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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25화 (513/528)

〈 425화 〉 [424화]시네마틱

* * *

패시브와 다른 기술들은 그다지 특이할 것이 없는 기술들이었지만, 시네마틱은 아직 의문에 쌓인 기술이었다.

"도대체 이 기술은 언제, 어떻게 발동되는지도 모르겠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시네마틱이라는 기술은 패시브로서 시작부터 하나가 찍혀 있었으며, 추가적으로 스킬 포인트를 투자할 수 없었다.

[[시네마틱(AOS)] ● : 매드 무비를 원하시나요?]

심지어 그 내용마저 두리뭉술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래도 이 스킬에 대해서는 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소."

도미닉 경은 감독에게 그렇게 말했다.

"시스템이 저렇게 두리뭉술한 텍스트를 허용할 리가 없는데..."

감독은 도미닉 경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시스템이 어째서 저런 스킬 텍스트를 허용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곧 그 의문은 납득이 되었다.

도미닉 경이 한 행동으로 인해 시네마틱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어렴풋이 깨달은 것이다.

"맙소사."

감독은 도미닉 경이 한 행동을 보며 입을 떡 벌리며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만일 이대로 도미닉 경이 출시된다면, AOS 모드에 혁명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

그렇다면 어째서 감독이 도미닉 경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는가?

도미닉 경이 어떤 행동을 했길래 감독이 저리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가?

사실, 도미닉 경이 한 행동은 별것 없었다.

그저 숲길 사이를 걸은 것뿐이었다.

"별 이상한 점은 찾지 못하겠는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나무와 나무 사이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며 위쪽 길에서 중앙 길로 들어서는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도미닉 경은 괜히 방패로 주변의 나무를 툭툭 쳐보기도 하고, 다른 스킬들을 시전하며 숲속의 크리쳐들을 잡아보기도 했다.

그런데도 도미닉 경은 그다지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도미닉 경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절벽을 타고 내려왔다.

그리고 시냇물이 흐르는 여울목을 지나 반대편으로 건너갔다.

이후 잠깐 휴대폰을 꺼내 지도 앱을 꺼낸 도미닉 경.

도미닉 경의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도미닉 경은 모르겠지만, 페럴란트의 영광이 도미닉 경에게 와이파이를 제공하기 위해 머리 위에 도착한 것이었다.

여러분은 혹시 눈치챘는가?

지금 도미닉 경의 행동 곳곳에, 시네마틱의 영향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무 사이를 지나는 것? 아니다. 그건 도미닉 경이 길을 잠시 잃었을 뿐,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절벽을 타고 내려온 것?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는 몇몇 상호 작용이 가능한 오브젝트가 있었다.

도미닉 경은 그 오브젝트를 사용한 것뿐이다.

시냇물이 흐르는 여울목을 지난 것?

전혀. 도미닉 경은 그저 강을 건넜을 뿐이다.

얕은 여울이었기에 당연하게도 여긴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길로 취급되는 공간이었다.

페럴란트의 영광을 호출한 것?

이건 조금 고민해 볼 가치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정답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디서 시네마틱의 영향력이 있었는가?

그건 바로, 이 모든 것이 시네마틱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어째서 도미닉 경은 그저 걷기만 했는데, 저렇게 자세하게 설명이 된가?

어째서 감독은 저런 도미닉 경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는가?

그건 바로 시네마틱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것.

탱커에게 있어선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도 했다.

탱커들은 적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내뱉기도하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며, 검이나 도끼로 방패를 긁어 싫은 소리를 내기도 했다.

가차랜드의 시민들은 조금 더 나은 편이어서 도발 기술이나 도발 효과가 달린 장비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그건 일시적인 효과였다.

가차랜드에서 도발이란 상태 이상에 불과했다.

일시적으로 걸렸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상태 이상.

그러나 도미닉 경의 시네마틱은 달랐다.

이것은 상태 이상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사람들이 도미닉 경을 한 번 더 바라보게끔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가까웠으니까.

상태 이상이 아니었으니, 자의적으로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도미닉 경을 보지 않을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감독은 도미닉 경을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눈을 떼질 못하겠으니까.

도미닉 경의 매력을 한껏 증폭시키는 시네마틱의 존재로 인해, 도미닉 경은 지금 상시 도발 상태나 다름없었다.

감독은 바로 이 이유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탱커에게 있어서 상시 도발 상태라는 것은, 그야말로 사기적인 기술이었으니까.

"맙소사."

무엇보다도 도미닉 경은 탱커로서 아군의 피해를 감소시키는 버프를 가지고 있었다.

그 말인 즉, 도미닉 경은 아군에게 버프를 주면서 적들을 상시 도발하는 말도 안 되는 성능의 탱커로 출시될 예정이라는 소리였다.

감독은 지금 당장 시네마틱을 너프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감독은 복잡한 얼굴로 도미닉 경을 바라보았다.

지금으로서는 시네마틱을 너프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저 두리뭉술한 텍스트 때문에.

그러나 감독은 몰랐다.

아직 시네마틱의 진정한 진가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

"흠."

도미닉 경은 맵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이제 조금 다른 것을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스킬셋의 사용법을 숙지하기 위한 추전 방법들을 해 보기로 한 것이다.

인공 지능 안드로이드들과 싸우거나, 맵에 있는 크리쳐들을 두고 일어나는 소규모 전투, 그리고 승패를 가를수도 있는 전면전까지.

도미닉 경은 일단 안드로이드 하나를 소환했다.

"흡!"

안드로이드는 소환되자마자 도미닉 경에게 화살을 날렸다.

도미닉 경은 방패를 들어 올리고 앞으로 전진하다가, 거리가 충분하다고 여겼을 때 [방패 돌진]을 써 보았다.

몸이 앞으로 쭈욱 당겨지는 기분과 함께 도미닉 경은 어느새 안드로이드의 앞에 서 있었다.

방패에 맞은 안드로이드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한 방을 버텨 냈으나, 이내 도미닉 경의 추가타에 쓰러지고 말았다.

"약하군..."

도미닉 경이 쓰러져 사라지는 안드로이드를 바라보았다.

도미닉 경의 말대로 이 안드로이드는 연습용 안드로이드로서 굉장히 약하게 지정되어 있었다.

도미닉 경은 이 정도면 여러 기의 안드로이드들을 소환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미닉 경은 내친김에 무려 여덟이나 되는 안드로이드들을 소환했다.

그리고 그 정도가 되어서야 도미닉 경은 나름 무력의 균형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저 무기를 휘두르기만 하는 안드로이드들과 전투에 이골이 난 도미닉 경 사이에는 그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도미닉 경은 하마터면 체력이 다 떨어져 죽을 뻔했으나, 아슬아슬한 체력으로 살아남았다.

도미닉 경은 내친김에 아홉 기의 안드로이드를 소환했다.

그리고 아슬아슬한 체력으로 살아남았다.

도미닉 경은 열 기의 안드로이드를 소환했다.

그리고... 알다시피 아슬아슬한 체력으로 살아남았다.

어째서인지 도미닉 경은 계속해서 아슬아슬한 피로 살아남고 있었다.

마지막같은 경우엔 무려 2의 체력만이 남아 있던 상태였다.

이는 도미닉 경이 안드로이드들의 패턴에 익숙해져서이기도 했지만, 사실 이는 시네마틱의 효과였다.

아슬아슬한 상황을 만들어내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

이를 위해 시네마틱은, 약간의 방어도 보너스를 제공한 것이다.

시네마틱의 효과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도미닉 경은 크리쳐 싸움이라는 항목을 눌러보았다.

그것은 아슬아슬한 체력의 크리쳐를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빼앗아야 하는 것이었는데, 도미닉 경의 반대편에는 안드로이드가 있어 도미닉 경이 크리쳐를 빼앗는 데 실패할 경우 바로 크리쳐를 잡아 환경을 리셋시켰다.

도미닉 경은 여기서 정말 아슬아슬하게 이기거나, 정말 아깝게 졌다.

얼마나 아슬아슬하던지 이 광경을 지켜보던 감독이 손에 땀을 쥘 정도였다.

오로지 이 빼앗는 것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역시 시네마틱의 효과였다.

"...과연."

도미닉 경은 그제야 시네마틱의 진정한 효과를 알 수 있었다.

이 정도까지 대놓고 사용된다면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겠는가.

도미닉 경은 시네마틱의 진정한 효과에 대해 생각했다.

도미닉 경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효과.

정확히 말하자면, 도미닉 경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효과라고 할 수 있었다.

도미닉 경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약간의 버프나 타이밍적인 이득을 부여하는 기술이었다.

"사기로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도미닉 경이 하는 모든 행동에 이득을 주면서, 도미닉 경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효과.

도미닉 경은 이후에도 몇 번의 실험을 통해 시네마틱의 성질을 거의 완벽하게 이해했다.

다른 이들에게 다 있는 궁극기가 없는 대신, 도미닉 경은 경기 내내 사소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시네마틱이었다.

"왜 하나만 찍혀 있는지, 그리고 하나만 찍을 수 있는지 알 것 같군."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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