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2 1. 베타 테스트 =========================================================================
1. 베타 테스트
위이잉!
구름 위로 거대한 여객기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정말 우리 아들이 살아날 수 있을까?’
강철의 부모님은 비행기 안에서 가장 좋은 퍼스트 클래스에 앉아 있었다. 강철의 아버지는 대한민국 군인으로 특수부대 상사다.
“위스키가 맥주, 포도주가 있는데 한 잔 드릴까요?”
“위스키로 한잔 주십시오.”
스튜어디스의 말에 강철의 아버지 강현수는 생각에서 깨어나 위스키를 언더 락으로 마셨다. 외아들인 강철이 식물인간이 된 지도 벌써 3년이 흘렀다. 병원비 때문에 퇴직금도 미리 당겨쓰고, 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았다. 그리고 부인도 파출부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었지만 더 이상 아들을 고생시키지 말고 보내 주자는 주변인들의 말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때 미국에서 병원비와 실험 참가비로 1억을 준다고 하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참가 신청서를 냈다. 그러자 합격 통지서가 왔고, 실험을 지켜본다는 조건하에 승낙을 하였다. 혹시라도 아들을 해부하여 장기 밀매라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가 보면 알겠지.’
강현수는 군인이기에 휴가를 내고 부대장의 허락을 받은 후에야 미국으로 올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으로 퍼스트 클래스로 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N 제약 회사의 호의였다.
“여보. 정말 우리 철이가 살아날 수 있을까요?”
“희망을 가져봅시다.”
강현수가 탄 여객기는 뉴욕의 케네디 공항에 착륙을 하였다. 강현수 부부는 입국 수속을 마치고는 마중 나온 N사 직원의 차를 타고 N 빌딩으로 향했다. 그들의 앞에는 아들이 탄 엠블런스가 가고 있었다.
‘다행이군.’
혹시라도 사막에 있는 비밀 지하 기지라도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지만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초고층 빌딩으로 안내되자 조금은 안심하는 강현수 부부였다.
“따라오십시오.”
강현수 부부는 N사 직원을 따라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서류 작성을 마치고 특수 침대에 누워 있는 아들을 따라 103층에 있는 병실로 안내되었다.
위이잉!
띠띠!
병실로 들어가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우주인들이 만든 그런 홀이 나타났다. 어떻게 보면 외계인의 우주선 조종실처럼 보이고, 어떻게 보면 미래의 병실처럼 보이는 그런 곳이었다. 다행이라면 최첨단 컴퓨터들과 의학기기들로 보이는 각종 장비들이 보이고, 의사들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아서 조금 안심이 된다는 것이었다.
‘여기라면 우리 아들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강철의 부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왔는데 점차 희망이 커지는 기분이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강철의 부모는 직접 아들이 누워 있는 캡슐처럼 보이는 의료 장비를 보았다. 병원에서 보던 그대로 수많은 선들이 연결되어 아들의 생존을 도와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있습니까?”
“예. 모두 10대의 기기들이 있습니다. 우선 이 계약서를 읽어 보시고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예.”
강철의 부모는 통역사가 붙어 있었기에 한국어로 번역된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 보았다. 계약서 중에는 보안 서약서도 있었다. 아들의 치료 기간은 3년 정도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치료 가능성은 10%이고, 언제든지 하루 10분 정도는 면회가 가능하다는 점도 있었다. 불시에 찾아와도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에 강철의 부모는 계약서에 싸인을 하였다.
“안녕하십니까? 강철군의 치료를 담당하게 된 도널드 박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강철의 부모는 박사라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회사의 기밀 사항입니다. 만약 비밀을 폭로하게 되면 수천억 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아들의 치료와 관계된 사항입니까?”
“예.”
“비밀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을 믿지만 완벽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는 두 분을 한국으로 보내 드릴 수 없습니다.”
“네?”
도널드 박사의 말에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이 계약서에 서명을 하시면 미스터 강은 우리 회사의 경비로 특채가 될 것이고, 부인께서는 미국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신 후에 초등학교의 교사로 채용되어 이곳에서 생활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도 언제든지 여행을 할 수 있지만 그때는 감시 요원이 두 분을 따라다니게 됩니다. 그리고 외출 시에는 이 특수 도청 장치를 착용한 상태로 다니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요원들이 제재를 받게 됩니다. 잘 생각하시고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
서명을 하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강철의 부모는 갈등을 하였지만 아들을 위해서 결정을 하고는 서명을 하였다.
“됐습니까?”
“예. 그럼, 기밀 사항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어떤 비밀입니까?”
“두 분은 오늘 아드님과 이야기를 하실 수 있습니다.”
“네?”
“오늘 치료가 가능하다는 뜻입니까?”
박사의 말에 강철의 부모는 깜짝 놀랐다.
“치료는 아닙니다. 미국 국방부에서 개발한 가상현실기기를 통해서 아드님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즉, 두 분은 전화통화를 하듯이 컴퓨터 통해서 강철군과 대화를 하게 됩니다. 다만 아드님이 가상현실로 들어가면 다시 현실로 나올 확률이 10%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아드님의 영혼을 가상현실 세계로 불러들인 다음 다른 차원으로 영혼을 보내서 그곳에서 아드님을 치료할 수 있는 자료를 얻어오게 할 생각입니다.”
“영혼을 다른 차원으로 보낸다고요?”
“치료가 목적이 아니라 다른 차원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한 실험이군요.”
도널드 박사의 말에 강철의 부모는 안색이 굳어졌다.
“굳이 부인을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차원에서 의식불명의 상태에서 다시 깨어나는 비법을 찾아오지 않는다면 다른 차원의 비밀도 알아낼 수 없으니 첫 번째 목표는 치료가 우선입니다. 만약 원하지 않는다면 실험을 거부하고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다른 차원으로 가지 않고 가상현실기기를 통해서 대화만 할 수는 없습니까?”
“육체에서 영혼이 떠나면 식물인간 상태일 때보다도 더 육체의 상태가 빨리 망가집니다. 때문에 첨단 의료 장비를 가지고도 육체를 지탱할 수 있는 시간은 3년 정도입니다. 또한 이 첨단 기기는 10대뿐입니다. 10명의 실험자들 중의 한명만 성공해도 나머지 실험자들을 치료할 수 있기에 확률이 10%로 정도로 올라갑니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빠지면 확률이 더 내려가니 아드님에게만 특혜를 드릴 수 없습니다.”
“……!”
도널드 박사의 말에 강철의 부모는 고민했다.
“만약 아들이 거부하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이 기계는 처음에는 자원한 특수요원들이 실험을 했습니다. 다른 차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가상현실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가서 체험을 하고 나오는 실험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상현실로 들어갔다고 다시 깨어나는 확률이 10%였습니다. 몸이 튼튼하고 정신력이 강하며, 나이가 어릴수록 깨어날 확률이 높았습니다. 현재 아드님은 어리지만 육체가 쇠약한 상태라 가상현실로 들어갔다가 다시 깨어날 확률은 99.9%로 정도입니다.”
한 번 가상현실로 들어가면 무조건 죽는다는 뜻이다.
“가상현실에 들어간 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어느 정도입니까?”
“한 달로 잡고 있습니다. 그 한 달 동안 다른 차원으로 가서 생존하는 방법 등을 교육해야 하기에 두 분에게 많은 시간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우선은 하루 정도는 시간을 줄 수 있지만 나머지는 훈련 과정에서 쉴 때만 두 분에게 많은 시간을 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매일 아침 저녁으로 1시간 정도 같이 대화할 수 있습니다.”
“더 시간을 주실 수 없습니까?”
식물인간이 된 아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강철의 어머니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도 더 오래 아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너무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면 실험이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최대한 빨리 다른 차원으로 영혼을 보내야 합니다. 또한 성공 확률을 위해 많은 교육을 해야 하니 두 분에게 많은 시간을 드릴 수도 없습니다.”
“다른 차원으로 갔던 영혼은 어떻게 돌아옵니까?”
“그곳에서 죽으면 영혼은 바로 현실의 육체로 돌아옵니다.”
“성공한 적이 있군요.”
“예. 다른 차원으로 간 우리 특수요원들의 보고에 의하면 그 세계에는 마법과 마나연공이라는 기사의 비술이 있다고 합니다.”
“보고한 특수요원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떠나 있던 영혼이 없는 상태에서 그의 육체는 많이 망가져 있었습니다. 때문에 다시 돌아온 영혼이 그 몸에 머물 수 있었던 시간은 하루도 되지 못해 많은 정보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마법과 마나연공법을 배워오면 살 수 있습니까?”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라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특수 요원들을 더 보내지 않고 식물인간이 된 사람들을 보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나이가 많은 사람은 성공확률이 1% 정도입니다. 죽을 것이 거의 확실한 임무에 자원할 사람이 있을까요?”
“……!”
도널드 박사의 말에 강철의 부모는 할 말이 없었다. 식물인간이 다시 깨어날 확률은 10만분의 1도 안 된다. 또한 병원비가 많이 들어가기에 초등학교 교사인 강철의 어머니와 직업군인인 강철의 아버지 월급으로도 감당하기기가 불가능해서 빚까지 진 상태다.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해 기적에 매달려야 하는 형편이다.
“다른 차원에서 안 돌아올 확률도 있습니까?”
“네. 돌아온 요원들의 보고에 의하면 그곳에서도 죽은 사람의 몸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은 그곳에서 깨어난 즉시 다시 사망해서 이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만 몇 명은 기적적으로 그곳에서 깨어나 몇 년을 살다가 죽어서 다시 돌아왔습니다.”
“죽음이라면 아들이 고통스럽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곳에서 아들이 다른 차원을 현실이 아닌 게임으로 생각하게 만들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자세한 것은 특급 기밀이라 더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
이 실험에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비밀이 있는 모양이었다.
“우리 아들이 이 실험을 거부하면 어떻게 됩니까?”
“한 달은 시간은 드립니다. 그때까지 두 분이 설득하지 못하면 아드님은 실험에서 제외됩니다. 가상현실기기에서 꺼내면 영혼이 육체로 돌아가지만 다시 안착하지 못할 확률이 99.9%입니다. 그래도 두 분은 우리가 개발한 가상현실기기가 상용화 될 때까지는 비밀 엄수를 위해 우리 회사가 운영하는 학교와 경비 업체에서 일하셔야 합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많은 시간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루만 시간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두 분을 숙소로 모셔다 드려.”
“예.”
도널드 박사의 말에 통역은 강철의 부모를 숙소로 안내해 주었다. N빌딩 내에 있는 숙소로 40평 아파트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다음날 강철의 부모는 시설을 둘러보고 도청 장치를 착용한 상태로 외출까지 해 본 후에야 실험에 응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를 위해 한국에 전화를 하여 상관과 상의도 하였다. 물론 기밀 엄수를 위해 정확하게는 말하지 않고, 아들의 치료를 위해 미국에서 직장을 얻어서 3년 동안 뒷바라지를 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 * *
‘어! 여기가 어디지?’
강철은 다이빙을 하다가 머리를 물속에 있는 바위에 부딪친 것까지 생각이 났다. 그 이후의 기억은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선명하지 않았다.
‘내가 죽은 것인가?’
강철은 겁이 났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하얀 빛만 보였다.
<강철아! 들리니?>
“엄마?”
이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몸도 마치 연기로 만들어진 것처럼 이상했다.
스르르!
이때 빛 속에 문이 만들어지더니 저절로 열렸다. 강철은 문 밖으로 나갔다. 푸른 하늘과 초록빛 잔디와 나무, 그리고 꽃밭과 호수가 보였다. 그런데 하늘에는 해가 떠 있지 않았고, 꽃밭과 잔디에 곤충도 없었다. 마치 죽어 있는 그림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스륵!
이때 잔디밭에 엄마와 아빠가 생겨났다.
“엄마! 아빠!”
강철은 기뻐서 달려들었다. 그런데 홀로그램처럼 그냥 통과가 되었다. 그것은 자신의 몸도 마찬가지였다. 홀로그램인 엄마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
“엄마! 나 죽은 거야?”
겁이 난 강철이 억지로 용기를 내서 말했다.
<아니! 다만 강철이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있어.>
강철의 어머니는 옆에서 전문가인 의사가 충고한 대로 대답을 해 주었다. 무뚝뚝한 강철의 아버지는 먼 산만 보고 있었다.
“그럼, 여기는 어디야?”
강철은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강철이 게임 해 봤지?>
“그럼.”
<여기는 가상현실게임 속이야.>
“여기가 컴퓨터 속이라고?”
이곳에 게임 속이라는 말에 강철은 흥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철이가 많이 아파서 말을 할 수 없기에 컴퓨터를 통해서 네 의식과 대화를 하는 거란다.>
“그럼, 나 이제 현실에서 깨어나지 못해.”
자신이 아프다는 말에 다시 걱정이 드는 강철이었다.
<아니.>
“그럼, 나 현실에서 일어날래.”
<바로는 힘들단다.>
“그럼 언제 일어날 수 있어?”
<전문가이신 박사님이 알려주실 거야. 박사님 말씀대로 하면 빨리 일어날 수 있을 거야. 박사님 말씀대로 할 수 있지?>
“네.”
강철은 조금 시무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스르르!
허공에 의사 가운을 입은 도널드 박사가 나타났다.
<안녕! 나는 네 의사박사이자 공학박사인 도널드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너 게임 좋아하지?>
“네.”
<현재 현실의 네 몸은 식물인간 상태다. 현실의 육체를 고치기 위해서는 네가 가상현실에서 퀘스트를 완수해야 한다.>
“게임에서 퀘스트를 완수하면 현실의 몸을 고쳐서 깨어날 수 있나요?”
<그래. 잘 할 수 있겠니?>
“네. 와! 신난다.”
부모님 몰래 컴퓨터로 많은 게임을 한 강철이다. 그런 게임을 가상현실로 할 수 있다니 너무 좋았다.
<본격적인 퀘스트를 하기에 앞서서 튜토리얼을 통해서 게임 방법을 공부해야 한단다. 할 수 있지?>
“네.”
게임을 한다는 말에 자신의 처지도 잊고 좋아하는 강철이다.
<본 게임에 들어가면 부모님도 볼 수 없고, 퀘스트를 완수할 때까지는 로그아웃이 되지 않는 게임이란다. 그리고 현실과 똑 같아서 게임처럼 느껴지지도 않는단다.>
“엄마를 볼 수 없다고요?”
다시 불안해지는 강철이다.
<우선 일주일 동안 튜토리얼을 하면서 쉬는 시간에는 부모님과 대화를 하면서 보낼 수 있단다. 궁금한 것은 부모님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럼, 내일 보자.>
도널드 박사의 영상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