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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29화 (517/528)

〈 429화 〉 [428화]히어로즈 오브 레전드 후일담

* * *

'홍보의 새 지평을 연 도미닉 경!'

'과도한 폭발과 폭력성, 이대로 괜찮은가?'

'도미닉 경에 대한 1,117가지 사실.'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 언찬트의 떡밥. 무려 2년 만에 공식적인 설정 공개?'

"흠."

도미닉 경은 신문에 실린 도미닉 경의 기사들을 하나하나 읽어 보다가 이내 신문을 접었다.

대개 그럴싸한 말을 풀어 썼을 뿐, 영양가가 없는 기사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단 하나도 맞는 말이 없다는 점에서 신문의 신뢰도가 의심이 가기도 했고.

"맞는 말이 하나도 없네요, 도미닉 경."

"그러게 말이오."

도미닉 경은 바로 지금 도미닉 경의 앞에 앉은 여성의 말에 답했다.

히메였다.

"그래도 하나 맞는 말은 있네요."

히메는 도미닉 경이 아직 읽지 않은 신문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여기, '도미닉 경과 히메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라는 기사요."

도미닉 경은 히메에게서 신문을 건네받아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그 기사는 연애란에 있었는데, 내용은 도미닉 경과 히메 사이에 흐르는 핑크빛 기류에 대한 것이었다.

도미닉 경은 다시 한번 기사가 실린 란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연애란이 맞았다. 연예란이 아니라.

"물론 농담이에요. 도미닉 경과 저는 친구지, 아직 연인 사이는 아닌 거잖아요?"

아직은 말이죠. 히메는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다행스럽게도, 도미닉 경은 히메의 중얼거림을 듣지 못했다.

들었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저런 꼴을 보고도 어떻게든 엮으려고 노력하는 걸 보면 참 대단하지 않아요?"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마음을 떠보듯 그렇게 말했다.

사실, 사진 속의 도미닉 경과 히메는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히메는 게거품을 문 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도미닉 경은 빵빵 터지는 비행선의 폭발에 휘말려 날아가는 중이었으며, 무대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연애와 관련이 되는 건 1도 없는 상황.

아니, 엮일만한 상황은 있었다.

도미닉 경이 폭발에 휘말려 날아간 방향이 히메 쪽이었으니까.

도미닉 경은 히메의 말대로 어떻게든 엮으려고 기사를 써 내려갔을 기자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사진 하나는 잘 찍은 것 같소."

도미닉 경은 연애란에 실린 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당시의 엉망진창인 상황을 잘 표현했으니 말이오."

그렇게 말한 도미닉 경은, 그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

언찬트의 주연 삼인방이 마침내 모이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언찬트가 세상에 나온 지도 어언 2년.

그 사이에 풀리지 않은 떡밥이 얼마나 많았으며,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얼마나 많았던가.

특히나 업적에 목을 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업적작의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는 [???] 세 개는 그 조건마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물론, 이 업적들은 가차업지 컴퍼니에서 초창기 멤버들이 빠져나가 버린 탓에 제작하다 말고 붕 떠버린 것이었지만, 사람들이 그런 걸 알 리 만무했다.

물론 트리거가 될 조건들이 있기에 시스템으로부터 업적으로 인정받아 업적들 사이에 존재하기는 한 상황.

'업적이 세 개이니, 주연 세 명과 관련이 되어 있을 것이다!'라는 막연한 추측만이 난무할 뿐, 정작 정답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심지어 언찬트의 전임 프로그래머들에게 직접 물어봐도 다들 모른다고만 하는 상황.

그런 답답한 상황 속에서 공식적으로 언찬트의 세 주연이 모이는 것을 눈으로 본 언찬트 마니아들은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도미닉 경의 행동으로 의문에 쌓여 있던 업적 하나가 깨진 상태였기에 더더욱.

[방패 기사 성공담 : 해적 기사 도미닉 경의 과거를 알아내세요.]

[???]

[???]

"맙소사."

보유한 게임의 업적을 반드시 100% 달성해야만 속이 풀리는 진성 업적 수집가 세르게이는 눈앞에 떠오른 새로운 업적에 감격했다.

"내가 옳았어! 내가 옳았다고!"

세르게이는 업적 세 개가 주연 세 명의 과거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찬트 내부의 유물들과 스킬들을 일일이 확인해가며 알아낸 결과, 실제로 나름 말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언찬트 내부에서의 도미닉 경은 비행선을 타고 싸우던 하늘 해적이며, 어떠한 이유로 비행선이 요격당해 연구실에 오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세르게이가 추측한 도미닉 경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어디가 부족했는지, 세르게이는 업적을 딸 수 없었고 업적 수집가 커뮤니티에서는 세르게이의 추측이 틀렸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오늘 보라.

세르게이는 해적 기사 도미닉 경의 과거를 알아내었고, 업적 하나를 추가로 딸 수 있었다.

이는 다른 업적 수집가보다 한 발짝 더 앞선 쾌거였고, 세르게이 개인에게도 아주 영광적인 상황이었다.

자기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아주 영광스러운 날.

물론, 누군가가 세르게이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도미닉 경에게 직접 업적에 대해서 물어보면 안 되냐고.

하다못해 해적 기사 도미닉 경에 대한 과거를 물어볼 수도 있던 걸 아니냐고.

실제로 누군가가 세르게이에게 그렇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세르게이는 현실과 가상을 잘 구분하는 사람이었다.

현실의 도미닉 경은 그저 해적 기사 도미닉 경을 연기했을 뿐이지, 진짜 해적 기사 도미닉 경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지금 무대 위에 있는 해적 기사 도미닉 경은?'

'그건 진짜지! 저기 해적 기사 도미닉 경이 살아 숨 쉬고 있는데!'

'아니, 저 상황도 도미닉 경이 해적 기사 도미닉 경을 연기하는 것 아닌가?'

'해적 기사 도미닉 경 안의 사람 같은 건 없어!'

누군가가 세르게이에게 물었더라면 진심으로 그렇게 답했으리라.

마치, 버츄얼 가차튜버에 대해서 추궁당하는 팬처럼 말이다.

아무튼, 실제로 도미닉 경의 행동으로 업적 하나가 깨지자 이내 언찬트의 매니아들은 눈이 돌아갔다.

마지막 업적 3개.

언제나 업적 100%를 달성하지 못해 마음속에 불편한 가시처럼 남은 바로 그 업적 3개.

마니아들인 만큼 한 턴에 도미닉 경으로 1,500의 피해를 준다거나, 히메로 999방어도를 쌓는다거나, 제로로 턴종만 눌러서 최종 보스를 깬다거나 하는 업적까지 다 깬 상태였으니, 그 3개가 오죽 눈에 밟혔으랴.

그 가렵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 줄 상황이 바로 이 콜라보에서 나왔으니, 사람들은 더욱더 열광했다.

...

도미닉 경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설마 무대 위로 난입까지 할 줄은 몰랐소."

"그러게요."

히메는 그때를 생각하며 오소소 몸을 떨었다.

갑자기 일어난 해적 리얼리티 쇼크로 인해 제대로 된 생각하지 못하던 와중에 겪었던 혼란은 그대로 히메의 뇌리에 남아버렸다.

업적을 깰 수 있을 거라는 사실에 흥분한 언찬트 매니아들은 히메와 제로에 대한 뒷이야기를 알아내기 위해 무대에 난입까지 하고 말았다.

방금 전 기사에 나온 사진은 그때의 모습이었다.

...

"히메 공!"

도미닉 경은 무대에 난입한 시민 하나를 제압하며 히메를 불렀다.

그러나 히메는 여전히 해적 리얼리티 쇼크에 빠져 헤롱거리고 있었고, 도미닉 경은 어쩔 수 없이 난입한 시민들을 제압하며 히메에게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빨리 여기서 나가야 하오!"

도미닉 경이 히메와 제로에게 말했다.

제로는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곧바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무대 위에는 히메가 남은 상황.

도미닉 경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히메를 잡고 무대 뒤편으로 향하는 통로를 향해 집어던졌다.

히메는 닌자다운 몸놀림으로 안전하게 통로 앞에 착지했으나,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

"부, 불이야!"

그때, 과격한 누군가가 무대에 불을 질러 버렸다.

무대 뒤로 향하는 제로를 보고 무대 뒤로 가기 위해 무대를 불지른다는 황당한 논리를 펼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무대는 이중 격벽으로 되어 있어서 고작 벽 하나만 불탈 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불타는 무대가 앞으로 쓰러지면서, 도미닉 경의 비행선을 불태우기 시작한 것이다.

안 그래도 박살 난 비행선은 불까지 붙으면서 내부 유폭이 일어나고 말았다.

"음!"

그리고 도미닉 경은 바로 그 유폭에 휘말려 날아가고 말았다.

이것이 바로, 이 사진이 찍힌 날의 전말이었다.

...

"결국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 내부에서 뒷이야기를 푼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아마 블랙 그룹 본사가 불탔을 거요."

"설마 그러겠...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히메는 도미닉 경의 말에 웃으며 손사래를 치다, 가차랜드의 사람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도미닉 경은 그 말을 끝으로 신문을 접으며 자리에서 일어설 준비했다.

"어디 가시려구요?"

히메는 도미닉 경의 행선지를 물었다.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를 한 판 해보려고 하오."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집에서 엉망으로 지내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얼마나 재밌길래 그러는지, 갑자기 궁금해졌지 뭐요."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대로라면 도미닉 경은 그냥 가 버릴 수도 있는 상황.

히메는 여기에서, 문득 용기를 내었다.

"그, 같이 가도 될까요?"

"?"

히메는 그렇게 말해 놓고 스스로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저도 관심이 생겨서 말이에요."

히메의 귀와 꼬리가 맹렬하게 흔들렸다.

도미닉 경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혼자 하는 것보다는 둘 이상이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하더군."

정치질하기 좋다는데,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에는 정치 요소도 있나보오. 라고 도미닉 경이 말했다.

그렇게 도미닉 경과 히메는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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