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2화 〉 [441화]5성
* * *
운류 무사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격을 준비했다.
상대방의 방어도를 완벽히 관통하는 특성.
근접 딜러 특유의 믿을 수 없는 피해량.
대태도라는 무기의 넓은 공격 범위.
그리고 운류 무사시가 지금까지 꾸준히 수련하며 얻은 깨달음들과 기교까지.
이 일격은 운류 무사시의 모든 정수가 담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고, 완전한 일격이었다.
운류 무사시는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아니,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고 착각할 만큼 빠른 검격이었다.
도미닉 경은 운류 무사시의 검격을 보지도 못했다.
글쎄. 어디로 휘둘렀는지 조차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도미닉 경은 그가 무언가를 했다는 사실은 알아차렸다.
도미닉 경의 시야에 사선으로 실금이 보였기 때문이다.
스릉.
하는 서슬 퍼런 소리는 그 이후에 들려왔다.
이 소리는 도미닉 경만 들은 것이 아니었다.
콜로세움에 있는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었다.
"...도대체 방금 무슨/ 소리였지?"
"뭔가... 갈라지는 /소리였는데..."
"어? 잠깐만. 말/이 왜 이렇게 나오지?"
운류 무사시의 검은 차원을 가르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벨 수 있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방비를 무시할 수 있다.
...라는 말은, 반대로 말하자면 그의 일격은 가르지 못할 것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것이 목소리든, 차원이든, 혹은... 도미닉 경이든.
운류 무사시는 대태도를 한 바퀴 빙글 돌리며 검신을 털어냈다.
그가 키가 매우 큰 무사였기에 가능한 세레모니였다.
"이게 바로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예우일세, 도미닉 경."
그렇게 말한 운류 무사시는 땅에 떨어진 검집을 주워, 다시 대태도를 납도했다.
"그럼, 버텨보시게."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대태도가 완전히 납도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베어졌다.
...
운류 무사시는 자타가 공인하는가차랜드 최고의 근접 딜러였다.
그는 방어 무시 피해, 빠른 공격 속도, 그리고 무시무시한 피해량을 모두 가진 최고의 딜러였으며, 이는 그가 5성을 찍은 뒤에 정점을 찍었다.
5성이 된 이후, 그는 베지 못할 것이 없었다.
...물론 그의 아내 이치코와 그의 딸 히메, 그리고 츠키는 제외하고 말이다.
그는 다시금 허리춤에 대태도를 매달았다.
일 합으로 끝나는 시험이었으니, 더 이상 검을 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늘에 실선이 그어져 그 광대한 구역을 나누었다.
땅이 갈라져 계단처럼 층계가 생겨났다.
바다가 갈라져, 순간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길이 만들어졌다.
아니, 이건 선이 만들어졌다는 것의 문제가 아니었다.
세로로 갈라진 금은 쩌억 갈라져 차원의 틈새를 보여 준 뒤 다시 봉합되었다.
마치 원래부터 갈라진 적이 없었다는 듯이.
이것은 운류 무사시가 얼마나 기교가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예였다.
베인 곳이 얼마나 깔끔한지, 베인 줄도 모르고 다시 붙어 버리는 경지.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운 경지의 공격이었다.
그런 일격을, 이렇게나 빠르게 준비했음에도 운류 무사시는 숨 하나 거칠어지지 않았다.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재능이 넘치는지, 그리고... 얼마나 세상에게 사랑을 받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 일격을 버틴다면... 아니, 의미가 없을 것 같군."
운류 무사시는 당당하게 선 자세로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몸에 사선으로 실선이 그어져 있는 도미닉 경을 말이다.
"베였다는 사실조차, 이렇게 늦게 알아차리니 말일세."
도미닉 경은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자신이 '베였다.'라는 걸 알았다.
"대단하구려."
도미닉 경이 운류 무사시에게 말했다.
"이 정도의 일격을 상대가 알아차리지도 못하게 행할 수 있다니."
도미닉 경은 진심으로 운류 무사시에게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말은 틀렸소."
도미닉 경은 검을 들어 눈앞에 보이는 실금을 치워내었다.
그 실금은, 아주 쉽게 도미닉 경의 앞에서 쓰러졌다.
그리고 땅에 실선이 닿자마자 그 실선은 마치 유리가 깨지는 것처럼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져나갔다.
운류 무사시는 그것을 보고 나서야 도미닉 경에게 무언가 숨겨진 한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확실히 위험한 일격이었소, 운류 무사시 공."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그러자 아직 남아 있던 무언가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져나갔다.
도미닉 경은 그 반짝거리는 파편 잔해의 비 속을 저벅저벅 걸으며 운류 무사시의 앞에 섰다.
"하지만 이게 정말 최고의 예우였다면... 운류 무사시 공."
도미닉 경은 방패를 들어 올렸다.
운류 무사시의 일격을 파훼했으니, 이제 도미닉 경의 일격을 보여 줄 차례였다.
"아무래도... 나는 오늘 최고의 시험을 치르게 된 것 같소."
"....하하하하하!"
운류 무사시는 도미닉 경의 말에 크게 웃었다.
"그렇군. 그랬어. 이건 내가 오만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운류 무사시는 무언가 알아냈다는 듯 계속해서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설마, 아니, 확실히 탱커라면 그런 기술 하나쯤은 있어야겠지! 하하하!"
"...알았소?"
운류 무사시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도미닉 경의 시선에 겨우 웃음을 멈출 수 있었다.
"모를 리가 있나. 아니지, 이건 내가 틀렸을 수도 있겠군. 그러니 내가 자네에게 정답을 말해보지."
운류 무사시는 도미닉 경에게 자신이 생각한 정답을 말했다.
"아마도, 보호막이겠지?"
도미닉 경은 운류 무사시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
몇 분 전, 콜로세움 대기실.
도미닉 경은 전장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자기 상태를 점검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하지 않았던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이미 도미닉 경은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운류 무사시가 방어력을 무시하고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가차랜드 최고의 근접 딜러라는 사실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도미닉 경은 자기 상태를 아는 데 더욱 주력했다.
5성이 된 이후, 아직 자기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미닉 경은 오랜만에 특성창과 특수 기술창을 열었다.
[[탱커] : 어머니는 말했죠. 튼튼하게만 자라라. 어머니의 말씀을 너무 들은 결과, 너무 튼튼합니다!]
[[기수] : 이 능력을 갖춘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버프를 줄 수 있는 대신 배치 코스트가 1 늘어납니다.]
[[탱커][기수] 시너지 : 모든 피해를 15.75% 만큼 감소시킵니다.]
[[시네마틱] : 배치 코스트가 1 증가합니다. 대신 멋있습니다!]
도미닉 경은 아주 오랜만에 이 창들을 열어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는 실제로도 그랬다.
도미닉 경은 천천히 이 모든 것들을 한 번 씩 다시 훑어보았다.
예전의 기억과는 조금씩 다른 설명들.
아마 베타 테스트로 넘어오면서 약간씩 조정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밸런스 문제로 자잘한 너프 같은 것을 자주 받았던 도미닉 경이 아니던가.
최근에는 밸런스에 대해서 관심이 거의 없었으니, 몇몇 부분이 이상하더라도 특이할 것은 없었다.
"음?"
도미닉 경은 마지막 특수 기술 [시네마틱]까지 훑어본 뒤에 그 아래에 또 하나의 특수 기술이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맙소사."
도미닉 경은 새로운 특수 기술을 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새롭게 생겨난 특수 기술은 도미닉 경이 꼭 필요하던 것 중 하나였으니까.
[[반응성 장갑] : 현재 체력의 5(10★)% 이상의 피해를 한 번에 입을 위기에 처한 경우, 최대 체력의 15(10 ★)%에 달하는 보호막이 즉시 생성되어 피해를 막습니다. (대기시간 15(20★)초)]
이 특수 기술로 인해 도미닉 경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탱커로 변모하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도미닉 경은 사실상 군중 제어 기술의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었다.
또한, 높은 스탯과는 별개로 피해 감소 효과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생존기가 굉장히 부실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얻게 된 특수 기술은 그야말로 도미닉 경의 생존 능력을 월등하게 높여줄 마스터피스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도, 오늘 싸울 운류 무사시의 공격 방식을 생각해 보면, 이만큼 효과적인 특수 기술도 없을 것이다.
"하얀 까마귀께서 날 도우시는군."
오죽 했으면, 도미닉 경이 하얀 까마귀를 다 찾았겠는가!
도미닉 경은 그렇게 숨겨둔 한 수를 들고 당당하게 대기실을 나와 전장으로 향했다.
운류 무사시의 한 방을 깔끔하게 막아 낼, 비장의 한 수를.
...
"보호막이 맞소."
도미닉 경이 운류 무사시에게 대답했다.
"과연. 효과는?"
"큰 피해를 입을 때, 보호막이 생성되는 효과요."
"...보아하니 꽤 효율이 좋은 모양인데."
"그렇게 크진 않은 것 같기도 하오. 무사시 공의 공격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으니."
도미닉 경은 무사시에게 겸양의 말을 건넸다.
아니, 사실은 겸양의 말이 아니었다.
도미닉 경은 실제로 운류 무사시의 공격을 받고 거의 빈사 상태에 몰릴 뻔했다.
보호막이 없었더라면, 도미닉 경의 체력은 정말 아주 미약하게 남았으리라.
도미닉 경은 빠르게 차오르는 체력 게이지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튼, 이제 내 쪽의 한 합을 보여줘야 할 차례인 거요?"
"그렇다고 봐야지."
운류 무사시가 도미닉 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운류 무사시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래서, 그대가 보여 줄 한 합은 무엇인가?"
"별 건 아니오."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칼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운류 무사시를 향해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아까 하지 못했던 악수를, 이제 하자는 것이오."
"...뭐?"
운류 무사시는 도미닉 경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리고 이내 도미닉 경의 의도에 불순함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피식 웃었다.
도미닉 경은, 정말로 이 시험이 끝날 때 악수하자는 약속을 지키려던 것뿐이었으니까.
"그래. 악수를 해야지. 약속을 했으니."
운류 무사시는 도미닉 경이 내민 손을 마주 잡았다.
"5성이 된 걸 축하하네, 도미닉 경."
그리고 도미닉 경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그 순간, 콜로세움에서는 이 두 사람이 보여 준 최고의 한 합에 대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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