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차랜드의 행복한 도미닉 경-418화 (506/528)

〈 418화 〉 [417화]이스터 에그 51지역

* * *

도미닉 경은 바다로 향하는 와중에 혹시라도 휴대폰으로 검색이 가능한지를 확인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저 궤도에는 도미닉 경의 기함 페럴란트의 영광이 떠 있어 와이파이를 사용 가능했다.

그 말인 즉, 검색이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도대체 이곳은 뭐지?"

도미닉 경은 방금 전에 들었던 말대로 51지역이라는 문구를 검색했다.

하지만 역시나 51지역에 대한 검색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51지역에서 외계인이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둥 이상한 소리만이 검색될 뿐이었다.

도미닉 경은 대신 방금 전에 만났던 인원들의 특징을 검색해 보았다.

그러자 도미닉 경은 방금 만났던 인원들이 저작권을 교묘하게 피해가려고 노력한 인물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떻게든 '이스터 에그'라며 얼버무리려고 하는 듯한 내용.

"아무래도 이곳의 시나리오 작가는 삼류 패러디 작가인 모양이군."

도미닉 경은 시스템 인더스트리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각각의 지역에는 시나리오 작가들이 투입되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이 이스터 에그도 누군가의 작품이라는 소리였다.

"이걸 통과시킨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도미닉 경은 그렇게 말하며 계속해서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뜻밖에 바다는 보이는 것보다 멀었다.

아마 도미닉 경의 눈이 하나라, 거리 감각이 없는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도미닉 경은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도미닉 경의 감각이 위험하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는 온갖 전장을 겪은 백전노장 도미닉 경에게 있어서도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오크들이다! 오크들이 탈출했어!"

"우리의 형제들을 풀어달라!"

"실례하오, 잠시 지나가겠소."

도미닉 경은 인간과 오크가 대치하는 여울목을 건넜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들이 다리를 만들어 오크들을 습격하자 그 틈을 타 다리를 건넜다.

"자멘 켈은 어디 있지? 자멘 켈은?"

도미닉 경은 성난 길잡이 무리들을 지나쳤다.

"있지, 난 언제까지 이렇게 벼를 재배해야 하는 거야?"

"그야, 신앙을 다 모을 때까지지요."

도미닉 경은 논두렁 길을 걸었다.

"이건 도대체 뭐예요?"

"그건 풍유환이다 해. 여자에게 좋은데, 여자에게 참 좋은데, 설명할 방도가 없다 해."

"...아빠! 나 이거 사줘요!"

요상한 이국의 상인의 상술에 넘어간 아빠와 딸의 옆을 지나갔다.

도미닉 경은 이 모든 것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검색 결과, 도미닉 경은 방금 지나친 것들 하나하나가 단 하나도 빠짐없이 다른 곳들의 요소들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도, 저작권이 위험한 방향으로 말이다.

도미닉 경은 저작권의 위협과 자기 자기 위기가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더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도미닉 경은 계속해서 바다로 향했다.

최대한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

"...그러니까 여기에선 빨강, 파랑, 파랑, 노랑, 흰색 다섯 줄이야. 어떻게 해야 하지?"

"아! 그러니까 빨간 선을 먼저 자르고, 이후에 파란 선을 살린 뒤 타이머에 7이 들어가 있는 상태로 노란 선을 자르다? 이해했습니다."

피곤한 코더와 외국인 코더는 피곤한 코더가 만든 이스터 에그 코드를 뜯어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어째서인지 폭탄을 해체하는 작업 같았지만, 코드나 폭탄이나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난다는 점에서 그다지 큰 차이는 없었다.

"음.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 것이 좋다. 안 그러면 내일 힘들 것입니다."

외국인 코더는 힐끗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스템 인더스트리 내부의 시각은 조금 다르게 흘러간다고는 해도, 지금 꽤 늦은 시간까지 회사에 남아 있었다.

내일 일을 생각하면 여기서 더 배우는 것보다 잠시라도 잠을 청하는 것이 좋았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피곤한 코더가 외국인 코더의 말에 동의하며 코드에서 손을 떼었다.

"먼저 가. 난 이스터 에그 코드 분리하고 갈 테니까."

피곤한 코더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코드를 매만졌다.

"그럼 먼저 가 보겠다."

외국인 코더는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섰다.

이제 이 어두컴컴한 방에는 피곤한 코더만이 남아 있었다.

피곤한 코더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며 다시 한번 코드들을 확인했다.

"으, 그나저나 좀 과하긴 했나?"

피곤한 코더가 코드 중간중간에 있는 위험한 줄타기들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분명 예전에 만들 때만 해도 낄낄거리며 만들었으나, 아무래도 이런 저작권 관련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것들은 가차랜드에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이 이스터에그는 지워야겠다."

피곤한 코더는 그렇게 말하며 코드 전체에 대한 삭제를 진행했다.

새로운 에너지 드링크를 하나 더 까면서 말이다.

"어, 어어? 어!"

피곤한 코더는 손아귀에 힘이 없었다.

정확하게는 너무나 오랫동안 야근을 한 나머지 졸음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피곤한 코더는 코드를 삭제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로딩바를 보며 최면에 걸린 듯 졸아버리고 말았고, 손에 들고 있던 에너지 드링크를 쏟아버리고 말았다.

"이, 이런!"

에너지 드링크는 그의 모든 결과물이 있는 컴퓨터 위로 쏟아졌고, 코더는 잠이 확 깨는 것을 느꼈다.

"휴, 휴지."

그리고 재빨리 밖으로 나가 화장실에서 휴지를 잔뜩 가져온 뒤 쏟아버린 에너지 드링크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피곤한 코더는 오로지 컴퓨터가 멀쩡하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얼마나 간절하게 기도했는지, 화면에 떠오른 경고 문구를 보지 못했을 정도였다.

[현재 이 지역에 시민이 존재합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10초 뒤 자동으로 수락됩니다.)]

코더는 열심히 에너지 드링크를 닦아내느라 그 문구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결국 10초가 지나고 나서 자동으로 이 문구는 수락 처리되고 말았고, 그제야 코더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삭제가 좀 늦네."

그런 세상 편한 소리 하면서 말이다.

...

도미닉 경은 마침내 세상의 끝... 아니, 해안 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들 여기로 갔다는 말을 하는 걸 보면, 여기에 무언가 있는 모양인데."

도미닉 경은 스스로가 시나리오 작가들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의 상황을 나름 추리하기 시작했다.

시나리오 작가들은 자기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드러내지 못해서 안달인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도미닉 경이 아는 시나리오 작가들은 그랬다.

그들은 지역과 스테이지 곳곳에 자신들만의 자그마한 디테일을 숨겨 놓고, 그것을 사람들이 찾아내주길 바랐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시나리오 작가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내 회심의 역작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어쩌지?

그리고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 작가들은 내심 그 디테일을 알려주기 위해 다른 방도를 쓰기도 했다.

은근히 다른 이들의 입을 통해 무언가를 알려 준다거나, 혹은 그냥 대놓고 어딘가에 뭐가 있다고 동네방네 광고를 하거나.

그 말인 즉, 공학자가 했던 말은 어느 정도 이곳을 나갈 힌트라고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다만, 힌트는 여기까지였다.

도미닉 경은 이제 여기서부터는 직접 나가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흠. 바닷속에 길이 있나?"

도미닉 경은 그리 말하며 바닷속을 바라보았다.

바다는 놀라울 정도로 맑고 투명해서, 저 아래 깊은 곳까지 다 보일 정도였다.

도미닉 경은 문득 기타를 멘 여성과 드럼채를 든 남성이 사이버네틱한 인어와 싸우고 있는 것을 보았다.

도미닉 경은 저곳이 탈출구인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 주변에는 탈출구로 보이는 그 어떤 것도 없었으니까.

도미닉 경은 바닷속을 한참 동안 훑어보았지만, 바닷속에는 그 어떤 힌트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바다 위나 이 해안 가라는 소리인데..."

도미닉 경은 무심코 고개를 들어 해안 가를 바라보았다.

"음?"

그리고 해안 가에 아주 작은 보트 하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보트는 노를 저어 움직이는 아주 작은 보트였는데, 도미닉 경은 본능적으로 저것이 이곳을 나갈 힌트라는 걸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바다 가운데로 나아가야 하나보군."

도미닉 경은 예리하게 그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고는 그 보트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보트는 꽤 멀쩡한 상태였는데, 보트 안쪽에는 보트를 모는 방법과 어딘가로 향하는 보물 지도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진짜 보물로 가는 지도였고, 하나는 이곳을 나가는 지도처럼 보였다.

탈출구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도미닉 경은 자기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며 바로 보트를 끌어 바다에 띄웠다.

그리고 보트를 모는 방법을 보고 천천히 보트를 바다 가운데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도미닉 경이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온 그 시각.

바다의 중심, 그것도 가장 깊은 곳에선 이상할 정도로 뽀글뽀글하게 공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공기가 새어 나오는 곳을 따라가보면 그곳엔 마치 욕조의 마개처럼 생긴 커다란 고무 마개가 있었다.

이 마개는 바닷물이 빠지지 않도록 물을 가둬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다지 제대로 틈새를 막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objects_Deep­Sea_under­the­C_Cork DELETE 87.11%...]

그 마개가, 삭제되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objects_Deep­Sea_under­the­C_Cork DELETE Complete]

이윽고 바닷물을 막고 있던 마개가 사라지고...

바닷물은, 마개가 막고 있던 구멍을 통해 빠르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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