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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24화 (512/528)

〈 424화 〉 [423화]히어로즈 오브 레전드

* * *

도미닉 경에 대한 모션 캡쳐는 기존에 말했던 20시간을 넘겨, 32시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 역사상 가장 긴 시간이었고, 가장 다양한 모션을 캡쳐한 기간이네요."

팬더 자매 중 언니가 입가에 형광색의 에너지 드링크를 질질 흘리며 말했다.

그녀의 주변에는 이미 수십 개의 에너지 드링크가 가득 쌓여 있었는데, 하나같이 빈 깡통이었다.

이는 팬더 자매 중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그 말인 즉, 팬더 자매는 32시간 동안 도미닉 경과 함께 낮밤을 새워가며 모션을 캡쳐했다는 뜻이다.

"역대급으로 나올 것 같아요."

팬더 자매는 도미닉 경에게 그렇게 말했다.

도미닉 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미닉 경이 질려할 만큼, 팬더 자매는 도미닉 경을 들들 볶았기 때문이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구려."

"끙. 어떻게 보면 저희로선 아쉬운 일이긴 해요."

"그러니까요. 사실 너무 욕심을 부린 탓에, 다음번에 할 것까지 전부 다 해 버린 셈이라 더 이상 오실 필요가 사라져 버렸거든요."

"그건 희소식이구려."

도미닉 경은 팬더 자매의 말에 턱을 쓰다듬으며 반색했다.

원래대로라면, 도미닉 경은 이틀에 걸쳐 총 20시간 동안 모션 캡쳐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팬더 자매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려, 하루 만에 20시간 분량을 모두 하자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욕심이 생겨 모션에 디테일을 첨가하게 되었고, 결국 그 욕심으로 인해 32시간이라는 강행군이 만들어졌다.

"정말 믿을 수 없군요."

구석에서 잠을 자던 감독이 부스스한 눈으로 깨어났다.

그는 10시간만 한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그때 도미닉 경을 데려다준다는 이유로 잠시 여기서 기다렸다가 팬더 수인 자매의 갑작스러운 변덕에 당해 버린 피해자였다.

"설마 32시간이나 걸릴 줄이야..."

감독은 구석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도미닉 경은 그 모습을 보며, 블랙 그룹의 직원들은 모두 붉은 피 대신 형광색의 에너지 드링크가 흐르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으어. 좀 살 것 같네. 아, 맞아. 모션 캡쳐 다 끝난 거 맞아?"

"아, 네."

감독은 팬더 수인 자매에게 정말로 모션 캡쳐가 다 끝났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팬더 수인들은 단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이제 여긴 볼일 없네. 가도 괜찮지?"

"아."

"그, 싸인을 좀 해주시면..."

팬더 수인들은 도미닉 경에게 싸인을 요청했다.

그러고 보니, 팬더 수인들은 도미닉 경의 팬이지 않던가.

도미닉 경은 다시 그 사실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미닉 경의 끄덕거림에 얼굴에 화색이 돈 팬더 수인 자매는 이내 구석에서 펜과 유성 펜을 꺼내 왔다.

도미닉 경은 자연스럽게 둘에게 싸인을 해주었다.

...

"끙. 설마 이렇게나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어제 아내가 왜 안 들어오냐고 전화까지 했다니까요."

도미닉 경과 감독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른 층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감독은 잠시 도미닉 경의 눈치를 보더니, 두 가지 제안을 건넸다.

"이제 다음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집에 가셔서 쉬셨다가 돌아오셔도 되고, 바로 다음 일에 착수해도 괜찮습니다."

"?"

"모션 캡쳐를 하셨으니, 이제 스킬셋이나 그런 걸 맞춰야지요. AOS 모드는 가차랜드와 달리, 1개의 특성과 4개의 특수 기술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아."

도미닉 경은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드인 만큼 일반적인 것과는 조금 다르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바로 하고 가겠소."

"아, 그러시겠습니까?"

도미닉 경은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여기 온 김에 마무리까지 하고 갈 생각이었다.

직접적인 전투는 모르겠지만, 스킬셋 정도는 맞추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감독은 다시 한번 서로 다른 두 개의 숫자를 눌렀다.

172층과 213층을 말이다.

"...?"

도미닉 경은 문득 그 숫자를 합치면 172,213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건, 방금 전에 도미닉 경이 모션 캡쳐를 하던 층이 아니던가?

"블랙그룹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로 유명한 기업입니다."

도미닉 경의 머릿속을 읽기라도 한 듯, 감독이 도미닉 경의 의문에 대답했다.

"같은 172,213층이더라도 파티션을 나누면 다른 공간이 되듯, 아예 공간을 절단시켜서... 뭐,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그런 식의 기술이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흠."

도미닉 경은 고개를 새로운 지식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도미닉 경이 블랙 그룹에 와 볼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번 기회에 와서 이런 정보를 알았으니,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다 왔군요."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엘리베이터는 다시 172,213층에 멈췄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그곳에는 입에 담배를 문 채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무언가를 마구 적어 내려가는 남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붉은 머리에 매우 발달된 상체를 가진 남자들이었는데, 꽤 털이 숭숭난 마초들이었다.

"불곰 형제입니다. 스킬셋의 밸런스를 맞추고 있는 모양이군요."

"밸런스를?"

"전임자가 밸런스를 완전히 흐뜨려놓고 갔으니까요. 아마 고생을 좀 할 겁니다."

그렇게 말한 감독은 천천히 불곰 형제에게 다가 갔다.

불곰 형제는 한창 집중하고 있었기에 감독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감독이 인기척을 내자 그제야 고개를 들어 감독을 바라보았다.

"뭐야. 영상 쪽 감독분 아니신가. 여긴 왜 왔어?"

"그러니까. 우리가 필요한 일이라도 있나? 아니, 스킬셋이 필요한 구간은 없을 텐데?"

불곰 형제들은 으르렁거리는 낮은 목소리로 감독에게 말했다.

"내가 아닐세. 볼일은 도미닉 경이 있지."

감독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도미닉 경을 가리켰다.

그러자 불곰 형제들의 시선도 도미닉 경에게 향했다.

"도미닉 경?"

"흠. 이건 예상외인데."

"이번에 도미닉 경이 우리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에 참전하게 되어서 말이야."

"언찬트 콜라보로?"

"아니. 그냥."

"그럼 언찬트 콜라보를 할 예정은 있고?"

"그렇지."

"흠."

감독과 불곰 수인 형제들은 도미닉 경을 두고 무언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 와 보시오."

불곰 형제 중 콧수염이 있는 쪽이 말했다.

"이 서류를 작성한 뒤, 동생에게 가서 제출하시오."

도미닉 경은 콧수염이 난 쪽이 형이라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그렇다면, 저기 수염이 없는 쪽이 동생이라는 소리리라.

"알겠소."

도미닉 경은 간단하게 대답하며 불곰 형제 중 형이 건네준 서류를 보았다.

서류는 별것 없었다.

자기가 가진 특성, 특수 기술, 장비 효과에 대해서 적으라는 것뿐이었다.

도미닉 경은 자기가 가진 것들을 하나하나 적기 시작했다.

특성 [탱커]부터, 특수 기술 [기수]와 [시네마틱], 장비 효과인 [방패로 타격 시 스턴]과 [종자 앨리스]의 효과까지.

그렇게 모든 것을 작성한 도미닉 경은 불곰 형제 중 동생에게 가서 서류를 제출했다.

"특성 하나에 특수 기술 둘, 장비 효과 둘이라. 딱 다섯이군."

그렇게 중얼거린 불곰 수인은 컴퓨터에 무언가를 기입하기 시작했다.

"일단 특성은 패시브로 넣고... 아니지. 기수를 패시브로 넣을까? 흠. 아니. 3스킬로 넣고..."

불곰 수인이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미간 사이를 찌푸렸다.

아무래도 어딘가 복잡하게 꼬인 모양이었다.

"형! 이거 아무래도 CC기 많은 뚜벅이인데? 이동기라도 하나 줘야 하지 않나?"

"흠."

불곰 형제 중 형이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무언가를 고민했다.

그리고 갑자기 전화를 걸더니, 이내 누군가와 대화를 시작했다.

"네. 네. 돈 카스텔로 되십니까. 여긴 블랙 그룹 산하 히어로즈 오브 레전드 스킬셋 팀 소속 레드베어입니다. 네. 다름이 아니라 혹시 언찬트 내에서 도미닉 경의 스킬셋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을까 해서요. 네. 별 건 아니고, 저희의 다음, 혹은 다다음 출시되는 전설이 도미닉 경이라서 말입니다. 네. 네. 물론이죠. 언찬트와 콜라보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공교롭게도 이번에 코드 제로 백도 출시될 예정이라."

돈 카스텔로와 이야기를 나누던 불곰 형제 중 형은 이내 원하는 답을 얻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고맙습니다. 그럼..."

딸깍. 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겼다.

그리고 불곰 형제 중 형은 동생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조금 있다가 언찬트에서 스킬셋이 올 거다. 거기서 적당한 이동기 찾아서 넣어."

"오케이."

불곰 형제 중 동생은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무언가를 끄적거리더니, 이내 도미닉 경을 불렀다.

"도미닉 경. 이게 당신의 스킬셋입니다."

[패시브 : 기수]

[1스킬 : 방패치기]

[2스킬 : 방패 돌진]

[3스킬 : 종자 소환]

[4스킬 : 시네마틱]

도미닉 경은 스킬셋에 방패 돌진이라는 것이 새로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건 뭐요?"

"언찬트 당시에 있었던 기술이더군. 이동기에 스턴 효과까지 있어, 제법 채택률이 높았던 모양이오."

불곰 형제 중 동생이 도미닉 경에게 말했다.

"어떻소. 마음에 드시는지?"

"그렇소."

도미닉 경은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물론, 도미닉 경이 AOS 모드에 대해서 몰랐기에 다소 그냥 넘어간 부분도 있었다.

"그럼, 여기서 할 일은 다 끝났소."

"...이렇게 빨리 말이오?"

"그럼 뭐, 한 32시간이라도 걸릴 줄 알았소?"

불곰 형제는 고작 이런 일에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 뭐가 있냐면서 이상한 눈으로 도미닉 경을 쳐다보았다.

"흠."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인데."

불곰 형제는 도미닉 경의 표정을 보며 그리 말했다.

"그럼 스킬셋을 한 번 시연해 보고 가는 것은 어떻겠소?"

"그거 좋군!"

감독이 불곰 형제의 말에 얼씨구나하고 소리쳤다.

"스킬셋을 트레일러에 넣으면, 사람들이 더욱 관심을 가질 겁니다."

감독은 도미닉 경을 설득하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도미닉 경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몸을 좀 풀고 싶었던 참이었소."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스킬셋을 적용시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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