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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39화 (528/528)

〈 439화 〉 [438화]5성

* * *

도미닉 경이 미스터 노바를 따라 행정부의 모처, 5성 쇼케이스... 아니, 시험이 있을 장소로 이동하고 있을 때, 도미니아 경은 4성 심사를 치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얀슨 부인. 아니, 처음이라고 해야 하나요?"

"심사 위원들은 과거와 미래의 구분이 없으니 오랜만이라고 해도 됩니다, 도미니아 경. 그나저나 이렇게 오셨다는 소리는... 4성 심사를 보시겠다는 뜻이겠군요?"

"네!"

미래의 도미니아 경은 얀슨 부인이라고 불린 심사 위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애초에 이것 모두 요식 행위에 불과하지만 말이죠. 자, 여기 4성입니다."

"?"

도미니아 경은 정말 갑작스럽게 4성을 건네준 얀슨 부인의 태도에 의문을 가졌다.

도대체 4성을 이렇게 쉽게 주는 이유가 무엇이라는 말인가?

"도미니아 경이 있는 시간대에서 얼마 전에 초월 3성이 나와서 말이죠. 기존 4성에 대해서는 완화시키라는 방침이 내려와서 말입니다."

"엥."

도미니아 경은 얀슨 부인의 말에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그 말인 즉, 4성의 가치가 폭락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 사실을 깨달은 도미니아 경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얀슨 부인에게 말했다.

"그래도 4성이 그리 많지는 않겠죠?"

"글쎄요. 미래에 좋은 직장을 얻으려면 일단 5성은 되어야 한다는 게 정론이라..."

도미니아 경은 얀슨 부인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의 파워 인플레이션이란!

지금 시간대에서는 2~3성만 되어도 직업을 구하기 수월하다는데, 미래에는 5성이 되어서야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었다.

고작해야 몇 세대 내로, 엄청난 파워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이는 현재의 사람들은 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얀슨 부인이 시간대를 초월한 이여서 그렇지, 안 그랬더라면 검열에 검열이 이어졌으리라.

물론, 지금도 검열은 충실히 되고 있었다.

대개, 욕설에 대한 필터로 말이다.

결국, 얀슨 부인은 도미니아 경의 꿍얼거림을 더 듣기 힘들었던지 축객령을 내렸다.

"4성이 되었으니, 이제 나가서 일 보세요. 저도 다음 사람 심사해야 해서 바쁘답니다."

"아, 네."

도미니아 경이 밖으로 나오자, 그곳에는 카게야샤가 있었다.

"어떻게 되었느냐?"

"4성은 되긴 했어요. 되긴 했는데..."

"쉽지?"

"...네."

돈 카게야샤는 도미니아 경이 왜 저리 시무룩해 하는지 이해했다.

요즘 세상... 아니, 돈 카게야샤와 도미니아 경의 시대에서는 2~3성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다.

대략 도미닉 경의 시대와 성급 하나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되었다.

"인플레이션이 좀 심하긴 하네요."

"그러니까. 그래도 4성을 찍었으니, 적당한 직장을 구할 순 있겠구나."

"그럼 뭐 해요. 대기업은 들어가지도 못 하는데."

"...?"

"이번에 초월 3성이 나왔대요. 그래서 4성에 대한 걸 완화시키면서 대기업은 5성 이상만 뽑는다고 하네요."

"저런."

돈 카게야샤는 진심으로 도미니아 경을 안타깝게 여겼다.

돈 카게야샤는 그래도 부자인 아버지 밑에서 일하면서 온전히 좋아하는 것에 매진할 수 있었지만, 도미니아 경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희 할아버지에게 부탁하면 좋을 텐데."

"그랬다간 엄마한테 죽을 걸요."

도미니아 경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돈 카게야샤는 도미니아 경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녀는 어렸을 때 금전 감각을 확실히 깨쳐야 나중에 고생을 안 한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실, 이는 그녀의 배우자... 그러니까 도미니아 경의 아버지의 영향이 너무 컸다.

도미니아 경의 아버지는 너무나도 부자인 도미니아 경의 할아버지 탓에 금전 감각이 심각할 정도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도미니아 경의 어머니는 도미니아 경의 금전 감각을 혹독하게 키웠고, 그 덕분에 도미니아 경은 이토록 돈에 시달리는 삶을 사는 것이었다.

그렇게 돈 카게야샤가 도미니아 경의 푸념을 들어 주고 있을 때, 메리와 미네르바도 심사를 마치고 나왔다.

"아, 미네르바! 심사는 어땠어?"

"뭐, 무난했지. 4성 심사가 쉬워져서 금방 통과되었어."

"나도 마찬가지."

셋은 그렇게 무난하게 모두 4성이 될 수 있었다.

이는 돈 카게야샤와 같은 급이었지만, 돈 카게야샤는 탈 4성급 성능을 가진 딜러였으며 5성 심사를 준비 중인 사람이었기에 비교하기엔 좀 무리가 있었다.

"아무튼, 이제 4성은 찍었으니 돌아가도 좀 덜 혼나겠죠?"

도미니아 경이 돈 카게야샤에게 물었다.

"뭐, 그럴지도."

돈 카게야샤가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도미니아 경 어머니의 성격을 생각하면 고작 4성을 찍었다고 덜 혼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도미니아 경에게 희망을 줘야 집으로 돌아가든 말든 할 것 아닌가.

"음?"

돈 카게야샤는 도미니아 경을 안심시키다가, 문득 저 멀리 익숙한 누군가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바로 도미닉 경이었다.

도미닉 경은 노란색 머리를 세 갈래로 세우고 노란 수염을 두 갈래로 세운 기묘한 남자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돈 카게야샤는 그것을 보고 바로 도미닉 경이 무엇하러 가는지 알아차렸다.

지금에는 보기 드문 것이지만, 미래에는 자주 보이는 일이었으니까.

"맙소사. 이게 오늘이었구나?"

"...? 뭐가요, 삼촌?"

"네 할아버지 5성 되는 날 말이다."

"!"

"!"

돈 카게야샤의 말에 도미니아 경과 메리가 거의 동시에 깜짝 놀랐다.

도미니아 경은 도미닉 경의 손녀라서 그렇다고 쳐도, 메리는 왜 같이 놀란다는 말인가?

"뭐야. 도미닉 경을 보러 가고 싶은 거냐, 메리?"

"...네."

메리는 산탄총에 달린 도미닉 경 열쇠고리들을 매만지며 얼굴을 붉혔다.

사실, 메리는 도미닉 경의 아주 큰 팬이었다.

메리의 시대에서 도미닉 경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탱커라는 소리가 가끔 나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최고의 탱커 중 하나였다.

메리는 같은 탱커로서 그런 도미닉 경을 흠모하고 존경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그렇다면 가 보자."

"네?"

메리는 돈 카게야샤의 말에 당황하며 버둥거렸다.

돈 카게야샤의 말이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다.

"잠시, 잠시만요...! 잠시 호흡을 고를 시간을 좀­"

"...? 그냥 보러 가는데 호흡을 고를 필요가 뭐가 있나?"

돈 카게야샤는 메리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겼다.

그러나 도미닉 경의 아주아주 큰 팬인 메리로서는, 도미닉 경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치명타!

심각할 경우, 호흡 곤란으로 쓰러져 버릴 수도 있는 아주 큰일인 것이다.

도미닉 경을 영접하기 위해선, 우선 심호흡하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한 뒤, 다시 한번 마음의 준비하고 나서야 알현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까 잠깐만 기다려줘요, 삼촌. 지금 약식으로 심호흡이랑 마음의 준비만이라도 할 테니까요."

메리는 그렇게 말하며 심호흡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양 뺨을 두어 번 내려치더니, 이내 완전히 달라진 눈빛으로 돈 카게야샤를 바라보았다.

"좋아요. 준비 되었어요, 삼촌."

"진짜 유난이란 유난은..."

도미니아 경은 메리의 행동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

도미닉 경은 미스터 노바의 안내받아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도미닉 경의 5성이 확정된 순간부터, 도미닉 경의 특별한 시험이 치러질 특별한 경기장이 세워지고 있었습니다. 아마 지금쯤 완성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미스터 노바의 말대로, 콜로세움은 현재 다른 이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오로지 공사를 담당하는 인부와 감독관들만이 드나들고 있었다.

마무리가 끝났는지 청소부와 콜로세움 직원들이 내부로 들어가 정리하는 모습이 저 멀리에서도 보일 만큼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일할걸 그랬나 싶소."

"뭐, 그래도 지금과 크게 다를 바는 없었을 겁니다. 애초에 사람들을 비워야 하기에 오래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미스터 노바는 어차피 콜로세움의 운영 문제 때문에 오늘 하나 내일하나 크게 다를 바 없을 거라고 말했다.

도미닉 경은 미스터 노바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더니, 그 말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게 생각하면 크게 차이가 없구려."

"게다가 사람들도 많이 궁금해할 겁니다. 새로운 5성의 성능이 어떤지 말이죠."

5성이 나온 건 정말 오랜만이니까요. 라고 미스터 노바가 말했다.

"자, 이제 다 왔습니다."

미스터 노바의 말에 도미닉 경이 고개를 돌려보았다.

방금 전까지 저 멀리 있었던 것만 같은 콜로세움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아무래도 대화하며 걷다 보니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 모양이다.

"이제 들어가서 직원들의 안내받아 대기실로 가시면 됩니다."

"알겠소."

도미닉 경은 미스터 노바에게서 인계받은 콜로세움의 직원들의 안내받아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 내부는 굉장히 평범했다.

쉴 수 있는 의자와 쉬면서 즐길 수 있는 과자와 음료수 정도.

그러나 어떻게 보면, 내부는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의자는 마치 옥좌처럼 된 최고급 의자였고, 놓여 있는 과자와 음료수도 일반적인 금액을 훨씬 웃도는 최고급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과자와 음료수는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도록 가차랜드에서 파는 거의 모든 것을 가져다 둔 상태였다.

"확실히 대우가 다르군."

도미닉 경은 거의 2~30평은 되어 보이는 대기실에 가득한 과자와 음료수, 그리고 놀 거리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가차랜드 다운 스케일이었다.

똑똑똑.

"안에 있나?"

그때, 누군가가 도미닉 경이 있는 대기실의 문을 두드렸다.

도미닉 경은 익숙한 목소리라고 생각하며 대기실의 문을 열었다.

"아, 있었군."

그리고 도미닉 경은, 거구의 무사를 볼 수 있었다.

붉은 갑주에 붉은 가면.

운류 무사시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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