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6화 〉 [445화]가면 무도회
* * *
"맙소사."
행진의 대미는 바로 움직이는 거대한 도미닉 경 동상이었다.
높이만 해도 18미터에 이르는 이 거대한 동상은 자기 스스로 걸어 다닐 수 있었는데, 5성 쇼케이스 당시의 의상을 입은 채 방패와 깃발을 들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동상을 보고 열광했으며, 도미닉 경은 이때만큼 자기가 가면을 쓰길 잘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결국, 도미닉 경은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나고야 말았다.
운류 무사시의 강력한 공격도 버틴 도미닉 경이었지만, 이런 종류의 간지러움은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인파 사이를 빠져나가던 도미닉 경.
그는 문득 다른 두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조금 전의 인파로 인해 서로 갈라져 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도미닉 경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다들 어련히 잘하겠지라고 생각했다.
"뿌!"
"음?"
그때, 도미니아 경은 도미닉 경에게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도미닉 경은 갑자기 도미니아 경이 왜 이러나 싶어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에는 가면 무도회 이벤트 전용으로 만들어진 미니게임이 있었다.
아무래도 도미니아 경은 그 게임이 재미있어 보인 듯싶었다.
"저게 하고 싶은 거냐?"
"아우."
도미니아 경은 도미닉 경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은 다시 한번 미니게임이 있는 곳을 보았다.
반짝이는 불빛, 사람들을 현혹하는 경품.
도미닉 경은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도미닉 경도, 축제를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
"어서 오세요. 미니게임을 즐기러 오신 건가요?"
미니게임 코너 앞에는 신비한 분위기의 직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후드를 쓴 채 수정 구슬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등 뒤에는 여러 가지 목각 인형들이 가득했다.
도미닉 경은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직원은 도미닉 경과 도미니아 경에게 목각 인형 하나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어린 꼬마 아가씨를 안고 있는 제독의 인형이었는데, 도미닉 경은 한눈에 그것이 자기들을 형상화 한 것을 알았다.
그러고 보니 여기가 무슨 게임을 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와 버렸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직원에게 여기가 어디인지를 물었다.
"여긴 무엇을 하는 곳이오?"
"흠. 이곳이 미니게임을 하는 곳임은 알고 있으셨으니 그런 뜻은 아닐 테고. 아마 여기서 무슨 게임을 하느냐는 것이겠지요?"
"그렇소."
"뭐, 간단합니다. 그저... 정치 게임이지요."
"정치 게임?"
"귀족이 되어 반동분자들을 소탕하거나, 반동분자가 되어 귀족들을 숙청하거나 하는 게임이지요."
"흠."
"레트로 그라드에서 꽤 유행하는 게임이랍니다."
물론, 레트로 그라드에서 최신 유행이란 무려 1만 년 단위긴 하지만요. 라고 직원은 작게 속삭였다.
"한 번 하는데 얼마요?"
"아, 참가비는 3000크레딧입니다. 그리고 판돈을 따로 걸 수도 있지요."
"판돈을?"
"네. 아무래도 정치 게임이다 보니, 마지막 승자를 예측하는 도박이 제법 쏠쏠한 편이지요."
그렇게 말하던 직원은 힐끔 도미니아 경을 바라보았다.
"애들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긴 하군요. 죄송합니다."
"아니오."
도미닉 경은 직원의 말에 손사래를 쳤다.
그때, 도미니아 경은 문득 무언가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아우!"
도미닉 경은 도미니아 경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미닉 경은, 그곳에 반짝이는 유리구슬이 가득 든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저건 파는 거요?"
"아, 유리구슬들 말씀이시군요."
직원은 찬장에서 유리구슬들이 가득 든 병을 내렸다.
"이건 경품입니다. 오로지 한 명만 살아남으신 분에게 드리는 보상이지요."
"한 명만 살아남는다?"
"이 게임은 그저 파벌을 나눠서 정치를 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파벌 내에서도 정치가 가능하고, 반대파를 숙청 가능하지요. 그렇게 마지막 최후의 한 명이 된 분에게 드리는... 뭐 그런 겁니다."
물론 1,180가차석에 팔기도 합니다. 게임에 참여한 분에 한해서요. 직원은 그렇게 말하며 키득거렸다.
"음."
도미닉 경은 잠시 도미니아 경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도미니아 경의 시선이 여전히 그 유리 병에 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도미니아 경은 저 유리구슬들이 참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결국, 도미닉 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굳혔다.
"참가하겠소. 여기 3,000크레딧이오."
"아, 좋습니다. 마침 잘되었군요. 일곱 자리... 아니, 이제 마침 한 자리만 비어 있던 방이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말한 직원은 수정 구슬이 있는 책상 아래에서 보드판을 꺼냈다.
"자, 이제 방금 드렸던 그 목각 인형을, 여기에 올려 두시면 됩니다. 그럼 바로 방으로 보내드리죠..."
도미닉 경은 손에 들고 있던 목각 인형을 보드판 위에 올렸다.
그러자...
도미닉 경은, 어지러운 감각과 함께 보드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확실히 돈을 쓴 티가 나네요."
미래의 도미니아 경은 근처 노점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중얼거렸다.
도미니아 경은 화려한 불빛으로 빛나는 가차랜드의 전경을 바라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뭐, 한두 푼 쓴 것도 아니니 말이다."
돈 카게야샤는 자꾸 흘러내리는 가면을 올려 쓰며 말했다.
야차 가면을 벗고 다른 가면을 쓰면 될 것을, 미련하게도 두 겹으로 가면을 쓴 것이다.
"그나저나 축제인데, 뭐 더 즐길 거리가 없을까?"
미네르바가 다른 이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먹는 것과 보는 것 외에, 즐길 거리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든단 말이지..."
"그럴지도."
도미니아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때, 도미니아 경은 마침 재밌어 보이는 노점을 발견했다.
그곳은 신비한 분위기의 노점이었는데, 노점의 위에는 미니게임이라는 허름한 간판이 있었다.
"미니게임인가."
돈 카게야샤는 요즘... 아니, 미래에는 보기 드문 미니게임 노점을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이런 건 역시, 이때가 아니면 즐기지 못하겠죠?"
도미니아 경이 돈 카게야샤를 보며 말했다.
"우리 한 번 저거 해 보는 거 어때요?"
"무슨 게임일 줄 알고?"
"뭐든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요?"
돈 카게야샤는 도미니아 경의 말에 설득되었다.
확실히, 미래에는 보기 드문 노점이었으니 지금이 아니라면 경험조차 하기 힘들지 않겠는가.
도미니아 경은 나머지 사람들도 가볍게 설득했다.
사실 이미 메리와 미네르바도 처음 보는 미니게임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설득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럼 한 번 가 볼까요?"
도미니아 경은 신비로운 노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음."
도미닉 경은 그다지 크지 않은 방 안에서 정신을 차렸다.
도미닉 경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아무래도 여기는 굉장히 고풍스러운 귀족의 방인 것 같았다.
"여긴 도대체 어디지? 아, 맞아. 도미니아 경은?"
도미닉 경은 우선 도미니아 경을 찾았다.
다행스럽게도 도미니아 경은 도미닉 경의 옆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조금 위화감이 드는군."
도미닉 경은 도미니아 경을 바라보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도미니아 경은... 어째서인지, 굉장히 작아져 있었다.
아니, 어린아이였으니 원래부터 작은 것은 맞았으나, 지금은 거의 주머니에 쏙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은 상태였다.
"도미니아 경?"
"하뿌?"
도미니아 경은 도미닉 경의 말에 반응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도미닉 경을 한참 올려다보더니, 이내 눈을 비비고 이렇게 말했다.
"도샤?"
아마 동상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겠지.
지금 도미닉 경과 도미니아 경의 차이는 그만큼이나 명백했다.
"아니, 할아버지가 맞다."
"하뿌...!"
도미니아 경은 도미닉 경의 말에 깜짝 놀란 듯했다.
그러나 이내, 도미니아 경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도미닉 경의 다리에 폭 안겼다.
"하뿌. 아나조."
도미닉 경은 그게 무슨 뜻인지 한참을 생각한 이후에야 안아달라는 뜻임을 알아차렸다.
도미닉 경은 너무나도 작아져 도미닉 경의 복숭아뼈에 겨우 닿는 도미니아 경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도미니아 경은 갑자기 시선이 높아지자 잠시 무서워하더니, 이내 높아진 시선이 신기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도미닉 경은 도미니아 경이 한눈을 판 사이, 방안 곳곳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별 특이한 점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도미닉 경은 아직 게임이 시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가면 무도회]
[NEGA]
[시작.]
[당신은 귀족!]
[불순분자들을 색출하라!]
도미닉 경은 역대급으로 간단하고, 역대급으로 불친절한 시스템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군."
도미닉 경은 자신이 귀족이라는 사실 외에 다른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한 체 그저 멍하게 서 있기만 했다.
아마 도미니아 경이 무언가를 찾지 못했더라면, 도미닉 경은 그저 하염없이 서서 시간만 보냈으리라.
"하뿌! 이거!"
"음?"
도미닉 경은 도미니아 경의 말에 도미니아 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증거 찾기]
[이동하기]
[추리하기]
도미닉 경은 그제야 이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 게임은, 증거를 찾아 상대를 제거해나가는 정치형 추리 게임이었다.
"이제야 뭘 좀 알 것 같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도미니아 경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고맙다, 도미니아 경."
"아부."
도미닉 경은 도미니아 경에게 칭찬을 한 뒤, 바로 증거 찾기를 눌렀다.
그 순간, 도미닉 경이 있는 방의 문이 열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