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3 1. 베타 테스트 =========================================================================
“엄마, 여기가 어디야?”
<미국이란다.>
……!
강철은 몇 시간 동안 부모님과 대화를 하였다. 무뚝뚝하고 무서운 아빠도 오늘도 소리치지 않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우리 아들 그만 잘까?>
“안 졸린데.”
<그래도 밤이 늦었단다.>
하늘을 보니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자?”
<저기 보이는 저 집에서.>
금방 꽃밭 근처에 아담한 집 한 채가 생겨났다. 강철은 부모님과 함께 걸어서 집으로 들어갔다. 집은 원룸처럼 되어 있었고, 큰 침대가 되었다. 강철은 피곤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권유에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부모님의 홀로그램도 침대 양쪽에 누워서 자장가를 불러주셨다.
……!
강철은 나른한 기분을 느끼면서 눈을 감았다.
<안녕!>
눈을 뜨니 바로 아침이었다. 그리고 방에 도널드 박사가 들어와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요?”
<출근 하셨단다.>
사실은 밤이라 피곤해서 자고 있었다. 하지만 영혼은 잘 필요가 없기에 일주일 동안 많은 것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이를 튜토리얼이란 게임 방식을 통해서 가르칠 생각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게임해요.”
<그래. 네가 본 게임에서 해야 할 메인 퀘스트는 마법이나 기사의 연공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냥 아무거나 배우면 되요”
게임에서 마법이나 마나연공법은 10레벨이면 누구나 배우는 쉬운 퀘스트다.
<아니. 이 가상현실게임은 실제야 똑 같단다.>
“아닌데. 이거 홀로그램 같아요. 현실하고는 많이 틀린데?”
강철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네가 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분하지 못할까봐 적응하는 튜토리얼 과정이라 그렇단다. 네가 튜토리얼을 끝내고 본 게임으로 들어가면 진짜 현실과 똑 같이 아프고, 배고프단다. 그리고 네가 죽으면 그것으로 게임은 끝이고 로그아웃이 된단다. 현실과 똑 같아서 죽기 전에는 로그아웃도 되지 않지. 문제는 네가 가상현실에서 마법이나 기사의 마나연공법을 배우지 못하면 현실에서 식물인간이 된 네가 깨어나지 못하고 실제로 죽는단다.>
“……!”
도널드 박사의 말에 강철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이내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가상현실이 어떻게 현실에 영향을 주지요?”
<가상현실이지만 그곳은 또 다른 현실인 다른 차원이란다. 너는 영혼이 가상현실기기의 도움을 받아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서 그곳에 있는 또 다른 죽어 있는 육체로 들어가서 부활한다. 그런데 그 육체는 죽어 있기에 깨어나면 많이 아플 수 있고, 바로 죽을 수 있단다. 그래서 그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 튜토리얼의 목적이다.>
“게임이면서 게임 같지 않은 현실이라는 것인가요?”
도널드 박사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강철이다.
<네 편하게 생각해라. 다만 네가 현실에서 예전처럼 부모님과 같이 살고 싶다면 메인 퀘스트를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마법이나 기사 연공법이 아니라 죽어가는 육체를 부활시킬 수 있는 강력한 치료마법이나 치료 마나연공법을 얻어야 한단다.>
“퀘스트 기간은 어떻게 되나요?”
<이곳의 시간으로는 3년이다. 하지만 네가 가는 가상현실의 세계는 이곳과 시간의 흐름이 달라서 그곳에서의 10년이 이곳에서의 1년 정도다. 그러니 30년 안에 퀘스트를 달성하면 된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네 육체는 하루가 다르게 약해져 가기에 될 수 있으면 빠른 시간 안에 퀘스트를 달성하는 것이 좋단다. 너무 늦으면 네가 퀘스트를 성공해도 네 육체가 너무 약해져서 현실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 있단다.>
“알았어요. 그럼, 무엇부터 하지요?”
<두려움을 극복하고 싸우는 법부터 배워야지. 일 단계는 갑옷과 무기를 들고 늑대와 싸워서 이기는 거란다. 듀토리얼에서는 고통이 없으니 마음놓고 싸워도 된단다. 하지만 본 게임에서는 현실과 같다는 것을 명심해라.>
“네.”
<그럼, 시작한다.>
스르르!
허공에서 중세 기사의 갑옷과 투구, 대검이 생겨났다. 진짜 실감나는 게임이다.
“아공간은 없나요?”
<없단다.>
‘무슨 게임이 이래?’
강철은 불만이 있었지만 이내 허공에 있는 갑옷에 손을 대자 저절로 착용이 되었다. 그리고 검을 들었다.
스르르!
허공에서 호랑이만한 커다란 늑대가 나타났다.
“크르르!”
눈에서 불을 뿜어내면서 이빨을 드러내고 천천히 다가오자 강철은 두려움에 몸이 떨려왔다. 자신의 몸도 홀로그램처럼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도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크왕!”
팟!
포효와 함께 늑대가 땅을 박차고 도약해서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강철은 게임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을 극복하고 대검을 휘둘렀다.
퍽!
“깨갱!”
늑대는 튕겨져 나가 피를 흘리면서 바동거리더니 이내 죽어서 연기처럼 흩어졌다.
‘뭐야! 쉽잖아.’
이번 튜토리얼은 강철의 용기를 북돋아 주고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다음은 슬라임이다.>
강철은 슬라임, 고블린, 오크, 트롤, 오우거 등등 게임에서 보던 수많은 몬스터들과 싸우는 튜토리얼을 하였다. 드래곤과 싸워서 이기자 1차 튜토리얼이 끝났다.
“상태창은 없나요?”
<있단다. 마음으로 생각하면 허공에 상태창이 떠오를 것이다.>
‘상태창!’
강철이 생각을 하자 허공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강철
레벨 - 100
힘 - 1000
민첩 -1000
체력 - 1000
마나 - 1000>
“뭐가 이리 간단해요? 그리고 제 레벨이 500이라고요?”
<상태창은 그냥 자신의 몸 상태를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표시일 뿐이다. 현재 네 레벨은 실제 상태창과 거리가 멀다. 네 레벨과 상태는 튜토리얼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네 실제 상태창을 보여주마.>
<강철
레벨 - 0
힘 - 0
민첩 - 0
체력 - 0.
마나 - 0>
강철의 레벨과 스텟은 모두 0이었다. 완전한 0은 아니고 막대그래프로 0.1에서 0.6까지 표시되어 있었다. 모두 가득차면 1이 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이 체력으로 0.4다. 식물인간이니 민첩이나 힘이 거의 0에 가까운 상태다.
“레, 레벨이 1도 안된다고요?”
<보통 성인 남자의 힘이 10정도다. 네 나이의 어린 아이는 2에서 3정도다. 너는 아이이면서 식물인간 상태이기에 실제 네 레벨은 1도 안 된다. 레벨 1은 스텟 평균이 10은 되어야 한다.>
“그럼, 튜토리얼이 의미가 없지 않나요?”
강철은 지금까지 레벨 100으로 튜토리얼을 하였다. 거의 무적의 상태에서 하였기에 늑대나 몬슨터를 쉽게 죽인 것이다. 단지 강철의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한 배려였던 것이다.
<이제부터는 0.3레벨 정도로 튜토리얼을 시작할 것이다.>
“아! 네.”
<첫 번째는 자가 응급 처지다. 첫 번째는 부러진 팔 치료하기다.>
“네.”
강철은 자신의 몸에서 갑옷이 사라지자 몸이 무거워졌다. 그런 상태에서 누워 있었다. 그리고 팔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감각이 없어서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팔을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부목을 찾으세요.>
‘이거면 되나?’
주변 환경이 산 속으로 변했다. 강철은 떨어진 나무를 주었다.
<띠링! 실패. 다른 나무를 찾으세요.>
강철은 숲을 돌아다니면서 열 번 정도 실패했다.
<띠링! 성공! 화살표 방향으로 바닥에 손을 대고 눌러서 뼈를 맞추세요.>
‘이렇게 하면 되나?’
<띠링! 실패. 다시 시도하세요.>
강철은 무수한 실패 속에서 팔은 물론, 갈비뼈, 다리뼈, 심지어 목뼈까지 어긋나거나 부러진 것을 바로 잡는 튜토리얼을 하였다.
<다음은 불 피우기입니다.>
부싯돌을 이용한 불 피우기부터, 나무를 마찰해서 불을 피우는 방법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불을 피우는 퀘스트를 하였다.
<상처소독하기!>
강철은 물을 끓여서 상처를 씻어내는 것부터 불을 이용해서 상처를 소독하는 것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퀘스트를 수행해야 했다.
<식량구하기!>
애벌래를 잡는 것부터, 나무뿌리, 나무타고 올라가서 열매채집하기, 독버섯과 식용 버섯 구분하기, 물고기 잡기, 올무와 덫으로 사냥하기, 화살 만들기, 돌칼 만들기 등등으로 사냥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은신처 및, 잠자리 만들기!>
나무 위, 땅 파고 비트 만들기, 바위 아래에 은신처 만들기 등등의 퀘스트를 수행해야 했다. 레벨이 1도 되지 않아서 커다란 나무는 들기도 힘들었고, 나무도 쉽게 올라가지 못했다. 때문에 어떻게 해야 힘들이지 않고 나무를 올라갈 수 있는 지도 배웠다. 덩굴을 꼬아서 줄을 만들고 오르기 쉬운 나무를 선택해서 줄을 이용해 안전하게 올라가는 퀘스트였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스륵!
“엄마!”
저녁이 되자 퇴근을 한 부모님들이 오셨다. 잠을 자고 아침에 나온 것이지만 강철은 몰랐다.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었고, 새로운 세계인 가상현실에서 어떻게 퀘스트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 하였다. 몇 시간을 놀다가 부모님이 다시 잠자리에 들자 강철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오늘은 명상과 집중이다.>
“명상이요?”
<네가 가상현실에서 깨어나면 몸 상태가 최악일 것이다. 명상을 통해서 새로운 육체에 있는 정보를 네 것으로 만들어야 새로운 언어를 익힐 수 있고, 그곳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때 많이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게임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시스템이요?”
<정확히는 나도 잘 모른다. 네가 직접 경험해 보는 수밖에 없다. 너는 베타 프로젝트의 첫 번째 참가자이다. 가상현실이지만 실제로 현실인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고 메인 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네.”
<명상에서는 호흡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시작한다.>
“네.”
<숨을 배로 천천히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뿜으면서 상상을 합니다. 자신은 아프지 않는 나무와 같다고.>
강철은 호흡을 하면서 자신은 하늘을 나는 새, 바위, 파도, 잔잔한 호수, 거친 바람 등등을 상상하는 명상법에 대해서 배웠다. 그리고 연상법을 배우면서 어떻게 하면 쉽게 외우고, 정보를 머리에 저장하는 기술에 대해서 배웠다. 자신의 머리를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를 여러 개 그리고 그 안에 연상되는 기억들을 하나씩 넣어두는 방식이었다.
<다음은 특전 무술이다.>
“무술이요?”
<너는 지금 어린아이 몸이지만 그곳에서의 몸은 어른일수도 있고, 아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와 달리 양육강식의 세계다. 최소한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기술 몇 가지는 배워야 한다. 먼저 던지기다. 던지는 종류는 흙, 돌멩이, 나무 등등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다.>
“예.”
강철은 흙 뿌리기, 돌 던지기, 단검 던지기, 급소 차기, 비틀기, 낙법 등등에 대해서 가장 쉬운 것들로만 배웠다. 그리고 튜토리얼을 통해서 인간과 싸우는 퀘스트도 하였다.
* * *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강철은 홀로그램으로 된 산속에서 마지막 미션을 하고 있었다. 이 미션을 끝으로 튜토리얼이 끝난다. 그러면 새로운 차원이라는 현실 같은 가상현실로 들어가야 한다. 어린 강철이 받아드리기엔 너무 심각한 내용들이고 무서웠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하셨지.’
강철의 아버지는 특수부대에서도 정예에 속하는 무술교관으로 특공무술의 달인이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강철은 어려서부터 무술을 배우면서 자랐다. 덕분에 이번 튜토리얼은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었다.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팔굽혀 펴기, 턱걸이, 토끼뜀, 수영 등을 가르치면서 훈련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게임이라고 생각하라면서 한 말이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었다.
‘게임이건 현실이건 피할 수 없다는 즐기는 수밖에.’
강철은 자신의 몸이 현재 식물인간이 되어 움직일 수 없어서 의식만 가상현실기기에 들어와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부모님을 비롯한 외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악몽이라면 빨리 깨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그 마저도 이제는 할 수 없단다. 스마트 폰 으로 영상통화를 하는 것 같은 대화도 이제 이 미션을 마지막으로 끝이다. 다른 차원으로 가서 죽어서 로그아웃 하기 전에는 현실로 돌아올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로그아웃이 되면 자신의 몸으로 영혼이 돌아가는데 식물인간인 자신이 마법이나 마나연공법으로 약해진 육체를 치유하지 않으면 영혼이 육체에 안착하지 못하고 하루 이내에 죽을 것이라고 했다. 식물인간이 상태이기에 그때는 가상현실기기를 통해서도 부모님과 대화할 수 없다고 했다. 다시 말해 내일이 부모님과 대화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일 것이다.
삭!
강철은 돌 단검을 휘둘러 나무에서 내려와 자신의 목을 물려는 독사의 목을 잘라버렸다. 파충류는 잡기 쉬운 식량이다. 강철은 잡은 독사를 가지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이란 바위틈에 있는 제 2의 은신처다. 토끼 굴처럼 빠져나갈 구멍이 3개나 되는 곳이었다.
‘늑대나 곰, 몬스터는 철저하게 피한다.’
마지막 미션은 1주일동안 식량이나 맨 몸으로 숲에서 생존하는 것이었다. 강철은 1주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 시간으로는 2일이다. 영혼 상태라 시간의 개념이 없는 강철이다. 잠도 그냥 피곤하다는 의식으로 잠시 눈을 감았다 뜰 뿐이었다.
현재 강철은 온 몸에 진흙을 바르고 있었다. 냄새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는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비트와 은신처, 함정 등을 만들면서 사냥을 하였다.
치직!
화르르!
강철은 나무를 비벼서 불을 만들고 잡은 독사의 껍질을 벗기고 나무에 꽂아서 굽기 시작했다. 주변을 정찰하고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이기에 불까지 피우고 여유 있게 식사를 하였다.
툭!
파바바박!
이때 강철이 만든 함정이 발동되는 소리가 들렸다.
“쿠오오!”
‘오우거다.’
강철은 바로 작은 굴로 들어가서 바람이 부는 반대 방향으로 해서 은밀하게 빠져나갔다.
쿵! 쿵!
오우거는 냄새를 맡으면서 강철을 찾았지만 고기 타는 냄새만 확인하고는 돌아갔다.
<미션 컴플리트!>
오우거에서 살아남자 마지막 미션을 완수 했다는 알림음이 들려왔다. 드디어 튜토리얼 과정이 끝난 것이었다.
<철아!>
<잘 갔다 와라.>
강철의 어머니 서혜선은 계속해서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안아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무뚝뚝한 아버지의 눈도 붉어졌다.
“갔다 올게요.”
강철은 슬픈데도 눈물이 흐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부모님의 홀로그램이 점차 사라지고 거대한 빛의 구체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빛의 구체는 강철의 몸을 삼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