 민첩, 체력의 합이 40 가까이 되었기에 레벨 1이었던 카스토는 현재 레벨 2가 되어 있었다.
철컹!
강철은 침대에 누워 있었고, 침대는 회전이 가능해서 75도 정도로 사선으로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강철은 완벽하게 침대에 묶여 있었다. 톰은 묶여 있던 강철을 풀러주었다. 팔다리와 목, 허리를 조이고 있던 강철 고리들이 모두 풀렸다.
“먹어라.”
레벨 300이나 되는 톰이니 레벨 2 정도 되는 카스토가 반항을 하거나 도망치는 것은 간단하게 분쇄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도망치던 실험체 하나가 톰의 주먹에 맞아 피 떡이 되는 것을 목격한 카스토다.
“후릅!”
강철은 시키는 대로 식탁 아래에 보관되어 있는 통과 접시를 꺼냈다. 그리고 통을 열고는 접시에 따라서 들고 마셨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차갑게 식은 시큼한 냄새가 나는 멀건 스프였다. 3일에 한 번씩 요리를 하는 키메라가 가져오는 스프다. 마법생명체인 톰은 생고기와 피를 주식으로 한다. 그것도 일주일 한번 정도 식사를 한다. 통에 있는 스프는 카스토의 3일치 식량인 셈이다. 강철은 카스토의 기억대로 혀로 깨끗이 닦아 먹고는 통과 함께 탁자에 아래로 치웠다.
저벅! 저벅!
마스터의 명령을 수행한 톰은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서 눈을 감고 마나운용을 시작했다. 그는 마법사가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는 항상 그 자리에서 마나운용을 하면서 마나를 채운다. 마나라는 에너지를 아끼면 일 년 동안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마법 생명체가 톰이다. 그의 임무는 실험체인 카스토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내일까지는 자유인가?’
강철은 자신이 도망치지 않으려하면 이곳에서 무엇을 해도 상관없다는 것을 잘 안다. 실험실이라기보다는 고문실처럼 만들어진 곳이다. 강철 침대 하나와 실험도구들을 올려놓는 탁자 하나, 벽에 걸려 있는 각종 고문도구들이 전부인 곳이다. 지하석실로 보이는 이곳은 입구에 문도 없다. 다만 입구로 나가려면 앉아 있는 톰을 지나쳐서 가야 한다.
‘지금 내가 이곳을 탈출할 확률은?’
<제로입니다.>
베타의 대답에 강철은 탈출할 생각을 버렸다. 그리고 강철 침대를 세로로 눕히고 그 위에 걸터앉았다. 카스토는 누워서 체력을 아끼면서 절망적인 시간을 보냈지만 강철은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빅투스 마법사의 마법과 저 키메라인 톰도 마나연공법을 알고 있다. 이것을 배우면 메인 퀘스트인 미션을 클리어하는 것이 바로 로그아웃 해서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 굳이 탈출할 필요가 없겠군. 어떻게 하면 이곳 언어나 마법을 배울 수 있을까?’
강철은 곰곰이 생각했다.
‘베타, 내가 마법언어나 이곳의 공용어를 배울 수 있나?’
<카스토는 글을 모르지만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고, 간단한 단어와 간판, 숫자는 알고 있습니다. 그의 기억을 토대로 분석하면 공영어는 전문서적이 아니면 89% 정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만 마법언어는 자료가 부족해서 1% 정도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정보를 최대한 모아야 하겠군.’
베타의 대답에 강철은 생각에 잠겼다.
“어이! 톰!”
강철은 레벨 300인 키메라 톰을 불렀다.
“방해하지 마라.”
톰은 주입된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는 로봇에 가까운 생명체다. 마스터의 명령은 자신이 지시한 일을 다 하면 무조건 마법진 위에서 마나운용을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리고 실험체를 감시하면서 도망치려 하면 죽이라는 명령도 받았다. 그래도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에 질문을 하면 자동으로 대답을 하는 단순한 놈이었다.
“방해하는 것 아니다. 설마 말하면서 마나운용을 못하는 바보인가?”
강철은 정보를 얻기 위해 톰에게 대화를 유도했다. 도망치지만 않으면 자신이 무슨 짓을 하건 상관하지 않는 생명체가 톰이다. 카스토는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서 톰을 보면 덜덜 떨었지만 강철은 달랐다. 카스토의 기억으로 인해 어느 정도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 현실 자체를 게임으로 생각하는 강철의 의지가 주체이기에 그 두려움과 공포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었다. 레벨 100으로 듀토리얼을 한 덕분이기도 했다.
“말 하면서도 마나운용이 가능하다.”
“마스터께서 나와의 대화를 금지하지도 않았으니 대화해도 되지.”
“내가 왜 그래야 하느냐?”
강철을 무시하면서 꼬박꼬박 대답하는 톰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마스터의 실험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
고개를 갸웃하는 톰이다. 세뇌마법을 통해서 마스터에게 무조건 충성하도록 되어 있는 톰이다. 때문에 실험체와 대화하는 것이 마스터에게 도움이 된다면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화를 허락한다.”
“고맙다. 나도 마나운용을 배울 수 있을까?”
“그것이 마스터에게 도움이 되나?”
“물론이다.”
강철은 마나운용술을 배우면 당장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죽으면 로그아웃이니까?
‘그런데 베타가 있는데 왜 내가 마법이나 마나운용술을 기억해야 하지?’
강철은 모르고 있었다. 미 국방부와 공통으로 개발한 가상현실기기는 오래된 우주인의 유물에서 발견한 장치로 전기에 의해서만 베타가 작동한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널드 박사가 모르는 것은 베타는 마나에 의해서도 작동한다. 마나는 기사와 마법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이지만 카스토는 마법사의 실험에 의해서 뱀파이어화가 되어 가는 중이라 마나를 가지고 있었고, 이 마나를 통해서 베타가 가동되는 중이다.
현실에서 베타는 인간이 아닌 외부의 전기로 작동이 되기에 실험체와 한 몸을 이루지 못하고 외부의 환경인 홀로그램이나 가상현실을 만드는 메인 컴퓨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인간의 몸에 흐르는 전기를 이용해 실험자의 몸과 2% 정도 동화된 상태로 상태창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베타의 진정한 효용성은 전기로 인해서 작동하는 메인 컴퓨터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과 동화해서 작동하는 마나를 사용할 때에 그 효용성이 극대화 된다. 2% 정도 동화된 상태로 차원 이동한 실험체들은 다른 차원에서 뇌의 2% 정도만 활용해서 체험한 것들을 기억한 상태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도널드 박사는 집중력을 키우는 호흡법을 가르친 것이다. 인간의 뇌는 신비해서 2% 정도만 활용해도 많은 것들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마나연공법은 ……!”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톰은 자신이 알고 있는 마나연공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상대가 실험체가 아니라면 마스터의 의견을 물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실험체이니 내일 보고를 한 후에 문제가 되면 기억을 제거허가나 죽여 버리면 간단하다. 실험체는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물건이나 마찬가지이기에 도망치려 하면 죽여도 된다고 지시 받았기에 마스터에게 도움이 된다는 카스토의 말에 쉽게 마나연공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역시 돌대가리군.’
강철은 베타가 알아서 기억하고 분석까지 할 수 있기에 대충 들었다. 보통 인간이라면 마법생명체인 키메라가 사용하는 마나연공법은 알아도 소용이 없다. 하지만 베타는 아니었다. 다 가르쳐준 톰은 눈을 감고 마나연공에 집중했다.
‘베타 분석했나?’
<분석 중입니다. 분석 완료했습니다.>
베타는 금방 마나연공법을 분석해버렸다.
‘내가 바로 익힐 수 있나?’
<불가능합니다. 마스터께서 익힐 수 있는 마나연공법으로 개조할까요?>
‘개조해.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마스터의 몸에 있는 마나가 뱀파이어의 마나로 추측됩니다. 완벽한 개조는 자료가 더 있어야 하지만 임시 개조는 1분이면 됩니다.>
‘임시 개조된 마나연공법의 부작용이 있나?’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수련을 하면서 찾아내서 보완하면 됩니다. 그러면 1년 안에 완벽하게 개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개조해.’
<개조합니다.>
키메라의 마나연공법을 베타가 개조하기 시작했다.
<개조완료.>
베타는 금방 강철의 신체와 뱀파이어 마나에 맞는 마나연공법을 만들어 내었다. 아직 보충해야 될 점들이 많지만 수련을 하면서 보충해 나가면 된다.
‘연공을 시작해.’
<연공을 시작합니다.>
베타와 강철은 완벽하게 100% 동화되어 있기에 강철의 의지가 곧 베타의 의지가 되었다. 베타가 강철의 기억에 작용을 해서 자연스럽게 호흡을 하면서 마나연공을 시작했다.
‘크윽!’
베타는 마나연공을 해 나가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바로 보충을 하여 더 완벽한 마나연공법을 만들면서 운용을 하였다. 때문에 키메라인 톰이 알고 있는 마나연공법보다 더욱 좋은 마나연공법이 완성되고 있었다. 물론 강철의 신체와 가장 적합한 마나연공법이었다.
스르르!
두 시간 정도가 흐르자 강철의 몸에서 뿌연 연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안개가 톰이 마법진으로 확장되어 톰이 흡수하는 마나집적진의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철의 마나가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후우!”
더 이상 마나가 늘어나지 않자 강철은 눈을 떴다. 그러자 그의 눈에서 붉은 빛이 번쩍이었다.
‘상태창!’
<카스토 - 4
레벨 -
힘 -17
민첩 - 47
체력 - 39
마나 - 61>
순식간에 레벨이 4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